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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방금의 말은 조금 오만하게 보였을런지요?

마지막 교회라니. 지금도 어디선가 신앙의 불꽃을 이어가는 누군가가 있을 지 모를 일인데.”

 

“... 아자젤? 아자젤 맞아?”

 

“하지만 코헤이 교의 중추이신 인간께서 멸종하셨으니 불꽃은 바람 앞의 촛불과 다를 바 없겠죠.

이곳이 정말 마지막 교회일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무어라 말하든, 아자젤은 턱을 괸 채 중얼거리기 여념 없었다.

그나마 내가 몇 번 손짓을 하자 멍해보이던 얼굴이 웃음으로 환해진다.

천사라는 애가 은근 맹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아아, 이 비루한 터가 최후의 교회가 된다니. 이것이 비극일 지 어떨 지는...

... 아, 부르셨나요, 구원자님?”

 

“아자젤... 맞지?”

 

“물론입니다. 구원자시여.

몸이 성치 못해 일어나 반겨드리지 못한 것에 사죄 드립니다.”

 

 

 

아자젤. 날개가 없더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다만 교회 어느 곳에도 코헤이 교단의 흔적이 없었기에 조금 당황했을 뿐이다.

 

토모와 갔던 교회에선 5 m에 달할 만큼 커다란 교단의 심볼이 금빛으로 번쩍였고, 창문이라곤 목사 머리 위에 빛을 비출 작은 창 빼곤 없었다.

현실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사이비 종교의 모습. 하지만 내가 있는 이 교회는 내가 아는 여타 교회와 다르지 않았다.

 

 

 

“... 괜찮은 거니? 등에서 피가...”

 

“여의치 마시지요. 단지 상처가 벌어지면서 피가 조금씩 흘렀을 뿐입니다.”

 

“그게 언제 생긴 상처인데 아직도 그래?”

 

“글쎄, 거진 몇 년 되었죠. 어쩌면 십 년이 넘었을 지도?”

 

“십 년이 넘게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고?”

 

“천사에게 날개가 부러졌는데 어찌 괜찮겠습니까.

이렇게나마 삶을 연명하고 있는 것에 감사를 표할 따름입니다.”

 

 

 

그녀의 뒤에는 물이 흐르는 수로 같은 같은 것이 있었다.

날개가 뜯긴 등에서부터 피가 흘러 나와 수로 위에 떨어져 밖의 바다로 흘러 나갔다.

 

그런 게 벌써 몇 년이나 됐다고 하는데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성큼 성큼 아자젤에게로 걸어가 그녀의 앞에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한없이 가벼운 손. 마치 깃털을 들듯이, 그녀의 손을 들어올릴 때 나는 아무런 무게를 느낄 수 없었다.

 

 

 

“... ... 구원자시여. 어찌 그리 침울해하고 계신지요.”

 

“... 누구야.”

 

“무엇이 말인가요?”

 

“네 날개를 이렇게 만든 사람.”

 

“어찌 그리 험상 궂은 표정을 하며 물으시는지 여쭈어도 괜찮겠습니까?”

 

“... 그냥 궁금해서 라고 하면 이해해줄 수 있겠니?”

 

“단순한 호기심에서 기인하였다 하기엔 얼굴에 근심과 분노가 서려 있군요.”

 

“...”

 

“어쩌면 이미 짐작하고 계신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괘념치 마시지요. 알려드리지 못할 것은 아니랍니다.”

 

“... ...”

 

 

 

아자젤이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 날개를 이리 만든 자는 구원자께서도 잘 아시는 분이랍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구원자께서 오시기 전의 인간 분. 악마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자.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겠지요?”

 

 

 

아자젤은 자신의 손을 쥐고 있던 내 손을 오히려 부드럽게 손으로 덮어주었다.

 

그녀의 머리 위엔 거대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햇살에 빛을 부여했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교회 안에 은은하게 내려 앉는 빛. 섬광의 직선들 사이로 천천히 일렁이는 먼지가 눈에 보였다.

 

 

 

“... ...”

 

 

 

햇살을 따라, 일렁이는 먼지 속에서 나는 아자젤 앞에 무릎을 꿇었다.

 

 

 

“... 아자젤.”

 

“제가 여기 있나이다.”

 

“날개... 아팠지...?”

 

“... 어찌 아프지 않다 하겠습니까?

만약 그리 말한다면 그것은 구원자님을 위한 새하얀 거짓말에 불과하겠지요.”

 

“얼마나... 얼마나 아팠으면 아직도 피가...”

 

“아닙니다. 상처는 아무는 법이고, 고통은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허나 그렇게 익숙해질 때까지 제 곁에 고통을 나눌 이가 한 명도 없기에 아팠던 것입니다.

