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쓴 사령관_1화

매크로 쓴 사령관_2화

매크로 쓴 사령관_3화

매크로 쓴 사령관_4화


“미쳤어, 미쳤어! 죽으려면 혹자 곱게 죽을 것이지 왜 저희까지 끌어들여서 이 지경을 만들어요?!”


“아니,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잠깐만, 옷 늘어져 바닐라. 좀만 살살 잡아봐.”


진짜 몰랐다고! 그도 그럴 게 게임에서 등장하는 철충은 많아 봐야 9마리씩만 뭉쳐있었단 말이야.


“우하하하~! 이거나 먹어라~!!”


-펑! 쾅! 퍼엉!!


“으아앙~! 바보 하이에나, 계속 던질수록 몰려들잖아요!”


“그럼 내가 한 번에 터트려줄게~!”


도망치는 와중에도 수류탄을 날려대는 하이에나와 그 옆을 바짝 쫓아가는 알비스. 숨이 턱 끝까지 찬듯하나 손에 쥔 초코바만큼은 단단히 고정돼있다.


“좋은 수 없을까, 바닐라?!”


“진짜 머리에 총 맞았어요?! 누구 때문에 이러고 있는데-!!”


“아니, 나도 이럴 줄 몰랐다니까-!”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달리고 있지만 하나로 뭉쳐 해일처럼 몰려드는 철충 무리를 막을 방도가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다.


“방법이 있어요!”


“역시 바닐라야! 믿고 있었다고, 젠장-!”


“당장 멈추세요! 그리고 곧장 뒤를 향해 달려요!”


“…”


아니, 아무래도 그건 좀…


“난 찬성!”


우리 드라코는 여전히 한 마디가 많네.


***


“아하하하하! 뭐 하는 거야, 쟤들은. 히히히, 이럴 거면 내가 대신 갈 걸 그랬어.”


“하아…”


폐건물의 떨어진 지붕 옆에서 몸을 누인 워 울프는 어떻게든 자신을 모른 체하려는 발키리와 굳이 합류해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면으로 당당하게 들어가길래 기대했는데 이건 이거대로 만족이야, 하하!”


“그냥 못 본 척, 갈 수 있었잖아요…”


“뭐야, 아직도 그 소리야~?”


반가운 얼굴을 만났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쳐!


몇십 년 지기 친구마냥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깔깔거리는 워 울프가 오늘만큼 미운 적이 있던가.


“어차피 그쪽이나 나나 목적은 대충 같잖아? 그러니까 여기선 사이좋게 협력하자고~”


그리고-


다시금 운을 떼는 워 울프의 시선이 공장의 구석진 어둠을 응시한다.


“아무래도 나 혼자선 조금 힘들 것 같아서 말이야. 겸사겸사 서포트도 부탁할 겸?”


“…신원은 파악되셨나요?”


“몰?루”


죽일 듯이 노려보는 발키리의 안광마저 스무스하게 넘겨버리는 워 울프였다.


***


“우와… 저게 프레데터구나. 직접 보니 엄청 크네.”


한계가 닥쳐 포기하려 할 때쯤 운이 좋게도 갑자기 닌자가 나타났- 아니, 구원 철충이 등장했다.


“저저저, 저게 뭐야! 같은 편을 먹고 있잖아!”


“뭘 놀래, 젖스터. 너도 비슷한 거 맨날 우물거리잖아.”


“내 초코바는 철충이 아니야, 바보 하이에나! 그리고 젖스터라고 하지 마!”


하다못해 햄스터라 하라구!


…쟤들 은근히 사이좋네.


“그나저나 이래선 우리도 못 움직이겠는데.”


“못생긴 인간님이 가서 부탁해보면 안 돼?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어쩌면 말이 통할지 몰라.”


“미안, 드라코. 아마 그건 안될 것 같아. …그리고 혹시 모르지. 저래 봬도 쟤들 사이에선 미남일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 내가 사과하고 올게.”


홍련 엄마의 가정교육이 참 타고난 모양이네. 어쩜 이리 깨물어주고 싶을까. 콱 그냥.


“그런데 넌 아까부터 뭐하고 있어, 바닐라?”


“보면 몰라요? 무전 중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웅크린 뒷모습만 보고서 보면 모르냐니…”


“좀 닥쳐봐요. 중요한 순간이니까.”


힝-


“그런데 말이야-”


“또 젖스터라고 하기만 해봐요.”


“우리 뭔가 잊은 것 같지 않아?”


“…?”


서로를 바라보는 하이에나와 알비스의 머리 위로 무수한 물음표가 솟아난다.


***


“후우~ 겨우 따돌렸네.”


조그마한 컨테이너 박스의 뚜껑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토끼가 한 마리. 아니, 이프리트는 주변을 빠르게 살피더니 곧 안전을 확인하곤 조그만 몸을 끄집어낸다.


“내 포지션은 후방 지원이라고. 상의도 없이 전방에 서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손을 털며 신발을 고쳐 신은 이프리트가 투덜거린다.


“다행히 철충 놈들은 모두 그쪽으로 몰려갔나? 운이 좋네. 여기서 뻐기다 돌아오면- 아니지.”


이미 다 끝난 거 아냐?


골똘히 고민하던 이프리트는 자신의 뇌리에 박힌 인간님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조금은 희망이 보였다만…”


그게 끝이지.


어느 순간 함장실 안에 틀어박히더니 밖에서 아무리 불러봐도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투 지시만큼은 착실히 내려오니 안쪽의 상황이 짐작조차 가지 않는 상황.


“하-! 나 같은 말단이 고민해봤자 바뀌는 건 없지. 난 그냥 여기서 안전하게 기다리다가-”


“여기서 뭐 하는 건가, 병사?”


“에, 엣?!”


삐걱대며 돌아가는 고개.


이윽고.


“추,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