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의 빛 한줄기가 지하 곳곳을 비추자 빛줄기를 향해

그림자들이 모여들었다.

"좀 어떤가 워울프?"

"난 괜찮아. 운 좋게 경상이야. 아프긴 하지만 움직이는 데엔 문제 없어."

"혹시 모르니 모르핀이라도 놔 드릴까요?"

"됐어. 몸이 이러니 정신이라도 멀쩡해야지."

"좋아. 나도 페더도 큰 이상은 없다. 그럼 마저 이동하지."




"계속 구르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네. 어떻게 생각해 대장?"

"완전히 전쟁터 한복판에 들어온 신세지. 옛날 생각 나는군.

어쩌면 옛날보다 심할 지도.."

"대장님. 지금이라도 여길 빠져나가야 할 때 아닐까요? 구조팀을 부르죠."

"여기서 구조팀을 부르러 모래폭풍벽 밖으로 나가려면

13km는 다시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나갔다간 13km는 커녕

13m도 못가고 헬기에게 뒤지겠지. 지금으로선 니키와 다시 만나는게 최선책이다."

"니키? 080이랑 협력한다니 괜찮겠어?"

"다른 선택지가 없다. 33대대는 완전히 변절한 것을 봤잖나."

"대장 말이 맞아요. 완전히 통제불능에 막장이죠. 지금이라도 막아야 해요."

"그래그래..하지만 080을 믿는다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니키도 우릴 거기서 꺼내주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고 목숨을 걸었다.

그럼 우리도 거기에 콜을 해줘야지."

"마리는 어쩌고? 그 여자를 만나서 해결할 수 있던 거 아니었어?"

"그래. 하지만 그건 이제 우선사항이 아냐. 이젠 옳은 일을 해야할 때라고."

"저기. 제가 비추는 곳의 문이 나갈 수 있는 통로 같아요. 저기로 나가죠."

"알겠다. 이동하지."




다음 출구를 향해 복도와 복도, 방과 방 사이를 오가며 걸어가던 그 때

칸의 통신기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칸. 들려? 들리면 대답해."

"들린다. 니키인가?"

"맞아. 안 죽고 살아있다니 다행이네."

"우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두바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설명 가능한가?"

"지옥이 펼쳐지는 중이지. 두바이에 있는 생존자를 찾으러 왔는데..

두바이가 완전 박살이 나있더라고."

"그럼 그 민병대는 뭐지? 080이 훈련시켰다던데."

"이런 환경에서 민간 바이오로이드가 얼마나 버티겠어?

자기들 장비도 결국 못 쓰게 되었고 모래폭풍벽은 사람들을 가뒀고

결국 남은건 멸망 전의 인간들처럼

총을 쥐는 것 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았지."

"마리는 어떻지? 무언가 알아낸 거라도 있나?"

"유감스럽게도..없어. 하지만 살아있다면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겠지."

"그런가..알겠다. 현재 위치는?"

"곧 만나게 될..썅! 헬기가 온다! 다들 숨어!"

통신기 넘어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와 총성을 끝으로

통신기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게 되었다.

"니키! 니키!! 젠장..워울프, 페더!

저 유리창을 깨라! 직선 경로로 간다!"






깨어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오자 다시금 두바이의 강렬한 햇빛이 비추고

굉음과 함께 헬리콥터가 그녀들의 머리 위를 통과했다.

"저게 니키가 말한 헬기인가?"

"스틸라인 바이오로이드들이 탑승해있었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군."

"저기 좀 봐! 니키야!"


포화 속에서 민병대들을 소집해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니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33대대의 맹렬한 공격에 니키와 민병대는 자리를 사수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공격을 피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포위당할 것 같습니다. 당장 움직이ㅈ..!!"

그 순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33대대의 헬기가 몸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사각에서 날아온 미사일을 피하지 못한 헬기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추락해

건물에 충돌하자 헬기가 부딫히는 충격을 견디지 못한 건물이

화염에 휩싸여 무너져내려 민병대와 33대대가 뒤섞인 전장을 모래먼지로 뒤덮었다.

"상황 참 좆같군. 니키나 다른 민병대가 보이나?"

"먼지가 너무 심해져서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당장 내려간다. 그 포위망 속에서 무사하길 힘들테니까.

이미 부상당했을 확률도 있다."

니키가 있던 곳을 향해 나아가던 델타 포스는

파괴된 차량들로 가득한 도로에 발을 내딛었다.

바로 그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났다.





도로에 설치된 가로등마다

군복을 입은 바이오로이드의 시체가 매달려있는 처참한 광경이었다.