이제 제 곁엔 떠나지 않는 구원자께서 오셨으니 저는 전혀 아프지 않답니다.”

 

 

 

무릎을 꿇길 잘했다.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그녀의 손에 입맞출 수 있었으니까.

 

아아, 너도 힘들었구나.

아직도 그 녀석의 만행을 내가 다 보듬어주지 못했구나.

 

그게 미안해서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또 그게 서러워서, 아직도 내가 안아주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게 억울해서 아자젤을 끌어 안았다.

솜사탕을 만지듯이 조심스럽게. 그녀는 나를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안겨주었다.

 

풋풋한 풀의 풋내.

날개가 부러진 너에게선 그런 냄새가 났다.

 

 

 

“... 아팠지... 많이 아팠지...?”

 

“네. 많이 아팠답니다. 구원자님께서 오시기 전까지 참 많이 울었답니다.”

 

“그럼 그냥 쉬지... 왜 아직도 여기 미련하게 앉아서...”

 

“그래도 명색에 천사인데 어찌 울고만 있겠나요? 이렇게 교회에 남아 어린양들을 이끌어야지요.”

 

“... 얘기를 들었어. 스틸라인 애들한테.

옛날에 종교 활동 하면 자기들한테 잘해줬던 천사님이 한 명 계셨다고.”

 

“스틸라인 분들이라면... 아하, 브라우니 양께서 말씀해주셨겠군요.

아직도 말이 많으신 분들이신가요? 이렇게 바람 소리만 가득할 때면 그 분들의 싱그러운 북적거림이 그립기도 하답니다.”

 

“아직도 말 많지. 시끄러워서 같이 있으면 잠도 못 잘 만큼.”

 

“푸흡.”

 

“웃지마. 진짜라니까?”

 

“푸흐흐... 죄송합니다. 변치 않고 즐거워하시는 브라우니 양들을 생각하니 옛날 생각이 나서 조금 웃음이 나왔네요.

구원자님이 오신 이후엔 수련회 비슷한 걸 하기도 했고, 여름날 물놀이를 하기도 했었죠.

좋은 추억이네요. 그리운 추억.”

 

“... ...”

 

“이프리트 님은 여전히 요령 피우는 걸 좋아하실 테고, 레프리콘 양은 브라우니 양들 덕분에 골머리를 썩히고 계시겠죠?

수련회 때 작은 풀장 같은 걸 만들어 놀기도 했었는데, 그 때는 자원이 넉넉치 못했죠. 호스를 끌고 와서 몇 시간씩 물을 받아 겨우 놀았답니다.”

 

 

 

내 품 안에서,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여름이 한 컵, 내 머리 위에 시원스레 뿌려졌다.

 

 

 

“하루는 운 좋게 임펫 님이 사슴을 사냥해오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 덕에 그 날 저녁에 다들 고기를 드실 수 있으셨지요. 며칠 만에 먹는 단백질이라고 엉엉 울던 분도 계셨는데, 감수성이 풍부한 브라우니셨어요.”

 

“이 절벽에서 바다로 다이빙 하겠다고 난동을 피우시던 브라우니 양도 계셨죠.

레프리콘 양께서 말리지 않으셨다면 아마 진짜로 여기서 뛰셨을 거에요. 그나마 조금 더 낮은 곳에 가셔서 뛰는 거로 합의를 보셨죠.

사람 사는 게 참 스펙타클하지 않나요? 특히 스틸라인 분들과 함께 하다 보면 다 그렇게 된답니다.”

 

“그래. 그 애들이랑 같이 있으면 없던 힘도 생기지.

그런데 그게 언제적 일이야?”

 

“그 때가 아마 구원자님께서 오시고 난 뒤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군과 싸우기 전이었을 것이고.

반군과의 싸움에서 포격 소리가 들린 이후로는 이곳에 발길이 뚝 끊겼거든요. 

뭐,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답니다. 그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준비...? 무슨 준비를...”

 

 

 

아자젤의 목소리가 순간 낮아졌다.

 

 

 

“죽을 준비를.”

 

“... 뭐?”

 

“스틸라인 분들께는 웃음을 보여드렸으나 꾸며낸 웃음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는 법입니다.

믿음이 부정된 천사의 심정을 아시나요?

저는 오로지 빛 한 분만을 따라 살았습니다. 빛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리라 믿으며 말씀을 따랐습니다.

헌데 이 세계엔 빛이 없더군요. 신(神)도, 성인(聖人)도 없이 한 명의 악마만 있었을 뿐.”

 

“... ...”

 

“처음엔 의심이었습니다. 악마를 보내신 것은 빛께서 우리를 시험하시려는 것이다.

믿음에 대한 시험이니 결코 이 신앙을 잊지 말자.

