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은 다음날, 나는 완벽하게 준비를 갖추고 연락을 기다렸다.


나중에 연락간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나중이 어떤 나중인지를 모르잖아?


내일도 나중이고 모레도 나중이고 내가 굶어죽고 난 다음도 나중의 때는 맞으니까.


그렇게 경건하게 두 무릎을 꿇고 휴대폰님앞에 얌전히 정좌하고 있을 때, 화면이 밝아졌다.


초록색 통화버튼과 빨간색 거절이 함께 나오는 화면, 전화 수신화면이 나왔다.


"네여보세요언제나준비가되어있는강철남입니다!"


숨도 안쉬고 곧바로 자기소개 겸 준비성을 어필한 나.


근데 그게 조금 부담스러웠던건지, 상대쪽에서는 말이 없었다.


-…그래.


아, 이거 망했다. 누가봐도 당황했잖아? 근데 목소리는 예쁜 여성분이다. 


"크흠. 네, 강철남입니다. 실례지만 어떻게 전화주신건가요?"


뭔가 콜센터 직원이 상담전화 받으면서 하는 말 같지만, 초면의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용건을 풀어놓게 하는데에는 적합한 화법이지.


-너, 알바구한다며?


아니, 초면에 다짜고짜 반말에 용건만 내뱉는다고? 대체 어릴때 어떤 가정교육을 받았길래 이렇게 부족한 사람을 찾아서 도움을 줄줄아는 위대한 인물로 자라난것이지? 목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씨까지 엄청 예쁜게 틀림없다.


"…네. 그런데요."


-알바…할 생각 있어?


물론 어제의 나라면 이 말에 곧바로 그랜절을 하고 편의점까지 삼보일배로 찾아가서 감사합니다 만세삼창을 했겠지만…후후, 지금의 나는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정중하고, 예의있게 거절하도록 하자.


이미 과외자리를 구했다고.


"혹시 시간대는 어떻게 되나요?"


…절박하지 않다고 말하는 마음과 달리 몸은 좀 절박했다.


-…생각해둔 시간대, 없어?


"제가 과외를 하나 하기로 해서 그 시간대에 맞춰야할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대답하자.


물론 투잡뛰는거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고, 과외를 학교가는 시간대에 하지는 않으니까 시간조정이야 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연락줄게.


뚝.


편의점 사장님이 너무 단호하게 끊으셨다.


"…이건 안된다는 뜻이겠지?"


그래, 나는 을이고 사장님은 갑이니까 그런거겠지.…근데, 어느 편의점이지? 나 면접본게 한두군데가 아닌데.


"아니, 괜찮아! 나는 과외 알바자리가 있으니까! 편의점 하나 놓쳐도 괜찮아! 게다가 연줄로 소개받는거고!"


나는 다시 예전같은 자신감을 찾고 당당하게 원룸의 천장을 보며 소리쳤다.


괜찮아! 과외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8시간 후-


더이상…희망이 노래하지 않습니다…


"뭐지…? 왜…?"


혹시라도 전화가 올까봐 밥도 굶었는데! 물론 먹을게 없어서 못먹었지만 내 의지로 안먹은거니 굶은거다.


지금 시각은 오후 5시. 사나이 강철남 선정, 점심을 굶은 사람이 가장 저녁을 먹고싶어질때 1위의 순간이다.


꾸르르르륵-


뱃속이 장염에라도 걸린것처럼 엄청나게 요동치고있다.


어서 빨리 과외 전화가…아니, 그냥 아까 편의점 전화라도 다시 오면 좋겠다…


다시 전화걸어볼까? 아니, 아니야. 그건 좀 아니야.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


휴대폰을 한번 보고, 텅 빈 냉장고를 봤다.


휴대폰을 한번 보고, 물기가 말라버린 싱크대를 봤다.


"……………" 


"하와와, 저는 오늘부터 군필 여고생쟝 강철남이인거시에요."


사나이 자존심따위 목숨앞에 별거 아니다.


그러나 그 때, 휴대폰에 또다시 전화가 왔다.


"네여보세요언제나준비가되어있지만사나이는아닌강철남입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나는 편의점 사장님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였다.


-어…네? 철남학생 휴대폰 아닌가요?


어? 이거 설마?


"네, 제가 강철남 맞습니다."


