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56614349




----------------------------------------------------------------------




 놀랍게도 레프리콘이었어.

 

 , 21 스쿼드 분들이십니까호위를 맡았던 레프리콘 1058입니다.”

 

 반가워요 레프리콘씨다행히 무사하셨네요.”

 

 다행히 이동 부대였는지 수색을 잘 안하는 느낌이었습니다저기그런데 콘스탄챠씨... 저쪽에 계신 분은 설마...”

 

 짐작하신대로에요저희 목표였던 인간님입니다.”

 

 세상에 정말 계셨다니.... 충성, T-3 레프리콘 1058입니다사령관님을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성실한 레프리콘 타입답게 경례에는 각이 서있었어.

 본디사령관은 그러한 격식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평소라면 곧바로 팔을 내리게 했을 거야

 그렇지만지금의 사령관은 그저 넋을 놓고서 레프리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

 

 저기... 사령관님?”

 

 그래고맙다이쪽도 잘 부탁할게.”

 

 경례를 한 레프리콘이 무안해 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콘스탄챠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사령관이 적당히 넘겼지만이미 정신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었지.

 첫눈에 본 순간 설마 했지만그녀가 사령관의 앞에서 경례를 하자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

 눈앞에 있는 레프리콘이야말로 자신을 찾아주었고한평생 같이 있었던 그녀라는 사실을 말이야.

 

 

 사실 레프리콘 기종은 브라우니 다음으로 많을 만큼 대량 생산 된 기종이라 만나는 것 자체는 그리 놀라운게 아니었어.

 놀라운 건 그 많은 레프리콘 중에서 정확하게 같은 사람을 처음으로 만났다는 사실이야.

 그랬기에 그녀를 본 순간 어딘가 둥실둥실한 기분이었던 사령관은 정신이 팍 들었지.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해요만약 당신이 지금이 아니라 그 때 발견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는 지금과 같은 관계는 아니었겠죠저에게 당신은 선망의 대상이었을 테고당신에게 저는 수많은 병사와 레프리콘 중에서 하나였을 거에요.

 그렇지만 그런 관계도 나쁘지 않았을 거에요당신이 당신인 이상 저를 막대하지 않았을 테고저 또한 그런 당신과 또 당신하고 로맨스를 이어가는 바이오로이드들을 보면서 애달파하고즐거워하면서 희망을 가졌겠죠.

 무엇보다당신이 있었다면 그 많은 비명과 죽음과 이별과는 거리가 멀었을 테니까요.

 당신을 사랑하는데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후회도 없지만아주 가끔은 사령관으로서 만났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후후분에 겨운 감정이지만요.’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먼 미래의 대화야

 언젠가 술자리에서 들었던 레프리콘의 진심이었지.

 그곳에서 사령관과 레프리콘은 사랑을 쌓고 행복을 자아냈지만그것은 폐허 위에서 성립한 일이었지.

 사령관에게 있어서 그저 단편적인 체험에 불과한 폐허였지만.

 누군가에게 있어선 100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어.

 

 나를....”

 

 ?”

 

 나를 따라온다면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희를 철충에게서 지켜줄게그러니 내게 힘을 보태줘.”

 

 그건 누가보아도 굉장히 갑작스러운 말이었어.

 맥락도 없고이유도 알 수 없는 말이었지.

 

 그래주시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렇지만지금 아등바등 버티고 있던 바이오로이드 저항군에 있어서는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어.

 그것이 말단 병사가 된다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야.

 사령관은 레프리콘을 진지하게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어.

 

 반드시 지켜줄게나의 끝나는 날까지.”

 

 그것은 이 과거에 다시 정착하겠다는 사령관의 의지였고 최초의 약속이었어.

 그리고 그가 죽을 때까지 지킨 약속이었지.

 

 

 

 

 그 뒤로는 뭐약간 평범했어.

 그냥 철충에 대해서오르카에 대해서저항군에 대해서이것저것 이야기도 하고 철충과 메탈기어 솔리드와 어쌔신 크리드를 찍으면서 전진하고 있었지

 약간의 변주가 있기는 했지만메인 에피소드를 그대로 따라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거야.

 

 미쳤어!”

 

 사령관이 어떤 행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야.

 

 

 계기는 꽤 단순했지.

 머리로는 바이오로이드가 양산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실제로 여러 종류의 동일 인물을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사령관에게 있어서 레프리콘은 단 한명 뿐이었거든.

 실제로 물리적인 의미로 레프리콘은 딱 한명밖에 보지 못했었고그건 눈앞의 이 사람이었어.

 

 그러고 보니 저항군의 주요 병종은 어떻게 되어있어?”

 

 아무래도 이 근처에선 불굴의 마리님이 이끄는 스틸라인 병종이 많은 편이네요눈앞의 레프리콘님이라던가 여기에는 없지만 브라우니 기종이 대다수 인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습니다애초에 남겨진 기종이 많기도 하고저희는 군수용이다 보니까 민간용보다 살아남기 쉬운 까닭입니다.

 

 “....레프리콘이 여러 명?”

 

 저나 브라우니는 양산기다 보니 특히 자주 보이긴 하지만다른 분들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레프리콘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어.

 그랬기에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여러 명의 레프리콘이라는 현실에 멘탈이 좀 나가버렸지.

 

 저기... 제가 무슨 실수라도?”

 

 아뇨아무래도 주인님은 기억이 없으시다고 들었으니 같은 얼굴과 이름을 가진 기종이 여럿 있다는게 좀 충격이신게 아닐까요?”

 

 그런 걸까요?”

 

 이곳과 전생이 다른 곳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눈앞에 있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처럼 냉정해지기 힘들었어.