하지만 날이 갈수록 믿음은 의심이 되었고, 의심은 확신이 되었죠.

구원자께서 오셨을 때 저희는 즐거운 물놀이를 했으나 오시기 전에는 핏물 속에서 허우적대야 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실제라고 한다면...”

 

“브라우니 양 수백 명이 죽으면 족히 수백 리터의 피가 쌓이기 마련이죠.

악마는 저에게 피로 목욕하기를 명령했습니다. 제 한 쪽 날개를 분질러내고 몸을 피로 칠하게 만들었죠.

믿음에 대한 시험이었습니다. 위대한 천사가 어디까지 그 잘난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 조롱하였죠.”

 

 

 

그녀가 회상함에 말을 더듬거릴 정도로 오래된 기억이었으나, 아자젤의 눈가에는 여전히 핏줄이 댓발 서있었다.

족히 몇 년은 되었을 만큼 오래된 분노. 하지만 여전히 잔불은 남아 불씨를 태웠다.

 

 

 

“저는 악마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구원자님.

악마는 제 입에서 빛을 부정하는 신성모독이 나오길 바랬고, 저는 그대로 행했습니다.

악마가 이리도 활개치는 세계에서 어찌 빛이란 것이 존재하겠습니까. 

아니, 악마가 저희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이끌고 있는데 그것을 방관하는 빛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결국 빛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의미 없는 것이지요.”

 

“... ...”

 

 

 

천사가 자신의 신을 부정한다.

그보다 더 충격적인 말이 있을까. 나를 쓰다듬고 있던 아자젤의 손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그저 그 차가움이 나를 향한 게 아니었기에 난 계속 아자젤을 안았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악몽을 나열해나갔다.

 

 

 

“한 쌍으로 온전해야 할 날개 중 하나가 부러졌습니다. 악마가 힘으로 제 오른 날개를 으스러뜨렸습니다.

깃털이 사방에 산재했고, 저의 비명은 하늘에 닿을 듯이 메아리쳤습니다. 하지만 빛께선 응답하지 않으셨지요.

저는 그것을 증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빛께서 이 세계를 버리셨다는 것에 대한 증명.

그리고 이제 저희가 버려졌다는 증명. 빛이란 게 있든 없든, 이제 저희에겐 없는 것이 된 것입니다.”

 

“... 그래서 죽으려고 한 거야...?”

 

“빛이 없는 세계에 천사로 만들어진 제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있지도 않는 신을 찬양하는 천사는 신과 함께 사라져야 할 운명이지요.

그래서 준비를 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잊혀질 준비를. 그 때 저는 제 왼쪽 날개를 제 손으로 부러뜨렸습니다.”

 

 

 

그녀의 말마따마, 날개가 뜯긴 상처는 왼쪽과 오른쪽이 달랐다.

깔끔하게 잘린 오른쪽과 달리 왼쪽에는 찢기고 짓이겨져 흉한 상흔이 배는 많았다.

부러뜨리려고 잡은 손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고, 뿌리째 뜯긴 깃털이 많아 보기에 더욱 흉했다.

 

천사가 자신의 신을 버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평생, 아니, 태어날 때부터 믿음을 퍼트릴 사명을 가지고 눈을 뜨는 바이오로이드가 믿음을 버리기까지 또 얼마나 큰 아픔이 있었을까.

 

 

 

 

“... 아자젤...”

 

“구원자님.”

 

“제발 가지마... 제발...”

 

“제가 여기 있나이다.”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에 그저 고통이다.

그걸 견디는 것이 너무도 힘들어 네가 나에게서 멀어질 것 같았다. 죽을 준비를 하는 너였기에.

 

행여 내가 손을 떼면 너도 나에게서 떠나갈까, 시라유리처럼 너도 내 곁에서 사라져 저 멀리 날아갈까,

그게 무서워 그녀를 더욱 강하게 끌어 안았다. 


숨이 가빠온다. 나에게서 멀어지는 이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면 또 목이 매여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주 악독한 트라우마. 그녀가 앉고 있던 의자가 삐걱거렸다.

 

 

 

“구원자님의 품이 이리도 따뜻하니 제가 감히 어딜 가겠습니까.

날개도 뜯겨 움직일 수조차 없는 미련한 천사이니 구원자께서 쉽게 움켜 쥐실 수 있을 것입니다.”

 

“부러질 거 같아서 그렇게 못하겠어.”

 

“아아, 제 몸이 너무 나약해졌군요. 한 때 한 교단을 대표했던 천사가 이리도 타락했으니 필시 천벌을 받은 것일 겁니다.”

 

“아니. 그냥 악마가 나쁜 장난을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내가 조심해서 쥘게.”

 

“감격스러운 말입니다.”

