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거모음


베로니카 수녀님이 문을 열던 그 때, 나는 한순간 환상을 보았다.


쾅쾅쾅-!


FBI! OPEN UP!


와장창!


특수기동대가 도어브리칭 및 천장 파괴후 현장으로 돌입하는것과도 같은 박력.


문을 열어젖히는 베로니카 수녀님에게는 그러한 【박력】이 있었다.


그렇게 FBI SWAT처럼 안쪽으로 돌입하자, 내가 제일 먼저 목격한것은 바닥에서 티셔츠와 바지를 허겁지겁 주워담는 흑발의 여성이었다.


거실처럼 보이는 이 공간의 안쪽에는 네개의 문이 있었고, 흑발의 여성은 열린 문과 거실 사이에서 급하게 옷을 줍고 있었다.


"베, 베로니카...!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흑발의 여성은 한쪽 눈을 앞머리로 가리고 있었고, 엔젤처럼 조금 몸이 가늘어보였다.


하지만 몸이 가는것과 별개로 몸매는 굉장해보였는데...여기서 '보였다'고 한것은 여자의 몸매를 자세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자세히 알 수 없었냐 하면....


"후우....아자젤님, 오늘도 이런 모습이십니까."


베로니카 수녀님의 말처럼, 아자젤이라는 여성은 목이 늘어나고 부분부분 주름이 잡힌 널널한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있었다.


뭐, 반바지인만큼 허벅지는 확실하게 보였는데...상체가 저래서 말이지.


그보다, 옷차림이 너무 편함을 추구한것 아닌가?


"베, 베로니카?! 그 뒤에 있는 남성분은 누구죠? 여기엔 왜 데려오신거고요?!"


이제야 내 존재를 눈치챈건가. 그보다 나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안멈추고 있다.


"본래 이야기를 나눌 손님이셨습니다만...아까 문 밖에서 소리를 듣자 도저히 참을수가 없겠더군요. 형제님? 저를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무슨 도움이요?"


"청소를 등한시하는 이 게으른 천사에게 벌을 내리는동안 정리를 좀 도와주시죠."


"버, 벌이라니?! 벌이라뇨! 베로니카!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아자젤님? 스스로의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는 책임을 지셔야합니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 그렇지만 손님을 앞에 두고 저를 혼내거나 하는건 도리가 아니지 않나요?!"


겨우 방 하나 어질렀다고 이렇게 벌벌 떨다니, 혼날만하긴 했지만 좀 불쌍한데...?


그렇게 구경하던 도중, 베로니카 수녀님이 갑자기 엔젤에게 고개를 돌렸다.


"엔젤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스로의 부덕함으로 인해 방을 더럽힌 천사에게는 벌이 내려져야할까요? 아니면 관용과 용서가 필요할까요?"


"네? 저, 저요?! 저는 잘..."


갑자기 지목받자 당황한 엔젤은 베로니카가 무서운듯 눈을 피하며 대답을 미루었고, 그 반응으로도 대답은 충분하다는듯 베로니카 수녀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중립 하나, 찬성 하나, 반대 하나라...제 임의로 하겠습니다."


베로니카 수녀님은 곧바로 아자젤에게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아자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베로니카를 보며 덜덜 떨다가....


"도, 도와주세요! 남성분!"


나한테 달려왔다.


"응...?"


"반대표를 던져주세요!"


"제가 왜...?"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잘못한게 있으면 혼나야하는건 찬성이다.


절대 귀기서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베로니카 수녀님이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다.


허벅지의 권총도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니다.


잘못한건 잘못한거잖아? 벌을 받아야지? 응?


나는 아자젤을 다시 베로니카 수녀님에게 넘겨주려 했지만, 아자젤이 내 옷깃을 붙잡고 소리질렀다.


"어제 베로니카가 준 보드게임으로 노는게 너무 재밌었는걸요! 아침이 오는줄도 모르고 열중했는걸요! 베로니카가 나쁜게 아니었을까요?"


근데 여기서 베로니카 수녀님도 거짓말을 할순 없는지, 그 부분은 확실하게 인정했다.


"...분명 제가 그것을 드리긴 했습니다만, 자제하지 못한것은 아자젤님의 잘못이십니다."


"도, 도와주세요..."


