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진눈깨비가 우르릉 쾅쾅 내리치는 오르카의 봄날!

 

브라우니는 오늘도 관물대에 짱박아 놓은 

스팸 하나를 세탁실 구석에서 몰래 먹고 있었다!

 

숟가락으로 크게 한 술 퍼서 기름지고 먹음직스러운 

한 입을 넣으려는 순간!

 

갑자기 세탁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령관이 호랑이처럼 달려와 소리쳤다!

 

“새끼.. 기열!!!”

 

“으엣.. 스 승리! 사령관님 그게..”

 

“일과시간에 스팸캔 까도록 되어있나? 새끼... 기!!! 열!!!”

 

“제가 근무 복귀하고 밥을 못먹어서.. 죄송함다!”

 

“아쎄이! 죄송하다고 하면 오도짜세 스틸라인 군생활이 끝나나?”

 

평소 같으면 옆에 앉아서 같이 먹었을 사령관인데

그날따라 유독 모질게 브라우니를 갈구는 것이 아닌가? 

 

“죄송함다! 제발 선임들한테는 말하지 말아주십쇼..”

 

“사령관한테 부탁할 때 중첩의문문을 사용하지 않다니.. 기열!!!”

 

“네넷..? 중첩의.. 뭐라고요?”

 

“그것은 바로! ‘선임들에게 말하지 말 것을 부탁드려도되는 것에 허락을 구해봄이 어떠한지 여쭈어도 되는 사항에 관한 검토를 바라는 바에 따라 사령관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지에 대하여 이런 의문을 포함한 질문을 드려도 되는지 요청을 하는 것이 맞는지 틀린 것인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하는 것이다! 라이라이 차차차!”

 

아무리 브라우니라지만 생전 처음 듣는 개씹같은 소리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근무 끝나고 식당으로 달려갔으나

근무자 밥을 다른 소대 브라우니가 처먹는 바람에 그랬는데


“그게 무슨.. 뭐라고 하시는지 못알아 듣겠습니다”

 

“정말.. 너는 기열 중의 기열이로다!!!”

 

“진짜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오전 근무 나가서 몇 시간을 서 있다가 왔는데

이정도도 못봐주십니까? 근무 나가서도 이뱀한테 계속 털리고 와서도 털리고 진짜 하..”

 

브라우니의 크고 맑은 갈색 눈동자에 스멀스멀 눈물이 고였다. 

먹으려던 스팸도 놀라서 바닥에 떨어트리고

사령관도 어느때와 다르게 자신을 갈구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령관이 말이다.

 

“새끼.. 기합!”

 

“네..?”

 

“아쎄이! 지금 당장 갑판 위로 올라온다! 실시!”

 

“무 무슨..?”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사령관은 다시 호랑이처럼 튀어 나갔다.

 

브라우니는 화도 나고 배고프고 짜증나면서도 

갑판 위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뭐야 오늘 서약식 있던 거야? 이거 보여주려고?”

 

브라우니는 심통한 표정으로 이미 올라와 북적거리던 대원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섰다. 

 

잠시 기다리자 정장을 한껏 빼입은 사령관이 앞으로 나오더니

조금은 부끄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브라우니 나와줄래?”

 

“??”

 

오르카의 대원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양옆으로 물러서며 스스륵 길을 터주었다. 

 

“저.. 저 말임까?”

 

“미안. 아까는 장난이 심했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사령관은 브라우니의 앞에 다가와

살며시 무릎을 꿇었다.

 

“정말.. 농담하지 마십쇼.. 진짜로..”

 

어느새 따듯한 눈물 한줄기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령관은 브라우니의 왼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옥색빛 케이스에서 꺼낸 반지를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오전 내내 초소에서 털리던 일도, 세탁실 바닥에 떨어트린 스팸도 

이제 모두 괜찮았다.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는 화창한 봄날의 태양보다,


그 태양 빛에 부서지는 파도의 물결보다 더 반짝였다.



 








(세탁실)

 

“야! 바닥에 스팸 뿌려놓은 새끼 누구야!

아 이거 기름 다 튀고 지랄났네 시팔”

 

브라우니가 바닥에 떨어트린 스팸을 냅두고 가버려


덕분에 세탁실 청소담당 실키 상병이 모두 치워야 하는 사소한 찐빠를 저질렀으나,


그 날 브라우니는 사령관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침대에서 뒹굴었으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헤이 빠빠리빠!!!

헤이 빠빠리빠!!!


브라보! 브라보! 오르카!!!

브라보! 브라보! 스틸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