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13화 : 다가오는 전운>


상륙지엔 폭음과 연기가 가득했다. 적의 대공망을 국지방어기로 무력화 시키고 자동포탑으로 착륙지점을 확보한 밤까마귀가 철수하고 수송기 두대가 확보한 착륙지점에 착륙했다. 수송기에서 새로운 전투복을 착용한 스틸라인 대원들이 내렸고 지상에 발을 붙인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작전을 개시했다. CMC전투복을 착용 한 이들. 스틸라인에서 정에 병력들을 모아 편성 한 "플래티넘 스쿼드(백금 분대)"였다.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노움들이 발포 콘크리트로 엄폐물을 설치했고 곧바로 브라우니와 레프리콘들이 엄폐물에 몸을 숨기며 가우스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마지막으로 배치 된 이프리트는 박격포에 충격탄을 장비하며 후방 화력 지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 마침내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오고 브라우니들이 돌격을 개시한다. 새 전투복에 의해 이전보다 향상 된 방호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방심을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 장비를 지급받은 만큼 대원들은 더욱 능숙하고 기민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연기 속에서 나이트 칙으로 추정되는 적들이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이에 질세라 백금 분대 측에서도 극초음속의 쐐기탄으로 대응을 시작했다. 분대장 이프리트는 침착하게 대원들을 포진시킨 후 자신의 장비를 손보기 시작했다. 먼저 어떤 놈부터 날려줄까? 전투복 헬맷의 HUD 화면을 통해 안개속의 적들을 확인한다. 전방에 나이트 칙, 후방엔 칙 런처와 지휘관 개체인 센츄리온인가. 표적을 확인한 이프리트는 박격포에 충격탄을 장전하고 먼저 센츄리온을 노렸다. 안개속이라서 안심하고 있는 모양이다만 어림없지. 아군들에게 신호를 줌과 동시에 박격포에서 포탄이 발사된다. 발사 된 포탄은 심판의 망치처럼 센추리온을 향해 곤두박질 친다. 들리는 폭발음. 정확하게 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팔은 한쪽 날아간 모양이다. 거기다가 이 물건은 충격탄이다.


"분대! 화면에 보이는 센츄리온을 향해 사격집중!"


충격탄에 의해 움직임이 둔해진 센츄리온은 반격도, 후퇴도 제대로 하지 못한채 극초음속으로 날아오는 8mm 탄에 의해 갈갈이 찢겨나갔다. 지휘관이 사라지자 철충들은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아무데나 사격을 했고 일부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혼란. 바로 백금 분대가 원했던 상황이었다. 이프리트는 곧바로 재장전 후 이번에는 칙 런처를 날려버리기 시작했다.


지휘를 담당하는 센츄리온과 발포 콘크리트를 돌파 할 유일한 수단이었던 칙 런처가 사라지자 작전은 너무나도 쉬워졌다. 대원들은 신나게 방아쇠를 당겼고 철충들은 쏘는 족족 벌집으로 변해갔다.



숫자도 적었는데 지휘 체계까지 붕괴되고 주변 동료들이 엿장수도 사가지 않을 고철로 변하기 시작하자 남은 철충들은 버티지 못하고 후퇴를 선택했다. 후퇴를 하는 와중에도 추적하는 대원들에 의해 또다시 남은 부대의 반이 사라지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상륙지점이 확보되었다.


"본부! 여기는 백금! 상륙지점을 확보했다! 본대가 합류해도 좋을 듯 하다!"


"백금, 알았다. 곧 본대가 상륙한다."


통신 후에도 백금 분대는 경계를 풀지 않고 혹시 모를 철충의 역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노움들은 발포 콘크리트 벽을 보강했고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소총에 붙어있는 패널에 표시되는 잔탄수를 확인했다. 500발들이 탄창이라 아직은 넉넉하지만 적이 더 많은 수로 몰려온다면 초당 30발을 발사하는 자동사격을 써야만 하니 잔탄수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하늘을 보자 수송기가 한대 날아오고 있었다. 수송기에서는 토미 워커를 두대 내려줬고 토미 워커들은 곧바로 스틸라인 대원들이 사용할 구조물인 벙커와 미사일 포탑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도시 내부로 어느정도 밀고 들어가면 감지탑이 추가로 설치되어 적들의 포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울 것이다. 백금 분대는 마침내 전투복의 바이저를 열었다. 답답한 전투복 내부로 불어들어오는 시원한 자연의 바람을 맞으니 최고치로 올라가 있었던 몸의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멀리서 상륙정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CMC전투복을 착용하지 않은 스틸라인 부대들이 추가적인 작전을 위해 해안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진짜 작전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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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대! 대공사격 개시! 바이킹들과 운디네들을 엄호하도록!"


