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자즈의 공방.


 이 곳엔 온갖 잡동사니와 공구, 기계물품이 선반에 땅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다. 난잡하게 어질러져 있지만, 그 속에서도 뭔가 미묘한 규칙성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


 그리고 이곳에 타이런트가 찾아왔다.


 "죄송해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을 거 같네요."


 철들이 맞부딫히는 소리를 내면서 그르렁대는 타이런트의 위압감있는 명령은 아자즈의 별 생각 없는 듯한 거절 한마디로 돌변했다.


 "뭐!!"


 "물론 강해지고 싶단 부탁은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목적이 있어야겠죠. 예를 들면 출력기관을 높여서 화력을 올려달라던가, 합판을 신소재로 바꿔 내구성이 좋아진다거나, 그런 거 말이에요."


 "..."


 타이런트 옆에 있던 볼트랑 너트 따위가 분노의 포효로 팅겨져 나갈 정도였지만, 아자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이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두려움이나 용기의 모습도 아닌 아자즈의 자태와 대답에 타이런트는 놀란 건지 수긍한건지 아니면 귀찮은건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면 동기라도 있나요. 가령 철충과의 전투에서 특별한 한계를 경험했거나."


 "날 우습게 보는거냐."


 "아니면 동기라도 있나요."


 "..."


 타이런트의 양쪽 턱이 탕탕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가 아무 것도 하지 않더니, 이내 고민끝에 한마디를 던졌다.


 "...해피."


 "네? 아,"


 "이 몸은 해피가 아니다."


 "아, 이해했어요. 자꾸 다른 바이오로이드와 사령관이 해피라고 불러서 짜증이 났군요. 그렇게 계속 불리는 이유가 자신이 약하다 생각해서고, 강해져서 그 칭호를 버리고 싶어서겠네요."


 "이 몸은 진화의 정점이다. 강아지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아자즈의 말에 타이런트는 떠올리기 싫은지 울분과 같은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흐음... 진화. 아, 좋아요. 예전부터 생각해둔 게 있어요. 성공적일지는 확실치 않지만, 한번 도전하실래요?"


 "도전이라. 마음에 드는 단어다. 크하하하하"




 ...


 "그래서?"


 "그래서 타이런트 양은 귀염살벌한 폭군이 되었습니다."


 사령관은 어제 일어난 일을 듣고 아무 반응도 안했다. 역시 또 아자즈구나 싶은 사건이어서 익숙해진건지, 아니면 초연해진건지는 사령관만 알 수 있다.


 사령관과 아자즈는 멀찍히 떨여져서 타이런트를 보고 있다.


 타이런트가 성질을 내면서 공원 중앙에서 마구 휘저으려하자, 글라시아스가 이를 제지하고 있다.


 "이 몸이! 이딴 연극용 로봇 따위에게!"


 "진정하거라. 그렇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사령관은 여성형 신체임에도 금속소재로 된 글라시아스와 달리 바이오로이드처럼 보드라운 살결인 타이런트를 보고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


 "어떠신가요. 마음에 안 들어도 괜찮아요.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니까."


 "...조금, 조금 생각할 시간을 줘."


 "네. 그러면 전 이만 가볼게요."


 "잠깐만 그냥 얘네들 두고가도 괜찮아?"


 "제 예상보다 더 좋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영업날이라 준비도 해야 되고요."


 "아. 그래."


 아자즈는 아무 거리낌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 사령관도 여러가지로 찝찝한 감정이 들었지만, 걱정없다는 아자즈의 말 덕분인지 일단 제 갈길을 가 일정을 소화할 준비를 했다.


 타이런트는 이 둘을 보지도 못한 채 글라시아스에게 무력화 된채 분을 삭히고 있었다.