-아, 다행이다. 오늘 일이 바빠서 연락이 늦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엄마 진짜!


딸인것같은 여자애의 목소리가 뒤에서 작게 들리는거 보니까, 과외전화가 맞는거같다.


따흐흑 감사합니다 어디쪽인지는 몰라도 제 기도를 들어주신 신님.


그리고 감사합니다 어머님…!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괜찮습니다. 바쁘시면 그럴수도 있죠. 하하하."


-어머, 고마워요. 그런데 이걸 전화상으로만 하기도 조금 그렇고…어디서 만난 다음 얘기할까요?


그래, 나도 내가 누굴 가르치는지정도는 알아야지. 뭘 말해도 이해하기 힘들수준의 지능소지자만 아니면 좋을텐데…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었나? 하긴, 대기업 임원 딸인데 교육은 잘받았겠지.


"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지금 시간이…몇시지?

-5시 조금 지났어.


-아, 그리고…조금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어머님한테서 철남군이 대학교 근처 원룸촌에 산다고 전해들었어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나요?


"네…자취하고 있죠. 지하철을 주로 타고."


갑자기 주소지는 왜 묻지? 돈떼먹고 튀면 잡으러 오려고 그러는건가?


-평소에 자주 가던 식당이 지하철역과 거리가 제법 있어서, 철남군이 편하게 올 수 있게 장소를 다른곳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아아 나름의 배려였구나.


"어우, 어머님.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에요, 그럼 주소를 보내줄테니 거기로 와줄 수 있나요?


"네, 바로 가겠습니다!"


-천천히 와도 돼요. 6시 반…아니, 7시까지 와주세요.


쓰읍, 다른과정 다 건너뛰고 바로 출발할수도 있는데. 이만큼 시간이 널널하면 나도 단장 좀 하고 가야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통화가 종료되고, 나는 조용하게 상체로만 환희의 댄스를 추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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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련의 집.


"…됐니?"


홍련은 전화통화를 끝내고, 자신의 옆에서 손짓발짓과 필사적인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하던 딸을 쳐다보았다.


"응! 엄마 고마워!"


그녀의 딸이자, 이 사태의 원인인 고등학교 1학년 이미호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후…7시까지 굶고 오면 배고플텐데. 괜히 미안하네. 거기서부터라면 6시까지 충분히 올 수 있을텐데."


홍련은 미호의 필사적인 요구탓에 만나기로 한 시간을 무려 한시간이나 뒤로 미뤘다.


미호는 그 덕분에 단장할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홍련은 괜히 사소한것으로 폐를 끼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그렇다고 날림으로 단장하고 나갈수는 없잖아."


물론, 홍련도 미호의 마음이 이해가지 않는건 아니었다.


사춘기에 찾아온 갑작스러운 연애감정.


홍련은 그런 성급한 연애를 반대하고도 싶었지만, 그녀로서는 그 부분에 할 말이 없었고 오히려 응원해주고 싶었다.


"아하하, 미호는 너무 유세떤다니까?"


"유난…이겠지."


미호의 자매들도, 갑작스러운 미호의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기보다는 흥미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었다.


한편 홍련은 평소의 한정식집이 아니라 다른 식당을 가게되자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보다 나같은 아줌마가 이런데를 가도 괜찮을까…아니, 철남군이 20대니까 선호할지도 모르지."


"어디든 난 맛있기만 하면 돼!"


철용이 홍련과 미호가 가는곳에 동행하는것처럼 말하자, 방에서 화장을 하던 미호가 급하게 달려나왔다.


"뭐야, 따라올거야?"


"왜, 싫어? 우리가 따라가도 문제 없잖아? 안그러면 엄마랑 너 빼고 우리끼리 저녁 먹으라는거야?"


"으으음…안오면 안돼?"


"엄마! 미호가 나만 떼놓고 갈라고해! 우리만 집에 있어야해?"


철용의 항의에, 미호와 철남을 둘이서만 만나게해보려던 홍련은 난감해졌다.


"으음…미호야, 아무래도 같이 가야하지 않을까?"


지지해주던 홍련이 갑작스럽게 철용의 편을 들자, 미호는 깜짝 놀라 홍련을 쳐다보았다.


"어? 왜? 엄마…나 도와주는거 아니었어?"


하지만 홍련은 미호를 배신하거나 응원을 멈춘것이 아니었다.


