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링크 : https://arca.live/b/lastorigin/49834515


참고하면 좋은 편 : https://arca.live/b/lastorigin/48533314 (안드바리)



안녕하세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물자와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안드바리 입니다.


제 주요 임무는 말씀 드린것 처럼 물자의 관리에요. 전투 목적으로 생성된 개체가 아니다 보니, 주로 후방에서 보급을 담당하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언니들의 장비를..  아. 언니들은 저희 발할라의 전투원들을 말 하는 거에요. 다들 가족처럼 사이 좋게..


흠흠. 이야기가 조금 흘렀네요, 계속해서 말씀 드리자면 저는 발할라의 물자 창고를 지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어디까지나 전투가 일상힌 오르카호에서 군수품에 손을 대는 몰상식한 전투원들은 거의 없어서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아요.


사령관님께서 가끔 자원이나 참치캔을 이상한 곳에 낭비하시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당 가능한 레벨이에요.


그 외에도 가끔 참치캔과 초코바를 노리고 잠입하는 인원들이 있긴 하지만,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있거든요. 바로 이 루거 커스텀입니다.


이걸 그 참치 도둑과 초코바 도둑의 머리에 겨누면.. 흐흐.. 앗, 죄송해요. 자꾸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네요. 


어쨌건, 저의 일상은 제법 평온한 편입니다.  


가족들과 같은 발할라의 대원들과 함께. 입 밖에 꺼낸 적은 없지만 꼭 아빠 같은 사령관님과 함께. 언제까지나..


그런 오르카호에서, 사령관님이 사라지는 소동이 발생했어요. 뭐, 가끔 과격한 언니들에게 휘말리거나. 다른 작전을 목적으로 급하게 이동하시는 경우가 있었으니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하루, 이틀. 그리고 한 주. 잠시 동안은 말예요.


이윽고, 사령관님의 복귀가 확인되지 않자, 오르카호는 혼란에 빠졌어요.  급하게 복귀한 라비아타 언니는 꼭 예전처럼, 바이오로이드들의 총 지휘관 역할을 해야만 했죠.


너무 오래 평화에 찌들었던 탓일까요? 오르카 저항군의 전선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죠. 사령관님의 탁월한 지휘 능력덕에 지금까지 버텨온걸요. 모두가 힘썼지만, 역부족이였어요. 


나빠져가는 전세 속에서, 오르카호의 모든 물자는 각 제대별이 아닌 통합 물자로 관리되기 시작했어요. 전면전에 투입되는 물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죠. 덕분에, 사령관님이 없는 동안 제법 비축되어있던 물자들이 순식간에 동나버렸어요.


좋은 일은 아니지만, 덕분에 저는 할 일이 없어졌죠. 전면전에 나설 수 없는 저는 그저 보호 대상에 불과했거든요. 그저 텅 빈 창고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떼울 뿐. 


늘어난 시간은 저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했어요. 그 결과 저는 아주 비정상적인 결정을 내렸답니다.


조그마한 보급의 손실이나마 줄이고자, 저는 오르카호를 떠나기로 결정했어요. 저는 그다지 고급 개체도 아니니까요. 상황이 정상화 된다면 다른 안드바리가 언니들의 뒷바라지를 도와줄거에요. 저를 찾지 말아달라는 말이 남은 감사의 편지만을 남긴 채, 저는 조용히 오르카호를 떠났습니다.


제 계산과는 다르게, 언니들은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전투에 지친 몸을 이끌고 기어이 점령지 어딘가의 산속에 숨어있던 저를 발견하셨죠. 크게 혼 날 것이란 걱정과는 달리, 레오나 언니는 숨이 막히도록 저를 끌어 안으며 다행이다. 라며 눈물을 흘리셨어요.


다들 한데 안아 모인 채 눈물을 흘렸어요. 그제서야 저는 제가 얼마나 철이 없는 행동을 했는지를 이해했죠.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저는 비로소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답니다.


그로 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모두가 출격한 사이, 사령관님이 오르카호에 돌아오셨어요.


많은 감정이 교차했지만, 우선 사령관님이 돌아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사령관님도 저를 발견했는지, 제게 다가오시는 것을 보고 따끔하게 한 마디 하기로 결심 했.. 는데,


제 결심과는 다르게, 사령관님을 보자 마자 울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제가 울자 사령관님은 당황했는지 저를 부둥켜 안고 달래주셨죠. 조용한 창고에 다달아서야 겨우 눈물을 그친 제게, 사령관님은 선물이 있다며 보따리를 내미셨어요.


우와, 유치원복이에요! 전부터 정말 가지고 싶었는데, 비록 지금은 콘스탄챠 선생님의 수업이 없지만, 지금부터 사령관님이 힘내 주신다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 오는 것도 멀지 않을거에요.


계속 사령관님 곁에 붙어있고 싶었지만, 사령관님은 갈아 입은 모습이 보고 싶으시다며 재촉하시네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잠시 방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기로 했어요.


노란 병아리가 그려진 귀여운 제복과 명찰. 그리고 핸드백 까지. 거울을 이리 저리 둘러보며 혹시 이상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요. 오랜만에 돌아온 사령님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순 없죠.


잠시 뒤, 창고로 돌아가 봤는데 사령관님이 보이질 않네요. 그새 어딜 가신거지?


창고 한 구석에 쌓여있던 비상 자원 상자가 열려 있었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사령관님을 찾아 오르카호 내부를 해맸어요.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공방 입구에서 사령관님을 발견 할 수 있었죠.


" 아, 씨바. 제조 존나 안뜨네.. 유산깡도 망해서 저거 한 벌 겨우 나왔고. 그냥 다음에 사료 뿌리면 보고 복귀 하던가 해야지 쩝.. "


무언가 중얼거리는 사령관님의 목소리. 가까이 다가가자 무언가를 해야겠다. 라고 다짐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사령관님은 저를 발견하시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시고, 사탕과 초콜릿을 몇 개 건내주셨어요. 이건 아껴뒀다가 언니들이랑 같이 먹어야겠어요. 그렇게 가방에 간식을 담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사령관님은 피식 웃으며.


" 안드바리, 난 잠깐 사령관실에 있을테니까 숙소에 가서 쉬고 있으렴. "


하고는 한번 더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천천히 로비 쪽으로 멀어지셨어요. 사령관이라는 자리에서 할 일이 많으신거겠죠.


사령관님의 말 대로 숙소에 돌아오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이 오네요. 침대에 눕자 마자 졸음이 몰려옵니다.


다시 한 번 사령관님과 함께, 언니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날들을 기대하며, 저는 곤히 잠에 들었습니다. 빨리 언니들이 돌아와서 사령관님이 복귀하신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죠.


안녕히 주무세요, 사령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