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2141864 







-며칠 뒤-


키리시마가 자신의 정치적 배경을 이용해 유치장을 떠나려던 날. 분명 신문사 사무실과 함께 파기되었을 뉴스가 방송되었다.


아마도 사건이 너무나도 커진 것을 염려한 셜록이 미리 만들어 둔 안전장치겠거니 했다.


가령 계속해서 확인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발송되는 메시지 같은 거라던가...


잠시 자리를 비운 뒤 마실만한 것들을 들고 일행에게로 돌아가자 저 너머에는 어깨동무한 사령관과 셜록이 있었다.


웃고 떠드는 그들을 잠시 동안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자니 토모가 눈치채고 내게 손짓을 한다.


"뭐야 아저씨, 거기서 흐뭇한 표정하고 쳐다보기나 하고는. 히힛"


"아니, 잘 어울린다 싶어서"


"아, 라붕씨. 이번 일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희 때문에 유치장 신세도 지시고, 수고가 많았어요"


"그 말, 지금까지만 벌써 세 번째에요 셜록"


"하핫, 그래도 모자란걸요!"


호탕하게 웃으며 사령관을 붙들고 흔드는 셜록은 누가 보더라도 기뻐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건에 라붕씨랑 왓슨 사진이 안 실렸더랍니다. 정말... 기자라는 놈들이 뭘 하는지 영..."


"말하는 걸 보니 이미 한바탕 하셨나 본데요?"


"예, 이미 각 언론사에 항의 전화를 왕창 때려 넣었으니 빠르면 내일 자 기사부터는 모두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얘기는 나중에 해! 지금은 빨리 초밥! 응? 응?"


"그래. 예약 시간에 늦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아, 그거 말인데요"


"예? 설마 못 가시는 거..?"


"유치장 신세 좀 지느라 예정이 꼬여서요, 일정도 바꾸고 이래저래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저는 어디 좀 먼저 들렀다가 그쪽으로 찾아가도 될까요?"


대략적인 게임의 클리어는 이미 끝낸 상태, 그럼에도 게임은 끝나지 않았고 보상도 없는 상태다. 적당히 사령관이 눈치채 주기를 바라며 이곳을 벗어나야 할 핑계들을 던졌다.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왓슨이 도와주면 금방 끝나겠어"


다행히 사령관도 눈치를 챘는지 나와 함께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 저희도 같이"


"아냐 아냐, 금방 끝나니까 먼저 가서 좋은 자리나 잡아두라고"


"그럼 빨리 갔다 와 왓슨!"


"그러면 제 차라도 타고 갔다 오세요"


"고마워, 금방 다녀올게. 셜록"


결국 셜록에게서 차키를 받아 들고 나서야 우리는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차 안-


"좀 늦게 왔네?"


"토모때문에"


"흠..."


사령관이 차에 오른 뒤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주차된 차를 빼내며 사령관에게 질문했다.


"휴대폰으로 뭐 문자 온 거 있어 사령관? 닥터라던가..."


"아니, 아직은"


"대체 뭐가 모자란 거지? 다 끝낸 거 아니었어?"


"그래도 예상 가는 데가 있어"


"그러면 그쪽으로 안내해 줘"


차를 타고 잠시 달려 어느 한 학교 앞에 멈췄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령관 뒤를 따르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령관이 학생회실이라는 명판이 붙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익숙하게 생겼지만 다른 인물이 서 있었다.


"토모...?"


"땡~ 반만 정답입니다."


능청맞게 웃으며 사령관의 질문에 답한 주황 머리의 여자는 확실히 토모처럼 생기긴 했지만 분명 다른 인물이었다.


"날 찾으려고 이렇게 고생을 해놓고 알아보지도 못하는 거야? 조금 서운한데~"


"아..."


'여기 이 사람이 리앤이겠군'


"리앤... 이지?"


얼빠진 표정을 한 사령관이 그녀에게 물었다.


"정답! 초천재 미소녀 형사, 리앤입니다~"


"어, 응..."


"아하하하핫. 이상한 얼굴."


"너..."


"응. 왓슨이랑 아저씨가 생각하는 대로일 거야"


"나랑 비슷한 이야기지, 내가 나인 것처럼 너도 너일 뿐이잖아 리앤."


"그렇네. 아저씨 말이 맞아, 나는 나지"


그녀를 보며 나는 씨익 웃어 보였다.


"그래서, 아저씨"


"응?"


"즐거웠어?"


"물론"


"그러면 그 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네, 내가 준비한 사건들도 제일 열심히 풀었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계속 한 발짝씩 타이밍이 늦어서 제대로 관여는 못 했네"


"왓슨이 데려온 친구들 중에 아저씨는 너무 이레귤러길래 조금 조절해봤어"


"리앤, 너는 재밌었어?"


"물론!"


