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AL 팬텀에게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기록보관소에 숨어 임무 명령을 기다리는 일상.


그러다가 가끔 워울프가 멸망 전 서부영화를 가져오거나, 업무 보던 브라우니가 짱박히러 오거나, 후배인 AL 레이스가 가끔 놀러오는 잠잠한 일상.


사령관은 팬텀이 기록 보관소에서 나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어울리기를 바랐지만 팬텀은 쉬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바깥은 무서워.'


다른 자매들에게 말을 걸다 실패하고 어버버거리며 은폐장을 켜는 것은 싫었다. 


팬텀은 친한 사람들과만의 좁고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둥둥 날아 기록 보관소에 도착한 바이오로이드는 그런 팬텀의 소망을 깨 버리고 말았다. 


그 바이오로이드의 이름은 프랭스터 머큐리.


머큐리는 스트라이커즈의 새 대원이자 건강에 관심이 많은 바이오로이드였다. 


그 관심이 유사과학 쪽으로 빠져 버린게 큰 문제였지만 말이었다.


머큐리는 팬텀을 찾기 위해 기록 보관소에 찾아오자마자 큰 소리로 팬텀을 불렀다.


"AL 팬텀, 계신가요? 본녀는 프랭스터 머큐리. 당신에게 '인싸'가 쓰는 물건을 소개하러 왔사와요! 오호호홋!"


머큐리의 콧소리 섞인 웃음소리가 기록 보관실에 울려퍼지자, 팬텀은 자료들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인싸에 대한 동경이 컸던 그녀는 인싸들의 생활과 쓰는 물건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팬텀의 머릿속에서 머큐리는 오르카 호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대원들과 무리없이 소통할 수 있는 인싸였다. 그런 머큐리가 소개하는 물건이었던지라 팬텀은 흥미가 동했다.  


모습을 드러낸 팬텀을 본 머큐리는 재빨리 기록 보관실에서 나가 밖에 두었던 물건을 낑낑대며 가져왔다. 


"저...... 도와 드릴까요?"

"괜찮사와요. 이, 이정도는 본녀 혼자서도 옮길 수 있어요! 으으읏!"


가녀린 팔로 천에 감싸인 무언가를 끌고 오는 머큐리와 그녀의 드론 페타소스를 보며, 팬텀은 그 드론으로 물건을 옮기면 되지 않냐고 물어보려다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머큐리는 혼자서 꽤 큰 물건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팬텀은 꽤나 부피가 큰 물건을 보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자신과 물건을 번갈아 보고 있는 팬텀을 보며, 머큐리는 거침 없는 손길로 천을 치웠다. 새하얀 천이 나풀나풀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자 지지대에 기계팔 네 개가 달려 있는 기구가 등장했다. 


"그럼 공개하겠사와요. 닥터의 발명품인 '게르마늄 운동기구'랍니다!"

"게르마늄 운동기구......?"


머큐리의 소개를 들은 팬텀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들이 알 리는 없겠지만, 이 게르마늄 운동기구는 닥터가 사령관의 요청으로 만든 촉수 플레이용 기구였다. 그러다 닥터는 촉수 플레이 기구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실패작에 '게르마늄 운동기구'라는 이름을 붙여 머큐리에게 헐값으로 넘겼다. 천재 바이로오이드 닥터가 만든 건강에 좋은 게르마늄 운동기구라는 이름에 홀딱 넘어간 머큐리가 그것을 구매해 팬텀에게 가져온 것이었다. 


"그렇사와요. 읏차, 여기 보이는 기계팔에 몸을 맡기고 이 버튼을 누르면!"


그 사정을 알 리 없는 머큐리가 촉수처럼 보이는 기계팔에 손목과 발목을 묶은 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기계팔이 움직여 스트레칭 자세를 취하게 해 주었다. 팬텀은 완벽한 스트레칭 자세에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오호호. 이것 뿐만이 아니라 저 팔 하나하나에 몸에 좋은 게르마늄을 넣어서 혈액 순환, 피로 회복 등등에 도움을 준답니다. 어떠신가요, 한 번 사용해 보시겠사와요?"


게르마늄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그리고 게르마늄이 아니고 저마늄이라고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말해 주면 머큐리가 부끄러워 할 것 같아 일단 참았다. 그래도 스트레칭 효과는 탁월할 것 같았기에, 팬텀은 마음 놓고 운동기구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그런데 왜 저한테 이런 좋은 물건을......"

