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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실-


나는 브라우니 하나의 안내를 받아 정비실에 도착했다.


"어, 라붕씨군요 정비받으러 오신 건가요?"


"예, 사령관님이 이쪽으로 한번 가보라고 그러더군요"


"저희도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요, 따라오세요"


그렘린을 따라 정비실 안으로 따라 들어가고 있자 아까 안내해준 브라우니도 내 곁을 걷고 있었다.


"따라오려고?"


"앗, 가면 안되는검까?"


"아니... 그건 아니긴 한데 정비니까. 그닥 볼 건 없지 않을까 싶어서"


"그건 괜찮슴다. 어차피 오르카 안에서 할만한 일은 거기서 거기라 아저씨 구경하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지 말임다."


"그래? 니가 그렇다면야 뭐"


짧은 잡담을 마치고 들어간 정비실에는 크레인을 비롯한 장비들이 눈에 띄였다.


"어머, 왔어? 정말 반가운 거 있지? 누나 이름은 포츈이야 잘 부탁하는 거거든"


"예, 반갑습니다 포츈씨"


"이야기는 전부 들었거든, 창정비 준비는 끝내뒀어"


"저기 크레인 앞에 서시면 돼요"


나는 그렘린의 안내에 따라 크레인 앞에 섰다.


"그런데 닥터는 없나 봅니다 포츈씨"


"아, 그게 걱정되는 거구나? 괜찮아, 누나 벌써 닥터한테 이것저것 들었거든. 걱정 안 해도 돼"


"맞아요, 포츈씨는 여기 선임 엔지니어니까요"


"지금은 닥터가 수석 엔지니어긴 하지만 오르카 내부에서 다른 연구할 것들도 많으니까, 그래서 유지보수 관련 업무는 전부 누나가 맡고 있어"


"으음... 그러시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크레인 앞에 서자 그녀들이 내 몸에 크레인을 걸었다.


"그 있지? 닥터가 그랬는데 이제 할 작업이 좀 아플 수도 있어, 잠깐만 참아줘"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나에게 포츈이 이야기하고는 내 등 뒤로 가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하는 거거든, 하나~ 둘~ 셋!"


"으갹!"


이 몸으로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뜻하지 않게 꼴사나운 목소리가 나왔다.


"많이 아프세요?"


"아니, 괜찮아 좀 놀라서 그래"


"나중에 한 번 더 해야는데 괜찮은 거지?"


"예, 포츈씨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넌지시 손을 들어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금 한 작업은 몸 전원을 차단한 거거든"


"혹시 팔다리가 움직이나요?"


그 말을 듣고 용을 써봤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응, 확실히 안 움직이네"


"에, 전부 끄는 거 아니었슴까?"


"얘, 전부 끄면 큰일 나는 거거든"


"그런검까?"


"다른 AGS는 몰라도 여기 이 아저씨는 안되는 거거든"


"브라우니 씨도 들으셨죠? 여기 이분이 닥터가 되살려낸 인간분이라는거"


"네, 들었지 말임다"


"다른 AGS랑은 달리 이분은 뇌 자체를 전자화 시킨 거거든"


"혹시라도 전원을 완전히 차단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작업하는 거구요"


"아아~ 그런거였슴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몸의 외장 부품들과 구동계를 들어내서 프레임만 남은 내 몸을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대단하거든"


"네, 여기 구동계 설계도 그렇고... 이렇게 정비가 편한 설계는 처음봐요..."


"다른 AGS들도 이런 설계가 접목되긴 했지만... 2M짜리 인간형 로봇에 이런 설계를 하는 건 힘들 텐데 굉장한 거거든"


"음, 그거 아마 아자즈가 만들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뭐? 아자즈? 와! 언니 완전 팬인데"


"확실히... 이런 설계를 할 수 있는 수준의 공학자라면..."


둘은 내 몸에서 나온 부품들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했다.


"아자즈라는 바이오로이드가 그렇게 엄청난 바이오로이드임까?"


