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챈에서 우효좌 글 보고

내 미래를 포기하며 히루메 쿠션을 구매했다.

다행히 선착순에 안 늦었고

이렇게 히루메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좀 얇긴 한데 아직 공기가 덜 들어간 것도 있고

그보다 그냥 재질이 부드러워서 만족스럽다.


그런데 공장에서 곧바로 온 이 쿠션이 깨끗할까?

다른 라붕이처럼 차나 방 한쪽에 장식용으로 놓는다면 모를까,

나처럼 침대 곁에 둘 라붕이나 물고 빨고 뽀뽀하고 다 할 라붕이라면 좀 찜찜할 거다.


그래서 자취 4년차인 동시에 다키마쿠라 손빨래 4년차로서

히루메 함 목욕 시켜주기로 했다.


혹시

'나도 좀 빨고 싶은데 지식이 전무하다'라고 생각하는 라붕이 있으면

함 따라해보자.

적어도 결과물은 멀쩡한 거 보면 이대로만 따라하면 된다.



우선 쿠션에서 솜을 전부 뺐다.

뺀 솜은 바닥에 두지 말고 깨끗한 봉지에 두자.

잘못하면 바닥에 돌아다니던 머리카락이 같이 들어간다.

대충 5리터 쓰레기봉투 두 봉지 +@ 정도의 양이다.

빼면서 그냥 쿠션 채로 들어있으면 더 편하겠다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쿠션채로 들어있었으면 난 분명 쿠션까지 빨았을 거다.

다키마쿠라마냥 끌어안고 잘 건 아니니 이 정도면 괜찮은듯


참고로 이 쿠션은 중성세제로 손빨래 하라고 한다.

그러니 손빨래를 할 수 있는 대야 or 욕조를 준비하자.

욕조보단 대야가 물 아끼기 더 좋을 거다. 이유는 아래 보다보면 체감할 것


뒤집은 건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솜 뺀 뒤 다 뺀 건지 확인하면서 뒤집은 채로 빤 거다.

대야에 적당히 따스한 물 넣고 커버를 적셔주자.

물 온도는 크게 상관없는데 차가운 물 or 뜨거운 물은 그냥 손빨래 하기 힘들어서 그런다.

덤으로 혹시 핏자국이 있는 빨래감을 빨 때는 찬물로 해야 한다.

핏속 단백질이 굳어서 절대 안 빨아진다.


빨아야 하는 이유.

뭐, 그냥 털이나 솜 조각일 텐데

이게 그대로 폐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아마 빨래할 생각 없어도 하게 될 거다.

다 빤 뒤에도 조금씩 나오기는 하는데, 저게 없어지려면 아마 표면의 털이 모두 사라져야 할 건데

그래도 적당히 좀 씻어주자.


전부 다 적신 뒤는 물을 버리고 한 번 더 헹군 뒤 다시 물을 버려준다.

버릴 때는 이왕이면 커버를 손에 들고 대야를 한번 씻어주자.

그리고 중성세제를 가져와 부어준다.

절대로 평범한 빨래용 세제가 아니다. 중성세제다.

중성세제 사려고 마트 갈 필요는 없고, 그냥 주방세제(퐁퐁) 쓰면 된다.

빨래용 세제 써놓고 우효좌한테 얘기하진 말자. 그건 님 탓임

우리 엄마가 그러면 된다고 그랬음.

실제로 주방세제가 중성세제 맞음. 다키마쿠라 3년 넘게 빨면서 문제 생긴 적 없다 ㄹㅇ


세제를 먹이면서 손으로 주물주물 해주자.

뒤집어서 털 부분도 주물러주고. 손으로 문질러 안쪽 부분에 거품을 나게 해주자.

초등학교 5학년 때 사회 시간 전통 문화 내용 부분에 빨래 방망이인지 몽둥이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때리면서 물방울이 생기고, 물방울이 때를 밀어낸다고 했다.

그런 걸 생각하며 잘 문지르고 물을 버리자.


그 다음에는 계속 물을 갈아주며 손으로 주무르자.

주무르면서 거품도 빼내고, 때도 같이 빼내야 한다.

세탁기로 치면 헹굼 기능 차례다.

헹구는 게 끝나는 기준은 거품이 더 안 나오는 때.

거품이 안 나오는 상태에서도 처음에 보여준 털 조각들이 좀 나오긴 하는데

크게 신경 쓰진 말자. 앞서 말했듯 그거 안 나오려면 아마 저 털 다 뽑아야할지도 몰?루


덤으로 다키마쿠라 같이 껴안고 자는 건 땀 같은 노폐물 때문에

물이 좀 누렇게 나오는데

그거 사라지는 거 보면 쾌감이 최고다.

