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글] 최후의 결전, 수호전대 P-StrikerS! (서장)


웅크리고 있는 티아멧에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티아멧, 날 도와줘."


티아멧이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날, 도와줘."


온몸에 불이 붙어있고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끔찍한 모습을 하고.


"티아멧, 어째서. 날 배신한거야? 너를 믿었는데."

"아, 아니야...."

"어째서 내 말을 듣지 않았던거야."

"사령관, 나는...."

"아파. 몸도 아픈데, 마음이 아파."

"나는, 사령관, 나는 그럴 생각이...!"


티아멧도 알고 있다. 저 사령관은 가짜다.

사령관은 저런 말을 하지 않아.

마지막에도 우리에게 등을 맡긴다고 했어.


"네가 내 말을 듣고 행동해줬더라면!"

"아니야아아아아아!"


티아멧은 거세게 몸을 일으키며 숨을 몰아쉬었다.

잠옷과 이불은 식은땀으로 푹 젖어 몸을 얽어매는 감옥 같았다.

그리고 그런 티아멧 곁에 누군가 다가왔다.


"괜찮나요, 티아멧?"


P-스트라이커즈의 지원기이자 과학을 지키는 자, 머큐리.

그런 그녀가 손에 물수건을 쥐고 티아멧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르는...?"


티아멧은 완전히 갈라져버린 자신의 목소리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그런 티아멧의 목소리에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머큐리가 말했다.


"지금, 미나가 대신 봐주고 있사와요. 여전히 시덥잖은 개그를 하고 있죠."

"그렇구나... 하지만 분명 힘들거야. 나 대신 우르를...."


머큐리는 티아멧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으면서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굴의 땀을 모두 닦아낸 다음 옆에 있던 물컵을 건내며 말했다.


"티아멧. 본녀가 모를거라 생각하셨나요?"

"...미안해."

"흥. 조금 슬퍼요. 티아멧이 본녀를 믿지 못하다니..."

"그, 그렇지 않아! 나는 언제나 머큐리를 믿... 믿..."


'믿는다.'

티아멧은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들숨과 날숨을 할 수 없고 시야가 어두워지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분명 예전엔 말할 수 있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짜악!


"정신차려요, 티아멧!"

"케흑! 허억! 허억!"


안색이 창백해진 티아멧을 머큐리가 꼭 껴안았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이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데..."

"아니야. 미안해, 머큐리. 정말 미안해...."


둘은 한참을 껴안고서 숨죽여 울기 시작했다.

이것이 최근에 생긴 그녀들의 일과와도 같았다.

싸우고 밤에 잠들다가 서로 껴안고 우는 것.


사랑하는 사령관을 잃은 그녀들에게,

이제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의 모습밖에 없는 그녀들의 일과.

그렇게 한참을 울다, 머큐리가 티아멧을 슬며시 떼어내며 말했다.


"땀을 너무 흘렸사와요. 덕분에 본녀의 옷도 끈적한데, 같이 씻으시겠어요?"


아마 같이 씻으면 온갖 유사과학으로 괴롭힘 받겠지.

티아멧은 쓰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붉게 물들고 살짝 부어오른 머큐리의 눈을 보고,

그녀는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씻고 나오니 어느 새 일어날 시간이었기에

티아멧과 머큐리는 그대로 부엌으로 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요리를 하고 있는 미나와 재잘재잘 떠드는 우르가 있었다.


"미나는 밀대를 참 잘쓸거야. 면을 미나 안미나 해야하니까. 푸흐흐흐."

"아하하, 우르. 나 지금 칼쥐고 있다?"

"칼쥐는 날카로운 쥐야? 이히히."

"애휴... 아, 티아멧, 머큐리 어서와."


다행히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티아멧은 조금 안심했다.

물론 티아멧은 그녀들이 평소처럼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나! 도마는 반드시 대나무 도마를 쓰라고 했잖아요!"

"그럼 네가 요리할래?"

"잘 생각해보니 대나무 도마는 맛을 빼았는다는 소문을 들은거 같사와요."

"미나가 요리조리 요리하고 있어... 푸흐흐..."


그녀들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사령관이 우리에게 등을 맡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 그러고보니 우르. 그거 기억나? 우리 둘이 처음 만났을때 우르 네 머리가 엄청 복실복실해서 내가 양같다고 막 만지려고 하고 그 안에 얼굴 파묻어보려고 막 이리저리 들어가보려고 했잖아. 그때 부드러움 하니까 처음으로 솜이불 사서 덮었던게 생각나네. 그 솜이불..."

"정말 내가 우르라고 우르르 몰려와서는 머리카락 헤집어서 정리하기 힘들었어...."

"미나, 혹시 이 물을 써볼 생각은 없나요? 무려...."

"네가 요리하겠다고?"

"본녀가 마실 물이에요."


사령관의 의지를 잇기 위해서라도 슬픔은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겠지.

지금 등을 맞댈 수 있는 사람은 우리들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