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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루메, 불렀어?"
"장롱을 정리하다 이 옷을 발견했다.
간만에 한 번 입어보았는데,
시를 한 편 읊어주고 싶은 마음이라 불렀다."
"오, 시 좋지."
"긴 괴로움의 끝.
영겁의 시간을 거스르고
세월을 초월해.
그대에게 닿았네.
이제는 말하리.
영원히 그대 품속에 있고 싶노라는.
나의 진심을."
'후후. 이 정도면 감동해서 발기하겠지.'
"....."
"......?"
"아, 끝난 거야?"
"그.. 그렇다."
'이상하다? 반응이 왜...?
분명 가슴이 두근두근했을 텐데.'
"어 음...."
'아니 뜬금없이 불러서 저러면
대체 뭐라고 반응을 해줘야 하나.
뭐라도 분위기를 좀 만들어두고 해주지.
시 자체는 좋았는데.'
"....무엇이라도 말을 하거라."
"....심오한 시네.
영원히 그대 품속에 있고 싶노라는.
라는 구절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뭐 때문에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기 전에는 임에게 진심을 말하지 못했던 걸 후회하다가.
다시 재회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진심을 고백하고
사랑을 이루었다는, 그런 내용 같았어."
"맞노라....."
'조졌다. 정답을 맞췄다는데도 반응이 안 좋아!!'
'저런 분석적인 반응을 원한 것이 아니거늘... 으음...'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안 그래도 마음 여린 여운데
여기서 제대로 반응을 못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뭐라고 말을 해야 진심이 전해질지...'
'여기서 뭘 더 해야 하지? 누구든 정답을 알려줘!!'
"여기 있었군요. 일도 안하고 무엇을...."
"저기 그...."
"그게 그...."
'.....뭘 하는 거지?'
'핫!! 앨리스다!!'
'제발 이 분위기를 어떻게 좀 해줘!!!'
그가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
"후..... 좋아요. 한 번만 도와드리죠. 불쌍하니."
'자.. 주인님. 제 뜻이 전해졌나요.
가볍고 진한 키스를 하면서 분위기를 달구는 것이랍니다!'
'고마워!! 완벽히 이해했어!!!'
"저기. 그대여.... 소첩과... 함께....
"섹스할래?"
'저런 븅....'
"....!"
'드, 드디어 전해졌구나!!!'
"조... 좋다...."
"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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