이맛에 내가 2주에 한 번씩 화장실 락스칠함.


전부 다 끝나면 섬유유연제를 쓰자.

이름 보면 천 자체에도 좋은 것 같긴 한데 그런 건 난 모르겠고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 자체로 섬유유연제를 쓸 가치가 있다.

원래 섬유유연제가 헹굼 마지막에 넣고 그 이상 헹굴 필요 없는데

혹시 좀 거시기하다 싶으면 한번 더 가볍게 헹궈줘도 괜찮긴 하다. 냄새가 덜하지만

아무튼 저렇게 좀 뿌얘도 정상이니 섬유유연제 넣고 좀 주므르고 물 버리면 된다.

빨래가 끝난 커버는 가볍게 짜주고 대야는 빨래감을 손에 든 채 가볍게 씻어주자.


이제 탈수 차례다. 유사시를 대비해 빨래망에 넣고 탈수하자.

손으로 쥐어짜는 것보다 탈수 하는 게 아마 손상이 덜할 거임.


원래 세탁기에 넣는 짤까지 있는데 보니까 내 옷가지가 있더라.

아무튼 그렇게 오래 할 필요는 없을 줄 알았는데

일단 탈수 1회 돌린 뒤, 뒤집어서 1회 더 돌리자.

다키마쿠라는 얇아서 쉽게 탈수가 잘 되는데 이건 재질 특징 때문인지

한번에 안 되더라고.


탈수가 끝났다고 해서 모두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제대로 말릴 차례다.


원래라면 적당히 건조대에 걸려고 했는데

그냥 드라이기로 가볍게 바람 쏘아보내주기로 했음.

냉풍으로 안에 바람을 쏴주면 뜨거운 바람보다 손상이 덜할지도 몰?루

그런데 빨래방 건조기 보면 고온 건조는 소재 상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이왕이면 찬 바람으로 해주자.

솔직히 찬 바람이어도 좀 뜨뜻하니까.


말리면서 느껴진 건데 털이 많은 겉부분보다 꺼칠꺼칠한 속부분이 더 오래 축축함.

아무래도 털 안쪽은 물이 잘 증발 안 되는 모양이더라고.

그러니 뒤집어가면서 말리고 정 안 마른다 싶으면 약한 온풍으로 쐬어주면 됨.

'뜨거운 바람은 계속 쐬면 위험하다'라고 생각하면서

온풍 날릴 땐 꼭 자리 뜨지 말고 손으로 만져가며 하자.


그렇게 전부 말린 뒤 솜을 넣으면 된다.

아무래도 포장을 뜯은 직후는 공기가 덜 들어가서 그런 건지

다 넣고 나니까 더 부풀어오르더라.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목욕이 끝난 히루메가 우릴 반겨준다.

얼굴 부비고 뽀뽀하고 거시기 할 라붕이들은 이제 마음껏 해도 된다.

그런데 그럴 거면 자주 빨아주는 걸 추천함.

다키마쿠라 갖고 살면서 생긴 경험담 아님. 암튼 아님.


뭐, 엄마한테 부탁하면 다 해주시겠지만 솔직히 좀 쪽팔리기도 하고

나처럼 자취하면 그거 자체가 안 될 수도 있고

그냥 우리 와이프인데 우리가 직접 씻겨주자.

그리고 내 글 보고 빨다가 뒤에서 라붕이들 엄마가 잔소리 하시면

그 말씀이 옳다.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대신 해주신다고 하면 그냥 자기가 하겠다고 하자.


그럼 우리 모두 깨끗하고 향기로운 라오 생활을 영위하자.

이거 말머리탭 공략으로 올릴까


(추가)

댓글에 나온 것처럼 울 샴푸로 세탁기 모드 바꿔서 빨아도 됨.

아니, 오히려 그게 더 좋을 거임. 애초에 쓰라고 발전한 기술이니까.

특히 시간 없는 라붕이는 그 방법을 강추함.

근데 한 번 쯤은 손빨래로 해보는 걸 추천함. 생각보다 재밌음.

당장 울 샴푸 없으면 주방세제 쓰고, 있으면 울 샴푸 사서 쓰자. 원래 그러라고 있는 거니까.


(추가2)

잊어먹고 안 썼는데, 솜을 집어넣은 뒤에는 돌돌이라 하던가 그 먼지 떼는 거로

전체적으로, 특히 지퍼 주위를 쓸어주자

솜 넣는 구멍이 작은 편인데다 재질 특성상 솜 조각이 좀 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