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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열과 라비아타의 조사는 당연하게 녹화ㆍ녹음되어 나와 지휘관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송출됬다. 조사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받아 신속하게 이무열에 대한 사항을 결정하자는 취지였다. 

 

라비아타가 지갑과 휴대용 전화기의 조사결과를 말해주고나서, 그에게 물었다. '바이오로이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대답의 첫문장은 '멸망 전 역사를 공부해봤다.'였다. 질문과는 무관한 대답이었는데, 그는 개의치않고 계속 멸망 전 역사에 대해서 쭉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갑자기 분위기가 조사가 아닌 토론이 된 듯한 느낌이었으나 이무열이라는 인간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저런 말 하나하나를 놓치면 안된다는 용의 조언으로 라비아타에게 조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 중간에 바이오로이드의 개발이 인류의 멸망에 영향을 끼쳤다라는 투의 말을 했을 때에는 결국 그도 바이오로이드를 단순히 '도구'로 보는 멸망 전 인류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 아뇨, 사람 탓입니다. "

 

그는 기업, 정부, 바이오로이드를 증오했던 이들 모두 인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자신은 그런 역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과거의 인간들이 하지 못한 책임을 조금 부담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으로 조사는 마무리됬다.

 

" 보기 드문 인간이군 "

 

" 동의하오. "

 

칸과 용의 짤막하게 소감을 남기자 레오나가 발끈하려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후... 그래 저 인간이 괜찮은 인간이라고 치자. 그래서 뭘 시킬건데? 뭐, 부대 하나라도 쥐어줄거야? "

 

"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하나? "


쉽게쉽게 생각하자와 같은 가벼운 말이 들렸다. 사령관이 아닌 다른 인간이 바이오로이드를 지휘한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레오나는 그 말을 한 아스널을 노려봤다.


" 행정업무를 시키면 되지 않나, 멸망 전의 공무원이라고 했으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

 

" 명안이오. 아무리 그가 보기 드문 인간이라 할지라도 지휘를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소. 행정업무라면 적당하겠군 "


" 그럼... 정식으로 저항군에 합류시켜서 행정업무를 담당하게 하자. 리리스, 조사실로 가서 라비아타랑 이무열씨를 대려와줘 "

 

" 네, 주인님 "

 

 

[이무열 Side]

 


라비아타에게 인류의 책임이라는 어디 소설에나 나올법한 말을 한 뒤에는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져서 이곳에 오기 전 나는 뭘 하고 지냈는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음... 조사라기보다는 수다같은 느낌이었다.

 

"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5년동안 법원행정고등고시...란 시험을 준비한 셈이네요? "

 

" 그렇죠. 26살에 대학 졸업하자마자 시험 준비해서 31살에 합격했으니까요. 1년에 10명 뽑았으니까, 좀 빨리 합격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

 

" 그럼... 공무원이 되고 나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


" 에... 3년차까지는 합의부 참여관이라고... 그 법대 아래에 법복 입고 앉아 재판절차 기록하고, 공판조서 쓰고... 예 재판부에서 하는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했죠. 4년차에 총무과장으로 발령되가지고 일좀 하다가... "

 


- 철컹

 

 

" 주인님께서 이무열씨를 대려오라고 하시네요? "


아, 아까 나한테 총을 들이밀은 백발소녀였다. 덕분에 말 잘못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이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다짐했다.


" 알겠어요, 가시죠. 이무열씨 "


" 예 "


조사실에서 나와 터벅터벅 어디론가 이동했는데, 아마 사령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듯 싶었다. 라비아타씨는 내 우측 전방에, 백발 소녀는 내 뒤에서 걷고 있었는데, 계속 내 뒤통수가 신경이 쓰였다. 이게... 뭐라고 해야할까, 스토킹을 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옭아맨다고 할까,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 아,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

 

" 네, 말씀하세요 "

 

" 제 뒤에 서 있는 백발 아가씨는 이름이 뭔가요? "

 

내 질문을 들은 라비아타씨가 걷는 것을 잠수 멈추고 나를 돌아봤다. 아 질문하면 안되는건가, 생각하면서 얼굴을 긁적이면서(수갑으로 채워져 있어서 양손으로 긁는 모습이 됬지만) 말했다.

