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데이 17화 : 조이기 - 압도적인 화력으로>


"대체 어디서 쏴재끼는거야!"


제타의 군수공장을 맡고있는 책임자 바이오로이드가 외쳤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공포를 준비하고 군수공장의 설비를 돌리며 AGS를 한창 찍어내고 있던 차였다. 별안간 귀를 찢는 폭음이 들리더니 군수공장 일대가 불바다가 되어있었다. 


적의 포격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있다. 문제는 어디서 쐈냐는 것과 무엇이 쐈냐는 것이었다. 셀주크 정도가 낼 수 있는 화력이 아니다. 이정도 고화력의 포격 병기는 적어도 AGS중에는 없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중에도 포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공포와 공장이 죄다 파괴 될 위기였다. 물론 경비 AGS들까지. 


"항공정찰 결과는 어때!"


"방금 전에 와쳐 한대를 보내 상황을 알아봤는데..... 격추된 것 같습니다...!"


"격추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화면이 연결되다가 갑자기 폭음과 함께 화면이 나가버렸어요! 포탄의 궤적을 계산해 본 결과 대충 어딘지는 예상이 갑니다만...."


"그럼 빨리 병력을 보내! 놈들을 걷어내야지!"


그러자 제타 휘하의 커넥터 유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걸 봐주세요. 와쳐가 마지막으로 보낸 영상입니다."


책임자 바이오로이드는 패널을 통해 영상을 재생했다. 적의 포격병기가 보였다. 셀주크가 아니다. 완전히 처음보는 병기이다. 그리고 그 포격병기 주변엔 미사일을 발사하는 포탑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건설되어 있었다. 미사일 포탑중 하나가 회전하던 중 와쳐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더니 이내 미사일 하나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폭음과 함께 영상이 종료되었다. 


"저기가 어디쯤인데?"


"여기서 10km 남쪽입니다. 고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라 대단히 까다롭고 저 포탑들 때문에 공수작전도 불가능해요. 거기다가..."


"육상으로라도 가봐! 뭐라도 해보란 말이야! 이대로 군수공장이 죄다 박살나는 꼴 보고싶어!"


"고지대로 올라가는 골목에 놈들이 토치카마저 지어놔서 길을 막고있단 말이에요! 이미 AGS분대들을 보내봤고 토치카에 다다르자 마자 저 포격병기가 토치카 부근으로 지원 포격을 하고 있는걸 어떻하란 말이죠!"


"이런 미친....!"


아군이 있는 방향으로 포격을 한다... 토치카가 있다지만 정신 나간 짓이다. 하지만 토치카가 견고한건지 포격병기가 정교하게 쏘는건지 적의 전선은 여전히 견고하게 버티고 있었다. 


두 바이오로이드야 알 턱이 없지만 이는 오르카의 공성 전차들이 특수한 폭약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성 전차가 사용하는 포탄에는 두가지 옵션이 붙어 있었는데, 첫째는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 파편의 궤도를 계산해서 최대한 적군 쪽으로 발사 시키는 "성형 작약탄" 기술과 극도로 파괴력을 높인 철갑탄인 "소용돌이 포탄"이라는 기술이었다. 이때문에 펙스의 군세는 소용돌이 포탄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그대로 얻어맞고 있었지만 아군 벙커 주변에서는 포탄의 파편이 최대한 벙커쪽으로 향하지 않게 터지고 있었던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은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벙커가 점점 군수공장과 가까운 위치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벙커를 해체한 후 회수한 자재를 토미워커가 날라 전선의 최전방에서 재조립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벙커는 군수공장과 2km 떨어진 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펙스 입장에선 속이 탈 만 했지만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방어선을 공격용으로 활용하는 이 무시무시한 작전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코프룰루에서도 얼마 없었으니까. 테란들 사이에서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뚫어내는 경우가 많았고 소형 전술 핵까지 등장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양쪽에서 공성 전차를 배치해 그대로 전선이 고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조합전쟁때가 그랬다. 켈모리아 조합과 테란 연합이 맞붙었던 이 전쟁중 브락시스 알파 전선에서 양쪽은 공성 전차와 벙커로 전선에 라인을 그었다. 그렇게 진행되던 이 각도기 싸움은 결국 연합의 승리로 끝이 났는데 그 이유는 켈모리아 조합의 공성전차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노획품 공성 전차로만 전선을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 적은 공성 전차로도 한동안 전선이 유지가 되었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이 방어선의 위력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 라인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걷어낼 수 있는 장비는 프로토스가 사용하는 4족 보행병기인 불멸자 정도였다. 이 망할 녀석은 전신에 강화 보호막을 두른채 전차의 포격을 버텨내며 강력학 위상 분열기로 벙커와 전차를 모두 망가진 장난감처럼 바꿔버리고는 했다. 그것도 숫자가 어지간할때의 이야기지 전차라인이 두껍게 형성되어 있다면 의미없는 이야기였지만.


