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주제와 맞지 않는 작품 선정으로 인해 출품이 취소된 작품입니다. 더이상의 후속편은 나오지 않습니다.


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48367757




그녀에게 있는 것은 별거 아니였다. 사람의 몸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총알도 아니였고, 난도질 할 수 있는 칼날도 아니였다. 그저, 은빛으로 빛나는, 아니 이제는 빛도나지 않는 낡은 국자가 브라우니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 거주지에 살고 있는 모두가 그 국자를 원하였다. 그 커다라고 길쭉한 손잡이와, 한번 퍼내면 1인분 량의 죽이나 밥이 퍼지는 그런 국자 말이다. 부라우니는 그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국자는 사람을 위해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젠 아닐 것 같다. 자신을 만든 신에게서 새로운 명령을 받았으니 말이다.


배식은 자유이며, 특수한 사람은 선별해서 보내라. 그것이 앙헬이 보낸 계시였다. 브라우니는 그 목소리를 듣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더이상 인간에게 휘둘려지며 도구취급을 받는 것이 아닌, 그 국자를 통해서 인간과 같은 동등상에 서있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인간에게 휘둘려지며 상처받는 대신, 그들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국자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의 밥을 강자들이 차지하고는 남은건 버려지는 그런 상황은 다시는 안생길 것만 같았다.


브라우니는 앙헬의 통화를 받은 이후부터, 브라우니는 다시 평소대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부대에서 제공하는 맛있는 음식을 후딱 먹어치우고는, 주방에서 일부러 양을 채우기 위해 쓰레기들을 잔뜩 넣은 음식통을 받은 후에 곧장 배식장소로 향했다. 약간 달랐던 것이라면 총을 든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이 배식 바이오로이드들과 함께 이동한 것 뿐이였다.


그곳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는 사람들을 마주했다. 항상 밥그릇을 들고 노인과 다른 약자들을 후려패며 제일 먼저 줄에 서있던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브라우니에게 대들다 모든 이가 하룻동안 밥을 못먹었던 적이 있었고, 브라우니 또한 어제 줄에 서있던 다른 남자들에게 둘러쌓여 쳐맞던 그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으니, 오늘 하루쯤은 아파서 못나오겠거니 하였다.


잡생각을 집어치우고, 브라우니는 평소 하던데로 배식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오늘부터 같이온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주눅들어 행패를 부리는 행동은 자제하는듯 하였다. 브라우니는 마침내 고요한 정적 속에서 음식을 배부해줄 수 있었다. 브라우니의 엄포 또한 그들을 잠재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부터 나한테 욕을 하거나, 무례하게 굴면서 ‘인간 답지도 않은 짓’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순간부터 배식 중단할검다. 아시겠슴까?!”


그녀의 당부로 인해 더이상 배식장소에서는 말소리 하나 나오질 않았다. 대신, 사람들이 차분히 줄을 서서는 음식을 받아갔다. 한사람당 한 국자씩, 정당한 배분량이 주어지면서, 사람들은 동등한 량의 죽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누군가는 쓰레기가 죽의 대부분이라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브라우니는 그런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수십분 후, 배식은 훨씬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끝이 났다. 남은 한 사람인 그가 받을 정도의 양만이 음식통에 남아 찰랑거리고 있었다. 쓰레기들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겼지만, 그래도 쌀과 국물은 조금 있었으니 음식이라고는 할만한 것 같다.


“...”


브라우니는 남은 음식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역시나 그 생각이 났지만, 감정은 오묘했다. 그때, 나무 막대기가 껄쩍이며 누군가가 헐레벌떡 달려오기 시작했다. 브라우니는 그런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눈을 잔뜩 찡그리고는 초점을 맞추어봤다. 다리는 붕대인지 아니면 그냥 찢어진 옷인지 모르는 걸로 묶여져 있었고, 노인들이 쓰는 지팡이를 목발처럼 쓰면서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조금 시간이 지나 그의 눈 한쪽 눈이 부르텄지만, 브라우니는 그가 전에는 떵떵거리며 음식을 첫번째로 받는 이인 것을 알아차렸다.


지팡이를 지며 이리저리 휘청이던 그였지만, 그의 한쪽 손에는 밥그릇을 꽈악 붙잡고는 절대 놓치지 않을 기세로 빠르게 그녀를 향해 어그적어그적 걸어왔다. 그녀의 눈앞에 선 그는 밥그릇을 큰소리로 떨구었다.


‘쨍그랑!’