 

" 아니... 저, 그... 계속 아가씨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요 "

 

" 블랙 리리스, 주인님께 이상한 수작을 벌이면 가장 먼저 저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

 

워후. 순간적으로 몸에 있는 닭살이 모두 일어날 정도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라비아타씨가 '경호대장을 맡고 있다.'고 보충설명을 해줬는데, 좀 무서운 성향을 가진 이를 경호대장으로 기용하고 있는 사령관이 대단해보였다.

 

" 철밥통은 총대매는걸 싫어합니다. 아마 그런일로 만날일은 없을 것 같네요. "

 

" 그건 모르는 일이죠 "


나를 잠재적 위험분자로 보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는 대답이었다. 뭐, 그럴 수 있지. 


사령관실로 보이는 방에 다다르자 블랙 리리스가 내 앞으로 오더니, 내 손을 묶고 있었던 수갑을 풀어줬다. '아까처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게요?'라고 살발한 경고를 한 뒤에 문에 눈짓을 하면서 들어가라고 말했다. 


- 똑똑


" 큼... 큼,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무열입니다. "


" 들어오세요 "


들어오라는 사령관의 목소리에 '예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꽤나 넓직한 방이었는데, 아까 조사실에 사령관과 같이 있었던 여성들도 함께 있었다. 

나와 같이 조사실에서 이곳으로 왔던 라비아타씨도 사령관실로 들어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나는 뭐... 앉을 자리가 없어보이니 적당히 사령관과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고 사령관이 말을 하기를 기다렸는데, 3분쯤 지날동안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야, 아직 결정 안난건가?


" 결정 아직 안났습니까? "


" 아, 미안해요. 이무열씨의 직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서요. "


내 직책이 고민이라, 내가 여기에 합류하는 것이 허가 되었다는 말이었다. 사령관의 말을 듣고나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 아무래도 인간이니까 부사령관을 맡아주시는게 좋겠죠? "


" 잠깐 사령관! " 


아, 이건 합의가 안됬구나, 음 그럴 수 있지. 근데 부사령관은 너무 간거 아닌가 싶다. 내가 직업군인도 아닌데 무슨놈의 작전지휘란 말인가. 인간이라고 내가 할 수 없는 무언가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몇몇 바이오로이드들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건지 사령관에게 뭐라 말하고 있었다.


"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


내 말에 시끌시끌했던 방이 조용해지고, 다들 나를 바라봤다. 내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하는 눈빛도 있고, 입닥치고 있으라는 눈빛도, 아무런 감정도 없어보이는 눈빛도 있었다. 사령관이 질문을 해도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부사령관은 제가 '인간'이라서 제안하신겁니까? "


" 그렇죠...? "


" 그렇다면 그 제안을 거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어... 이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였나 보다. 당황한 눈빛이 많이 보이는데


" 부사령관은 사령관을 보좌하면서 사령관 직무를 대리ㆍ대행해야하는 중요한 직책인데, 저는 아시다시피 작전ㆍ지휘와는 일면식도 없는 행정공무원이었던 사람일 뿐입니다. 저에게 행정업무 배정을 위해서 직책을 부여하시는 것이라면 그보다는 더 낮은 직급을 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 그렇게 하면, 이무열씨는 바이오로이드를 상급자로 대할 수도 있는데요? " 


" 사령관님, 일하는데 그런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


내 말을 듣고 사령관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 그래도 각 부대와 여러 일을 해야할텐데.... 그럼 행정관이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고, 지휘관들과 동급으로 보는 것으로 하죠. 잘부탁합니다. 이무열 행정관 "


"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령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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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 어렵다 이겁니다... 으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