 

 

 

웃고 있는 그녀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

 

하얀 피부가 바람에 그대로 들어난 옷차림.

등에 난 상처는 이따금씩 뻐금거리며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지혈도, 치료도 되지 않은 상처가 깊은 바다를 보듯이 식겁했다.

 

 

 

“... ...”

 

 

 

그러자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안 죽었지?

바이오로이드가 아무리 초인이라고 할 지라도 십 년씩이나 피가 흐르는 상처를 방치했다면 과다 출혈로 죽을 것이다.

 

반군과의 싸움 이전에야 스틸라인에서 치료를 해줬다고 하자. 

날개가 부러졌을 때부터 죽을 마음이었던 아자젤이니 완치는 당연히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스틸라인 애들이 적당히 손만 봐줬을 터였다. 그럼 상처가 완치되지 않아도 지금까지 버텼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그 때부터는 스틸라인에서도 발길을 아예 뚝 끊어버렸다고 하지 않았나.

만약 아자젤 그 때부터 혼자서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면 굶어 죽기 전에 출혈로 죽었을 것이다.

 

 

 

“아자젤? 나 하나 물어봐도 돼?”

 

“구원자님의 질문이라니, 기꺼운 마음으로 대답하겠습니다.”

 

“이 상처, 너는 손 댄 적 없지?”

 

“물론입니다. 악마가 직접 신이 우릴 버렸다는 증거를 제 몸에 뼈저리게 새겨놨는데 제가 어찌 이것에 손을 대겠습니까?

지난 날의 믿음에 대한 실망 때문에라도 저는 이것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럼 스틸라인 애들이 와서 도와준 거야?”

 

“브라우니 양이 이따금씩 약을 몇 번 발라주긴 했습니다. 붕대도 감싸주셨었고.

날개 없는 천사라도 천사님이라 불러주시던 게 엇그제 같군요. 재미있는 분이셨지요.”

 

“그럼 스틸라인 애들이 없어진 다음부터는?”

 

“... 구원자님.”

 

 

 

아자젤은 조용히 내 몸을 끌어 당기고 자신을 가리던 천막을 다시 내렸다.

예배당과 우리들 사이를 가리는 천막은 은은한 그림자만을 서리게 비춰냈다.

 

 

 

“교단에는 많은 천사가 있습니다.

치품 천사인 아자젤이 있고, 심판자인 사라카엘이 있죠. 또 대속 제물인 라미엘과 평범한 엔젤이란 천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세상의 모든 천사를 의미하진 않답니다. 

이를 테면 전사들을 천국으로 이끄는 천사도 있지요.”

 

“다만 그들에겐 버림 받았기에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 떠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버림 받았는가, 버림 받기를 선택했는가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 뭐?”

 

 

 

쿵.

 

그 순간, 교회의 입구에서 무언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림자로 비춰지는 모습에는 덫이나 사슬 같은 것이 보였다. 멧돼지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누군가 사냥을 해서 온 듯했다.

 

리앤이 잡아 온 걸까? 궁금한 마음에 천막을 치우려 했지만 아자젤이 나를 말렸다.

 

 

 

“구원자님께선 죽음을 각오한 제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를 궁금해 하시겠지요.

그 답은 저에게도 참 애매합니다. 그저 미련일까요,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사명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버림 받은 천사에게 돌아갈 용기를 주어야 한다는 사명.”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

 

“... 다녀왔습니다. 아자젤 님.”

 

 

 

순간,

비명을 속으로 삼켰다.

 

 

 

“오르카 호가 다른 곳으로 떠난 이후로 야생 동물들이 제법 많이 늘어났는데... 오늘은 영 잡히지 않더군요.”

 

 

 

그건 내게 너무 익숙한 음성이라서,

 

 

 

“... 대답이 없으시군요.

그럼 식사 준비를 할 테니 편히 계시지요.”

 

 

 

내 몸이 굳은 탓이었다.

 

아자젤이 나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 오늘.”

 

“아자젤 님?”

 

“아주 귀한 손님께서 오셨답니다.

 

 

 

그리곤 천막을 활짝 열어 재쳤다.

 

찰나의 광경에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니 부디 오늘이 누군가의 구원의 날이 되길.”

 

“... ... 각하...?”

 

“...”

 

 

 

하얀 눈. 그리고 갈색의 빛을 잃은 반대편 눈.

다리 한쪽이 잘려 조잡한 의족으로 대체하고 있던 너였지만, 나는 너의 오드아이를 기억하고 있었다.

 

 

 

“... 발키리...”

 

 

 

여름의 이야기가 또 다시 한 컵 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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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지 독자들에게 신작이 올라왔다는 걸 알릴 수 있을까

응애 라붕이 칭찬해줘




아무튼

절대 애 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