쓰읍, 어떻게 할까...나를 붙잡고 올려다보는 초면의 여성이냐? 아니면 어느정도 안면이 있고 나름 친분도 있는 베로니카 수녀님이냐...


"일단, 청소부터 하고 혼내죠? 혼내는 겸에 스스로 어지럽힌걸 청소 시키고."


내가 선택한건 제 3의 선택지, 도주...가 아니라 쿨다운이었다.


청소하고 다른 작업을 하면서 머리를 좀 식히다보면 베로니카 수녀님도 어느정도 화를 가라앉힐거고, 아자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겠지.


"그, 그게 저를 돕는 거라니...저는 이제 혼나겠군요..."


아자젤은 내 아이디어가 실망스러운지 자포자기했다. 하지만, 베로니카 수녀님은 나한테 상당한 호감이 있지.


"....좋습니다, 형제님이 그리 말하신다면."


억지를 부리긴 힘들어도, 적당히 합리적인 선에서는 내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았다.


"어라?"


그리고 내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아자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그건 엔젤 또한 마찬가지인듯했다.


"우와아...베로니카님이 미소짓던 이유가..."


그렇게 좋게좋게 끝나려나 싶었는데...


"후우, 좋습니다. 다같이 청소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모두가 같이 청소하는건 아자젤님이 스스로의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서입니다! 가서 청소하세요, 아자젤님! 그리고 거기서 지켜보는 다른분들도! 깔끔하지 않다면 제가 나중에 단단히 주의를 드리겠습니다."


베로니카 수녀님은 최소한도의 선을 긋는것을 선언함을 동시에, 어딘가의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뭐지? 저 문은 닫혀있는데?


내가 닫힌 문에 의문을 품고 있던 그 때, 울상을 지은 아자젤이 그 문으로 향했다.


"히잉..."


그녀는 문을 연 뒤, 안쪽에 고개를 들이밀고 누군가를 불렀다.


"사라카엘, 라미엘...각자 청소하래요..."


어? 이거 어디서 본거같은데?


아자젤이 다시 바깥쪽으로 나오자, 문의 안쪽에서 흑발과 백발의 여성이 각각 걸어나왔다.


"대행자가 우리들에게 명령을 내리다니...나는 이단심문관으로서 이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흑발의 여성은 상당한 장신이었고, 내가 어디가서 키 작단 소리는 안듣는데...


"흐윽, 이건 제가 모두의 몫까지 청소를 하지 못해서에요...제가 죄를 짊어지고 모든것을 업화와 함께..."


그와 반대로 백발의 웨이브머리 여성은 엔젤과 비슷할 정도로 키가 작았다....근데 왜 울고 있지?


새롭게 나타난 두 사람을 관찰하던 그 때, 베로니카 수녀님이 둘의 말을 가로막았다.


"두분 다, 거기까지 하시죠. 손님이 계십니다."


베로니카 수녀님의 말에 둘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누구지? 인간 남성? 이곳이 어떤곳인줄 알고..."


바로 대놓고 적대적으로 나오는 키 큰 흑발.


"손님이시군요...흑, 저의 잘못으로 인해 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훌쩍, 이 죄는 제가 꼭 짊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려고 하는 키 작은 백발...


엔젤은 키 작은 백발의 여성에게 다가간 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라미엘님, 울지 마세요...라미엘님은 잘못한거 없으시잖아요."


"그렇지만...훌쩍, 그렇지만...흑, 으흑."


"그렇게 슬퍼하시면...저도 울게되잖아요....으흑, 흐에에에..."


라미엘과 엔젤은 갑자기 서로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베로니카 수녀님은 그 광경을 보고 한숨을 쉰 뒤 둘의 어깨를 토닥이며 어디론가 데려갔다.


"형제님? 그동안 두 천사분의 청소를 좀 관리감독 해주십시오. 만약 제대로 안한다면...저한테 말해주시고요."


베로니카 수녀님이 사라지자, 아자젤과 사라카엘...저 백발쪽이 라미엘이니까 남아있는 이 흑발쪽이 사라카엘이 맞겠지.


아무튼 두 천사는 청소도구를 꺼내거나 바닥에 떨어져있던 물건들을 줍기 시작했다.