"그게 궁금하신가요? 이 좋은 걸 혼자 쓰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닥터 씨께서 특별히 당신을 추천했답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도 써 볼게요."


머큐리가 이유를 말해 주자 팬텀은 수줍게 웃으며 운동기구에 몸을 맡겼다. 


"당신은 이 기구가 처음이시니 촉수 조종은 본녀가 맡겠사와요."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머큐리는 기구에 붙어 있는 조종기를 떼어 손에 쥐었다. 


"처음은 척추의 유연성과 소화 기능에 좋은 고양이 자세랍니다."


그녀는 버튼 몇 개를 눌러 고양이 자세를 만들었다. 허리를 올리고 양 손을 쭉 내민 채로 붕 뜬 감각을 느끼다 보니 인싸가 된 것 같아, 팬텀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종기가 진동하더니 제 멋대로 촉수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지대에 숨겨져 있었던 분홍색 촉수가 튀어나오더니 팬텀의 가슴 쪽으로 스윽 이동했다. 분홍색 촉수는 음흉하게 머리를 몇 번 움직이더니 그대로 그녀의 가슴에 찰싹 붙어 버리고 말았다. 착 달라붙은 촉수가 팬텀의 가슴을 둥글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고 당황한 머큐리는 버튼을 몇 개 눌러 촉수들을 팬텀의 가슴에서 떼어 보려고 했지만, 어떤 버튼을 눌러도 분홍색 촉수가 물러나지를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시와요?"

"하읏!"


그 와중에 촉수의 애무를 견디지 못한 팬텀이 신음을 내뱉었다.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진 그녀를 본 머큐리가 전원 버튼을 눌러 기구를 끄려 했지만 기구는 말을 듣질 않았다.


기구는 부지런히 다른 버튼을 누르는 머큐리를 비웃듯, 팬텀의 팔다리를 지탱하고 있던 단단한 기계팔 촉수가 갑자기 자세를 바꿨다. 


발목에 감긴 촉수는 팬텀을 일으켜 세워 무릎 꿇은 자세로 만들었고, 손목에 감긴 촉수는 팬텀의 팔을 뒤로 돌린 후 서로 힘을 합쳐 그녀의 양 팔을 묶었다. 결과적으로 촉수들은 팬텀의 움직임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이 무슨 파렴치한!"


팬텀이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말랑말랑한 분홍색 촉수의 머리 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에서 질척질척한 액체에 감싸인 작은 촉수가 나왔다. 입에서 혀를 내미는 것 같아 불쾌했지만, 팬텀을 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전원 버튼을 눌렀다. 


분홍 촉수는 물러나기는 커녕 그대로 팬텀의 옷 속으로 들어가 젖꼭지를 쭉쭉 빨기 시작했다. 분홍 촉수 속 끈적끈적한 작은 촉수가 핥아대자, 팬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초면인 바이오로이드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게 인싸라면 평생 아싸로 살아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챈 머큐리는 잠시 고민하다 게르마늄 운동기구를 만든 닥터에게 가기로 마음먹었다.


"기다리세요! 제가 닥터를 불러와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사와요!"


얼굴은 물론 훤히 드러난 이마까지 빨갛게 익은 머큐리가 기록 보관소에서 후다닥 달려 나갔다. 


"자, 잠깐만...... 우읍!"


팬텀이 머큐리를 부르려 했지만, 곧이어 지지대에서 연두색 촉수가 나타나 팬텀의 입에 들어갔다. 그녀의 입에 들어간 물컹물컹하면서도 단단한 연두색 촉수가 입술과 혀를 유린했다. 


그렇게 기록 보관소에는 팬텀과 형형색색의 촉수를 뿜어내고 있는 게르마늄 운동기구가 남고 말았다.


"우읍, 우으읍!"


팬텀은 운동기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팔다리를 묶은 기계팔이 더 세게 조여왔다. 분홍색 촉수는 팬텀의 가슴을 더 세게 쥐어왔고, 연두색 촉수는 어느새 사령관의 정액을 모방한 백탁액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어느새 팬텀의 입가에서 하얀 액체가 줄줄 새고 있었지만 머큐리가 닥터와 올 조짐은 보이지도 않았다. 


"우읍, 흐웁, 흐으윽......."


