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 언니..."





며칠째 들은 동생의 힘없는 목소리.


몰타섬에 표류한 우린 식량이 다 떨어져 굶주림에 지쳐있었다.


총알이 많으면 뭐하나




포탄이 많으면 뭐하나



사랑스러운 동생의 배고픔을 달래줄 빵 한조각이 없는데,

사랑스러운 동생의 갈증을 달래줄 물 한모금이 없는데.

시아는 어제까지만 해도 먹을걸 구해보겠다며 바닷가에서 물고기라도 잡으려했지만 오늘은 그런 기력조차 없는듯이 거점으로 삼은 동굴입구에 주저앉아 있을뿐이었다.

"시아야. 조금만 기다리고 있을래? 언니가 가서 먹을걸 가져올게."

"정말? 그럼 시아 기다릴수 있어-!"

금새 초롱초롱해진 시아의 눈빛

..그래 시아의 얼굴을 봐서라도.. 저 착한아이를.. 사랑스러운 동생을 굶길수는 없지.. 나만 참으면 되니까...

"우리 시아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렴? 언니가 가서 먹을걸 꼭 구해올게. 햇님이 바다에 숨기전에 올게."

시아는 환한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응, 시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엠피트리테는 사냥용으로 주워온 돌을 깨서 만든 돌칼을 들고 동굴뒤편 해안길을 따라 섬의 중앙에 있는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을 살짝만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아의 배에서 꼬르륵 거리는것같은 환청이 들리는거 같아 괴로운듯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급히 옮겼다.

...한 10분쯤 들어왔을까? 거점삼던 동굴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여기라면 소리도 닿지 않겠지...

엠피트리테는 들고온 돌칼을 바닥에 돌에 비벼 더욱 날카롭게 가다듬곤.. 자신의 허벅지에 온힘을 다해 찔러넣었다.

"아악----!!!!"

하얀 피부에 피가 흐른다.

빨간피는 돌칼과 허벅지를 타고, 흙을 더럽힌다.

"으으으..."

엠피트리테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오른팔을 움직여 생살을 찢는일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고 땀이 비오듯 흐르고 눈물과 침으로 범벅이 되있지만 그녀의 손은 결국 아름답던 허벅지살을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흙더미에 떨어진 살덩어리.. 저거라면 시아를 굶기지 않아도 되니까...

엠피트리테는 근처에 풀들을 모아 상처위에 덧대고 잘때 덮고자던 겉옷을 찢어 다리를 붕대처럼 감아버렸다.

"...이거면.. 된거야.."

엠피트리테는 오른손에 피범벅이 된 돌칼을.. 왼손엔 허벅지살 고기를.. 오른허벅지엔 겉옷을 찢은 붕대를 감고 절뚝 거리며 동굴로 돌아왔을땐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동굴앞엔 마른장작들로 불을 피운채 잠든 시아가 있었다.

"시아야, 일어나. 고기 구해왔어."

작게 말했음에도 시아는 벌떡 일어났다.

"아, 미안해 언니.. 잠들어버렸어.."

엠피트리테는 괜찮다는듯이 미소지어주곤 나무꼬챙이에 자신의 허벅지살을 꿰어 불에 구워주었다.

"언닌 안머거도 대?"

이미 입안가득 고기를 먹으면서도 언니 몫이라며 반절을 깨끗한 나뭇잎 위에 올려놓았다.

"..언닌 이미 먹었어. 그리고 언닌 시아가 먹는거만 봐도 배불러~"

시아는 금새 자기고기를 먹곤 쭈뼛쭈뼛하더니

슬그머니 고기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시아야. 더 먹어도."

살라시아는 멋쩍어하면서 고기를 마저 먹곤 배부르게 잠들었다.

"모자르면.. 더 구해올게 시아야.."

...인류가 멸망한지 모르던 그 어느날의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