요새는 그릇 만드는 기술도 좋아져서, 그가 아무리 힘차게 그릇을 후려쳐도, 그 그릇은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채로 우뚝 그 책상 위에 서있었다. 그러나, 배식 시간 내내 무표정이였던 브라우니는 눈이 일그러지며 얼굴의 평온을 잃게 되었다.


“지금 뭐하자는 검까?”


“너이 씨발년아, 니가 아가리 좆같이 털어서 내 몸이 이렇게 됬어, 응?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못해친다면서, 아가리 좆같이 털어서 다른사람 이용해가지고 날 두들겨 패? 영악한 년, 넌 이제 좆됐어. 내가 당신 회사에 컴플레인 걸거야, 영악한 새끼 하나가 인간을 반죽여 놨다고!”


남자는 성이 가득난 채로 브라우니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브라우니는 천천히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서 그녀의 얼굴은 다시 풀어졌고, 깊은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천천히 얼굴을 활짝폈다.


“후우우…”


“어쭈, 바이오로이드 주제에 짜증은 낸다는거지? 좆같은 년, 넌 내가 무조건 조질거야 이 개씨발년아… 응?”


“...그렇게 화 내면서도 밥은 받고싶으신 겁니까?”


“그럼 씨발 굶어 죽으랴? 얼른 쳐 담기나해. 몸 괜찮아지면 니년부터 죽여버릴거니까.”


“...ㅋ…키킥!”


“...? 뭘 쳐 쪼개고 있어? 담으라니까?”


“...주세요~”


“...?”


“‘주세요~’ 해보세요. 그럼 제가 한번 생각해보지 말임다.”


“이 씨발년이!”


남자는 브라우니의 행동에 화가 잔뜩 나서는 밥그릇을 내려놓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역시나 브라우니가 공격당할 것 같은 낌새가 보이자, 뒤에있던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이 남자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배식 담당 바이오로이드를 공격하시 마십쇼! 손상을 입힐시 발포 가능합니다!”


“...머리에 구멍뚫리기 싫으면 그 손 내려놓지 말임다?”


“...영악한 년…”


남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분하지만 그가 들어올린 주먹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한번 해보시지 말임다?”


“...이새끼가 뭘 믿고 이렇게 깝치는거지? 본사에 민원 넣으면 어떻게 될지 알기는 해? 너같은년 바로 해체해서 다른 바이오로이드들 먹이로 던져. 좋은말 할때 밥 주고 꺼져라… 응?”


“그건 주세요가 아니지 말임다?”


“...씨이발…”


“민원 넣기전에 굶어 죽으실텐데, 안하실검까?”


“...ㅈ…”


“...?”


“ㅈ, 주…세요…”


“...풉!”


남자가 비굴하게 밥그릇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고개는 푹 숙이고, 울분이 가득찬 채로 목소리에는 떨림이 가득했다. 절대로 꺾이지 않을 것 같던 남자의 기가 브라우니 앞에서 작살이 나버렸다. 브라우니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웃겼다. 처음에는 인간이라며 떠들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명령에 따라 ‘주세요’라며 아양을 떠는 것이 너무나도 웃겼다. 입안에서 실소를 참지 못했다.


“푸하하하하하! 하라고 진짜 하는 검까? 진짜?!”


“아가리 닥치고 내놓기나해!”


남자는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더이상 잃을게 없는 것처럼 남자는 배식장소가 떠나갈 정도의 큰소리로 브라우니에게 윽박질렀다. 브라우니는 만족했다. 이미 얻을 걸 얻었다. 처음에는 맨날 욕이나 박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던 게, 이제는 제발 밥좀 달라면서 빌빌거리는 모습을 자기가 직접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우니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그렇게 큰 고통을 주면서 개지랄을 떨던 그였기에, 절대로 그에게 밥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브라우니는 바이오로이드였다.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에게 봉사해야하며, 명령을 들어야한다. 입과 입으로 한 계약이긴 하지만, 브라우니는 그 남자와 ‘주세요를 하면 밥을 준다’라는 구두계약을 했기에, 그녀는 무조건 밥을 건내주어야 했다. 기분이 나쁘더라도, 계약이라는 명령은 어찌 바꿀 수가 없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우니는 영악했다. 사실 그렇게 영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에 자신의 탈주로 인해 그자를 다른 사람들이 두들겨 패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 쪽 머리를 터득한 듯 하였다. 그녀는 잠시 국자를 뜨고는 그 자리에서 머뭇거렸고 무슨 꿍꿍이인지 입술을 낼름거린 다음 씨익 웃어보였다.


