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잘하고 있죠. 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주방에서 미모의 적발의 여성이 나오며 말한다.

홍련. 오르카 상점가에서 밥버거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상점가의 활기를 되찾아준 일등공신이다.

아니. 모두들 알고있다. 상점가의 활기를 되찾아준게 단지  '그것'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아 다른게 아니고 다음 달에 펙스 상점가와 체육대회가 있는거 알고있지? 그 체육대회의 점심을 여기에 부탁하고 싶어서 말이야"


방금 가게에 들어온 남성이 가슴을 피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항상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저희를 위해서 그런거라면 좀......"


"아니야!!! 여기 밥버거가 정말 맛있어서 그런거야! 상점가 회의를 통해 결정된거라구! 게다가 만장일치!!!"


홍련은 그 필사적인 호소에 놀라면서 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럼 이번엔 평소보다 더 힘을 써야겠네요. 모두가 힘을 낼 수 있게 더 맛있게 만들게요. 고마워요 회장님."

그러면서 홍련은 회장의 손을 꼬옥 잡았다.


남자는 손에서 시작되는 볼까지 이어지는 타는듯한 뜨거움을 느꼈다.옆에 사람이 있었다면 홍당무가 딱 이런 모습이라고 했을것이다.

오르카 상인회장 남충철. 그는 홍련이 이 마을에 정착하고 가게를 낼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홍련에겐 은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었다.

상인회장에 당선됐을 때부터 여러 사람들을 도우며 돌본 그였지만 그 중에서도 홍련을 특별히 챙긴다는 것은 상인회 남자들의 사심 그중에서도 그의 사심이 크게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어어어어 나..나는! 당연한 일을 해!쓸 뿐ㅇㅣ지!!!"


당황해서 시선을 정리하지 못하고 왔다갔다 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다.


"그래도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어떻게 보답하면 좋을까요..."


"그...그럼!!! 다음 주말에 나와 데이....응?"


그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한 소녀가 가게 2층에서 내려왔다. 순간 소녀와 홍련의 눈이 마주쳤지만 소녀의 눈은 바로 가게 구석으로 향해버린다.


"...다녀오겠습니다.안녕하세요 아저씨 ......다녀오겠습니다. "


"안녕 핀토. 오늘도 공부 열심히 하렴."


충철은 인상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인사를 건네고 핀토는 가볍게 "네" 라는 대답만을 남기고 가게에서 나갔다.

.......뭔가 분위기가 싸늘하다.


"...후. 아! 죄송해요. 무슨 이야기 중이었죠?"


홍련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에 얘기한 그거 때문인가. 


"네? 아 음...저...내가 끼어들 일은 아니지만 핀토도 다 컸는데 자기 길은 자기가"


지금 상황에서 아까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하하...그게 아니에요. 핀토가 요즘 사춘기인가 봐요. 그보다 체육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인원수와 메뉴는 정해졌나요?"


충철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더 이상 캐묻는건 홍련의 기분을 해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그럼~! 의견취합해서 여기에 다 정리해뒀지" 하며 메신저로 파일을 보냈다.


***


핀토는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않았다.아니. 오늘 아침부터가 아니다. 한참 전 부터다. 왜 기분이 나쁜지도 알고있다.하지만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방법도 알고 있다. 다만... 


"안녕 핀토. 오늘도 저기압인가 보네"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 핀토는 귀찮다는 듯이 건성으로 대답한다.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붙인 애칭과 함께.


"어. 뚱아 안녕..."


"아직도 그걸로 삐져있는거야? 엄마는 니가 걱정되서 그런거잖아. 그만 화 풀고 엄마랑 화해해."


뚱이라고 불린 소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뚱이라는 별명은 안중에도 없는가보다.


"내 어릴 적 꿈이었어. 사람을 구하는 멋진 히어로가 되고 싶었다구. 근데 엄마가 그 꿈은 절대 안된다고 말하는데 내가 화 안

나게 생겼어? 그리고 니네 엄마 아니고 우리 엄마거든."


"대테러 부대 몽구스 말이지~. 멋있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그 위험한 직업을 응원해 줄 부모가 어디 있겠어? 그리고 친구의 엄마면 내 엄마나 마찬가지지 안그래?"


 "됐다. 내가 말을 말지..."


뚱이의 말에 핀토는 체념하듯 말했다. 벌써 이 대화만 몇번째인지 세기도 귀찮아졌다.


'진로희망조사서 얼른 내야하는데...엄마만 아니었어도 ...'


그렇게 생각하곤 얼른 머리를 붕붕 흔들었다. 아무리 화가난다해도 엄마가 싫은건 아니다. 머리를 흔든 덕분일까. 핀토는 잡생각들이 머리 밖으로 날아간 기분이 들었다.


'좋아 오늘 하루도 힘내자.그리고 엄마하고 다시 얘기를 해보는거야.' 하며 학교로 달려갔다.


"야!!! 갑자기 왜 뛰어! 나 버리고 가지마!!!"


