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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어떻게 안 될까? 응?"

닥터는 한숨을 푹 내쉬며 콘스탄챠를 노려보았다. 벌써 열 번도 넘게 말했지만 심심하면 찾아와 "해줘"를 시전하는 탓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물론 어지간히 큰 문제가 아닌데다 콘스탄챠 본인도 굉장히 괴로워보이긴 하지만, 뭐 어떡하겠는가. 열 번도 더 했던 말을 또 다시 할 수밖에.



"안 돼, 안 된다구요. 나 좀 그만 괴롭히세요. 또 찾아오면 안경 부숴버릴거니까 그리 아세요."



그러고 뒤돌아서려는데, 콘스탄챠가 닥터의 손을 양손으로 꽉 잡더니
"조,조금만, 조금만 더 연구해주면 안 돼? 응?"
라고 말했다. 닥터는 여기서 눈이 돌아가버렸다. 손을 뿌리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언니 미쳤어요?! 연구고 나발이고 주인을 몰래 발정시키는걸 나더러 어떻게 하란 소리에욧!"



"그...물에 최음제를 타거나...응?"



"내가 바이오로이드인 이상 그런건 설계 단계에서 막혀있단거 알잖아욧! 오빠가 섹스를 안하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게 만들어요?! 안 되는건 안 되는 거라고요!"



콘스탄챠는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지 지금 이 순간에도 젖꼭지는 옷을 뚫고 나올기세로 발기해 있었고 젖은 팬티 아래 허벅지는 애액 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흑흑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그치만....더는....못참겠단....말이야....갑자기 왜 저러시는지 모르겠어..... 유혹을 해보기도 하고... 대놓고 한 번만 해 달라고 했는데도.... 안 해 주신다구.... 원래 세 명 쯤은 하룻밤에 기절시키는 엄청난 분이셨는데... 이젠 아랫도리를 세운 모습도 못 본지가 너무 오래야....야한 짓도 하고싶지만...걱정되서 미치겠어...."



그렇다. 최근 한 달 동안 사령관은 단 한 번도, 그 누구와도 섹스를 해주지 않았다. 어떠한 계기가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 때문에 지친 것인지, 바이오로이드들이 지겨워진 것인지, 혹시나 몸에 문제가 있나 하여 검사도 해보았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어쨌건 사령관은 더 이상 누구와도 섹스를 해주지 않았고 여자들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강제로 성욕을 일으키는건 주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사령관이 직접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약물 따위를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정난 여자들이 할 수 있는 건 공돌이를 붙들고 괴롭혀대는 것 뿐.



다크서클이 줄넘기마냥 축 처진 닥터는 뭔가 떠올렸다는 듯 미소짓더니 울부짖는 콘스탄챠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콘스탄챠언니...섹스가 그렇게 하고싶어요?"



"으응... 방법이 정말 없을까?"



"방법? 생각해 보니 있긴 있지요."



"정말? 정말이야?"

콘스탄챠의 눈동자에 별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제가 시키는걸 해 주셔야 해요. 어려운 일은 아니구요. 할 수 있겠어요?"



"응! 할게! 뭐든 할게!!! 시켜만 줘!"



닥터는 손가락을 들어 문을 가리켰다. 닥터를 괴럽히러 온 또 다른 발정난 암컷 대여섯명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문 앞에 줄 서있는 사람들 좀 쫓아줘요. 앞으로도 못 오게 앞에 서서 하룻동안 망좀 봐 주시고."



"그...그거면 되는 거지? 정말 그거면 나 섹스 하게 해 주는거지?"





끄덕.



그 순간 콘스탄챠의 눈빛이 바뀌더니 순식간에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그리고 고위 간부를 포함한 대여섯명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닥터는 문을 잠그고는 침대에 털푸덕 쓰러졌다. 귀마개와 안대를 끼니 세상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

"미친 발정난년들..."

밀린 잠을 처하려 했지만, 나중에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콘스탄챠가 어떤 지랄을 할지 상상하니 뒷골이 아파온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 보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이불을 홱 걷어버리고 앉았다. 

"아니, 대체 왜 안해주는거지?"

사령관이라는 인간이, 자신의 부하들이 성욕때문에 이토록 괴로워하는데,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한번 해 주면 되는거 아닌가? 

거 고추 세우고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하면 배 위에 앉은 여자가 알아서 넣고 빼고 쑤시고 즐기다가 분수쇼 거하게 하고는 애액 엉긴 뷰지 움찔거리며 만족할텐데 대체 뭐가 어렵다고 안해주냐는 것이다.

이대로는 발정난 여자들한테 들들 볶여 죽고 말 것이다. 마음을 굳힌 닥터는 책상 서랍에 다가가 세 번째 칸을 열었다. 그리고 빨간 약이 든 봉투 하나를 꺼내어 주머니에 넣었다.

"오빠...나는 참을 만큼 참았어."

머릿속으로 계획을 구상하면서 침대에 쓰러졌다. 그녀는 실로 오랜만에 단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