그보다...천사? 이름이 가브리엘이나 라파엘같이 천사스타일이긴 한데 아무튼 지금은 청소 안해서 혼난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둘이 청소하는걸 보고 있자니...청소하는 꼴이 가관이었다.


"어차피 더러워질텐데...청소는 의미없는 일이 아닐까요?"


청소한지 얼마나 됐다고 건성으로 하면서 농땡이 부리려는 아자젤.


"베로니카의 분노에 맞서고 싶다면 알아서 해라."


그리고 협조해줄 마음은 하나도 없는듯 본인의 구역으로 추정되는 부분만 청소하는 사라카엘.


"하아, 못봐주겠네."


군대를 만기로 전역했고 복무 내내 깔끔한 청소를 강요받았던 내게 있어 이런 상황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비켜요."


나는 곧바로 아자젤이 청소하는 부분을 도와주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그녀를 부려먹기 시작했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빗자루로 쓸어요."


"아, 네. 빗자루로...."


빗자루질을 하는 모습을 보니...내안의...내안의 청소반장이 깨어난다....!


"빗자루질은 바닥에 먼지가 안남을때까지! 지금 여기 남아있는 먼지를 보니까 여기서 농사도 짓겠다! 포도나무를 재배해서 그걸로 아주 와인까지 만들 수 있겠어!"


청소를 못해도 너무 못하잖아! 베로니카 수녀님...아니, 베로니카가 화낸 이유를 알겠다!


"마, 말이 심한..."


말이 심해? 말이 심하다고?


"심한건 바닥의 청결상태겠지! 이 먼지와 쓰레기들을 봐! 무슨 황사바람 불어오는걸 그대로 포장해서 여기다가 풀어놓은줄 알겠네! 초등학교 교실 쓰레기통을 꺼내서 여기다가 엎기 전이랑 후 사진을 갖다주면 틀린그림찾기 달인을 불러와도 뭐가 달라졌는지 모를거야!"


내가 아자젤에게 팩트를 12연발 다련장 로켓처럼 쏴대고 있을 때, 옆에서 청소하던 사라카엘이 끼어들었다.


"인간 남성, 말이 심하군. 감히 교단의..."


...이제보니 이쪽도 상태가 심각하네?


"넌 뭐야! 너도 청소가 개판이네!"


"무, 무슨 무례냐?"


"무례? 네가 지금 이 방에 저지르고 있는게 무례다! 자기 자리만 청소하는건 무슨 심보인거지? 아! 샤워를 할때 상반신만 씻는 습관이 있다고 말하는게 좋을거야!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 상황을 나한테 납득시킬 방법이 도저히 없으니까!"


아니...자기 자리랑 방 주변만 청소하면 뭐 납득이라도 하겠다. 그래, 좀 보기 그렇지만 최소한 잘못한건 없으니까.


하지만 청소가 개판이다.


"비, 빗자루질은 제대로 했다!"


빗자루질은 제대로 했지만 지금 바닥의 상태는 여전히 개판이다.


"빗자루질 '만' 제대로 했겠지! 빗자루질만 졸업했어? 걸레질은 유급했냐? 뭐 때문에 유급한건데?"


"큭...제대로 했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았단 말이다!"


사라카엘은 자신의 손에 들린 걸레를 들어올리며 반문했지만, 그 꼴이 걸레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제대로 짜지도 않았잖아! 왜, 아주 그냥 물을 갖다가 뿌려버리지? 물을 뿌려서 끼얹는 행위를 걸레질이라고 할 수 있으면 우리나라는 장마철에 전국이 걸레질 당하는거겠네! 워터파크에서 물놀이하는것도 걸레질 당하는거고!"


"크으윽...네 놈...!"


사라카엘이 나를 보며 손을 부르르떨고 있던 그 때, 라미엘과 엔젤을 데려갔던 베로니카가 복귀했다.


"아, 형제님. 관리감독은 제대로....어머."


베로니카가 이쪽을 보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반응에 나도 고개를 돌렸고...


"남성분! 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보고 있죠? 네?"


아자젤이 정말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음, 확실히 좀 빠릿빠릿해졌어.


"그럭저럭 합격."


베로니카는 상황을 파악한듯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거...형제님이 하신겁니까?"


이거라고 지칭하면 조금 그런데...뭐, 틀린 말은 없으니까.


"그런것같네요."


