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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앉아서 정리한다.


2차 연합전쟁과 도중에 일어날 멸망전쟁.


그 후 인류가 멸망하고 문명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합전쟁에서는 호드와 발할라가 알래스카 전선에서 싸우게 될 것이다.


주요 전선은 아마도 미 북부 알래스카 지역이 될 터


"보급없이 이 섬을 유지할 생각도 해야겠는걸"


주요 전장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인 전면전의 양상을 띄게 될 2차 연합전쟁에서 블랙리버와의 계약에 의존해서 보급을 받는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섬의 면적이 생각보다 크니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장비와 쌀과 같은 수확량이 높은 식재를 확보하자.


"향신료나 육류도 구하기 힘들텐데"


'향신료는 농사를 지어서 확보하고 육류는...'


배양육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영양액은 어쩔 것이고 동물을 사육한다고 해도 사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면적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겠는걸'


농업과 목축을 같이 하기에는 섬의 면적이 모자란다.


닭 정도라면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육류는 힘들겠지


섬에서 농지로 쓸 수 있는 크기는 대략 25 헥타르 (250000㎡ = 500m × 500m)가량


"쌀의 헥타르당 부양 인구가 얼마더라..."


인터넷을 통해 관련 내용들을 검색한다.


'쌀의 인구 부양능력은 1 헥타르당 20명 정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자 바로 내용들이 나온다.


"이것도 일이네 일이야..."


'자급자족이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게 이렇게 힘든 일일지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열대지방이기에 물 자체는 쉽게 조달할 수 있다는게 그나마 다행인건가 생각하고 있자니 누군가 방문을 두들겼다


"들어와"


"사장님 뭐해?"


"오, 더치 니가 웬일로 여길 다 오냐"


"저번에 아자즈 언니가 만든 로봇 조종하는거 보여준다고 했잖아"


"아, 그거? 그럼 한번 구경하러 가볼까"


"일하는거 아니였어?"


"그렇긴 한데, 나중에도 할 수 있잖아"


"고마워!"


"그래 그래"


밖을 나와 더치를 따라 한참을 걸어 공터로 가보니 그곳에는 진짜 로봇이 서 있었다.


"와, 박력있네"


대충 사람 키의 두배정도 되는 크기의 로봇에 있는 사다리를 타고 더치걸이 머리쪽으로 올라갔다


"잘 봐봐"


굴착기의 운전석이었던 조종석에 올라 능숙하게 조종석의 스틱을 조작해 온갖 자세들을 취했다


나는 입을 떡 하니 벌리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을 보며 감탄했다.


"언제 그렇게 연습한거야?"


"할게 없다보니까 이거 앉아서 연습하다보니 이렇게 됐어"


"아, 그 말 하니까 생각난건데. 나중에 아자즈한테 농기계 만들어 달라고 할려고"


"응? 여기서 농사도 지으려고?"


"그래, 괌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보급이 안될수도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사장님 전에 한국갔을때..."


"그래, 다행이 제압되어서 망정이지 테러에 휘말릴 뻔 했어"


"나야 뭐, 일거리만 있으면 괜찮지"


더치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로봇을 세워두고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그래서, 어땟어?"


"멋지네"


"칭찬 고마워 사장님"


"오냐"


나는 더치걸의 머리를 세차게 쓰다듬었다


"으엑, 머리 망가져"


"ㅋㅋㅋㅋ 재밌는 구경의 대가다!"


그러고 난 뒤 더치걸에게 목마를 태운체 집으로 향했다.






"사장님, 있잖아"


"응"


"그때, 사장님이 우리를 안샀던 악몽을 가끔 꿔"


나는 가만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알다시피 광산에서 일하는게 힘들잖아, 몇년정도 일하다 보면 안보이는데서 숨어서 쉬고 중간중간 쪽잠도 자고 그래..."


그녀는 작게 내 머리를 잡고 있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 보면 할당 생산량보다 적게 나올때도 있거든"


목소리도 점차 떨려가는게 느껴진다.


"그러면 먼저 들어온 애들부터 하나씩 밖으로 나간다?"


"응"


"그때는 마냥 부러웠어, 더 이상 일같은거 안해도 된다고 그러니까..."


"..."


"그러다가 우리들도 나오게 됐는데, 우리가 생각한거랑은 많이 다르더라고"


그러고는 한번 심호흡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나랑 자매들은 어떻게 운이 좋아서 여기로 왔지만... 다른 애들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생각했던것보다. 더, 무슨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머리위로 물방울들이 떨어져온다.


"히히, 미안해. 너무 무거운 이야기지?"


나는 어께에 앉아있는 더치걸을 들어서 팔에 앉히고 끌어안아줬다.


"흑... 흐으... 흐아아앙..."


간신히 울음을 참던 그녀가 결국은 울음을 터뜨렸다.


"괜찮아, 울어도 돼"


나는 길가에 있던 바위 위에 걸터앉고 우는 그녀와 한참을 보냈다.


힘없이 우는 소리가 점차 멎어가기 시작하고


나는 울다 지쳐 잠든 더치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