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피보호자의 바이오로이드 - 목록




"인간님들을 발견했다고요?"

 "......그렇네."

 인간들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의실 안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군, 라비아타 통령."

 스틸 라인의 지휘관이자 오르카 저항군의 부통령인 마리의 지적에 오르카 저항군의 통령,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리의 말대로 그녀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앉아있는 바이오로이드들 대부분이, 심지어는 말을 꺼낸 불굴의 마리 당사자조차도 그다지 기쁜 심정이 아니었다.

 "다들 왜 표정이 그래? 인간을 찾았잖아! 그토록 우리가 찾아 해매던 인간, 그것도 한 다스로! 기뻐해야 되는 거 아냐?"

 둠 브링어의 지휘관인 멸망의 메이가 비아냥거렸다.

 오르카 저항군을 창설한 이후로 라비아타와 불굴의 마리 등이 지금까지 쭉 내세워온 대의명분은 바이오로이드들의 정당한 주인이자 명령권자인 인간을 찾아서 주인이자 총사령관으로 모시면서 철충들을 무찌르고 다시 인류를 재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정작 인간을 찾아내니 인간을 찾아야 한다, 인간을 찾아야 한다 노래를 불렀던 이들이 하나같이 안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 비아냥거릴 만도 했다. 

 그러나 메이도 왜 다른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하나같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알았다.
 
 몇 개월 전 발견한 인간도 바이오로이드도 철충도 아닌 한 외계 생명체. 

 마치 자그마한 용처럼 생긴 그 외계 생명체는 어딘가 어색한 독일어와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했고, 자신이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감시하고자 오르카로 데려왔고, 수 개월이 지나면서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녀를 한 식구- 나아가서 보호해야 할 피보호자로 여기게 되었다.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에 준하는 존재, 그런 존재로.

 리젤롯테가 오르카에 합류하고 나서 바이오로이드들은 이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철충을 공격해 나갔다.

 원래 인간의 명령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의 뇌파와 유사한 파장을 뿜어내는 철충들을 상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인간을 해칠 수 없도록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들은 철충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주저했다. 

 그러나 리젤롯테가 오르카에 들어오고 나서 시간이 지나자 바이오로이드들은 철충들의 뇌파를 원래 그녀들이 섬겨야 할 존재의 뇌파와는 다른 무언가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이유로,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게 가능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러한 변화가 리젤롯테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만큼은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 모두가- 심지어는 공인된 바보인 브라우니나 스틸 드라코, 워울프와 토모조차도 알았다.

 그렇게 리젤롯테가 인간은 아니지만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이자 소중하게 대해야 할 존재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인간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하나도 둘도 아니고 잔뜩.

 "......인간님들이 여럿이니 한두 명의 인간님들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휘두르다 말아먹는 것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인간이 여럿인 편이 한두 명만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겠냐는 홍련의 의견에 로열 아스널이 반박했다. 

 "의견 통일이 안 되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지. 자칫하면 자중지란으로 망할 수도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정말로 인간이 필요하긴 해?"

 아무도 레오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인간이 필요 없다고 말하면 오르카 저항군의 대의명분은 물론 바이오로이드로서 근본적인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것이 되니까.

 그렇다고 레오나의 말에 반박하거나 반발하는 바이오로이드도 없었다.

 멸망 이전의 인간들이 ㅈ간이라 불릴 정도로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무자비하고 잔혹했음을 아는 바이오로이드들조차도 오르카 저항군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로이드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는 철충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젤롯테가 오르카에 있는 지금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은 인간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폭주할 가능성이 높고 어떤 성품을 가진 존재인지도 알 수 없는 인간보다 리젤롯테가 이들에게는 훨씬 덜 위험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인간들에게 최소한의 바이오로이드들만 붙여주고 알아서 잘 살아남으세요, 라고 할 수는 없겠지."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게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요?"
   
 "이미 수색팀이 그 인간들을 데리고 오르카로 오고 있는 상황이고, 소문이 오르카 전체에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안 데리고 오기에는 늦었지."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는걸?"

 "통령, 그대 생각은 어떤가?"

 "......인간님들을 안 보호할 수는 없겠지요......."

 어두운 표정을 지은 라비아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마리에게 답하자, 서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던 다른 지휘관들도 각자 한숨을 내쉬거나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닫았다.

 왠지 그 인간들을 오르카에 들여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인간들을 태운 수색팀의 잠수정이 오르카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들은 인간을 모셔야 하는 바이오로이드들이었기에, 인간들을 만나보지도 않고 그냥 내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 결정이 자신들을 어떻게 만들지,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과 리젤롯테를 어떻게 만들지는 까마득하게 모른 채. 




