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틀정도가 지났다.

닥터가 스카우터로 개조했지만 아자즈의 제멋대로에 의해 외안경의 외형으로 개조된 전술 스카우터와, 개량을 거듭한 택티컬나이프, 알터리움 합금으로 총열을 강화한 권총과, 떡장갑이 아니라면 웬만한 연결체에게도 위력적인 고관통 권총탄.

모든 장비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브라우니와 함께 방주에서 출발했다.

오르카호의 주 병력들은 방주를 거점으로 적을 요격할 준비를 갖췄고, 나랑 소령 브라우니는 방주를 나와 둘이서 적의 본진으로 우회해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적 병력이 관측되는 전선 부근에 도착했다.


"부사령관님. 근데 이거 진짜 맞는검까?"


"뭐가."


"저희 둘이서 델타 잡아오는거 말임다."


"상관없어. 넌 훈련한 대로만 하면된다. 적 병력 호위하는것만 교란해. 수단방법가리지 말고."


"끄응. 알겠음다. 살아서 돌아오셔야 함다."


"야. 누가보면 죽으러 가는줄 알겠다"


"작전내용만 보면 충분한 자살특공임다 이거."


"너 누가 훈련시켰는지 기억안나냐?"


"...반드시 살아오셔야함다. 안 그러면 제가 사령관님한테 죽슴다."


"아이고. 인간보다 자기 목숨이 먼저냐?"


"방금 자기걱정은하지말라고 하셨잖슴까."


"그래...일단 뭐. 작전대로. 넌 쟤네 호위만 끌어내봐."


"알겟음다. 그럼 무운을 빌겠음다."


그렇게 브라우니와 대화하고, 브라우니는 전술 무기들을 챙겨서 적을 교란하기 위해  떠났고, 나는 델타가 있는 마리오네트의 본진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가다 마주한 마리오네트 분대.

구성은 포병둘에 보병셋. 저격수가 있을 가능성은... 저격할 위치가 안 나온다.


우선 후방의 포병 목에 권총 한방.

총소리가 나고, 포병의 목이 깔끔하게 뚫려 피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파악하고 대응사격을 하는 마리오네트들.

하지만 이미 몸을 움직여 포병이 있던 근처의 사각으로 접근을 마친 나는, 그대로 택티컬나이프를 포병의 목에 찔러넣었다.

깔끔한 경동맥 절단.

포병이 낸 소리에 보병이 뒤를 돌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내 권총은 보병을 조준하고 있었고,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그대로 나이프를 뽑으며 다른 보병 하나의 머리를 노리고 나이프를 집어던졌고, 나머지 둘은... 머리를 노린 권총탄에 쓰러졌다.

나이프를 맞은 보병은, 머리에 쓴 고글이 나이프에 두동강 난채로, 나이프가 박힌 머리의 뇌수가 조금씩 흘러나오며 쓰러졌다.

그걸 확인한 나는, 그대로 그 보병에게 걸어가 나이프를 회수했다.

피와 뇌수가 묻어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그 보병의 물품으로 나이프를 정비하고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내겐 익숙하지 않은 살인의 감각. 하지만 몸은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익숙하다는듯 목숨을 빼앗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내가 들어온 이 육체의 경험때문이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죽였다.

내 의지로, 내가 휘둘러, 생명을 꺼트렸다.

불완전한 바이오로이드라 하더라도.


"그래. 만들어진 너희가 죄인은 아니지... 그렇게 만든 인간이 죄인이니까...."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내 몸 그대로 넘어왔어도 이랬을까?

글쎄. 적어도 누굴 죽이기보단 오르카안에서 애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겠지.

지금까지도 그랬고.

결국 똑같은거다. 이 몸의 주인이었던 여자든, 이 세상을 게임으로만 생각하고 즐겼던 나든.

게임이 현실이 된 순간, 나는 이미 게임으로서 가볍게 생각하고 즐겼던 죄인이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참회라고 할만한 건 그녀들이 바랬던 진짜 해피엔딩을 만들어 주는 방법밖에 없지.


기다려라. 델타.

서로가 만든 지옥에서, 피라는 염료를 뿌린 레드카펫 위를 처절하게 걸어보자.