"같이 가기만 하고, 선생님이랑 상담은 따로하면 되잖니. 거기다가…식사는 다같이. 잊었어? 가족 규칙 첫번째."


가족간의 애정과, 미호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애정, 홍련은 그 두개를 모두 잡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는…모두 가족. 함께할 수 있으면 다같이."


"과외야 수업받는거라 혼자서 하는거지만, 식당에 가는건 다른 이야기잖아. 이번만 참을 수 있지, 우리딸?"


"…알았어."


홍련의 설득에, 미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못다한 화장을 끝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이내 홍련 또한 적당히 꾸미기 위해 방에 들어갔고, 그녀는 침대맡에 놓인 사진을 집어들었다.


"후우…보고싶네요. 당신."


일찍 결혼하여 네명의 딸을 뒀지만, 그녀는 여전히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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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인근-


후, 집에서 시간을 너무 보냈네. 그래도 약속시간은 7시니까 30분은 남았어.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맞춘 정장, 조금 끼는것같지만 오케이.


역시 군대에서 몸이 좋아진게 맞군. 살이 쪘으면 어깨가 낄리가 없으니까.


적당히 세팅한 머리상태, 오케이.


잔액은 얼마없지만 지갑과 휴대폰, 반쯤 오케이.…충전을 안해서 배터리가 거의 없지만 30분은 버티겠지.


좋아, 그럼 약속장소에 가보도록할까!


자신감 넘치게 발걸음을 옮긴 순간에, 나는 지하철로 들어오는 사람과 부딪혔다.


"쿠헉."


턱에 한방, 명치에 한방, 그리고 발등을 밟혔다.


한번에 세방…이게 뭐지…? 삼괴권? 내 과외를 가로채기 위해 날 죽이러 온 자객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후두두둑 소리와 함께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책?"


양장본 하드커버, 그냥 페이퍼백, 종이커버까지…다양한 책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그리고 그 옆에, 금색의 무언가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으아아…이거 어떡해…!"


진짜 엄청나게 풍성한 금발을 가진 여자가, 허겁지겁 떨어진 책들을 줍기 시작했다.


…나랑 부딪힌게 이 여자인가?


전방주시태만으로 인한 과실이 나한테도 있었고,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 도와줘야겠다.


근데 책이 한두개가 아닌데? 이거 설마 머리나 목높이만큼 높게 쌓고 오다가 앞 못보고 부딪힌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여자는 책을 다 주워서 정리하고 나한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또 폭포처럼 쏟아졌다.


머리카락 진짜 풍성하네. 부럽다.…아니, 안부러워! 나는 아직 팔팔해! 탈모 아니야!


더 보고있다가는 머리카락을 양도해달라는 미친소리를 할것같았기에, 나는 그 자리를 뜨기로 했다. 책도 다 주워줬고.


"…아니, 제가 부딪혀서 그런건데요. 그럼 전 이만."



"앗, 저기…잠깐…!"


뒤에서 부르는것 같았지만, 못들은척 해야겠다. 그보다 책도 무겁네. 옷 밑에서 땀이 슬슬 올라오고 있는걸 보면.


"쓰읍…셔츠에 땀젖으면 안되는데."


지금 느낌이 딱 후끈해서 습기가 올라오고 있을 무렵이다.


대처만 잘하면…!


"저거다!"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던 때에, 나는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장소를 찾았다.


적당한 냉방과 편안한 장소, 그리고 나한테 남은 잔액으로 충분히 서비스이용이 가능한 장소.


[Aurora's Dessert&Cafe]


오로라의 사막과 카페라…북극 아이스크림과 중동커피 전문점인가?


딸랑~


"어서오세…으아아?!"


촤아아아아악-!


선반을 정리하던 종업원이 나를 보고 인사하려다가 성대하게 뭔가를 쏟았다.


…나 뭔가 이거 데자뷰같은데.


"아…아으으…어떡하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잠깐 이거 정리좀 하고 계시면…아니아니! 저기 앉아서 기다리고 계시면…으에에…"


아, 종업원도 패닉에 빠진것같다. 다른 종업원 없나?


"으, 우으으…빨리할게요오!"


당황하는 모습이 정말 눈에띄는 종업원은 다급히 바닥에 쏟아진 숟가락들을 주워담고 있었다.


