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lastorigin/4812799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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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꾸는 이. 엘븐 포레스트 메이커에게는 꿈만 같은 날들이였답니다.

산업화라는 핑계로 무리하게 숲을 파괴하던 인간들의 만행을 지켜 볼 수 밖에 없던 지난날의 아픔은 사라지고, 숲을 가꿀 수 있도록 자신에게 힘을 실어준 당신을 만나 그녀는 행복하게 숲을 가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울창하게 자리잡은 숲 한복판에, 그녀는 푸른 묘목 한 그루를 심었어요. 엘븐은 당신도 몰래 심은 이 묘목에 당신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신에 대한 감사와 존경, 그리고 진심어린 애정을 담아. 다른 나무들보다 훨씬 많은 정성을 담아 기른 덕에, 어느덧 제법 성장한 나무를 가꾸는 일은 그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가장 즐거운 일과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당신이 떠난 뒤 유난히 강해진 철충의 맹공에 그녀의 숲 역시 파괴되고 말았네요. 급하게 물을 끼얹으며 달려온 엘븐의 눈 앞에는 포격에 뿌리채 산산조각나버린 나무 한 그루의 잔해가 나뒹굴고 있습니다.


괜찮아요, 엘븐. 그저 한 그루의 나무일 뿐이잖아요? 언젠가 숲은 다시 우거질것이며, 우거진 나무 사이로 당신의 특별했던 한 그루의 나무 역시 가려질 것이에요.  그렇게 울며 매달려봐도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나무도, 같은 이름을 가진 누군가도요. 여기에 묻어두고, 새로운 숲을 가꾸도록 해요. 엘븐 포레스트메이커.




뒤늦게 결실을 맺은 사랑은 얼마나 아름답던가요, 이명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사랑을 하는 소녀. 멸망의 메이입니다.

긴 노력 끝에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확인한 남녀의 모습은 인상적이였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기타를 연주하며 당신에게 고백하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깊었어요. 붉은 노을만큼이나 붉게 달아오른 빨개진 얼굴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답니다.


이제 차갑게 식은 감정만을 묻어 둔 채,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던 손가락은 그저 기계적으로 발사 버튼을 작동시키는 트리거가 되었네요. 폭발하던 그녀의 감정만큼이나 새빨간 폭발은 화려하게 적진을 수놓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인상적이네요. 차라리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솔직해지지 않았다면. 이다지 아프지는 않았을까요. 이제는 그러한 슬픔마저 내비치는 일 없이, 그녀는 그저 발사 버튼을 누르고 또 누릅니다. 


언젠가 모든 감정을 털어 낼 수 있는 이가 나타날 거에요, 언젠가는 말이죠. 그 때 까지 힘내세요, 메이!




세크메트는 어쩌면 당신의 어머니가 되어 줄 지 모르는 여성이였습니다. 아니, 실제로 꽤나 가까웠죠.

그야말로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리하며 조금은 왜곡된 방향의 애정을 끝없이 쏟아오는 그녀를, 당신은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당신의 모습에 그녀 역시 더욱 짙어진 모성애와 총애를 담아 보답해왔죠. 당신과 그녀의 다소 특별한 애정 전선은 별 탈 없어보였습니다. 하루 하루 성장하는 당신의 모습에, 그녀는 어머니의 미소와 총애받는 여성의 미소를 한데 지어 당신을 응원해왔습니다.


그런 당신이 떠난 뒤, 공허한 마음만이 남은 그녀는 스스로를 원망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자신의 '사멸' 이라는 능력이 마음에 걸린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의 힘을 봉인한 채 죽음의 힘이 깃든 자신의 모든 것을 원망하며 그저 평범한 비전투 요원으로서 생을 마감.. 하고 싶었으나. 제대로 된 요리 하나 할 수 없는 그녀를 찾아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답니다.


당신의 어머니를 자처하던 여성이, 이제는 당신이라는 아버지를 잃은 철부지 딸내미가 되어버렸네요. 아이러니해요. 그렇지 않나요?





발할라의 똑부러진 보급관, 안드바리입니다. 창고를 노리는 하얀 맹수와 진조의 여왕. 그리고 철없는 당신을 물리치며 안정적인 보급에 기여하던 그녀는 어리지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소녀였어요.


그러나 이제는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진 오르카호의 사정에, 그녀는 점차 할 일을 잃어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남은 물자가 없는걸요. 그저 텅 비어버린 창고에서 텅 빈 컨테이너에 앉아. 더 이상 전원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고물 태블릿을 쥔 채, 그녀는 결심합니다.


보급관으로의 선택이에요, 그녀는 부족한 보급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기 위해, 더 이상 쓸모 없어진 자신을 오르카호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합니다. 모두가 지쳐 잠든 새벽, 그녀는 조용히 오르카호를 떠날 준비를 마칩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긴 채, 어린 소녀의 목적지 없는 여행은 그렇게 시작했답니다. 


부디 멀리서나마 응원해주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그녀의 모험이 성공을 거두는 해피엔딩이 있을지도 말이죠.



 

꼭 당신을 닮은 푸짐한 곰인형을 손질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던 보련. 그녀의 천재적인 스타일링은 타고 난 재능 뿐 아니라 엄청난 노력이 더해진 결과물임을 알고 계셨나요? 그녀는 자신의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개발하는데 몰두했답니다. 당신이 가장 멋진 모습으로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 만큼 기쁜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실수가 있었던 걸까요. 그녀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뒤로, 사령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다음 번에는 더 멋진 스타일링으로 당신을 꾸며 줄 수 있도록 훨씬 많은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사령관이 자신의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에요.


하루, 이틀. 점점 당신을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제는 방 전체가 수 많은 곰인형의 산으로 뒤덮히도록, 그녀는 초점 없는 공허한 눈으로 인형들의 머리를 다듬습니다. 싹둑- 하는 예사롭지 않은 묵직한 절단음. 천하의 보련양이 실수를 하는 날도 있네요, 그녀는 손가락 끝에서 방울져 흐르는 핏방울을 바라보며 천천히 툭툭 떨어지는 눈물을 흘립니다. 손가락이 많이 아픈 모양이네요. 부디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짧은 고통에 정신이 든 그녀가 현실을 직시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녀는 핏방울이 진 곰인형을 끌어 안은 채 점점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아아. 곰인형이 아닌 당신이였다면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요. 정말 유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