머리를 너무 흔들어서 뚱이까지 머리 밖으로 날려버린 모양이다.


***


"아악!!! 으어옥...오옥....어억...."


바닥에서 기분나쁘게 움찔움찔 꿈틀꿈틀거리는 남자를 행인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보고있다.

그 남자는 오르카 상인회장 남충철. 그는 불의의 사고로 고간을 입간판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꺄악! 회장님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가게 앞이 소란스러워 나와본 아우로라는 그 끔찍한 광경에 경악했다. 순간 시티가드를 부를 뻔 했으나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이 먼저 눈에 들어온게 다행이었다.


"아...아무것...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지나가던 중이니 신경쓰지않아도 괜찮아."


아까 홍련과 손을 잡은 일 때문에 행복에 겨운 나머지 정신이 팔려 고간이 입간판에 부딪혔다고는 입이 열개라도 말 할 수 없다.

충철은 아우로라의 걱정어린 시선(과 행인들의 조소어린 시선)을 뒤로하며 도망치듯이 상인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후우...오늘 좋은 일로 시작해서 기분좋은 하루가 될 줄 알았더만 아침부터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구만"


충철은 한숨과 함께 밀린 서류업무를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하하하!!! 너 확실히 웃기긴 했어~!!!"


갑자기 등 뒤에서 젊은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상인회에 젊은 여자는 없다. 상인회를 방문한 사람이라 해도 회장을 감히 '너'라고 부를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충남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였다.


"...누구십니까?"


"나? 음~ 알 거 없어 알아서 뭐하게? 그보다도~"


방 한구석 그림자에서 짧은 붉은 머리의 여성이 나오면서 말한다. 이 여자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라는 생각은 바로 들어갔다.


"너 홍련을 XX하고 싶지?"


식은 땀이 바로 증발했다. 몸의 핏기가 가시며 동시에 몸의 중심에서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마...말도 안됩니다! 그건...그건 말도 안되는 짓입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할리도 없지 않습니까!!!!!"


왜 나는 한눈에 봐도 어린 여성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을까. 하지만 그것에 대한 위화감은 느껴지지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하는 것처럼.


"가능하다면 어떡할래?"


그의 눈이 빠르게 여자의 눈과 마주쳤다.순식간에 내리깔긴 했지만.


"너에게 아주 좋은 기회야.이제까지 착하게 살아온 보상이라고 생각해."


라고 말하며 그녀는 한 서류뭉치를 남자의 발 밑에 던졌다. 서류뭉치는 흩어지며 안의 내용을 과시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남자는 그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때? 생각보다 더 굉장한 보상이지? 잘 만 써먹으면 그 여자를 니 맘대로 할 수 있어."


남자의 중심의 열은 터질 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해질녘

-지이잉---띵동!

손님이 오는 소리. 홍련은 기다렸다는 듯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몽구스 밥ㅂ...어머? 회장님? 체육대회에 관련한건 다 정해진거 아닌가요? 따로 추가된거라도..."


홍련은 회장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의 밝은 분위기가 아닌 가라앉고 끈적거리는 그의 눈빛에.

그는 말 없이 계산대에 서류뭉치를 올려놨다. 그리고 그것을 본 홍련에게 세상이 멀어지는 듯한 감각이 그녀를 덮쳤다.


"대테러부대 몽구스 작전관 홍련. 하! 여태까지 잘도 숨겼구만.십수 년전 세상을 뒤집어놨던 그 사건의 작전관이 여기서 뻔뻔하게 밥이나 짓고 있을 줄이야."


홍련의 귀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그 서류뭉치에 꽂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고 했던 기억이 비명과 함께 솟아올랐다.


"팀원들을 죽인 테러리스트를 놓아주고 임무까지 실패해 인질을 죽게 만들었던 년이 내 옆에서 웃으며 일상을 즐기고 있을 줄이야. 정말 소름이 끼쳐."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상냥하고 착했던 그가 왜 이런 가시 돋힌 말을 한단 말인가. 인질 중에 가족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핀토가 알면 정말 슬퍼하겠어"


그 말에 홍련의 사고는 멈춰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핀토말고 생각 할 수 없게 되었다. 핀토가 알게 되는 것 만큼은 피해야한다. 핀토는 정의롭고 올곧은 아이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핀토는 그녀에게 실망하고 다신 자신과 이야기조차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핀토는 전부였다.


"......뭐든지 하겠습니다. 핀토에게 만큼은 말하지 말하주세요."


홍련은 엎드려 빌었다.

그걸 보는 충철의 눈엔 욕망이 깃든 질척임이 어렸다.


***


방과 후, 핀토는 고민하고 있었다.


'엄마와 다시 얘기한다해도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지? 며칠째 이런 식이라 어색할게 분명한데..."