물론 일회용으로 보이고, 개별 포장도 되어있으니 크게 위생문제가 되는건 아니겠지만…음, 나중에 사먹으면 다른 숟가락으로 달라고 해야지.


"도와드릴게요."


"으우우…감사합니다…"


다행히 쌀알이나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라 줍는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응? 소, 손님. 잠시만요."


종업원은 숟가락을 줍던 도중 갑자기 주방으로 가버렸고, 그 사이에 내가 다 주워담았다.


…이거 짬처리 당한거 아냐? 그냥 가야겠다. 괜히 땀만 더 뺀거같은데.


"흐음…주방도 아니고…나도 아닌데…?"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주문은…어? 어디가셨지?"


뭐 시킨게 없으니 중동컨셉인지 북극컨셉인지 알 수 없었던 카페를 나오고 나서, 나는 그냥 재킷을 벗고 걸었다.


어차피 4월이고, 나처럼 재킷 벗고 걸어가는 직장인들도 몇명 보이니까 상관없겠지.


그런데 또 누군가랑 부딪혔다.


아니, 이번엔 부딪힌게 아니라 뒤에서 쫓아온거랑 다를게 없어보이지만.


"Wait, 거기 지나가는 남성분. 혹시…"


"아니, 괜찮습니다. 종교 안믿어요."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무교다. 무교인거다. 죄송합니다, 오늘 제 기도를 들어주신 알지못할 신님. 지금 이순간만큼은 저를 용서해주세요.


"Unbelievable, 내가 종교인으로 보여요?"


"정말 죄송합니다, 조상신 안믿고 제사 안지내요."


어딜 나의 돈을 뜯어가려고! 이놈들, 나의 십자가는 내 마음속 믿음과 신앙이다!


근데 내가 계속 거절했지만, 눈앞의 여자는 계속 내 어깨를 놔주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비상탈출 작전 3호, 「꺄악! 성추행범이야! 나에게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줬어!」작전을 실행해야하나…!


"ㄲ…!"


막 입에서 여성스러운 비명을 내뱉으려던 그 때, 여자가 나한테 뭔가를 내밀었다.


"Geez, 어쩔 수 없네요.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받은 명함에는…[Audrey's Dream Closet]이라는 큼직한 명칭과 함께, 하단에 [대표 디자이너 오드리]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말 그대로 옷장일리는 없고, 옷가게?"


"네, 저는 Designer에요. 그리고…길을 가던중 당신같은 모델을 발견하는 행운을 맞이하게 됐죠."


…뭐지? 신종 사기인가?


"모델? 제가요?"


사기가 틀림없어. 한 98%정도.


"Of course,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고 하지만…저는 옷 그 자체로 이미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You는 매우 적합한 신체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요?"


"Yes, 제가 지금 구상하는 의상에 정확히 알맞은 체형이에요. 보상은 충분히 해줄테니, 언제 한번 찾아와서 모델을 해줘요."


"진짜로? 제가 모델이 될줄은 몰랐는데요. 뭐 사기 그런거 아니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모델이 될 이유가 없는데. 물론 군대에서 몸을 좀 키우긴 했어도, 그정도가 아니란건 내 스스로가 안다고.


"Hmm, 믿지 못하겠다니 평소같았으면 그냥 명함을 도로 빼앗고 가던길을 갔겠지만… 너무 머리에 그리던 체형 그대로라 놓치기 싫네요. 인터넷에 검색이라도 해보도록 해요. 그리고 나중에 찾아와주길 바래요."


그 말을 끝으로 오드리는 저 멀리로 사라졌고, 나는 그 명함을 만지작거리다가 지갑에 넣었다.


뭐 믿어봐야 손해볼것도 없으니까.


한번 찾아볼까…그보다, 지금 몇시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겸사겸사 오드리란 여자에 대해 검색하려고 휴대폰을 꺼낸 순간 나는 엄청난 충격에 몸에 조금씩 배어나오던 땀이 싸악 식는 느낌을 받았다. 


"어, 미친."


휴대폰은 지금 꺼져있었고, 옆에있는 가게의 전광판 밖에 때마침 표시된 현재시간을 본 나는 냅다 약속장소로 달렸다.


그 전광판에 표시된 시각은 [PM 07:15:32]이었다.




"…오빠, 늦네에…?"


"전화도 안받는구나. 시간약속은 지킬 줄 알았는데."


다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