더 미래의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도 저런데 펙스가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느새 대공포는 모두 사라졌다. 새 전투복을 지급받은 스틸라인 부대가 포격이 멈춘 군수공장 지대에 진입했다. 그들에 앞에서는 아까 포격을 했던 병기가 어느새 전차의 형태를 바꾼채 달리고 있었다. 공성 전차는 그 장갑으로 아군을 보호하면서 한편으로는 90mm 쌍열포로 아직 남아있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한 마지막 저항군을 분쇄시키고 있었다. 군수공장 전투는 오르카 세력의 완승이었다.


마침내 군수공장을 관리하던 펙스의 바이오로이드 일원들이 줄줄이 손을 들고 나왔다. 스틸라인 대원들은 이들의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포로로써 이송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군수공장 일대에서는 분주하게 작업이 계속되었다. 병력들의 철수가 있었고 토미워커들은 다시 벙커를 회수해 수송기에 자재를 실었다. 전 군이 철수하고 난 후의 신호에 따라 둠 브링어가 현장에 진입했고 남아이던 공장 구조물을 폭겨해 평지로 만들어 버렸다.


"저게 마리 대장이 믿고있던 한 수였군요."


"인정하긴 싫지만 육상 병기인데도 화력이 엄청나기는 했어. 탐날 정도로...."


"생산성도 굉장히 좋대요... 아무래도 셀주크와 스트롱홀드로 나눠서 생산하는 것보다야 이렇게 하나의 병기로 생산하는게 여러모로 낫겠죠. 이번 첫 실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조만간 바이킹처럼 양산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양산을 할거였다면 조금 아쉽네요. 펙스 영역 가까운 곳이라 공장을 살려두고 우리가 쓰기엔 위험부담이 크고..."


"그래... 적이 언제 증원을 올지 모르니 공장 설비를 뜯어가는 것도 불가능해. 차라리 아예 써먹을 수 없게 만드는게 더 좋은 방법이지."


"공장에 발이라도 달려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아, 그거에 대해서 말해봤는데 실제로 주호박사가 있던 곳에서는 야전 군수공장에 이륙기능이 달려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전선의 변화에 따라서 공장의 위치를 바꾸는 경우가 있대나. 우리쪽에서도 쓰고 싶은 기술인데 최근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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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이 모두 탑승했어요!"


오렌지에이드가 패널을 보며 외쳤다. 방금 전 마지막 수송기가 난민을 모두 태우고 이륙준비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고마워요 오렌지에이드.... 포격으로 많은 난민들을 잃게 됐지만... 남은 분들이라도 잘 부탁드릴게요..."


"유미씨도 같이 가요. 이대로 오르카에 합류해요! 분명 사령관님께서도 반갑게 맞이해주실거에요!"


이대로 오메가에게 돌아간다면 유미의 목숨이 위험할게 분명했다. 어느 시대나 어느 세력이나 배신자의 끝은 좋지 못했다. 특히나 그 표독스러운 오메가라면 유미가 얼마나 참혹한 일을 당할지 오렌지에이드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잠시 만났지만 오렌지에이드는 그녀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유미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고맙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수송기에 대한 정보와 사령관님의 부대들이 이곳에 다녀간 기록들을 모두 지워야 해요... 그렇지 않는다면 오르카 호는 계속해서 펙스의 추적을 받게 될 거에요...."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유미의 표정은 결의로 가득 차있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일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은 난민들의 대표였다. 난민들이 오르카의 보호를 받게 된 이상, 오르카 호 역시 보호해야 난민들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난민들에 대한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하는 유미였다.