무적의 용의 우뢰와 같은 명령에 함선에 있던 네레이드와 세이렌들이 대공 사격을 개시했다. 그녀들의 대공포 지원을 받으며 바이킹들은 하늘을 누비며 렌저 유도탄으로 눈 앞에 보이는 날벌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네레이드! 한놈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어요!"


"뭐라고! 어디에!"


하지만 이미 늦은 듯 보였다. 와습 한대가 네레이드를 향해 돌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레이드는 늦었다는 걸 알고 눈을 질끔 감았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와습은 벌집이 되어 함선 바닥에 툭 떨어졌다.


"괜찮으십니까 네레이드."


"응... 네리는 괜찮아. 고마워."


함선 갑판에서 대기중이던 바이킹 한대가 게틀링 포로 와습을 곤죽으로 만들고 물었다. 네레이드의 안전을 확인한 바이킹은 곧바로 전투기 모드로 변형하여 창공을 가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바이킹과 운디네에 의해 철충들은 계속해서 격추되고 있었다.


한편 이 전투에는 호라이즌만이 있는 것이 아니였다. 스카이 나이츠가 그녀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그녀들이 끌고 온 밤까마귀는 국지 방어기를 설치하며 미사일들을 요격시키고 있었다. 적의 편대가 추가로 등장하자 밤까마귀의 몸체 아래로 동그란 물체가 나타났다. 삐 삐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붉은 레이저 한줄기가 적을 비추기 시작했고 그 동그란 물체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과 그대로 충돌하더니 매우 큰 규모의 폭발을 일으켰다. 추적 미사일을 발사 한 것이었다. 살아남은 철충들은 스카이 나이츠의 연계 공격으로 빠르게 수가 줄어들어갔다. 슬레이프니르가 적의 주의를 끌면서 진형을 무너뜨렸고 하르페이아와 린트블롬등이 흩어진 철충들을 사냥했다. 30분간 이어진 공중전은 오르카 세력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 상황 종료! 시뮬레이션을 종료한다!"


철충들의 잔해와 남아있던 철충들이 사라졌다. 마키나와의 협업으로 완성 한 거대한 시뮬레이션 세트를 통해 그녀들은 더욱 현실같은 훈련을 할 수가 있었다. 스카이 나이츠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승리를 자축했고 함선의 호라이즌 역시 서로 엄지를 들어주고 있었다. 훈련이지만 매우 만족스러운 전과였다. 


용은 흐뭇하게 웃은 후 하늘을 바라봤다. 스카이 나이츠의 문양이 그려져 있는 밤까마귀가 공중에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재정비 하고 있었다. 스카이 나이츠와 바이킹의 전과, 그리고 향상된 운디네의 전과. 저 병기는 정말 훌륭한 지원기가 분명하다. 주문했던 함대 전용 바이킹들이 배치되고 나면 저 장비도 함대에 몇대를 배치해야겠어. 주군과 주호씨에게 주문을 반드시 넣어야겠군. 분명 큰 도움이 될거야.


생각을 마친 용은 대원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수고해준 대원들을 위해 포상이라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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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했던 하늘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둠브링어 편대가 목표물인 마을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폐허 마을. 훈련장소로 이만한 마을을 찾기도 힘들었다. 적의 대공망을 가정해 설치해 놓은 미사일 포탑들이 둠브링어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비록 공포탄이긴 하지만 둠브링어의 마일즈 장비와 연결되어 있기에 피격판정은 발생할 수 있었고 피격된 대원들은 패널에 표시되는 상태에 따라 중파나 전사 판정이 나온다면 작전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었다. 


"대공망이 보인다! 재연소장치 점화!"


메이의 명령에 따라 대원들은 재연소 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미사일이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로 대공망을 돌파 한 그녀들은 마침내 마을에 도착했다. 나이트 앤젤과 스트라토 엔젤, 그리고 밴시들이 가지고 있었던 폭탄들을 지상을 향해 쏟아부었다. 미사일 포탑과 함께 마을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위한 대규모 폭격이었다. 마침내 마을이 붉은 화염에 집어 삼켜지고 대원들은 이미 파괴 된 미사일 포탑 위를 유유히 날아가며 철수하는 것으로 훈련은 종료되었다.


"....평소보다 시간이 3분 더 지체됐어. 부관!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


"밤까마귀의 부재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리대장이 훈련때문에 밤까마귀의 지원을 요청했고 대장이 승인했었죠. 밤까마귀가 있었으면 대공망 장악이 더욱 쉬웠을 테죠 거기다가 폭격할때 밤까마귀가 다이카의 연산을 도우면서 폭격 좌표 계산이 더 빨라졌었는데 이번엔 그게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입니다. 아예 신기술이 존재하지 않았을때는 단독으로 대공망을 통과하기 힘들었으니까요."