 특히나 그녀와 나누었던 약속이 마음에 걸렸지.

 

 나는 당신에게 있어서 단 하나 뿐인 레프리콘이 되었으면 해요.’

 내게 있어서 유일한 레프리콘은 너 뿐이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뒤로 레프리콘 기종은 두 번 다시 만나지를 못해서 물리적으로 성립되었던 약속이지만... 

 아무래도 이후에 도착할 저항군에서는 그런 편법이 먹히지 않을 터였지.

 그렇다고해서 다른 레프리콘보고 전부 자살이라도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좋아 결심했어.”

 

 주인님?”

 

 오랜 고민 끝에 사령관은 방법을 찾았어.

 만약 전생의 레프리콘이 알았다면그런 멍청한 짓 하지 말라고 뜯어말렸겠지만슬프게도 이곳에는 그녀가 없었고 그녀와 나눈 약속만이 남아있었지.

 

 콘스탄챠미안한데 혹시 끈 같은거 있어긴 천 조각이나.”

 

 일단 비상용으로 챙겨온 붕대가 있어요어딘가에 필요하신가요?”

 

 잠깐.”

 

 갑작스럽게 붕대를 찾는 사령관의 말에 의아했지만붕대가 위험 물품 인 것도 아니다보니 바로 건네주었지.

 만약 콘스탄챠가 사령관이 하려는 일을 알았다면다시 한 번 생각해봤겠지만안타깝게도 그녀는 아르망 추기경이 아니었어.

 

 주인님?!”

 

 사령관님?!”

 

 미쳤어!”

 

 사령관은 붕대로 눈 주위를 둘둘 감은거야.

 빛 한점... 은 그럴 필요가 없긴 하지만 다른 사람이 실루엣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는 감쌌지.

 기겁하며 말리려는 일행을 적당히 치우고는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재주 좋게 레프리콘의 양 어깨를 붙잡았어.

 

 레프리콘.”

 

 ?! 사령관님...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게 있어서 레프리콘은 오직 너 하나뿐이다그러니 눈에 담는 것도 오로지 너 하나뿐이라고 약속하지.”

 

 네헷?”

 

 콘스탄챠안내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모든 이의 어이를 날려버린 사령관은 눈 가린 생활이 익숙치않아 조금 발을 헛딛기는 했지만이내 초음파로 물체를 판별하는 박쥐나 돌고래처럼 손쉽게 적응하고 걷기 시작했어.

 다른 인원들은... 뭐 어쩌겠어따라가야지.

 

 뭐야뭔데어떻게 된 건데?”

 

 저도 잘....”

 

 혼란은 여전했지만 말이야.

 

 

 

 미친 짓이라고 다들 이야기하고실제로도 미친 짓이었지만사령관은 기본적으로 초인이야.

 그게 반평생의 경험과 잠들어있는 재능이 만나서 미친 짓을 무마할 정도의 실력을 가져왔지.

 

 눈을 가려도 지휘도해야할 일도 척척 잘 해내고 있으니 다른 인원들은 어쩌겠어?

 애초에 철충 파괴 명령만 받을 수 있으면 오케이였던 저항군에서는 그냥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는 거야.

 

 왔구나레프리콘.”

 

 근데 저기... 사령관님정말로 안 보이시는거 맞으시죠?”

 

 물론나는 오로지 너 하나만 담아내기로 약속했으니까.”

 

 “....저는 그런 약속을 한 적 없습니다만은....”

 

 그래도 기쁘잖아?”

 

 그건... .....”

 

 눈치가 보여서 차마 확답은 할 수 없었지만기쁘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사령관은 우물쭈물하고 있는 레프리콘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는 옅게 웃었지.

 

 그는 상황 판단을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누가 자신의 레프리콘인지그리고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눈을 가리고서도 잘 분간해냈어.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다른 레프리콘을 잔뜩 데려와서 누구인지 맞춰보기 내기 같은게 성행했던 적이 있었지만....

 

 100명을 앞두고서는 단숨에 여기에는 내 레프리콘이 없다.’ 라고 말한 사건 이후에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어.

 뭘 둘러보지도 않고 맞췄는데 이런 걸 어떻게 이겨?

 

 사락사락

 

 그런 사령관도 눈가리개를 풀 때가 있었어.

 어떤 때일 것 같아?

 

 저기그렇지만 이런 관심이 아무래도 말단 병사인 제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서...”

 

 .”

 

 레프리콘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령관은 그녀의 입을 막았어.

 빛에 익숙해지려고 잠시 깜빡이고 있었지만곧바로 불을 껐기 때문에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

 무드등만 남아서 야릇해진 분위기의 방 안에는 오직 두 사람 뿐이었어.

 

 내게는 하나 뿐인 레프리콘.”

 

 “.....”

 

 그게 바로 너야.”

 

 레프리콘은 사령관을 바라보았어.

 오르카호의 극히 소수만 보았던 사령관의 진지하고 열정으로 가득한 눈동자가 보였지.

 사실아직 많은 갈등과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어.

 그녀는 유일하지도유능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레프리콘은 사령관의 눈을 피하지 않았지.

 자신만을 보고 있는 저 눈동자를 오로지 레프리콘 본인만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썩 싫지만은 않았고.

 

 저는 당신만의 유일한 레프리콘이에요.”

 

 누군가에게 있어서 유일한 자신이 되는 것은 그녀가 평생 바라왔던 소원이었으니까

 

 

--------------------------------------------------------------------------------------------------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넣고싶은건 다 넣었다.


라오가 요즘 많이 아프네... 

잘 넘어... 갈 수 있으련지...


일단, 늘 그래왔듯 할 수 있는걸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