"씨발.."

"군복을 입고 있어요. 스틸라인 겁니다."

"33대대군. 080이 저지른 짓 같나?"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이미 080이 오기도 한참 전에 죽은 것 같아요."

"지랄. 지금은 민병대고 33대대고 080이고 뭐고 다 미쳤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데에 혈안이 되어서는

두바이는 시체 구덩이가 됐다고."


"저깄다!! 델타 포스 년들이 저기있다!!"

"제기랄! 전원 공격개시!"

개활지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33대대가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나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니키가 있는 곳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워울프! 페더! 이 악물고 계속 쏴!"

"젠장! 알았어!!"

"알겠습니다!!"

버려진 차량들과 부숴진 채 떨어진 이정표를 엄폐물 삼아

델타 포스는 계속해서 33대대를 해치워가며 전진을 이어나갔다.



사투를 이어나간 끝에 마지막 33대대가 무너진 모래 방벽으로 쏟아진 모래에 파묻히자

마침내 모든 총성이 멎었다. 하지만 총성이 멎자 노이즈가 흘러들어왔다.

누군가가 델타 포스에게 통신을 건 것이었다.

"이런이런. 목숨이 질기시네. 하지만 곧 돌아올테니 기대하라고."

"이 씨발년아 당장 33대대보고 총 좀 거두라고 하지? 니들이 이렇게 나오면

니들도 우리도 결국 아무도 못 돕는다고."

"누가 누굴보고 명령질이지? 지금은 내가 당신보다, 아니..

당신 상관인 칸보다 상급자일텐데?"

"오,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지도 기억 못할 정도로 미치진 않았나 보군?"

"그렇고 말고, 난 누구랑 다르게 내 할 일 정도는 똑바로 기억한다고.

다음에 보자고 델타 포스."

33대대를 이끄는 커넥터 유미의 통신을 신경질적으로 끊은 칸은

발길을 재촉했다.




총상을 입은 바이오로이드, 불에 그을린 바이오로이드.

모래속에 숨이 막혀 고통속에 죽어버린 바이오로이드.

수많은 시체들이 모래속에 파묻혀있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가도 가도 끝이 없구만..얼마나 더 죽어야 이 미친 짓이 끝날까?"

"폭풍이 떠나거나 모두가 죽지 않는 한 절대 멈추지 않을 거다.

한번 전쟁터의 광기에 미친 자는 두번다시 돌아오지 못하니까.."

"..이 냄새는 또 뭐죠? 시체 냄새는 아닌데..연료?"

"연료라니? 이 근처에 주유소라도 있다는 거야 뭐야?"

"두고보면 알겠지. 적어도 좋은 게 있진 않을 것 같군."

델타 포스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그 순간

강렬한 빛과 함께 수많은 무언가가 쏟아져 내렸다.



"이런 씨발.."

"백린탄이다! 저것들한테 닿지도 마라!"




33대대에서 쏘아올린 백린탄이 살아남아있던 민병대를 덮쳤던 것이다.

하얀 연막 속의 불길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구르는 민병대들.

그녀들의 옷은 물론이고 피부가 백린의 화염에 불타고 그을려 녹아내리는

끔찍한 지옥도였다.




"이런 물건까지 쓰다니..대체.."

"경고다. 33대대에서 다른 생존자에게 보내는 경고지..

'개기지 말라'고."

"다른 생존자라니?"

"우리. 그리고 아직도 살아있을 모든 생존자들..

33대대는 완전히 광기에 휩싸였다. 모조리 죽일 각오도 했겠지.

조용. 전방에 적군이다. 다들 숨어라."

백린탄의 연막 속에서 걸어나온 무리는 스틸라인의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그녀들은 피부가 불에 타고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민병대를 가차없이 짓밟고 총을 쏴 확인사살을 집행하기 시작했다.

"이건 좀 과격한 것 같은데? 안그래 노움?"

"뭐 어때요. 명령을 내리면 그냥 따를 뿐이지.

이제 비명 소리도 안나니 조용하고 좋잖아요."

"그러게나 말이다. 뭐 애초에 내가 쏜 포탄이었지만.

빨리 다 처리하고 복귀하자고."

"알겠슴다. 그건 그렇고 니키를 생포하면 그 다음은 어쩐답니까?

탑으로 끌고가는 검까?"

"글쎄요. 저희가 알 길은 없겠죠. 어서 처리하고 복귀나 하죠."


