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매달린 군인과 민간인을 앞에 두고

마리가 내린 시험에 든 칸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대장! 여기서 가만히만 있으면 결국 죽어!"

"맞아요, 당장 벗어나요!!"

"가긴 어딜가? 이미 완전히 포위당했는데."

워울프와 탈론 페더의 말을 뒤로 한 칸은 결단을 내리고 총을 들었다.


"마리..들리나?"

"그래. 결정은 내렸나?"

"내 대답은 이거다."

총을 든 칸은 지체없이 저격수를 향해 총구를 돌리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저 새끼들을 향해 사격해! 포위망을 뚫어! 그대로 벗어난다!!"

칸의 총성을 시작으로 탈론페더, 워울프가 뒤를 이어 총을 쏘자

총성을 들은 33대대의 병력이 몰려와 다시금

사막에서의 총성과 고함이 오가는 교전이 시작되고

마침내 총성이 멎자 델타 포스의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도 사그라들어

워울프가 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장. 대체 왜 그런 거야?"

"그녀가 말했다. 그 자들에게 심판을 내리라고..

나에 대해 뭘 안다는 듯이 떠들더군.

그 여자가 나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 것 뿐이야."

"...그래?"

"아직 갈 길이 남았다. 마저 이동하지."

"알겠습니다."

델타 포스는 다시금 앞을 향해, 마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흐르고 영원할 듯했던 두바이의 햇빛과

열기를 식히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저기 보이는군. 마리 소장이 있을 만한 장소다."

칸은 걸음을 멈추고 두바이 한복판에 우뚝 서있는

거대한 빌딩을 가리켰다.

"..그래. 확실히 저기라면 가능성이 크겠어."



"33대대는 두바이가 모래폭풍에 수난을 당하는 꼴을 보고 왔지.

그러니 이 도시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한 곳을 기지로 삼았을 거다.

바로 저기 있는 두바이 내의 최고 높이을 가진 탑. 우리의 목적지는 저기다."

어두워진 두바이 속에서도 한 빌딩만은

하늘을 향해 서있었으며 자신을 바라보라는 듯 빛을 내고 있었다.

"빛..마리 대장이라고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기에서 시설을 쓰고 있는 누군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그래도 저렇게나 높은 건물이 있는데 안 쓰는 군인이 어딨겠어?

대장말이 맞을 거야. 높은 곳만큼 전시 상황을 보기 좋은 곳이 없다잖아?"


델타 포스는 장비점검을 마치고 탑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때 워울프가 칸을 향해 말을 걸었다.

"대장. 그건 그렇고..대장의 이런 모습 처음 봤어."

"좀 과격하게 굴었다고 생각하나?
난 괜찮으니 걱정 마라 워울프.

우리는 델타 포스로서 생존자들이 무사히 구출될 때까지는

두바이를 떠나선 안 된다.

적어도 그 때까지만이라도 날 믿고 따라줬으면 좋겠군."

"당연히 믿고 있지 대장.

대장을 믿지만 대장에게 동의하지 않을 뿐이야."

"그래. 그거면 됐어."


어둑어둑해진 두바이를 거닐던 델타 포스를 향해

갑작스러운 포격음과 총성이 덮쳐왔다.

"총성이다. 어디서 난 거지?"

"저희를 향해 쏜 것은 아니에요.

저희들의 전방에서 교전이 발생한 것 같아요.

소리의 크기로 봤을 때 거리는 가깝습니다."

그 때 무전기가 울어대기 시작했다.


"젠장..아무나 들리면 응답하라!

여기는 '에이미 레이저'!

33대대에게 습격을 당했다! 반복한다. 33대대에게 습격을 당했다!

누구든 좋으니 즉시 도움을 청한다!!"

"에이미?! 씨발.. 33대대가 니키 시체에서 정보를 건졌나 봐!"

"페더, 워울프. 즉시 에이미를 지원한다!

33대대 새끼들을 몰아내!"

""알겠습니다!!""

갑작스레 들려온 에이미의 구조 요청의 위치를 추적한 델타 포스는

한 건물 앞에 당도했으나 이미 33대대의 수많은 병력이

진을 치고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적군 발견. 모조리 제거해!"

에이미의 병력과 33대대의 병사들의 전장 속 소음 속에서

적들을 제거해나가자 위화감을 느낀 적군들이 산개하여 수색하자

델타 포스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080의 지원병력이다! 민병대가 아직도 남아있었나?!