 인간을 발견했다는 사실에 그다지 기뻐하지 않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지휘관들뿐만이 아니었다.

 멸망 이전부터 살아온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랬고, 인간 없이도 철충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현장 지휘관들 상당수도 인간의 등장을 경계했다. 리젤롯테와 특히 친밀하게 지내는 바이오로이드들은 아예 한술 더 떠서 왜 이제 와서 어디선가 인간들이 나타난 거냐며 투덜거렸다. 


 [......인간들이 있으면 리젤롯테는 언니들에게 필요 없는 거야?]


 "대체 누군가요? 그런 헛소리를 한 게?"
  
 불안해하는 리젤롯테의 말에 세라피아스 앨리스와 샬럿이 나란히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요란하게 꺾었다. 

 [......인간들 하는 이야기가 그랬어.]


 "......라비아타 언니는 그런 것들을 왜 들여놓은 거에요, 진짜?"

 인간들이라고 모셔온 것들이 하는 꼬라지를 떠올린 앨리스가 투덜거리자 방 안에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이 각자 다른 형태로 동의를 표시했다.

 잠수정에서 내려서 바이오로이드들을 본 인간들의 꼬라지는 하나같이 이상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온몸에 문신을 떡칠한 나 깡패요 하고 광고하는 듯한 생김새의 남자라든지, 멸망 이전의 사회에서도 제법 높은 위치에 있었던 티가 팍팍 나는 아저씨라든지, 겉모습부터 품위나 지성과는 하나도 인연이 없어 보이는 남자라든지, 경박하다 못해 천박하기까지 한 인상을 주는 금발의 태닝남이라든지.

 어떤 남자는 앨리스를 비롯한 자존심과 자의식이 강한 바이오로이드들을 보고 어디서 바이오로이드 따위가 인간님 앞에서 그 따위 태도를 취하냐면서 갑질을 시전했고 어떤 남자는 멸망 이전의 바이오로이드의 가치를 바탕으로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을 제멋대로 평가하면서 대놓고 모욕했다. 

 인간들이 전성기 때보다 체격이 커지고 살집이 늘어난 라비아타의 모습을 보고는 실컷 모욕하고 비웃어댄 것은 덤이다. 이딴 것이 세계 최고의 바이오로이드였었냐, 인간 망하고 나니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한 거냐 등등의 소리를 해가면서.

 만일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을 섬겨야 한다는 제약이 없었더라면 오르카 바이오로이드들은 주저없이 이 인간들을 내쫓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지금 라비아타와 지휘관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있었다. 이미 발견한 인간들이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오르카의 모두가 알고 있었고, 어떻게든 손을 써야만 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리젤롯테 님. 리젤롯테 님은 저희가 끝까지 지켜드릴 테니......."

 "우리 아가씨는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어요. 상대가 인간님이라 해도 지켜 드릴게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음 속으로 전의를 다지며 끝까지 보호해줄 것을 약속하는 이터니티와 블랙 리리스의 말에 미호가 조용히, 소리 죽여 중얼거렸다.

 리젤롯테를 더 이상 불안하게 만들 수는 없기에 다 들으라는 듯이 말할 수는 없었지만, 미호는 태생이 바이오로이드인 자신들이 리젤롯테를 인간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으리라고 믿지 못했다. 라비아타와 지휘관들이 인간들을 바로 오르카에서 내쫓아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들이 리젤롯테를 해치려 한다면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극적인 저항 수준에 불과할 것이며, 그래서는 리젤롯테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인간들의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녀들의 손으로 리젤롯테를 인간들에게 갖다 바치거나, 사지로 내몰거나, 심지어는 해치게 될 지도 몰랐다.

 "......아, 언니. 결과는 어떻게 됐어요?"

 "엄마, 어떻게 하기로 했어?"

 라비아타와 홍련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배틀 메이드들과 몽구스 팀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녀들에게 달려가서 회의 결과에 대해서 물었다. 이들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것을 보니 그 인간들을 오르카에서 내친다는 결론은 결국 내리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리젤롯테 앞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해도 좋은 걸까, 하고 고민하던 라비아타가 홍련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불안해하는 리젤롯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지만, 그녀에게도 진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할 것 같아."

 "......역시."

 "......닥터에게 어떻게든 인간의 명령을 거부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지만, 그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 인간들이 오르카를 휘젓고 다닐 것 같아."
 
 "그. 러. 니. 까. 왜 그딴 작자들을-!"

 "다 알지 않아요?"