 글라시아스는 타이런트를 외진 곳으로 끌고 가 일단 진정을 시키려 했다. 물론 공원 중앙에서도 할 수 있지만, 자칫 돌발행동에 시설물이나 바이오로이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씨익. 원래 몸이었으면 너 따윈 그 자리에서 묵사발을 냈을 거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날 이길만한 힘은 있다네. 단지 아직 자신의 신체에 익숙하지 않아서, 또 스스로를 믿지 않는 거 같구나."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아, 그리고 말도 엄청 이상해. 목소리도 이상하고. 아아악!!"


 그렇게 타이런트가 짜증을 내는 사이었다.


 "오오오~, 이이이게 누구십니까. 장안의 화제인 타이런트 양 아닌가요."


 알프레드가 마치 진작에 알아다는 듯이, 아니면 그냥 놀릴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천연덕스럽게 둘에게 인사했다.


 "넌 또 뭐야."


 "그대구나. 마침 타이런트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잘 됐구나."


 "제가 말입니까?"


 글라시아스의 부탁에 알프레드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 크흡 흡. 네 물론이죠. 이 뛰어난 지성의 알프레드면..."


 "닥쳐 실패작."


 "흐익! 충격..."


 마치 사춘기가 온 거 같은 타이런트의 콱 찌르는 한마디에 알프레드는 금세 의기소침해졌다.


 "진화 그 자체인 이 몸이 연극용 로봇이나 고철 따위에게 들을 말은 없다. 이 몸이나 저 몸이나..."


 "진화? 그렇군요. 설마 아자즈란 아가씨는 그걸 노렸나 보군요."


 그 한마디. 진화란 키워드를 듣고 알프레드는 무언갈 떠올렸는지 중얼댔다.


 "물론 그 아가씨의 지성과 재능은 절 따라갈 수 없지만, 그러기에 의도는 금세 알겠군요. 혹시 타이런트 양은 진화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진화?"


 "쿠후후. 진화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나온 결과죠. 세상은 강한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 것. 그것이 진화의 핵심입니다."


 "실패해서 도태된 몸에게 듣고 싶지 않다."


 "그렇죠. 하지만 실패작인 저, 그리고 글라시아스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이 바뀌었죠. 연극용 로봇인 글라시아스 씨에게 이제 연극을 지시할 감독도, 또 작품을 봐줄 관객과 독자는 없어졌습니다."


 "..."


 "저 또한 원래는 로버트의 실패작이지만, 이젠 로버트란 개체도, 또 로버트를 제작한 이들의 목적도 사라졌겠죠."


 "그래서 뭐. 이젠 싸울 필요도 없으니 그 명령권자란 놈에게 아양이나 떨라 그런 거냐?"


 "네? 아니 그건..."


 정곡 한마디에 다시 또 알프레드가 이상을 일으키더니 금세 또 침울해졌다.


 "난 네놈들 따위와 다르다. 싸울 적도, 이겨야 할 전장도 산더미다."


 "흐음, 그렇군요. 하지만 그건 절반은 맞는 이야기일거다. 하지만 더 큰 본질이 있다네."


 얌전히 이야기를 듣던 글라시아스가 입을 열었다.


 "뭔게 그게."


 "알프레드의 의견을 들으니 좋은 해답이 떠올랐구나. 하지만 직접 말하는 건 교육으로서 좋지 않겠지. 직접 몸으로 부딫혀야 하느니라. 자네 또한 수많은 전장 끝을 누비고 부딫히면서 자연선택된 개체가 아니더냐."


 "...칫."


 아직도 짜증을 내는 타이런트지만 조금 수긍을 했는지 아까처럼 냅다 화구를 들이밀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이제..."


 "오 이게 누굽니까."


 그렇게 셋이 얘기를 이어나가는 중이었다.


 "아... 그래. 저 아이면 너에게 완벽한 해답을 주겠구나."


 "해피, 아닙니까. 아니, 이젠 해피 양이네요. 전 강아지를 원했지 주인님 침소에 같이 들 첩을 원한게 아닌데 말이죠."


 바닐라가 타이런트를 보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음모로 가득찬 옅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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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쓰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