"리앤, 이 게임은 네가 만든 거야?"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령관이 리앤에게 질문했다.


"응... '나'와 내 친구의 이야기를... 누군가 알아줬음 했거든."


"......"


"먼 훗날이라도 누군가 찾아주길 바라면서, 의식과 유전자 정보만 이 게임에 업로드하고 각지의 무인 경찰서의 비밀 공간에 숨었어, 결국 그 누구도 남지 않게 될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여기 왔잖아"


"덕분에 우리도 이곳에 남은 의미가 있게 되었어, 우리의 이야기를... 모두가 같이. 이곳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줬지"


"리앤"


"고마워 왓슨, 날 찾아줘서..."


"나한테는 뭐 할 말 없냐"


"맞다, 나도 궁금한 거 있어! 아저씨는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살아있는 거야?"


"말하자면 긴데"


"헤헷 또 그때랑 똑같은 소리"


"이젠 시간 있어?"


"흠... 일단 후일담부터 즐기고 나서 어때?"


"후일담?"


"게임도 클리어 했고 '나'를 만났으니까 곧 이 세상은 없어질 거야. 그 전에 클리어 특전을 받아야지. 좋은 게임의 필수 요소는 멋진 후일담이라구~"


"그러면 후일담인가 뭔가 하는 것도 다 끝나고 다시 만나자고"


"좋아, 둘 다 얼른 가 봐. '나'랑 셜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헤헷,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초밥, 엄청 맛있었다구?"


"...알았어 라붕씨랑 내가 갈 때까지 남겨놔."


"응!"


지금껏 만나왔던, 처음 보는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는 우리는 학생회장실 밖으로 나섰다.


순간


"안돼!"


"우왓?!"


총소리가 조용했던 교실의 공기를 찢으며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있는 철충이 보였다.


"뭐야?!"


"철충...?"


"이, 이런 버그는 생각도 못 했는데..."


"각하!"


철충 뒤에서 튀어나온 마리가 우리를 보고 다가왔다.


"드디어 찾았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무사해서 다행이오"


"상황 보고해."


조금 우스꽝스러운 차림새긴 했지만 두 지휘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고 사령관은 그 일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곧바로 침착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이 공간에 철충이 나타났소."


"동시에 각하와의 연결이 모두 끊겨 내부던 외부던 통신 및 모니터링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중간부터 닥터에게서 연락이 없었던 건 이런 이유였나'


"조금 전에 우리도 외부와의 연결이 끊기고 말았소.


"여기 있는 총 인원은?"


"소관과 마리 공, 그리고 이곳에서 사령관이 만난 바바리아나, 린트블룸, 아르망 양이 전부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이스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여기 있다 사령관"


"레이스, 무기 남는 거 있어?"


"호신용 기관단총이라면 있다."


"좋아"


상황이 상황 인지라 나도 레이스에게서 총을 받아 든 뒤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소. 철충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것을 보고 그대들이 이곳에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니."


"저건 철충이 아니야"


"저게?"


"그게 무슨 말이오?"


"일단 움직이자, 이야기는 가면ㅅ...."


"드디어 찾았네요"


갑자기 철충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고마워요, 리앤. 이런 선물까지 준비해준 건가요?"


"레모네이드...!"


"오메가..."


이곳저곳이 일그러져 있지만 저 모습은 분명 레모네이드 오메가였다.


"분명 인간은 하나 아니었던가요? 당신은 누구고 또 어떻게 저를 알고 있는 거죠?"


"사람이 비밀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어도 좋잖아?"


"말이 길군요, 어차피 무슨 비밀이 되었든 간에 당신들이 숨어 사는 그 쥐구멍을 잡으면 해결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던 오메가는 갑자기 귀에 손을 얹고 통신을 받는 듯했다.


"잠깐...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는 거죠?"


"상관없다는 식으로 입방정을 떨더니 뒷구멍으로는 이것저것 다 하고 있었네"


"아하하핫, 이런 식으로 회장님을 되살릴 수 있는 열쇠를 받게 될 줄이야... 당신의 그 쓸모없는 추억놀음도 이럴 때는 도움이 되는군요 리앤"


"닥쳐"


"당장에라도 잡고 싶지만... 여기서는 어쩔 수 없으려나요. 애초에 용건은 저쪽에 있었으니까요"


"리앤을...?"


"재밌는 장난을 쳐 두셨더군요. 덕분에 해킹하는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구요?"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씨익 웃으며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도 저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했을 거라 믿어요. 자, 당신을 만든 신의 품으로 돌아오시죠. 이곳에 쌓인 자료와 함께 그분들의 부활을 위한 대업을 이룰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음... '내'가 너랑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을 봤는데, 그걸 따르던 사람들은 비참한 꼴이 되더라구"


"안 그래 둘 다?"