후방으로부터 적군 지원 병력이 온다!"

"민병대가 아냐! 델타 포스 씨발년들이다!

반복한다, 델타 포스와 접촉했다!!"


앞뒤로 에이미와 델타 포스의 공세에 끼여버린

33대대의 병사들이 주춤하자 에이미의 무전이 다시 들려왔다.

"누군지 몰라도 지원군입니까? 고마워요..

함께 저 자식들을 몰아내도록 하죠."

"알겠다. 곧장 그 쪽을 향해 진격할 테니 엄호바란다!"

혼비백산에 빠진 33대대 병사들을 모조리 사살하자

마침내 전장이 고요해졌다.

"방금 녀석이 마지막이었다. 에이미 당신은 어디있지?"

"건물 안으로 들어오세요. 문을 열겠습니다."

에이미 휘하의 잔존 민병대원이 바리케이드를 치우자

오르카 호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앵거 오브 호드의 '칸'이다."

"에이미 레이저예요. 설마 호드가 두바이에 올 줄은..

어서 들어가요. 어디서 저격수들이 노리고 있을 지 모르니."

"감사 인사는 됐어 에이미 양."

"..뭐라고요?"

"당신도 당연히 알겠지만 우리가 당신네들 목숨을 구해줬잖아?"

"꽤나 당돌하게 말하는군요. 하지만 사실이긴 하죠."



"..그런데 니키 양은 어디갔길래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고

당신네들 호드가 불쑥 튀어나오지?"

"..사망했다."

"'죽여라 죽여라 습격하라'..당신네들 캐치프레이즈지?

살리는 소질이 아직은 없나보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에이미, 모조리 쏴죽이는 거말고 다른 계획은 없어?"

"물론있지. 그리고 그걸 실행하는 데에 마침 당신들 도움이 있으면 좋겠거든."

에이미는 테이블에 지도와 작전 지령서를 펼쳐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로부터 360m 거리에

도시의 핵심 물 저장시설이 있어. 수족관이지."

"아쿠아리움?"

"그래. 칸, 내 작전은 말야..

이 망할 물을 탈취해서 33대대를 말려죽이는 거야."

"물이 도시의 열쇠라고요? 그것도 수족관의 물을?"

"그래. 여기는 사막이야. 물이 없으면 모두 말라죽는 거야.

사막에서는 물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아쿠아리움의 물 탈취 계획. 텔론페더는 의아해 질문했지만

에이미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사막은 해가 떠있을 때는

모든 생명체를 말려버릴 듯이 뜨거워지고

해가 지면 반대로 모든 생명체를 얼릴 듯이 추워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막의 열기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물'은 사막에선 돈 따위보다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작전을 상의하던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33대대가 또다시 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섬광탄 투척!"



그 순간 유리창을 깨고 섬광탄이 날아들어왔다.

"끄악!! 아무것도 안 보여!!"

"숙이고 있어!!"

강렬한 섬광이 방안을 가득 메우자

모두의 시야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적군 발견! 080 민병대인가?"

"아님다, 델타 포스임다."

"에이미 그 년은 어디간 거지?"




"여깄지."

섬광탄의 빛을 피했던 에이미가 사각지대에서 손을 뻗어

단숨에 쏜 탄환은 브라우니와 노움의 다리와 머리를 맞췄다.

"끄으으악!! 이 씨발년!! 죽여버리겠--"

다리를 맞아 살아있던 브라우니는 분노와 고통에 몸부림치며

에이미를 향해 소리쳤으나 에이미는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향해

마지막 총알을 박아넣었다.


"섬광탄 하나 못 피했나? 앞날이 걱정이네. 어서 이동하지."

간신히 섬광탄의 충격을 떨쳐낸 델타 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다시 습격해온 33대대와 교전을 시작했다.



"당신들 델타 포스는 식당을 통해서 이동해.

우리는 위로 이동해서 저격 지원하겠어."

"이제야 우리도 지원이 생기는군. 알겠다."



하지만 갈길을 막는 33대대는 쇼핑몰 곳곳에서 튀어나와

델타 포스와 위층의 민병대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젠장! 에이미! 우회로가 필요하다!"

"알았어! 주방을 통해서 이동해! 내가 안쪽에서 문을 열지."

