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글] 세이렌의 고민 -1




"거봐, 내가 뭐랬어. 부함장님이 이상하다 했지?"

"운디네는 대단하네. 네리는 아무것도 몰랐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한숨을 푹 내쉬다가도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

그런 세이렌을 운디네와 네레이드가 모퉁이에 숨어 몰래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부함장님이라도 연애의 달인인 내 눈을 속일 순 없지. 이건 분명 사랑의 고민이야!"

"사랑? 그냥 사령관님께 혼나서 그런거 아니야? 오늘 운디네가 사고친거 보고하러 가는 날이잖아."

"네리도 같이 했으면서. 어쨌든 아니야. 부함장님은 혼났다면 더 열심히 하려고 하실 분이잖아."


둘이서 옥신각신하자 아무리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있던 세이렌도, 호라이즌의 두 소녀들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세이렌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길 걱정해주는 운디네와 네레이드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그러가다고 운디네가 말했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신경쓰였다.


'사랑의 고민... 사랑? 사랑인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걸까요...'


심성이 착하고 순진무구한 소녀였던 세이렌은 부정적인 감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사랑인데도 왜 이렇게 괴로운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째서 이런건지, 저 신경쓰여요!'


세이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웅다웅하는 소녀들에게로 갔다.

그리고 그녀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둘에게 말을 걸었다.


"운디네, 네리."

"우, 우왓! 부함장님! 그, 그, 이건, 아니 놀랐잖아요!"

"아하하, 네리는 하나도 안놀랐는데. 운디네는 겁쟁이네~."

"뭐? 네리는 무신경한거고!"


평소처럼 다시 티격태격하는 둘에게서 세이렌은 편안함을 느꼈다.

덕분에 마음을 놓고 말할 수 있었다.


"네리, 운디네. 실은 저, 고민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나요?"


-


세이렌과 네레이드가 자리에 앉자 운디네가 문을 잠궜다.

그리고 운디네도 자리를 잡자 세이렌이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했다.

비밀이니까 무적의 용 대장님이라는 사실만 빼고 말이다.


"그, 그리고... 아으으..."

"겨, 겨우 포옹이잖아요. 하, 하지만 다리 위에 앉아서 포옹... 어, 얼른 다음 얘기 해주세요!"

"그냥 안겨있는건데 뭔가 있는거야? 네리는 잘 모르겠어."

"네리도 나중에 알거야! 그래서그래서 부함장님 다음은요?!"


재촉하는 운디네와 고개를 갸웃하는 네레이드.

그리고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힌 세이렌이 이어서 말했다.


"사, 사령관님이 직접 키스해달라고 하셨고, 그분이 수줍게 키, 키스를 하셨는데..."

"그, 그리고?!"

"가, 갑자기 사령관님이 꽉 껴안고 혀를 막 이렇게 톡톡하고..."


세이렌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사령관님이 했던 것처럼 혀를 꺼내 이리저리 돌렸다.

몹시 귀여운 모습에 네레이드는 웃었지만 운디네는 세이렌처럼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그리고 잠깐 혀를 이리저리 움직이던 세이렌은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그걸 보고 부끄러워진 저는 그만 도망쳐버렸어요..."

"어, 어른인 저, 저라면 도망치지 않았겠지만요! 으으으... 부러워..."

"그런데 부함장님. 그러면 고민이 있다는 건 뭐야?"


허세와는 다르게 얼굴을 붉힌 운디네. 네레이드는 그런 운디네를 무시하고 말했다.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세이렌은 고개를 두 번 흔들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

여전히 가슴은 답답하고 따끔따끔한 느낌이 있었다.


"저는 어째선지 그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졌어요."

"괜찮아? 수복실 갈래? 네리가 데려다줄게."

"고마워요, 네리. 하지만 괜찮아요."


가슴이 아프다는 말에 네리가 일어나 세이렌 곁으로 다가왔다.

세이렌은 걱정하는 네레이드를 만류하고 이어 말했다.


"뭔가 두근거리지만 쓸쓸하고, 마음 속에서 이상한게 피어오르는 느낌이 들었어요."

"봐, 네리! 내가 말했잖아. 부함장님의 고민은 사랑이에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편 운디네는 그렇게 말했다.


"부함장님의 사령관님을 향한 마음이 완전히 피어난거에요!"

"사랑... 사랑은 원래 이렇게 괴롭나요, 운디네?"


세이렌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어두운 것이 점점 커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운디네를 향해 애처롭게 다가가며, 억누르지 못한 감정을 모두 토해냈다.


"가슴을 꽈악 조이고, 슬프고, 쓸쓸하고, 외롭고, 질척질척하고, 나한테만 그래줬으면 하는, 그게 사랑인가요?"

"그, 그, 서, 설명해줄테니까 부함장님. 조금 진정하세요. 조, 조금 무서워요."

"네리를 혼낼 때보다 더 무서워..."


눈동자가 반쯤 풀리고 절박해보이는 모습에 네레이드와 운디네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이 넘쳐버린 세이렌은 그걸 제대로 억누르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며 운디네를 쳐다보았다.

너무 안타까운 모습에 네리가 세이렌을 꼭 껴안았고, 운디네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함장님, 그건 질투에요."

""질투?""


고개를 갸웃하는 세이렌과 네레이드에게 운디네가 설명했다.

나도 저기 있으면 좋겠다, 왜 저기에 내가 있지 않을까, 나도 사랑받고 싶은데.

상대방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끓어오르는 마음이 억눌리면서 생기는 마음.

그것이 질투고, 질투하는 상대방이 소중하면 할수록 뭔가 괴로워진다고.


"하지만 그건 나쁜게 아니에요. 그만큼 사랑한다는 이야기니까요."

"네리는 잘 모르겠어. 모두가 사령관님을 좋아하면 되는거 아니야?"

"네리는 사랑을 알아도 지금 그대로 남아주세요."

"알았어!"


세이렌은 둘의 모습을 보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사령관님을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각했다.

사령관님을 만나러 가는 순간이 즐거웠던 이유도, 무적의 용 대장님과의 밀회를 봤을때 괴로웠던 이유도.

세이렌은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운디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아하나요?"


사랑과 질투를 자각한 소녀에게, 운디네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사령관님의 사랑을 받아야죠."


# 쓰다 말았던 작품 리메이크라 시점이 다름

# 리오보로스 이후 3인방의 모습을 기준으로 잡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