게르마늄 운동기구에서 해방되지 못할 거라는 공포를 느낀 팬텀은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달래려는 듯 어느새 나온 파란 촉수가 팬텀의 허벅지에 감겨왔다. 차갑고 말랑거리는 촉수가 계속된 애무 덕분에 예민해진 피부를 자극했다. 


그 사이 성급한 분홍 촉수가 가슴을 주무르는데 방해되는 옷을 확 젖혔다. 갑작스레 꽉 조인 옷에서 해방된 뽀얀 가슴이 출렁거렸다. 갑자기 드러난 젖가슴을 보고 만족한 분홍 촉수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에 질세라 파란 촉수도 허벅지에서 점점 올라가 그녀의 팬티를 훅 제꼈다. 


분홍 촉수가 팬텀의 젖꼭지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사이, 파란 촉수는 그녀의 보지에 몸을 비볐다. 파란 촉수가 클리토리스와 질을 오가고 있었다. 차갑고 질척거리는 촉수가 보지를 애무한다는 이질감에 다시 한 번 탈출을 시도한 팬텀이었지만, 기계팔이 그대로 그녀를 놓아줄 리 없었다. 


팬텀의 탈출 시도에 분노한 기계팔들이 몸을 움직여 그녀를 누운 자세로 만들고는 다리를 활짝 벌렸다. 이대로 누군가가 들어온다면 평생 놀림거리가 될 터였다. 팬텀은 어떻게든 벌린 다리를 오므리려고 힘을 썼다. 아무리 강철에 게르마늄이 소량 들어간 기계팔이라도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바이오로이드의 신체를 계속 버틸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파란 촉수는 우회책을 썼다. 다리를 오므리려는 팬텀의 질 안으로 갑자기 쑥 들어가 힘을 빼 버린 것이었다. 


"흐우우우우욱!"


갑작스러운 삽입에 팬텀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멈췄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보지 안에 몸을 넣은 촉수가 질벽을 타고 올라갔다 내려왔다. 말캉한 촉수가 피스톤질을 시작하자, 분홍 촉수와 연두색 촉수도 그에 화답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른 촉수가 피스톤질하는 리듬을 타 연두색 촉수가 팬텀의 혀에 감겨왔고, 분홍색 촉수 속 질척질척한 작은 촉수는 몸을 양옆으로 움직여 젖꼭지를 핥았다. 촉수들은 팬텀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미친 듯이 자기 할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팬텀의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이제 그녀의 몸은 촉수들이 가져다 주는 쾌락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있었다. 


"팬텀 언니!"

"이미 늦은 건 아니겠지요?"

"팬텀!"


그 순간, 기록 보관소 문이 벌컥 열렸다. 


"하, 하응?"


연두색 촉수에 입이 막힌 팬텀은 말도 못한 채 열린 문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닥터의 손을 잡고 뛰어온 머큐리와, 그런 머큐리에게 잡혀 끌려온 닥터, 그리고 지나가다 머큐리에게 사정을 듣고 기록 보관소로 온 사령관이 열린 문 앞에 있었다. 


"속에 넣어둔 촉수가 안 나와서 실패작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잘 작동하다니. 머큐리 언니,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본녀도 몰라요! 버튼을 눌렀더니 분홍 촉수가 나와 버렸어요. 팬텀! 걱정 마시와요! 우리가 구하러 왔답니다!"


머큐리, 닥터, 그리고 사령관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팬텀의 정신이 돌아왔다. 그들에게 들킨 것이 부끄러운 듯, 연두색 촉수와 파란 촉수가 지지대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사, 사령관. 이건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그, 그래요. 사고! 사고였어요!"


사령관은 팬텀의 변명을 듣고는 있는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머리 위로 들려 묶인 팔, 억센 기계팔 때문에 적나라하게 드러나 과즙을 줄줄 흘리고 있는 벚꽃빛 보지. 그리고 분홍 촉수 때문에 한껏 세워진 젖꼭지. 사령관은 그 모든 것을 감상한 후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사령관! 인싸들은 다 이러고 노는 줄 알았어요......."


팬텀은 사령관이 이런 음란한 모습을 보고 자신을 질책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기계팔 때문에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령관의 반응은 그녀가 예상한 것과는 달랐다. 


"팬텀, 오늘 밤 비밀의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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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에게는 이런 엔딩이 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