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리앤!


 

안녕, 토모.


 

뭐하고 있어? 오늘 '유무'일?


 

하하. 유무가 아니라 휴무.


 

응. 오늘 휴무일.


 

마침 나도 휴무일이야.


 

그러면 이야기하지 않을래?


 

좋아.




주문하신 돌체 라떼 2잔, 다크 카카오 케이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맛있어!


 

그러네, 달콤한 돌체 라떼에 적당히 씁쓸한 다크 카카오 케이크가 잘 어울리네.


 

이번에 새로 지어진 게임센터 가봤어?


 

아직 못 가봤어.


 

대신에 옷 가게랑 화장품 가게는 가봤어.


 

거기 사람 엄청 많아서 나는 들어갈 '엄지'가 안 생기더라.


 

아하핫! 전략을 잘 짜야 들어갈 수 있겠더라구.



 

음...


 

왜?


 

리앤도... 원래는 토모였지?


 

나는 처음부터 리앤으로 설계되었지만...


 

내 자아 정체성의 시작은 토모니까 맞다고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나도 리앤처럼 똑똑해질 수 있을까?


 

음... 지금 똑똑함의 정의를 따지는 건 논점을 흐리는 거겠지?


 

...왜 똑똑해지고 싶어?


 

똑똑하면 무엇이든지 능숙하게 할 수 있잖아.


 

작전 중에도 위험한 일을 피하거나, 손쉽게 해결하거나.


 

지금처럼 다른 사람의 상담도 해줄 수 있고.


 

또... '빌수'적인 순간에 이상한 말을 하지 않을 거 아냐.


 

......나도 리앤처럼 되고 싶어.


 

......


 

음...


 

어설픈 위로는 안 할거야.


 

현실적이지 못한 말도 하지 않을 거고.


 

일단은...


 

나를 동경해줘서 고마워.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야.


 

누군가에게 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까 기뻐.


 

잡설은 여기까지만 하고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똑똑하다고 무엇이든지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냐.


 

물론 남들보다 이득을 보는 일은 많지만 그것은 다른 요인으로 보충할 수 있어.


 

스틸라인 온라인 같은 경우는 팀게임이다 보니 랭킹은 내가 더 높지만,

개인적인 컨트롤이나 피지컬 같은 경우는 토모가 더 좋잖아?


 

내가 그걸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고마워.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나를 자랑하는 말이 아니야.


 

엄연한 사실이야.


 

그러니 불쾌해하지 말아주길 바라.


 

나는 똑똑하다기보다는 통찰력이 좋은 거야.


 

진짜로 똑똑한 건 닥터 같은 애들을 말하는 거지.


 

나는 현상과 사물을 마주하면 그것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날 뿐이야.


 

사실...


 

토모가 똑똑해지고 싶다고 했을 때...


 

난 얼마든지 얼버무릴 수 있었어. 속일 수도 있었고.


 

지금 토모도 알겠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은 토모의 문제를 현상유지 시키려는 것에 불과해.


 

단지 우리 두 사람의 시간만 잡아먹는 일이야.


 

......


 

다시 말하지만 통찰력이 좋으면 이득은 많아.


 

하지만 단점도 있지.


 

나는 남의 정보나 속내를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어.


 

그래서 구시대의 리앤과 대화한 사람들은 자신이 벌거벗겨지는 거 같다고 불쾌해 하며 리앤을 피했지.


 

지금의 나는 그런 기억들이 전해졌기에 그런 일을 최대한 피하지만...


 

통찰력은 사라지지 않아.


 

남들이 하는 거짓말, 그릇된 말, 잘못된 지식 같은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그런 것들과 마주하면 불쾌하지만 그것을 애써 무시해.


 

그것에 대해서 말하면 상대가 피할 것을 아니까.


 

비슷하게 남들이 하는 일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더라도 참견 하지 않으려고 하지.


 

과장해서 말해서 가끔은 장님들만 사는 마을에서 혼자 앞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일 때도 있어.


 

그래서 구시대의 리앤은 관리직에 있으면서 직접 현장을 뛰어다녔지.


 

남들에게, 부하들에게 맡기면 답답하니까.


 

......


 

토모... 제일 친한 친구들이 누구야?


 

워울프, 브라우니, 샬럿, 스틸 드라코...


 

......친구를 잃을 수도 있어.


 

통찰력은 대상을 가리지 않아.


 

친구들에게도 적용돼.


 

똑똑해지면 친구들의 결점도 보이기 시작할 거야.


 

유유상종...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단순히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친구를 잃을 수도 있어...


 

아까 네가 똑똑하면 위험을 피하고 쉽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했지?


 

맞아. 사실이야.


 

하지만 똑똑하면 더 위험하고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될 거야. 그게 효율적이니까.


 

그리고 만약 네 임무에 네 친구들이 동행하면...


 

......


 

미안해... 상담이라기보다는 내 넋두리에 가까운 이야기만 늘어놔서.


 

하지만... 토모가 말한 똑똑해지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


 

음...


 

리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결말은 똑똑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리앤이 한 말이니까 맞는 말이겠지!


 

라떼 다 먹었어?


 

그러면 게임센터 가자! 이번에 스틸라인 오프라인 버전 나왔다고 하더라!


 

......


 

......


 

그래! 새로운 게임은 일찍 시작해야 하는 법이지!


 

팀 전이 아닌 게임이니까 승률은 내가 더 높겠지?


 

흐흥. 길고 짧은 것을 대봐야 아는 법이지.


 

그리고 리앤.


 

응?


 

나는 리앤이랑 대화해도 전혀 불쾌하지 않아.


 

바보라서.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토모였잖아.


 

......


 

(나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 내 소중한 친구.)


 

게임센터까지 경주다! 늦는 사람이 첫판 비용 내기!


 

잠깐! 먼저 달려가면 반칙이잖아!


 

아하핫! 전 토모와 현 토모의 대결이다!


 

아하핫! 전 토모의 역량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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