"알겠다! 전원 주방으로 달려!"

맹렬한 공세에 우회를 찾아 주방으로 달려간 델타 포스의 앞에는

셔터가 내려가 길이 차단되어 있었으나

그 순간 셔터가 올라가 그 뒤에 있던 에이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들어와. 놈들이 더 따라오기 전에."

"우린 당신 명령 안 들어 080."

"진정해라 워울프."

"우리 080이 이 두바이의 내전을 시작한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어?"

"현지인들을 무장시키고 전장에 투입시킨건 맞고요?"

"우린 전쟁을 일으키려고 온 게 아냐.

피난민들은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일어나려고 했던 거지.

080은 그저 훈련과 무기를 제공한 것 뿐이야."

"그 무기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건?"

"..좋을대로 생각해. 이미 두바이는 통제를 벗어났으니까.

좋아. 저기 보이는군..우리의 목적지야."

"당신이 말한 그 수족관인가? 확실히 크군. 물의 양도 어마어마하겠어."




찬란한 간판과 시설의 빛이 빛나는 수족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 안으로부터 수많은 차량과 병력이 쏟아져나와 정문을 향해 달려갔다.

"두바이 아쿠아틱 콜로세움.

저 안에 적어도 4만 5천 갤런은 되는 물이 보관되어있지.

두바이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야."

"그래. 야수의 심장을 찢어버리면 야수도 죽는다는 소리군."

"지금 우리 민병대가 정문 쪽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전형적인 양동작전이지. 그동안 우리는 뒤로 잠입하는 거야."

"현지인들을 미끼로 쓰겠다?"

"희생이지. 다시말하지만 우리 080은 전쟁을 원하는게 아니야.

그녀들 스스로 자원한 거지."


그 순간 또다른 강렬한 빛이 그녀들이 숨은 사무실을 비췄다.

"델타 포스와 080이다! 전 대원 진입해라!"



헬기의 조명 지원을 받으며 접근해오는 33대대 병사들의 군복은

스틸라인의 군복이면서도 이질적이었다.

"이 년들 뭔가 다른데?!"

"33대대의 줄루 부대다. 마리 소장과 함께 다닐 때 가끔 봤지."

"33대대의 경계까 극도로 심해졌을 때 행동하는 부대야.

중무장한 녀석들처럼

당신들 호드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것들이지."

"제기랄..수족관을 공격하니 놈들도 극도로 예민해졌군.

전대원 필사적으로 방어하면서 계속 수족관으로 이동해라!"

줄루 부대의 습격을 뿌리치고 수족관에 들어온

델타 포스와 에이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정적이 감도는 수족관의 중심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중

에이미만은 발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렸다.

"당신들은 먼저 이동해서 트럭을 확보해.

난 여기에 남아서 망을 보고 우리 민병대원들과 합류해서 따라갈 테니."

"알겠다. 페더, 워울프. 이동한다."




트럭이 있을 수족관 중심을 향해 이동하던 도중

워울프가 입을 열었다.

"대장. 난 에이미 저 년 못 믿겠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에이미와 그녀의 대원들만이 우릴 죽이려고 혈안이 된게 아니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지금은 에이미를 따를 수 밖에.."

"이런이런..자네가 지금 누굴 위해 싸우고 있는 건지 생각해보긴 했나 칸?"

"...마리 소장.."

마리의 통신이 칸의 귓가를 울렸다.


"물이 없다면 이 도시의 모두가 죽게 될 거야.

나도, 33대대도, 자네도, 자네의 부하들도.

080은 여기에 사람들을 구하러 온 게 아니야.

진실을 묻으러 온 거지..시체들의 산으로 말야.."

"계속 지껄여봐라 마리 소장. 아니, 마리.

곧 33대대는 갈증에 허덕이고 백기를 들게 될 테니.."

도발하는 듯한 마리의 통신을 신경질적으로 끊은 칸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 마침내 트럭이 정차한 곳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곳은 수많은 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었으며

그들 모두의 눈을 피해 트럭까지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 그렇지..모두들 전투 준비해라. 한바탕 싸워야겠군."


잠입을 포기한 그녀들은 경계를 하고 있는 저격수들을 향해

동시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깔끔하게 저격수들의 머리를 관통하자

시체들이 저 아래를 향해 추락해 총성과 시체에 놀란 적군들이 소리쳤다.

