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의 전초기지에 도달한 델타 포스는 기지를 이잡듯이 뒤지며 수색을 이어나가

위층에 도달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한 때는 사람이었던 형체들만이 의자에 묶여있었다.

"씨발..이건 또 뭐야?"

"굉장한 꼴이군..33대대의 복장과 장비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검게 그을린 채 썩어버린 시체들.

그녀들이 방금전까지 봐온 시체들과 똑같았다.

이 자들도 백린탄의 불길 속에서 죽은 것이었다.



"백린연막탄이야. 두번 다시 이딴 거 볼 일 없었으면 했는데

빨리도 다시 만나네."

"이것 좀 봐라. 인식표로군."




"얘들 거야?"

"그런 것 같다. 군번을 보아하니

마리 소장의 참모진이다.

이 친구들은 예전에 본 적 있어서 알지."

"잠깐만요. 그럼 마리 대장의 참모진이 처형을..?!"

"그래.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참모진까지 처형당하는 판국이란 소리지."

'치지직..!'

"뭐지?!"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져서 말이지. 결국 이렇게 됐다네."

목소리.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사막의 불타는 열기와 폭풍의 거센 모래바람을 뚫고

쏟아지는 포화를 피해 찾아헤매이던 그녀의 목소리.

'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리 소장.."

"내가 그녀들을 통제하지 못했지..

그녀들은 결국 반기를 들었다네.

자신들과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파벌을 만들었어.

우리들은 그런 그녀들을 추방자라고 규정했지.

이런 지옥같은 곳에선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야.."



소리의 근원을 따라 움직이던 칸의 발소리가 멎었다.

어느 무전기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무전기에 접근해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난 그녀들을 탓하진 않는다네.

그녀들 나름대로 생각과 계획, 목적이 있었겠지.

그래. 난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고 대원들에게 선을 사수하라고 명령했었다네.

그러기 위해..본보기가 필요했거든. 본보기가 있다면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자네들도 이미 여러번 봤었잖나."

칸은 듣다 못해 무전기를 향해, 마리를 향해 말을 걸었다.


"마리 소장... 들리나? 칸 소장이다.

군번 xx-xxxxxx. 자네가 철충들로 부터 구해줬던 그 칸이다."

"칸..그래. 기억나는군.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마리. 지금 두바이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생존. 간단하지."

그 순간 참모진의 처형장 뒤에 있던 천막이 올라가자

강렬한 빛이 쏟아지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두바이에 온 걸 환영하네, 제군들."

그녀의 환영아닌 환영을 끝으로 무전기도 입을 닫았다.


"대장.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가 지금까지 헛다리를 짚었던 것 같다.

유미가 33대대를 이끌고 있는게 아니었어.

그녀는 그저 꼭두각시고 마리가 여전히 33대대를 지휘하고 있는 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마리. 그녀가 저지른 일이라고. 모두..전부 다."

"좋아. 그럼 앞으론 어떡하지?"

"그녀의 장단에 맞춰줘야지. 당분간은..

길이 열렸으니 다시 앞으로 전진한다. 다들 하강 준비하도록."

한 때는 차들로 북적이는 도로였던 사막을 향해 하강한

그녀들은 다시금 모래에 발을 딛고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난 대장이 마리 대장이랑 친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이런. 자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놀랍군."

또다시 무전기에서 마리의 목소리가 칸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자네와 함께 복무하던 때..그 때의 자네는 훌륭했지.

믿고 따를 수 있는..그런 마리였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네 목숨을 구해준 것도?

나도 자네도 수많은 목숨을 구하고 뺏으며 살지 않나.

하지만 난 자네와 달리 이미 끝나있었지.

나는 이 도시에서 결국 지쳐버렸거든.

아직 우리 병사들은 지치지 않았지만."

"뭐?!"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총알이 델타 포스의 발치로 날아들었다.

"씨발! 매복이다!! 다들 엄폐하고 교전 개시해!"

매복해있던 33대대의 병력이 쏟아져 나와 델타 포스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좆같네! 저 년들 대체 쪽수가 얼마나 되는 거야! 우린 고작 3명이라고!!"

"씨발 작작 좀 하고 다 꺼지라고!! 모조리 뒤지고 싶지 않으면!"

단 몇 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추격자들의 공세에 지쳐버린 델타 포스는

계속해서 있는 힘 없는 힘을 짜내가며 교전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 교전의 장에 불청객이 찾아오는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씨발..또 오는군. 울프! 페더! 폭풍이 온다! 다들 준비해!"



모래폭풍이 전장을 뒤덮자

델타 포스는 모래바람으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전장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젠장 아무것도 안 보여!"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이 틈에 전진한다! 날 따라와라!

적이 바로 앞까지 왔을 때만 사격해라. 총성은 최소로 줄여!"