결국 서서 그 레드카펫을 걷는건 누구일까?

기대가 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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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여기서 뭐하는거야."


"아. 티타니아. 여긴 위험하니까..."


"여왕이 묻는 말에 대답이나해. 여기서 뭐하는거야."


"....전투준비."


"그럼 린도 여기 있는거야?"


"...부사령관은 이미 작전지역으로 떠났어."


"...그럼 여왕도 여기서 싸울래."


그렇게 말하면서 전투준비중인 부대로 걸어가는 티타니아.

그런 티타니아를 말리려고 한건지, 아니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사령관은 티타니아를 불러 세웠다.


"티타니아."


"왜? 여왕은 바빠. 저 빌어먹을 적들을 쓸어버리면 린이 빨리 돌아오겠지. 안그래?"


"맞긴한데, 그렇게 무턱대고 싸우면 오히려 더 힘들거야. 최대한 빨리 돌아올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자. 괜찮지?"


"......"


그 말에 티타니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사령관이 있는 지휘실의 의자에 가서 앉았다.


"...좋아. 그렇게 말한다면 방법은 확실한거겠지? 여왕은 지금 그렇게 참을성이 좋진 않아."


"방법이야 확실하지. 땡 알보병 병력이야. 이미 그 시점에서 전투는 끝났어."


"그러면 여왕보고 기다리라고 한 이유는 뭐야?"


"한번에 다 쓸어버려야하니까."


"....그래. 그럼 어디 해봐."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자, 델타가 전진시킨 병력이 관측되고 있다는 정찰보고가 들어왔다.


"아스널. 적 후방부에 집중적으로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겠어?"


[지금 상태로 전진한다면 5분정도 뒤면 가능하다. 포격으로 퇴로를 막겠다는건가. 사령관?]


"뭐. 주 무기는 따로있으니까."


[안타깝군. 우리도 화력이라면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그동안 메이가 버튼누르고 싶다고 징징대서.."


[야! 누가 징징대긴 징징대!]


[이크. 메이소장이군. 나는 그럼 적 최후미가 사정거리안으로 들어오는대로 명령에 따라 발포하겠다. 통신은 이걸로 종료하지.]


[사령관! 내가 유언비어는 퍼트리지 말라고 했지?]


"하하하..그래도 싸우고싶어서 안달난건 사실이잖아.. 그래서.. 준비는?"


[완벽해. 7분쯤뒤에 전술핵 6발이 정확하게 목표한 지점에 착탄할거야.]


"그건..볼만하겠는데."


[진정한 멸망이 뭔지 보여주려면 택도 없지만, 그 정도만 해도 적군을 괴멸시킬순 있어. 아쉽네. 좀더 떨구고 싶었는데.]


"6개로도 충분히 오버킬이야."


[어쩔 수 없지. 자. 슬슬 시간이 되었어. 압도적인 화력이 작렬하는 광경을 두눈으로 볼 시간이야.]


"좋아. 아스널? 적의 위치는?"


[거의 다 넘어왔다. 발포명령만 준다면 지금이라도 퇴로를 막을 수 있다.]


"좋아. 그런 갈겨버려."


[확인했다. 전 병력! 무기를 들어라! 목표지점에 포격을 개시한다! 탄은 부사령관이 준 물자덕에 썩어넘치니 쏘고 싶은만큼 신나게 쏴갈기도록!]


[여기는 블러디팬서. 캐노니어의 포격을 확인했슴다. 저희도 그러면 작전개시하겠슴다. 아머드메이든! 위치를 사수하라! 적들을 한놈이라도 보내지 마라!]


캐노니어의 포격을 시작으로, 아머드 메이든의 전선저지가 시작되었다.

앞뒤로 포탄에 얻어맞는 마리오네트들은, 대응사격이나 포격을 했지만, 아머드 메이든의 장갑엔 흠집도 나지않았고, 캐노니어는 이미 고지대를 점한 상태라 포격자체가 닿지않았다.


결국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자. 사령관. 불꽃놀이 시간이야.]