"침입자다!! 모든 조명을 켜라!!"

그 순간 눈부신 빛이 수족관 안을 채웠다.







델타 포스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고 난간과 계단을 뛰어내리며

총탄을 쏟아부어 적군들을 처리해 트럭이 있는 곳까지 이동을 계속했다.



"여기는 에코 분대! 델타 포스를 시야에 포착! 즉시 이곳으로 지원바란다!

시에라, 계속해서 빛을 비춰! 빅터, 출구를 완전히 파괴해!!"


"찰리 분대! 델타 포스 놈들이 여기까지 내려왔다!

외부의 아무나 들리면 지원 바란다!! 씨발!!"


"알파 분대다! 물 수송 트럭의 위치까지 놈들이 왔다!

씨발..씨발..!! 당장 아무나 지원바란다!!"

.

.



살기어린 눈빛으로 마지막까지 항전하던 최후의 이프리트를 향해

칸이 개머리판으로 수없이 내리찍자 수족관이 다시 조용해졌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치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듯이.

칸은 무전기를 들어 에이미에게 알렸다.


"칸이다. 트럭 확보 완료. 그쪽은 어떻지?"

"그쪽이 33대대를 모조리 처리하고 트럭까지 확보한 걸

저쪽에서도 눈치챘나 봐. 33대대의 지원 병력도 오지 않고 있어.

우리도 들어갈게."



"어머나..당신들이 아직도 살아있다니. 역시 호드는 호드네.

수고했어. 이제 트럭을 옮기는 일만 남았어."




"이제 우리는 이 도시의 목을 조를 수 있게 된 거야.

이 트럭을 옮기는 동안에도 33대대는 계속 공격해올 테니까

잘 지켜줘."

에이미와 운전수가 탄 트럭 1대가 먼저 선두로 수족관을 빠져나가자

수송대가 이동을 개시했다.






뒤이어 2번 트럭이 델타 포스의 앞에 정차하자

탈론페더와 워울프가 먼저 트럭의 뒤에 매달리고

2번 트럭도 1번 트럭의 뒤를 따라 수족관을 빠져나갔다.


"칸..이 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걸세.

부디 자네가 그 대가를 치를 마음의 준비가 되었길 바라지.."

"내가 당신을 처단하고 나면 그 때는 무슨 대가든 치르겠어.."

마리의 말을 받아친 그녀는 3번 트럭의 옆에 매달리고 수족관을 탈출했다.


마침내 080의 작전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가 된 것이다.

커튼콜을 마친 배우들은 트럭에 타고 트럭들이 수족관을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다들 꽉 잡아, 꽤 거친 드라이브가 될 테니까!"



수송대가 고가도로의 밑을 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나온 33대대가 트럭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거센 총알의 비 앞에 한낱 트레일러는 견디지 못하고

총알구멍에 고통을 호소했으며 곳곳의 구멍들에서는

투명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적이다!! 전 대원 사격 개시!!"

"놈들이 우리 물건에 엄청 눈이 돌아갔어!

완전히 포위당하기 전에 당신들이 잘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우리 걱정따위 할 시간에 그냥 빨리 빠져나가기나 해!"



총알세례와 차량으로 들이받는 자폭 돌격 속에도

트럭은 꿋꿋하게 모래를 헤치며 전진해나갔다.

"더 빨리! 여긴 너무 노출됐어!"



고가도로 밑을 벗어나 하늘로부터의 엄폐물이 없어진 수송대를 향해

33대대의 헬기가 또다시 모습을 드러내 탑승해있던

병사들이 총알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썅 재장전 중이다! 페더! 워울프! 저 씨발 놈의 헬기를 잡아!!"

"씨발, 알겠습니다!!"

"대장! 양쪽에서 험비!!"

"알겠다!!"



요동치는 트럭에 매달린 칸이 간신히 재장전을 마치고

유탄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기자 험비에 명중한 유탄이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폭발해

험비는 한순간에 까맣게 그을린 폐차가 되었다.


"여긴 너무 위험해! 우회한다!"

에이미의 무전과 함께 수송대가 더욱 더 크게 요동치기 시작해

트럭은 점점 더 지형이 거친 곳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에이미! 이 수송대가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

"미안하게 됐어 호드. 이 물은 절대 놈들에게 넘겨주지 않을 거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야.."