훈련에서 빠지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쓰던 이프리트

이프리트와 함께 놀기나 하며 사고만 일으키는 트러블메이커 브라우니

그런 둘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피가 이어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하던

레프리콘과 노움..하지만 그런 그녀들은 여기엔 없었다.

그저 그녀들이 과거에 보았던 전쟁터 속에서 화약 냄새와

시체 냄새에 찌든채 적군을 살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던 스틸라인의 모습이었다.

그녀들은 델타 포스가 그림자 속에서 숨을 죽이고 지나간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델타 포스와 엇갈려 서로 멀어져갔다.

델타 포스는 그녀들의 눈을 피해 앞으로 전진해

건물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빠져나오자 아주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겨우 그정도의 인원으로 관문을 공격한다니..드디어 미친 건가?

두바이에 질려버려 자살 행위라도 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겠지.

너희들 080이 하는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지.

그저 우리의 눈을 돌리기 위한 눈속임. 그게 진짜 목적이지.

여기 두바이에 같이 들어온 그 에이미 년을 지키려고 말야. 어디에 있는지 말해."

부상을 당해 피투성이가 된 니키를 생포한

레드후드가 그녀를 심문하고 있었다.



"...."

"입을 다물겠다? 그럴 줄 알고 손님을 준비했지. 끌고 와라."

레드후드의 손짓에 노움과 레프리콘이 머리에 보자기를 뒤집어 쓴 채

비명을 지르는 바이오로이드를 강제로 끌어 움직였다.




"뭐야 썅?! 니키가 저깄어. 명령만 내리면 바로 저 자식들 머리에 총알을 박을 수 있어!"

"그렇다고 지금 쏘면 저 피난민들을 바로 보복해서 죽여버릴 거예요!"

"둘다 조용. 조금만 더 지켜봐도 늦지 않는다.."


바로 그 순간 레드후드가 입을 떼었다.

"시작해라."




머리에 씌웠던 보자기를 벗기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피난민 바이오로이드인

다크엘븐이었다.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힌 그녀는 노움의 힘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엎드려있었고 레프리콘이 그녀의 머리 옆에만 총격을 퍼부어 모래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씨발..샌드보딩이잖아..! 레드후드..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내겠다는 건가.."

"이런 씨발..! 그냥 쏴버릴 거야!"

"명령을 기다려라 워울프."


"으흐으윽..! 으흑...! 어헉!!"

총격의 공포로 벌벌 떠는 몸과 총격으로 인해 체내로 날아들어온 모래에

공포에 질린 다크엘븐이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숨이 막히는 소리만 내며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고 표정은 죽음의 공포에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네 역할은 끝났다."

레드후드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아무런 거리낌없이 방아쇠를 당겨

다크엘븐을 처형해버렸다.

"레프리콘, 남은 것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라."

"알겠습니다."

"아직도 입을 다물건가 니키 트레이시?

네년이 계속 닥치고 있어봤자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텐데?"



"오히려 갈수록 최악의 길로 접어들겠지.

너 같은 년이 오지만 않았어도 이 정도의 지옥은 펼쳐지지도 않았다.

너희들이 겪은 일은 모래폭풍 속에 갇혔던 우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절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겠지!

우린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 왔다.

너희가 이 도시를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진 않겠다.

에이미 그년이 어딨는지 당장 말해!"



"대장님. 이쪽에 적들의 눈을 피해서 내려갈 길이 있어요. 이 길을 통해서 가면

피난민들이 있는 곳으로 숨어들어갈 수 있어요."

"대장. 지금이 기회야. 당장 명령을 내려줘. 지금 저것들을 처리해야 니키를 구할 수 있어.

완전히 시야도 탁트였고 빗나갈 일도 절대 없어."

"민간인들은 어쩌고요? 죽게 놔둘 순 없어요!"

"그럼 니키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게 니키때문인데!"

""대장. 부디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빌어먹을..그래 알았다..명령을 내리지.."

칸을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이는 워울프와 탈론페더를 보고

칸은 고개를 들어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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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동안에 연재 못하다가

불 꺼지고 집터만 남은 동안에 커오메 사진만 찍다보니 이거 연재는 까먹었더라

솔직히 이왕 불탄거 그냥 연중 박을까 생각했었음

이제 다음부터 진짜 본편이네


메이드 스틸라인 짤 단체+개인샷은 다 끝냈고

이제 드래곤메이드 마/함 구도 패러디만 찍으면 끝남

이번주 안에는 올리겠지 아마.


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챕터5[끝자락]

챕터6[구덩이]

챕터7[전투]

챕터8[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