메이가 정확하게 시간을 재고 하늘을 가리키자, 하늘에서 6개의 멸망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천지를 뒤덮는 듯한 섬광과 폭음이 들리고, 전장은 한 순간에 열기로 뒤덮혔다.

버섯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남겨진것은...


아직도 일무나마 절뚝이며 걸어오는 바이오로이드들.

이상하리만치 튼튼한 그 모습에, 메이로 혀를 내두를정도였다.


[사령관. 6발이 오버킬이라고?]


"...저건 예상밖인데."


[아무래도 피해를 버티는 뭔가가 따로 더있었던거 같아. 지금이라도 추가 투하를...]


"아니. 여왕은 이제 더는 못 기다리겠어. 저걸 다 쓸어버리면 되는거지?"


"티타니아?"


그러고 여왕이 날아올랐다.

그녀를 노리고 달려들던 탄환과 공격들은, 전부 혹한의 냉기속에서 얼어붙어 추락했다.

이윽고, 그녀의 손짓을 따라 창공의 바람이, 냉기를 머금은 채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전부 여왕의 앞에서 사라져."


창공의 폭풍은 점점 더 거세게 휘몰아치며 응축했고, 그 냉기를 버티지 못해 수분이 우박이 되어 적들에게 쏟아져 내리기 시작할때쯤...


"여왕은 이제야 알았어. 기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어. 그러니까... 그 감정을 방해한 너희는. 죽어."


냉기를 지휘하던 손가락을 마리오네트 병력쪽으로 향하자, 창공의 울부짖던 냉기 폭풍이 마리오네트 머리위로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그 폭풍이 휩쓸고 간 영구동토에, 살아있는 적은 없었다.

그렇게 급속히 달아오른 전장의 대지를, 한 순간에 얼어붙게 만든 그녀는, 다시 천천히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내려앉았다.


"끝났어. 린은 언제 돌아와?"


"하하... 델타 잡으면 돌아올거야."


"그래? 그럼 여왕은 가서 쉴래. 린 돌아오면 불러.


그렇게,사령관의 전투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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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그 브라우니 하나에 병력이 묶이는건데! 고작해야 양산형인 브라우니 하나인데!"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며 화를내는 델타.

델타가 있는 임시 거처는, 딱봐도 여기 델타있어요 하고 알려주든, 전장이랑은 어울리지않는, 위장따위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그런 거처였다.


"후우... 이놈의 의자는또 왜 부너지려고 지랄이지?"


그렇게 오드리를 의자로 삼아 앉은 델타는, 주변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한걸 그제서야 눈치챘다.


"...경계병력이 원래 이렇게 조용했던가?"


"다들 죽었을테니. 조용한게 당연하지."


"넌..?!"


그리고, 거처에 들어서면서 델타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부사령관.

그런 부사령관을 본 델타는, 놀라긴했지만, 그렇다고 바로 도망치지는 않았다.

바로 도망쳣다면 그나마 그 뒤에 당할 일을 피할 수는 있었을텐데 말이다.


부사령관은 말도 아깝다는듯, 그대로 델타의 어깨에 권총탄을 한대 때려박았다.


"아악!?!!"


"..시끄러. 난 네놈의 비명소리같은게 듣고싶은게 아니야. 네놈에게 고통을 주려고 온거지."


"무슨?!"


"안타깝게도 말이야. 난 네놈을 살려서 오르카에 데려갈거야. 하지만 네가 한짓을 생각하면 말이지. 그냥 순순히 끌고가기엔 내가 기분이더럽거든."


"말도안되는 소리야!"


"아니. 말이 되는 소리지."


어깨를 부여잡고 있는 델타에게 걸어가서, 발로 걷어차 뒤로 넘어트린다.

의자역할로 델타를받치고 있던 오드리는, 구속을 풀어주고 피신시켰다.

좋아. 그럼 시작해보자.


"우선 도망못가게..."


나이프를 뽑아서 그대로 발등에 찍어넣는다.

발을 뚫고 바닥에  고정된 나이프는, 델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주었다.

그러고 여분의 단검을 꺼내서, 손발에 하나씩 찍어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지가 바닥에 결박당하자, 그제서야 조금 볼만한 고통스러운 얼굴을 델타가 짓고 있었다.