"...정말,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베로니카는 나한테 고개를 숙인 뒤, 열심히 청소하는 둘을 뒤로하고 내 손을 잡았다.


"자,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두 천사분께서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이 보이니, 혼낼 시간을 아낄 수 있겠습니다."


"그, 그럼 청소는 이쯤해도..."


"혼낼 시간을 다시 내야겠군요."


아자젤은 베로니카의 말을 놓치지않고 곧바로 손을 멈췄지만, 베로니카가 그녀쪽을 쳐다보자 다시 열심히 청소에 임했다.


"그보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천사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뭐죠?"


"아아, 그것 말이군요. 설명드리겠습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에 있는 네명의 천사...방구석 천사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다른 종파의 이단에서 교단의 상징으로 써먹기 위해 세뇌시키고 교육시킨 소녀들이었습니다. 일종의 성녀같은 상징물이 될 예정이었지만...그런걸 두고볼 수 없었던 저희가 친히 그것들을 정리하고 이단의 모든 흔적들을 처분한 뒤 도저히 처분할 수 없는 네분을 데려왔지요."


정리에 처분에 이단이라...누가한건지 알것같지만 닥치고 있자. 그보다 이단의 흔적까지 처분이라니...되게 그쪽 교리가 엄격한가본데.


"그래서, 이단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데리고 있는건가요?"


"네, 기밀유출을 막기 위함도 있고...또 티없이 종교에 헌신하는 이들을 내칠 수 없다는 것도 있지만요."


하긴, 사람을 죽일 수는 없지. 아무튼 대충 네 여자가 이런곳에 갇혀있고 못나가는 이유는 알겠다.


근데...이건 좀 많이 궁금한데...천사란 이름이 왜 붙은걸까?


"베로니카 자매님도 천사라고 부르고 있는데 혹시..."


내가 목소리를 낮춰 묻자, 베로니카는 눈치빠르게 곧바로 답해주었다.


"네, 그 당시에 세뇌된 영향입니다.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었다고 생각해 순응한 분도 있고, 어느정도 현실을 눈치챈분도 있고, 그 경계에 선 분도 있지만...사라카엘님은 여전히 스스로를 천국으로 갈 천사라고 굳게 믿고계시죠."


대략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그 때, 엔젤이 슬쩍 다가와 베로니카의 옆에 앉았다.


"...그렇군요, 대충 알겠어요."


"뭐를?"


"베로니카님이 지난주에 미소지으면서 여기로 온 이유를요."


미소라...아마 나를 노동력으로 쓰려고 확신한게 아닐까.


나를 보고 흥분한건 알고 있지만, 그건 본능에 가까운거니까 그거랑은 거리가 있겠지.


"베로니카님은, 남성분...철남 형제님을 좋아하시는거죠?"


으음, 우리가 만난적이 별로 없는데 그건 조금 힘들지 않을까?


"아, 그건 아마 아닐..."


하지만 베로니카는 이번에도 내 생각을 뛰어넘는 대답을 내놓았다.


"네, 좋아합니다. 인간으로서도, 남성으로서도."


"이렇게 대놓고 고백을 한다고요?"


이건 너무 생각외인데.


"역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분만 보고싶어지는 그 기분이 사랑이 맞군요?"


"....너도?"


설마 두명씩이나...?


"앗, 저는 아니에요. 다만 옛날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어서..."


다른사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왜 교단의 상징으로 쓰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그래서 데이트를 하자는 말에 냉큼 형제님을 여기로 데려온것입니다. 이만한 비밀을 알게 되셨으니...곱게는 발을 못 빼시겠죠? 만약 제가 형제님이 여기에 대해 안다는 정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아마 형제님은 평생 수도원에 갇혀계셔야할겁니다."


"아, 어쩐지 물어보는거에 순순히 답해주더라니..."


협박을 위한 빌드업이었냐...


"후우, 그래서...어쩌실거죠? 여기서 저랑 결혼식이라도 올릴겁니까?"


"자, 자. 형제님. 그건 너무 갔군요. 저는 그저 형제님과 조금 더 친밀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다만 형제님이 제게서 멀어지지 못할 이유를 하나 만들었을 뿐이고요."


"후우...전에도 말했지만, 베로니카 자매님...아니. 베로니카. 당신 언젠가 진짜 큰 벌 받게 될거야."