"물론 당연한 소리거든!"


포츈은 흥분하며 답했다.


"누나도 클로버 산업에서 이런저런 연구개발을 맡아서 활동했지만, 아자즈는 정말 천재인 거거든"


"저도 포츈씨에게 전해 들은것 뿐이긴 하지만 단순 공학 영역에서는 닥터랑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개수라고 해두고 닥터가 완전히 개조한 줄 알았던 거거든"


"맞아요, 이 설계양식은 기존 AGS나 로봇에 적용된 적이 없는 양식이니까요"


"무슨 소리인지 잘 몰라도 엄청 굉장하다는 거는 알겠지 말임다"


"우리가 덕분에 신세를 많이 지긴 했지"


"그러고 보니 라붕이 아저씨는 언제부터 그 섬에 있었던 거에요?"


"1차 연합전쟁 끝나고 5년 정도였나?"


"설마 그때부터 아자즈가 만들어준 거야?"


"아뇨 아뇨, 시간으로 따지자면 85년이었던가"


"음 그렇구나~"


"펙스의 오메가 산업 쪽에 연구 인원을 좀 보내달라고 해서 온 게 닥터랑 아자즈였으니까"


"그럼 벙커 내부에 있다는 것들도 아자즈가 설계한 장비겠네요"


"그런 셈이지, 우리 중장비 대부분도 아자즈가 개조하고 떠난 작품이야"


"흐아... 아까운 거거든... 그냥 땡깡 부려서 올라가 보는 거였는데"


"그랬던가요? 그렇기에는 저희가 정비했을 땐 뭔가 난잡했는데"


"아마 우리 애들이 고장 난 거 수리한다고 땜빵 쳐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런 그렘린과 나의 대화에 포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정말? 그 기계들을?"


"안 그랬으면 농사 못 지어서 굶었을 수도 있으니까"


"아, 그렇지... 거기 고립되어 있었다고 그랬지... 미안하거든"


"잠깐 흥분하면 그럴 수 있는 거지 뭐"


"그러면 이 몸은 장비가 아니니까 온전한 상태로 보관되고 있던 건가 보네요"


"응, 맞아"


"그래도 이거라도 남아서 다행인 거거든"


이래저래 쌓인 녹의 제거와 기름칠과 부품의 교체를 하던 포츈이 이야기했다.


"후, 생각보다 빨리 끝나가네요"


"응, 설계가 잘돼서 그런가 보거든"


"브라우니야, 다 끝나간단다"


"흐엑...! 죄송함다!"


포츈과 그렘린이 서로 공학 이야기를 하던 와중 듣다가 기절한 브라우니를 내가 불러 깨우자 그녀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했다.


"아니 뭐, 나랑 같이 있었다고 말하면 괜찮을거 아니야?"


"아... 맞다. 그랬지 말임다"


"좋아, 이제 외장부품만 달면 끝나거든"


"좀 전에 사령관님한테 연락왔어요, 끝나고 한번 만날 수 있겠냐고 그러시던데요"


"좀 더 여길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그러면 먼저 가보는 게 좋을 거 같거든"


포츈이 등 뒤로 돌아가 다시 무언가를 만지고 같은 감각이 몰려왔다.


그리곤 걸려있던 몸을 땅에 내려주고 나는 팔다리를 움직이고 허리를 돌려본다거나 간단한 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으니 포츈의 눈이 동그래져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잘못된 거야??"


"이 정도까지 움직일지는 몰랐거든! 진짜 나중에 한번 놀러 오는 거야! 여기 다른 애들도 좋아할 게 분명하니까"


내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자 그램린이 덧붙였다.


"나중에 한번 놀러 와서 여기 AGS 구경해보시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흠..."


"근데 아저씨, 사령관실에서 부른다고 하지 않았슴까?"


"아 맞다. 가봐야지"


"제가 안내하겠지 말임다"


간단히 포츈과 그렘린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사령관실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