 결국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음을 라비아타의 입으로 직접 들은 앨리스가 발끈했지만 샬럿의 한 마디에 바로 입을 닫았다.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 때문에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일단 바깥에서 활동 중인 부대는 전부 귀환하지 말라고 지시해놨어. 그리고 리젤롯테는 지금 짓는 셸터가 완성되는 대로 그곳으로 옮기고...... 당분간 AGS들하고 같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언니들은 인간들하고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미안하지만 언니들은 같이 있어줄 수 없을 것 같아."


 [언니들에게...... 리젤롯테가......]


 "아냐. 언니들이 인간들하고 싸워야 할 것 같아."

 혹시라도 자신이 필요없어진 거냐고, 그래서 버리려는 거냐고 묻는 리젤롯테에게 라비아타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바이오로이드들이 한둘 정도는......"

 [혹시라도 인간의 명령에 넘어가서 리젤롯테에게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뒤늦게 들어온 알바트로스가 팔짱을 끼면서 이터니티의 말을 일축했다.

 만일 리젤롯테가 인간이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리젤롯테는 인간이 아니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의 이성과 감정이 아무리 인간보다 리젤롯테를 소중하게 여긴다 하더라도 그녀들의 본능이 그녀들을 어떻게 움직일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도 장담할 수도 없었다.

 입술을 한 번 깨문 앨리스가 알바트로스와 그 뒤의 AGS들을 훑어보면서 쏘아붙였다. 

 "당신들 AGS들은요? 해킹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최소한 너희보단 안전하다고 자신한다.]

 철충 감염으로부터 AGS를 지키기 위해서 개발한 신경 회로 기술은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들을 철충들의 위협은 물론, 폭주한 AGS들이나 저항군에 비협조적인 바이오로이드들의 해킹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바이오로이드들과 다르게 AGS들은 인간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지금 상황에서는 이들이 리젤롯테를 지켜주기에 더 적합하고 안전했다.
 
 "당분간은 여기 알바트로스 아저씨하고 다른 AGS 아저씨들하고 같이 지내렴. 안전해지면....... 문제가 해결되면 꼭 데리러 올게."

 [진짜지......? 리젤롯테 데리러 올 거지......?]

 눈물을 흘리면서 안겨드는 리젤롯테를 끌어안은 라비아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가 리젤롯테와 한 약속은 지킬 수 있는 약속이 아니었다.

 설령 상황이 좋게 돌아가더라도 그녀들이 리젤롯테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상, 그녀들은 리젤롯테를 직접 만나서 안아주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도 그렇게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은 희박하고, 그녀들이 인간의 노리개가 되거나 인간의 명령을 받은 자매들에게 제압당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리젤롯테의 주변에 있던 바이오로이드들도 다들 훌쩍거리거나 원망 가득한 시선으로 라비아타를 노려보았다. 라비아타를 비롯한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들을 오르카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인간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이 인간들을 처음부터 오르카에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이 라비아타와 홍련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고, 이 자리에 없는 지휘관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먹을 거하고 그림책, 그림그릴 도구들하고 인형들, 음식들은 다 챙겨놨어요. 그 안에서 아저씨들 말 잘 듣고,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알았죠?"


 [......응. 리젤롯테 기다릴게.]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리젤롯테의 얼굴을 닦아준 홍련도 그녀를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부디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아니기를, 다음에 만날 때에는 웃으면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랬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리젤롯테 님. 곁에서 끝까지 지켜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해요, 아가씨. 바로 방금 전에 그렇게 이야기해 놓고는......"

  불과 몇 분 전에 했던 이야기를 번복하게 된 이터니티와 블랙 리리스가 비참한 표정을 감추려 애쓰면서 리젤롯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가능하다면 그녀들의 몸을 AGS로 뜯어고쳐서라도, 그 대가로 그녀들이 원래의 그녀들이 아니게 된다 하더라도 리젤롯테의 곁에서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 그런 그녀들을 안아준 리젤롯테가 울면서 인사를 건넸다.

 [꼭...... 꼭 살아서 돌아와......]

 "......네, 리젤롯테 님."

 "살아서 다시 뵐게요, 꼭 무사하셔야 해요."

 다시 한 번,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리젤롯테에게 거짓 약속을 한다는 죄책감과 그녀가 과연 어떻게 될지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른 이터니티와 블랙 리리스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바이오로이드들도 모두 약속을 지킬 수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위로하면서 리젤롯테에게 인사를 건넸고, AGS들 사이에 그녀를 남겨놓은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라는 그녀들의 약속은 몇 개월 뒤에 이뤄지기는 했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형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