뚱이의 생각을 들어보려했지만 그녀는 이미 알바한다고 전력대쉬로 먼저 가버렸다.친구가 고민이 있을 땐 같이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녀는 이미 첫날부터 알바도 빼서 같이 있어줬다. 내가 쓸데없는 고집으로 엄마와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뚱이도 아니면....드라코...는 절대 아니다. 도움이 될리가 없다. 가끔씩 본질을 찌르긴하지만 대부분은 바보같은 소리 뿐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그러고 보니 미호 얘는 며칠째 학교도 안나오고 뭐하는 거야 오르카톡도 다 씹고.읽는 거 보니까 살아있기는 한 거 같은데 '


그러고 보니 그녀와 같이 다니던 그 남자애도 보이지 않는다.


'뭐 상관없지 전화까지 안받으면 직접 집에 찾아가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등교거부 중인 불량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으읏....핀토?"


어라 안받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다.


"야 왜 톡을 씹어! 학교도 안나오고... 어디 아픈거야? 목소리가 안좋은거 같은데?"


"응...감기...감기에 걸려서 쉬고 있었어. 난...흐앗...괜찮으니까...흐으응!!! 걱정 안해도 돼."


목소리도 이상하고 숨도 가쁜거 보니 많이 아픈가보다. 친구가 아픈데 난 이런걸로 고민하고 있다니.


"나 지금 집에 가는 중이었는데 너네 집으로 갈게. 그런건 빨리 말해야지! 필요한거 있어?"


"아니!아ㅣㄴ야!!! 지금 철남이가 간병해주고 있으니까 괜찮아!!!"


남자애 이름이 철남이었나. 아니 그것보다 갑자기 애가 멀쩡해진거 같다. 뭐야 대체.


"그...그래 간병해 줄 사람이 있어서 다행-"


"엉...이...들어"


"어? 뭐라고? 잘 안들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끊을게에에에에엣!!!!!!

---뚝---


살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전화끊기다. 게다가 너무나 수상스럽------


"---교문 앞에서 수상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으면 풍기위원이 잡아간다구요?"


"꺄아악!!!"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소리에 놀람을 넘어 앞으로 넘어져버렸다.


"어머?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요."


라고 말하며 소녀는 수첩과 만년필을 품에 넣고 미안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딴데 정신이 팔려서 그런건데요 뭐."


핀토는 소녀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소녀의 훑는 듯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채.


"그래도 미안해서 어쩌죠. 음...혹시 문제가 생긴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꼭 도움이 되어드릴게요. 학생회장으로서 말이죠."


라고 말하며 웃는 소녀의 모습은 없는 문제라도 만들어서 찾아갈 만큼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순간 핀토에게 좋은 생각이 났다. 학생들의 신뢰와 동경을 한몸에 받는 학생회장인 그녀라면 자신의 고민을 잘 들어줄 것이다. 어쩌면 생각지 못한 좋은 방법을 제시해 줄지도 모른다.


"그럼 제 고민을 들어주시겠어요?"


소녀의 입꼬리가 -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 할 만큼 - 올라갔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


핀토는 마음이 아주 후련해졌다. 역시 학생회장에서 상담한건 다행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가게 앞이었다.


"다녀왔습니다아......"


문을 열며 인사를 한다.아침에 일도 있다보니 아무리 마음이 후련하다해도 목소리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가게 문 열어놓고 어딜 가신거지?'


가게를 보고 있어야 할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혹시 집에 있나하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


"하앗...아앗!!!  아앙!!!"


"후욱...후욱...! 하하핫!!!"


남자는 엄청난 정복감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나 탐내고 있었던, 그 누구도 탐하지 못했던 여자를 맛 보고 있다는 사실에. 

게다가 이런 짐승같은 형상으로 범하고 있다는 상황에 흥분이 가실 줄 몰랐다.

방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깐 이불은 이미 누구의 체액인지 구분도 하지 못할 정도로 뒤섞여 범벅이 되어 있었고 그의 앞에서 암컷의 교성을 내뱉는 여자는 자신의 앞에서 손바닥 모양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모든게 만족스러웠다. 이 상황을 만들어준 그녀에게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으리라.


"하하 딸을 위해서라지만 이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모성이란 대단한 모양이야!"


순수한 감탄이었다. 그는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소소한 자신의 부탁만 들어주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녀의 뭐든지 하겠다는 말에 그의 마음은 질척한 검은 욕망에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아니지! 친딸도 아닌데 여기까지 하는건 모성 그 이상이지!!! 아무리 자기때매 죽은 부하의 자식이라도 말이야!"


순간 홍련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렇게 철저하게 숨겼는데 이 남자는 어떻게 다 알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 고민도 잠시. 움직이지 않는 홍련에게 불만인 듯이 남자가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고민은 쾌락과 함께 날아가고 말았다.


"아앙!!! 앗! 흐으으으으읏!!!"


"좋아! 아주 좋다구!!!  ....으응?"


허덕이는 소리도 잠시 홍련의 움직임이 또 멈췄다. 아니 멈췄다기 보단 굳어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단 한 곳만을 향해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처럼.


------그 시선의 끝에는 빛을 잃은 눈의 금발의 소녀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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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함 + 새벽감성의 환장의 콜라보

글이 너무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