앞을 가로막는 모래폭풍 속의 뿌연 형체들도 하나 둘 쓰러졌지만

전진해도 전진해도 33대대의 병사들은 계속해서 그녀들을 따라왔으며

모래폭풍은 폭풍 속의 모두의 숨을 조여왔다.





"썅..! 당장 폭풍을 피해서 숨을 곳을 찾아야 해 대장!"

"그래 알겠다!!"

"전방! 저거 보여요?!"

탈론페더는 폭풍 속의 희미한 형체를 가리켰다.

그 형체는 커다랗고 속이 빈 트레일러용 통이었다.

"그래 확인했다! 달려!!"

델타 포스는 사력을 다해 트레일러 안으로 뛰어들었다.



'허억..허억..'

그녀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벽에 등을 기대었다.

"여기서 폭풍이 멎을 때까지 휴식한다.

폭풍 속에서 놈들의 시야에서 벗어났으니 폭풍이 멎으면 수색을 포기하겠지..

그 때까지 장비도 점검하고 체력도 채우도록."

"알겠..습니다..후우.."

그녀들은 눈을 감고 잠깐의 휴식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녀들이 눈을 떴을 때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시체뿐인 조용한 두바이의 사막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야 원..언제는 모두를 죽일 듯이 떠들썩 하더니..

또 언제는 모두가 죽은 듯이 조용하네.."

"마리가 살아있고 그녀가 배후에 있다는 걸 안 이상

그녀를 찾아가 모든 걸 끝내버릴 거다. 더 이상 이런 광기는 용납되지 못한다.

다들 잘들 쉬었다면 다시 이동하지."

델타 포스는 트레일러에서 나와 발걸음을 옮겼지만

바쁜 발걸음을 붙잡아 세우는 존재들이 그녀들을 반겼다.





이정표 아래에 매달린 두 바이오로이드와

그녀들을 겨눈 저격수 한 무리가 길을 막고있었다.

"정지. 저격수다."

"진정하게 칸. 자네 친구들에게도 걱정 할 필요 없다고 전하게.

이 친구들은 자네들을 위한게 아냐. 저 처형자들을 위한 거지."

"씨발 이건 또 뭐야?!"

"이건 대체.."

멈춰선 칸의 양 옆으로 워울프와 탈론페더가 나란히 섰다.


"여긴 두바이일세 칸..모래 속에 갇혀있는 우리는

매일매일 이런 선택과 마주하기 마련이지.

내 임무는 '질서 유지'였어. 질서가 없다면?

모두가 한참 전에 죽었을 테지."

"이건 시험이라도 된다는 소리인가 마리?"




"그래. 우측의 민간인은 '물'을 훔쳤지.

이런 모래구덩이에서 물을 훔치다니..중죄지. 사형감이라고.

그리고 좌측의 군인. 이 친구는 옆의 민간인을 체포한 친구지.

그의 죄는..체포 과정에서 그녀가 끔찍이도 아끼던

친구, 가족과도 같은 바이오로이드 식구들을 죽여버린 죄.

그 결과로 5명이나 되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이 스스로를 제어할 줄 모르는 두 짐승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네."

"그런가..알겠다.

선택을 해야만 해. 그래야만 놈들이 우릴 보내줄 거다."




마리와의 통신을 이어나가던 칸은

워울프과 탈론페더에게 이를 알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무슨 놈의 선택?! 어서 여기서 벗어나는게 우선이야.

여긴 개활지라서 너무 위험해. 언제 추격자들이 또 올 지도 모르고."

"워울프 씨 말이 맞아요. 가능한 빨리 안전한 곳이든 뭐든

여기서 벗어나는게 좋겠어요 대장."


"이 자들은 죄인이라네. 죄를 지었다면? 심판을 받지.

그리고 심판을 내리는 건 자네의 몫이야.

이건 명령이다 칸..

누가 살고, 누가 죽을까? 죄인들에게 심판을 내리도록.

싫다면 나의 말에 불복종하고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대장."

"맞아요, 당장이라도 벗어나야할 것 같아요."

"가긴 어딜 가? 조금이라도 허튼 짓하면

저격수들이 우리에게 총구를 돌릴텐데.

지금은 마리의 명령을 들어주는 수 밖에 없어."

밧줄에 묶인 채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는

두 바이오로이드를 앞에 둔 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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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8 넘기고 챕터9까진 왔네, 끝이 보일락말락 하는 듯

원래 선택지가 이 챕터 중반에 나오는데 뚝 끊어버리면 너무 짧을 것 같아서

중반, 후반 순서를 뒤집음


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챕터5[끝자락]

챕터6[구덩이]

챕터7[전투]

챕터8[관문]

챕터9[길]

챕터10[에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