"유미씨...."


"누군간 해야하는 일이에요. 언젠가 살아남으면 꼭 따라갈게...."


쾅!


두 사람은 깜짝놀라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것이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포효소리... AGS의 폭군, 과거 연합 전쟁에서 정부측이 운용했던 최강의 패중 하나. 지금은 오메가의 통제를 받고있는 타이런트가 공항으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타이런트는 포효하며 입자포를 발사해 눈 앞의 모든것을 쓸어버리며 오고 있었다. 공항 근처에 서있던 건물들이 무너져갔다. 이는 마치 멸망 전의 괴수영화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낭패였다. 공항쪽의 방어병력은 모두 철수했는데......


"사... 사령관님! 오렌지에이드에요! 마지막 수송기가 준비중인데 타이런트가 공항으로 오고있어요! 지원 부탁드릴게요!"


"뭐라고?! 타이런트가 왜 거기서....! 설마... 오메가가 보낸건가...!"


타이런트. AGS중 최고의 화력을 자랑하는 거대병기중 하나. 매우 낭패였다. 지금 병력들은 대부분 감마와 싸우고 있는 용을 지원하기 위해 보낸 터라 여유 병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르카의 타이런트 역시 그쪽으로 보냈고. 한대라고는 하지만 어지간한 대대규모 이상의 화력을 내는 녀석이 타이런트이다. 둠 브링어는 이번 폭격임무에 폭약을 모두 소모했고, 공성 전차들도 용이 있는 곳으로 보냈고, 이곳의 전황도 그닥 좋지는 않다보니 이쪽에셔 병력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알파! 가용 병력이 얼마나 되지?!"


"수리를 마친 바이킹이 4대정도 있습니다만.... 이걸론 무리에요...."


"제기랄...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어. 군수공장을 파괴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미리 보내 둔 카드가 있었다니...!"


사령관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대체 무슨 방법을 써야 할까....  사령관은 아르망에게 물었다.


"..... 용이 있는 곳에 밤까마귀가 몇대가 가있지?"


"세대입니다 폐하. 스틸라인과 스카이나이츠, 호라이즌이 쓰고 있지요."


그 말을 들은 사령관은 즉시 스틸라인에게 연락을 넣었다.


"마리! 내말 들려? 밤까마귀를 오르카호로 보내줘! 다시 장비를 장착하고 공항쪽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아!"


"방금 기습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각하! 알겠습니다. 밤까마귀를 즉시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이쪽 주둔군 일부도 같이 보내겠습니다!"


통신을 끊고 나서도 사령관은 초조했다. 타이런트가 공항에 도달 할 때 까지 우리 병력이 도착 할 수는 있을까?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난민들은 그대로......


"알파! 일단 바이킹들에게 출격 준비하라고 해! 타이런트의 크기가 꽤 크니까 전투기 모드로 유도탄만 쏘면서 시선만 분산시켜도 시간을 어느정도 벌 수는 있을거야!"


"알겠어요 주인님!"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없을까... 뭔가.... 오르카에 남은 병기가 뭐가 있지....!


.......!


뭔가가 떠오른 사령관은 즉시 패널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강주호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강주호입니다 대장님!"


"주호씨! 프로젝트 병기 아직 최종 테스트는 안했지만 가동은 되는거지!"


"네...? 아... 네! 가동은 됩니다. 당장은 정상 작동되기는 하는데..."


"당장 그 병기 출격 포드로 이동시켜! 공항쪽이 공격받았는데 이녀석 말고는 타이런트 상대 할 녀석이 없어!"


"...그렇다면...."


도박수라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더이상 지체 할 여유도, 생각 할 여유도 없다. 구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토르의 출격을....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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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해금 기술 : 토르>


토르 : 중장 공격기


중돌격 기계 유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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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에피소드>

https://arca.live/b/lastorigin/52090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