이왕 자포자기한거, 존칭도 때려쳤다. 마음속으로만 존칭 떼고 이름 부르던것도 이제 그냥 때려치고 대놓고 이름 부를래.


"후후후, 괜찮습니다. 고해성사 한번이면 죄는 지워지거든요."


"수녀가 그런 염세적인 말 해도 돼?"


"어머, 어느새 말을 놓으셨네요. 더욱 친해진 증거일까요? 후후후..."


마음에 안들어...그냥 하나하나 수녀가 아니라 묘하게 사기꾼같아.


"됐어, 나 집에 갈래. 보내줘."


"다음에 또 오실거죠?"


"아마 당신 보러는 안올거야. 애들 보러 오는거지."


"그러면 됐습니다. 얼굴만 볼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알아서 해나갈테니까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 천사들의 거처를 나갔고, 베로니카가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철남과 베로니카가 자리를 뜬 후...


"...갔나?"


"갔군..."


아자젤과 사라카엘은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다 감시역인 베로니카가 자리를 비우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후아~오늘은 그 남성분덕분에 살았네요."


"그 남성...뭐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베로니카님이 사랑하는분같았어요. 사랑..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죄라도 떠안는 이들이 있다죠..."


라미엘의 말을 들은 사라카엘은 무엇인가가 불만인듯 팔짱을 꼈다.


"사랑...불허하는것은 아니지만, 그 남성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압적이었지."


"소리지르고 무서웠죠..."


둘 다 철남이 청소시킬때를 떠올리며 몸을 살짝 떨었지만, 엔젤이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어? 지금, 베로니카님이 그 남성분...철남 형제님을 따라서 가버렸는데요...? 그분이 계신다면 두분 다 혼나지 않아도 되는것 아닐까요?"


엔젤의 말에, 사라카엘와 아자젤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에 자신들을 혼내던 베로니카가 다른쪽에 신경이 쓰인다-그쪽을 신경쓰느라 정신이 팔린 베로니카는 방의 청소상태를 신경쓰지 못한다-베로니카가 청소상태를 신경쓰지 못하면 혼날 일이 없다?


".....그렇군, 그거야!!"


"그, 그 남성분이 우리들의 구원자에요! 다음번에 찾아왔을때 베로니카와 더 친밀한 사이로 만들어버리죠! 그렇다면 저희를 건드리지 않을지도...!"


그렇게 네명의 천사는 잠깐 왔다간 자신들의 구원자를 응원하기 시작했고, 다음번에 만났을 때 최대한 철남이 베로니카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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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쪽으로 오자, 하치코가 저 멀리서부터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쭈인니이이이이임~"


하치코는 머지않아 나에게 도달했고, 나는 하치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이쿠, 그래. 그래."


그리고 내가 도착한것을 발견하자, 에이미씨와 우좌, 키르케 누나등이 차례로 나에게 다가왔다.


"어딜 갔다 오신거에요?"


"권속! 말도 없이 어딜 간것이냐! 나와 함께 테마파크를 가기로 했을텐데!"


비밀스러운 기도실의 안쪽에 있는 네명의 천사들을 만나고 왔단다...라고 말할수는 없지.


"베로니카...수녀님 따라서 잠깐 갔다올데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걱정마세요, 내일 테마파크는 갈거니까."


솔직히, 반쯤 끌려갔다 온거긴 하지만...그걸 대놓고 말하긴 조금 그렇지.


"...네. 시간내줘서 고마워요."


와락!


에이미씨가 감사의 뜻으로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인 그 때, 키르케 누나가 내 머리를 가슴과 팔 사이에 끼웠다.


"알바군~네가 갑자기 사라져서 깜짝 놀랐잖아~그보다 내일 테마파크 가는거, 나도 불러줘야한다?"


....숨막힌다.


"쿠흡, 큽. 더치는요...?"


"더치는...주변에 있어. 여전히 나한테 다가오지는 않지만...아까보다는 좀 더 가까워진것같아."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지? 다행이지? 테마파크에는 더치도 데리고 갈까?"


키르케 누나의 말에, 나는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그걸 그렇게 쉽게 가는건 힘들텐데...?"


우좌야 그렇다 쳐도, 더치는 이 고아원 소속이니까 마음대로 외출하기 힘들텐데....?