그 순간 트럭이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는 가속을 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대장! 트럭들을 전복시키려고 해요!!"




"에이미 이 개씨발 새끼!!"

갑작스레 트럭들이 전복하며 몸을 눕혀버리자

건물을 향해 날아가버린 칸은

건물과 강력하게 부딫힌 충격에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흐릿한 시야 속에 그녀가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던

한 바이오로이드가 서있었다.





"4일..4일일세..두바이의 모든 이들이 4일 내로 탈수로 죽게 생겼지.

정확히 에이미 그 자가 원하던대로 말야.."



"이 일의 책임은 자네한테 있는거야 칸 소장..

내가 아니라."

마리가 시야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고통이 몰려온 칸은

결국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다시 그녀가 일어났을 때 보인 풍경은

전복되어 불타는 트럭들과

두바이의 최후의 물이 트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두바이의 최악의 풍경이었다.

그리고 유미의 방송은 그런 두바이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여러분..정말로 슬픈 소식을 전해드리게 됐습니다.

돌려말할 수도 없겠군요..놈들이 그 망할 물을 날려버렸습니다.

그래요 여러분들 모두의 물을 말입니다. 그걸 전부 다요..

최악의 상황이므로 이 시간부로..두바이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모든 시민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러 최대한 그 자리를 지키고

전 대원은 마찬가지로 전선을 지키고 시민들을 보호하는데 힘써주십시오.

모든게 괜찮아질..겁니다..꼭이요..커넥터 유미. 오늘의 방송을 마칩니다.."



사고현장의 시민들은 트럭에서 쏟아지는 마지막 물을 받기 위해

온갖 용기, 심지어 자신들의 입까지 동원해가며 한방울이라도 더 비축하기 위해

트럭에 매달렸고 어떤 이들은 부상에 절뚝거리는 칸을 보자

온갖 저주와 욕을 퍼부으며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당신네들 때문에 우리 도시, 우리 집이 모두 박살났어.

이젠 우리들의 물까지 뺏어?

모두를 죽이게 됐으니 이제 좀 시원하냐?! 어?!!"

소매는 찢기고 피부는 상처투성이에

그동안의 전투로 인한 피로와 부상으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 칸은 그저 그녀들의 저주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뒤에서는 시민들의 저주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비틀대며 걸어가던 칸의 앞에 낯익은 바이오로이드가

쓰러진 트럭에 깔려있었다. 그겨는 바로 에이미였다.

"당신..아직도 살아있었네..대단해.."

"닥쳐..이런 짓까지 벌이는 목적이 대체 뭐야..?"



"물이 사라졌지..바로 그게 080의 목적이야.."

자신의 죽음이 임박함을 짐작한 그녀는 지금까지

델타 포스에게만은 숨겨왔던 모든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만약 33대대가 벌인 짓을 다른 바이오로이드든 뭐든..

모두가 알아차린다면..두번 다시 누구도 서로를 못 믿고

결국은 죽이려고 들게 되겠지..지구의 모두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할 거야..

하지만 이렇게되면..아무도 입을 열지 못할 테고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하겠지.."

"당신은 미쳤어..미쳤다고.."

"재밌네, 니키도 당신과 똑같은 소릴 했지..

이런 미친 짓은 감당할 수 없다고..결국 우리와 헤어지고는

그 뒤로 자기만의 민병대를 조직했었지..사람을 살리겠다며.."



"우리가 벌인 일들... 옳은 일은 아니지..하지만 필요한 일이었어.

마지막으로 내 부탁을 들어주겠어?"

"..."

"날 불타 죽게 두진 말아 줘.."



에이미는 자신의 근처에 떨어져있던 권총을 바라보았다.

칸은 권총을 집어들어 탄의 수를 확인했다.

"부탁..이라고?"

"그래.."

그리고 칸은 결단을 내리고..

===


챕터 10 까지 왔으니

대충 챕터 5개 분량만 더 쓰면 완결낼 듯

뇌절 문학 어찌저찌 완결각 나오니 이제 좀 기쁘네


챕터1[구조요청]

챕터2[사구]

챕터3[아래로]

챕터4[피난민]

챕터5[끝자락]

챕터6[구덩이]

챕터7[전투]

챕터8[관문]

챕터9[길]

챕터10[에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