"뭘 그렇게 아파하고 그러냐. 이제 시작인데."


지금까지 격전을 벌이며 달아오른 소음기를, 능숙하게 장갑을 낀채로 분리해냈다.

그리고, 델타의 배를 밟고, 그 아래의 옷을 전부 찢어냈다.

그렇게 드러난 델타의 치부에, 그대로 소음기를 쑤셔넣었다.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른 소음기니까, 뱃속이 아주 화끈하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음. 고기굽는 살타는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구나.


일단 아래쪽은 그렇게 해뒀고, 위쪽은 그냥, 그대로 마운트를 잡고, 죽을만큼 상체와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렇게 가슴에 피멍이들고, 얼굴도 피멍이들고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르는상태로 만들어놓고 나서야.

그제서야 델타에게 박아넣은 팔다리의 나이프를 뽑았다.

그렇게 델타의 머리채를 잡고 거처밖으로 나오자, 내보냈던 오드리가 서있었다.


"끝난...건가요?"


"그래. 지금부터 오르카로 갈거야. 따라올거니?"


"오브 콜스.... 따라가도록 하겠어요. 그보다 델타는.."


"아직까진 살아있어."


"왜 죽이지 않은거죠?"


"필요하니까."


"그런가요?"


"그래. 지금 오르카에 수송기를 요청했어. 브라우니부터 태우고 올테니 여기서 기다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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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기를 타고 돌아온 부사령관은, 사령관의 앞에 델타를 패대기 쳤다.

그렇게 델타는, 정식적인 오르타의 일원이 아니라, 포로로서 오르카에 올라타게 되엇다.

물론, 그전에 닥터가 델타를 회복시켜야 했지만 말이야.


"....우와. 린 언니 자비없네..."


"뭐가."


"그 소음기, 탄환의 규격때문에 상당히 튼튼하게 만든거라 온도가 장난없었을텐데. 그걸 그대로 쑤셔넣은거야? 지금 델타의 질벽부터 자궁까지 아주 미디움 레어로 구워져있는 상태거든?"


"관심없어. 그래서, 목숨엔 지장없지?"


"후....나노캡슐을 쓰면 완치될거야. 딱히 그렇게 목숨에 지장이 있는 부상은 아니야. 진짜 혀를 내두를정도로, 목숨에 지장이 없는 곳만 골라서 때렸어. 고문이라도 한것처럼."


"실제로 했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저 꼴일 이유가 없잖아."


"...내가 말을 해서 뭐해. 후... 알았어. 그래도 회복하려면 꽤 걸릴테니까, 회복하면 저번에 말한대로 제압해서 지하 감옥에 보낼게."


"그래. 그때 연락줘."


그렇게 닥터의 연구실을 나간 부사령관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도중에.

티타니아가 자신의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티타니아는, 자신을 확인하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고, 그대로 린을 끌어안았다.


"티타니아?"


"다행이야. 돌아와서."


"...그래. 돌아왔어."


"약속해. 여왕어디 혼자두고 가지 않겠다고."


"안 두고가는건 내 작전상 힘들거 같은데..."


"멍청이. 그럴땐 빈말이라도 한다고 하라고.."


"대신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은 할 수 있어."


"...그거라도 괜찮아. 여왕을 혼자 두지마. 너랑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한 뒤로, 계속 뭔가 심장이 뛰었었어. 그리고 네가 싸우러 나갔다는걸 들었을때, 여왕은 너무 불안했어. 그리고 지금 이렇게 마주한 지금. 확실하게 알았어. 여왕은 린이 없으면 안돼."


"아하하...."


"...농담 아니야."


"일단 방으로 들어갈까? 못한 이야기도 있고, 같이 있는 시간을 천천히 보내자."


"....린은 여자잖아."


"아니 꼭 그런의미가 아니라!"


"이건 농담이야. 여자끼리도 방법이 있다고 들었어."


"....? 누구한테?"


"탈론페더."


"...."


꼭 탈론페더를 조져버리겠다고 다짐하며, 린은 티타니아의 허리를 안은채로 부사령관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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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43742876 


그래서 티타니아랑 부사령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딸론허브에 있다. 지금당장 정기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