"그래. 그리고 리앤과 라붕씨를 넘겨줄 생각은 없어"


"그렇다는군, 애초에 갈 생각도 없지만 말이야"


"후후, 그렇게 나오셔야죠. 너무 얌전히 말을 들으시면... 짓밟는 보람이 없으니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게 보인다.


"후후... 어디 한 번... 발버둥 쳐 보시죠...!"


"뛰어!"


나의 외침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달려 나섰다.


"부탁하겠네!"


마리가 초능력으로 철충들의 움직임을 잠시 묶으면 용이 순식간에 놈들을 양단하고


린트불름이 창공에서 포위망이 옅은 곳을 찾으며 날아다니면


바바리아나는 린트불름이 찾아낸 취약점을 강철의 구체로 벽과 철충째로 박살내었다.


"저쪽입니다!"


"알겠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휘하며 달려 나가는 아르망과 사령관


레이스와 나는 그녀들이 미처 잡지 못한 적을 제압하며 계속해서 도망쳤다.


"망할! 건물이 사라져서 엄폐할 곳도 얼마 남지 않았어!"


계속해서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는 건물들 사이를 내달리며 내가 외쳤다.


"그건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


"괜찮겠어?"


"아무리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일단은 내가 만든거라구!"


사령관과 리앤이 대화를 끝마치자마자 앞에서 철충들이 추가로 튀어나왔다.


"내가 맡겠다!"


레이스가 소총을 쏘아 철충들을 맞춰 쓰러트리고 우리는 그 위를 뛰어넘어 붕괴가 덜 된 구역으로 들어갔다.


"성공했어! 이제 더 이상의 붕괴는 없을 거야! ...그리고...!"


갑자기 우리가 숨은 건물 한구석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됐다! 해킹 코드를 뚫고 로그아웃 경로를 확보했어. 가서 저 전화를 받으면 돼!"


리앤이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가리키며 우리에게 소리쳤다.


"여기 있는 모두들 전부 동시에 접속을 해제할 수 있을 거야."


"좋아. 저쪽이야!"


사령관이 외치며 리앤이 가리켰던 방향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모두가 따라오지는 않았다.


"리앤! 빨리 와!"


"아하핫. 왓슨은 바보구나? '로그아웃'이야. 아까 '내'가 뭐라고 했었어?"


"설마..."


"리앤한테는 이 가상현실 게임이 내 몸이나 마찬가지야, 이런 방식으로는 못 나갈 테고..."


"응. '나'는 여기있는 '나' 뿐이야."


"......"


사령관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리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급하게 만들어서 전화를 받더라도 로그아웃에는 시간이 좀 걸려. 헤헷, 이럴 줄 알았으면 이쪽 지식도 좀 알아둘걸."


"리앤..."


"아하핫. 왓슨, 이상한 얼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둘을 위해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갔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유전자 정보는 확실히 다운로드 된 거 확인했으니까."


"...그걸 통해 복원한 '너'는, '너'야?"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네"


"사령관! 이제 시간 없어!"


"맞습니다 각하! 어서 나가야 합니다!"


"어서 가. 인사는 따로 안 할게. 아까 '내'가 했잖아?... 헤헷... 그럼, '나'를 잘 부탁해."


마리가 사령관을 끌어안고 전화벨이 울리는 방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나는 그 행렬을 벗어나 리앤과 함께 남아 뒤따르는 철충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어차피 우리 대장 나가면 나도 나가지는 거니까, 나 정도는 옆에 있어도 되겠지!?"


"계속 느낀 거지만, 아저씨 너무 무모하게 구는 거 아니야?"


"어쩌겠냐 내 팔자가 이런걸!"


사령관이 탈출에 성공했는지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처럼 몸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만일 우리 같은 녀석들이 죽어서 가는 곳이 있다면... 거기에서라도 다시 만나자고"


"걱정해 주는 거야?"


"당연..."


갑자기 시야가 검어지고 우리가 미처 대화를 끝마치기도 전에 시야가 바뀌었다.


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몸을 내려다 보며 미처 끝내지 못한 인사를 곱씹었다.


"초밥... 결국 못 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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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에피소드는 지금까지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랑 달리 이벤트 스토리에 묻어가서 그런지 완전 날로먹었습니다...


배경 설정 일부를 이 자리에서 풀자면 라붕이가 원체 신중하게 일을 벌인 터라 메인 스토리에 영향이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에바가 개인적으로 라붕이와 닥터가 한 연구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그 닥터와 만나기 위해 레모네이드 오메가와 이미 만났던 사이긴 했지만, 뭔가 큼직한 사건을 바꿀 극적인 무언가는 없었다는 게 필자의 설명입니다.


나머지 내용들은 흐린 기억 속의 나라 이벤트의 내용을 전부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 오르카 호의 모습을 보여드린 뒤에 2부를 마무리 하며 적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하꼬 문학 읽어주고 개추랑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