"그 부분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것 같군요, 형제님."


베로니카가 도와줄 수 있다고?


"제가 거기에 동행하면 되지 않습니까?"


베로니카의 제안에, 키르케 누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알바군, 수녀님이랑 같이 가자! 수녀님이랑 같이 가면 더치도 나랑 같이 다닐 수 있으니까 너는 공연을 보러갈 수 있을거야! 물론 우리 둘이 같이 못다니는건 조금 아쉽지만, 너는 공연이 주 목적이잖아?"


"음? 다 같이 다니면 되는것 아닙니까?"


"으응? 그런가? 그렇네에~다같이 가면 되겠다! 공연도 같이 보자구! 아하하하!"


키르케 누나는 그렇게 다같이 다니는 것으로 이야기를 결론지어버렸고, 시간도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했기에 우리들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곧바로 성당을 나오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전, 나는 에이미씨와 테마파크에서 만날 시각을 합의했다.


"그럼, 내일 테마파크 앞에서 보도록해요. 오후 늦게까지 붙잡기에는 너무 염치없으니, 금방 끝날거에요."


미호를 데려다 준 뒤 오전과 오후 사이의 비는 시간.


에이미씨에게도 그 시간은 적절했고, 나에게도 적절했기에 시간 선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내가 돌아가야하는 시간대가 문제였다.


"하루종일 놀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놀고싶고, 하루종일 놀 수 있는 우좌와 달리 미호네 학교로 돌아가야하는 나는 테마파크를 오후까지밖에 못 즐긴다.


...축 처진 모습을 보니까 괜히 미안해지네.


"미안해, 어른은 평일에 시간이 잘 안나. 하지만 내일 우리가 보낼 시간은 진짜 완벽하고 멋진 시간일거야.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를 만나러 가는거잖아?"


"그, 그렇지! 프린세스를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면 하루를 버려도 남는 장사야!"


...남는 장사라는 말은 어디서 배웠니?


"그럼 철남씨? 저희는 가보도록 할게요. 자아, 공주님. 집에 가서 내일을 위해 준비하도록 해요~"


에이미씨는 우좌를 잘 다독거리며 집으로 갔고, 나도 키르케 누나와 하치코를 태우고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슬슬 집까지 다 온 상황에, 차가 신호에 걸려 정차하게되자 키르케 누나가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저기, 알바...아니. 철남아~ 우리 지난주에 못한거나 이어서 할까? 나, 지금 시간 많은데."


으음...별다른 일정이 있었던가? 근데 하치코도 있고 하니까 조금 힘들것같은데.


"저도 시간은 있..."


우우웅-


그 제안을 거절하려던 때에, 지난주처럼 휴대폰이 울렸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정차하고 있었기에, 내가 직접 휴대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거기에는 뜻밖의 인물이 보낸 문자가 도착해있었다.


「회원님, 혹시 지금 시간되시면 체육관에 와주실 수 있나요? PT도 진행하고,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잠깐 가봐야할곳이 생긴것 같은데요."


"아아, 이번에도 또? 뭔데?"


실망하는건 알겠는데, 이게 좀 더 중요한것 같아요.


"체육관이요. 관장님이 보자는데...?"


내 대답을 들은 키르케 누나는 방금 전까지 실망의 기색을 내비치다가 갑자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헉! 설마!"


"설마?"


뭐지? 뭔가 있나? 내가 모르는 체육관의 위험요소같은게 있나?


"포X몬 배틀을 할지도 몰라! 철남아, 단단히 준비해간 다음에 관장님에게 이겨서 배지를 따오도록 해!"


...체육관의 요소는 맞네. 이쪽 세계는 아니지만 말이야.


"포켓X 마스터가 되어서 돌아올게요."


"그래,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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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기습 2연참. 


사실 천사들은 사이비 종교에서 진짜 천사 코스프레로 활동하던 사람들이라고 만들려고 했는데, 그런 과거가 있으면 조금 슬플것 같아서 교육만 받고 이용당하지는 않았다고 넣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본 경전도 제대로 공부해서 교단 관계자들도 인정할 정도의 신실한 신자라 건드리지도 굳이 이용하려고 살펴보지도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즉, 넷이 지내는 방에 들어가고 관심을 가지는것은 베로니카와 철남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