음식통 안으로 국자를 집어넣고, 마지막 남은 음식 찌꺼기를 모으고 모아, 국자가 찰랑거릴정도로 가득 채운 음식을 남자가 볼 수 있도록 음식통에서 꺼냈다.


그러곤 그 음식을 바닥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


“밥을 당신한테 달라했지, 당신 밥그릇에 담으라는 말은 없었잖슴까? 드실려면 바닥에 있는거 쳐햝으시던지, 알아서 드시지 말임다.”


“너 이새끼!”


‘탕!’


“커흑!”


남자가 밥그릇을 들고서, 그녀에게 후려던질려는 순간, 뒤에 있던 군용 바이오로이드의 총구가 먼저 반응하였다. 브라우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팡이를 짚고 있던 팔에 총알을 맞고 그자리에 주저앉으려는 남자를 그녀가 반대팔을 잡아끈채 그자리에서 앞에 있는 테이블로 내렸다.


현장은 매우 조용해졌다. 배식받을 인원은 이미 빠져나왔고. 함께 나왔던 브라우니들 또한 이제부터는 다른 곳에 배정받아 그녀와 함께 배식을 하러 나오지 않았다.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이 총기를 점검하고, 남성의 굵은 숨소리가 들리는 것밖에 없었다. 브라우니는 흥분한듯 헐떡이는 소리와 함께 그의 귀에 목소리를 흘러넣었다.


“어디서 나보다도 못살고 좆같이 하는 새끼가 인간취급을 받을려고해…? 명심해… 이제부터 니들 밥은 내가 책임지고, 나는 니들을 인간으로 만들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턴 내가 니들보다 우위에 있는거다?”


“ㄱ, 개새끼…”


“...후우! 끌고가!”


뒤에 있던 그녀의 보디가드들은 그 남자를, 브라우니는 이제는 텅 비어버린 국자와 음식통을 들고 다시 부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배식장소에 남은 것은 마지막 열을 김으로 내뿜는, 바닥에 흩뿌려진 음식과 쓰레기들 뿐이였다.


.

.

.


부대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브라우니와 그 뒤의 군용 바이오로이드들을 끌고 온 것을 보고는 경악을 해버렸다.


“ㅁ, 미친새끼야! 대체 뭘 가져온거야?!”


“신경 쓸거 없어. 상부 명령대로 끌고 온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간한테 총도 쏜거 같고… 일단 치료는 해야할거 아냐?!”


그때, 그 부대로 의사와 함께 그녀의 상사로 보이는 자가 뛰어들어온다.


“아이씨… 잡아오라고 오늘부터 잡아오냐?”


“죄송함다, 오늘 아니면 안될거 같아서 말임다.”


“...이상행동 하는 새끼 잡아온거 맞지?”


“저희가 경고를 해도 배고파서 저희한테 달려왔지 말임다. 총에 맞고나서 겨우 진정한 지독한 놈임다.”


“...뭐… 저런 놈들은 연구원들이 책임진다니까는뭐… 어쨋든 너도 사리면서 일해라, 응? 나도 그냥 여기서 꿀빨다 가고싶지, 회사 대표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알겠슴다.”


관리자는 그렇게 엉덩이를 긁적이며 의사와 함께 그 남자를 데려갔다. 부대 안에 그녀의 동료들은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그녀의 분위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너 요즘 왜그러는거야? 전에는 여기 온다고 신나했더니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망가졌어?”


“...아니야, 망가진거.”


“...?”


“난 망가진게 아니라, 득도한거야. 저 개새끼들을 보고 깨달았어, 인간의 성기 속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취급을 받고, 우리를 깎아내리지. 심지어 우리가 그들의 생존을 위한 음식을 배급하는데, 우리가 바이오로이드라는 이유로 입 험하게 뱉고, 폭력을 휘두르잖아. 우리는 부대에서 지정해준 정상적인 침대에서 잠을 자고, 부대에서 지급하는 음식을 먹으며 군생활을 하는데, 저 새끼들은… 길바닥에서 퍼질러자고, 그 길에서도 오물냄새가 진동해. 생활이라고는 그 안에서 쓰레기를 뒤져 남은 음식을 찾을려하고, 돈을 벌 생각없이 우리가 나눠주는 음식과 담배를 태우면서 산소만 낭비하고 있어. 그리고 난 그냥 저 새끼들을 정화시키고 싶을 뿐이야.”


“...너…”


“우리보다 잘난거 하나 없는 그새끼들을 난 인간이라 보지 않기로 했다. 이제부터 저기 사는 저 부스러기들을 나와 동급, 아니 그 이하로 보고, 그들을 정화해 인간으로 만들겠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이야.”





나는 중간고사가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