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취향 문제긴 한데

나는 전투를 설계하는 재미 때문에 라오를 좋아함


라오는 파밍을 위해 매우 많은 전투 횟수를 요구하는데

그래서 스테이지 공략에 있어서 무변수라는 게 가치가 매우 높음

중간에 통발이 엎어지면 화딱지 나니까


그런데 턴제 게임이라는 게 원래 거의 대부분은 확률변수의 노예가 되기 마련이고

그런 확률변수를 감안해도 자동으로 깨지는 공략이라는 건

보통 그 스테이지가 요구하는 적정 스펙보다 훨씬 높은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음


근데 라오는 효저를 제외한 모든 전투 요소는 통제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변수 공략 스펙이 그냥 클리어 적정 스펙이랑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나지 않음


그리고 발동 자체에 확률이 있는 스킬이나 장비들도 계속 개편해서

확률을 100%를 만들어주거나 아예 효과 방향을 바꾸거나 했었고 (사실 안 해주면 거의 다 버려졌음)

그래서 공략을 짤 때에 시뮬레이션 돌리는 과정 자체가 매우 재밌었음


공략을 짤 때에 전투를 설계해서 시뮬레이션하고

더 낮은 스펙, 더 적은 자원, 더 적은 시간을 위해서 연구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나에게 있어서는 라오의 가장 핵심적이고 큰 재미임


당연히 이벤트나 새 지역 나올 때마다 늘 내가 내 상황에 맞춰서 직접 덱 짜서 돌렸고

다른 사람이 보면 참고할만할 것 같은 경우는 정리해서 올리기도 했음


근데 그러다보니 반대로 예전부터 라오의 수동 콘텐츠는 별로 흥미가 없었음 그냥 귀찮았지

영전때도 물론이고, 나 접은 사이에 나왔다 사라진 철탑의 경우 로그라이크 나온다 얘기 나올 때도 별로 기대 안했음


근데 1년만에 복커해서 돌아와보니 메인 지역은 고작 1개 추가됐는데

수동 콘텐츠 변소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더라


1~3지 60층씩에 4지 30층이면 스테이지 갯수로만 해도 210개인데...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이벤트가 거의 6개정도 나온 정도의 스테이지 분량임

메인 지역을 기준으로 하면 12개 지역 수준의 분량이고...

게다가 고스펙 대상의 수동 콘텐츠이기 때문에 스테이지 구성 기획에 훨씬 더 많이 신경을 썼겠지?

그래서 굉장히 아쉬움을 느꼈음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랑 정반대 방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