"아... 그래... 마리가 작전에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했었지... 스틸라인 전용 밤까마귀는 지금 제작중이니...."


메이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자신도 필요한 병기를 너무 쉽게 빌려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들은 훈련인데에 비해 스틸라인은 실전을 하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때 메이의 눈에 들어온 장면이 있었다. 나이트 앤젤이 가진 패널에 기동장치 피격 기록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상하다? 나이트 앤젤은 스텔스 기능이 있을텐데?


"그러고보니 넌 스텔스 기능이 있을텐데 왜 미사일에 피격된거지? 큰 피해는 아니지만 기동장치에 미사일 피격기록이 있는데?"


"하아... 저 미사일 포탑 이제보니까 스텔스 탐지기능이 붙어있는 것 같아요. 그 미래라는 곳, 어지간히도 성가신 물건을 만들어냈네요."


훈련을 마치고 철수하면서 나이트 앤젤은 테란의 기술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멀리 오르카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나이트 앤젤은 문뜩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정도로 기술력이 발달한 세상이라면 지금 시대의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하는게 일도 아니지 않을까? 어쩌면 자신의 매우 매우 매우 매우 큰 문제도.....


한번쯤은 물어봐서 나쁠 것 없겠다고 생각한 나앤은 작은 희망을 가슴에 품은 채 가까워지는 오르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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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실 내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가득했다. 덜컥거리는 전동 스패너 소리와 용접기 소리, 방금 공정이 완료 된 바이킹의 시스템을 최종 점검하는 그렘린, 패널을 보며 전체적인 작업 현황을 감독하는 포츈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비원들과 정비드론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주호는 정비실에 들어온 사령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성과가 정말 크게 올랐어. 무기들 성능에 대해선 반응이 매우 좋더군. 특히 밤까마귀에 대해서는 호평이 엄청나. 부대들마다 밤까마귀를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라니까. 지금은 둠브링어와 스카이 나이츠에 먼저 배치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장비라 어쩔수가 없어요. 초 정밀 장비인걸요.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도록 공장이 생긴다면 좋겠지만...."


사령관은 그 말을 듣고 언젠가 지상에 거점을 확보하면 군수공장 시설을 반드시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령관은 주호를 찾아왔던 이유인 두번째 부탁을 하기위해 입을 열었다.


"적들이 최근엔 주둔한 지역을 요새화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거든. 이걸 뚫을 무기가 필요해. 지금은 셀주크와 스트롱홀드가 있기는 하지만 숫자가 부족하고 둘 다 양산하기는 여유가 없어서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으면 하거든."


"일단 셀주크와 스트롱홀드가 사용할 수 있는 규격의 소용돌이 포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주호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입을 열었다.


"차세대 포격 병기로 쓸만한 물건이라면 있습니다. 여유가 좀 생기면 신형 크루시오 공성 전차의 개발을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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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가 실험실 안으로 들어섰다. 유미가 고개를 숙이며 오메가를 맞이했다.


"타이런트의 제작 현황은 어때?"


"워낙 거대한 장비다보니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기술자 바이오로이드를 닥달하고는 있지만....'


"더 서두르라고 해. 그 망할 오르카 놈들과 싸우려면 타이런트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망할 자식들.... 밟아버리겠어..."


"오메가님... 닥달하셔봤자 자원문제와 기술적인 문제인지라 어쩔 수가..."


짝!


오메가가 유미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건방진 년. 요즘들어 이 년이 말대꾸를 하는 빈도가 크게 늘어난 것 같다. 하여간에 마음에 드는 년들이 없었다. 한년은 배신을 때리지 않나, 한년은 배신을 때리려고 하고있고, 한년은 자기 아랫것 괴롭히는 쓸데없는 취미에나 관심을 두고 있고 한년은 무적의 용인지 뭔지하는 그년에게 관심을 쏟고있고 나머지 두년은 도움이 되지를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아랫것인 유미 이년이 말대꾸까지 하니 제대로 뚜껑이 열린 것이다.


"요즘 잘 기어오르는구나? 말대꾸 하지 말고 까라면 까지 그래? 쓰잘데기 없는 년이..."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회수한 물건은 명령하신 대로 여기로 가져왔고... 전원을 넣었습니다..."


오메가는 성가시니 나가라는 손짓을 보였고 유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명을 전하겠다고 하고 실험실 밖으로 나섰다. 방금 저년이 눈을 흘긴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하여간에 요즘 상황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보잘것없는 오르카 세력에게 졌다고? 이 펙스 최고의 바이오로이드 오메가가? 이해 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번 전투에서 반드시 그 치욕을 씻고 말겠어.


"그나저나....."


오메가는 눈 앞에서 빛나는 물체를 바라봤다.






















"이게 대체 뭔지 감도 잡히지를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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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만세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