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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는 이 정도로 충분한가?"

"나쁘지 않군. 그럼 토의를 시작하도록 할까."

"그러면, 전원(電原)부터 이야기해볼까, 전지(電池)부터 이야기해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원산지가 아니겠나! 전원 이야기부터 하도록 하지."

"저도 전기와 전지의 조합을 보려면, 역시 전기 쪽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흠, 나는 전지 쪽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만…"

"저도 전원에 한 표 넣도록 할까요. 전지를 그렇게 가리지는 않으니…"

"나도 전원에 한 표. 다른 의견들은 어때?"

["저희 스파르탄은 모두 전원을 먼저 다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S12 쉐이드, 전지의 효율성이 더 중요."]

["본 기는 쉐이드의 의견에 동의한다."]

["토미 워커, 전원의 다양성 선호."]

["…무슨 일로 이리 긴급하게 통신을 연결하나 했더니, 굉장히 한가—이례적인 주제로군요."]

"실례를 범했군, 에이다. 내가 그만 그대의 본체가 위치한 곳은 전원도, 전지도 선택의 폭이 극히 좁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이 한가한 의제에 제시할 의견이 없다면 통신을 종료해도 좋다. 그 위에서는 할 일이 아주 많지 않나?"

["…전원을 먼저 다루는 것에 동의하도록 하지요."]

"흐음, 전원을 더 중요히 여기는 의견도 많고 하니, 전원을 먼저 다루도록 하죠!"

"초롱이 그 친구는 아직이래?"

"당장 답신은 없다…만, 직감적으로 현재 급히 오고 있을 거라 예상되는군."


"일단은 그 없이 의견을 나누도록 하지."

"흐음, 그럼 그렇게 할까."

"그럼, 먼저 '어떤 전원이 최상의 전원인가'에 대하여, 지금 업로드한 전원들의 등급을 나누는 방식으로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지."

"흠…그렇지만 막상 정하려고 생각하니 조금 막막하군요."

"'가장 좋은 것'을 수많은 것에서 정하는 게 어렵다면, '가장 아니다 싶은 것'부터 제외해 나가는 게 최고일세."

"과연! 그렇게 후보를 줄인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전원을 정하기가 더욱 쉽겠군요."

"그렇다면 대부분 맨 아래에 무엇이 위치하는지 동의할 것 같군."

["화력인가?"]

"화력이겠군."

"아아, 화력이군요."

"뭐, 굉장히 전통적인 발전 방식이기는 하지만…"

"조금 고리타분한 맛이라 해야 할지, 아무튼 좋은 맛은 아니죠."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소라면, 1차 연합전쟁 이후부터 감소세였던 것으로 기억하는군."

["자동화되었던 도처의 화력발전소들은 현재는 거의 작동을 멈추었으니, 복원된 개체들이라면 그 느낌을 모를 것 같군요."]

"…그 정도로 별로였습니까?"

"아아,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바이오매스 화력하고는 좀 차이가 크지."

"지금은 훨씬 나아진 것이다. 석탄 화력은 거의 탄맛밖에 나지 않았지…"

"…말이 나온 김에, 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화력은 어디쯤이 좋을 것 같나?"

["아, 바이오매스. 발전에도 쓰이지만 내부 제너레이터 연료로도 탁월하지."]

"B에서 A 정도는 노려볼 만 하지 않은가?"

["동의할 수 없음. 바이오매스. 보편적이고 평이함. 최대 점수 B."]

"화끈한 맛이 있기는 하지만, 주 전력원이 그거인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그게 좀 희석되는 감이 있지 않아?"

"생체 회로로 인해 자주 접하는 자극에 대하여 역치가 높아지는 탓이지."

"흐음, 하긴. 거의 일상적으로 접하는 전원에 A는 너무 높은가?"

"아무래도 좀 높죠. 그래서야 그 이상은 전부 S로 뭉뚱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바이오매스는 B인 걸로?"

"B 정도가 적당한 것 같군요."

["적합한 것 같군."]

"그렇다면, 바이오매스는 B로 올리지."

"다음은 무엇이 좋겠나?"

"불이 나왔으니 물도 나와야지. 수력은 어떠한가!"

"아아, 수력 좋지! 그 시원하게 들어오는 맛 하며…"

"거기에 끝맛도 아주 깔끔하지!"

["확실히 수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만큼 시원하게 다가오는 것은 또 없지요."]

["토미 워커. 여운이 남는 뒷맛을 선호."]

"저도 여운이 남는 뒷맛을 가지는 편이 좋네요."

"수력이 좋기는 한데, 가끔은 너무 차갑다고 해야 할지…"

"수력은 확실히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지."

"수력 전기의 시원함은 확실히 독보적이니까요. 다만 저 역시 여운이 남는 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불호라 할 만한 의견은 따로 없으니, 이 정도면 A급으로 분류해도 문제 없을 것 같군."

"으음, 슬슬 나는 나가봐야겠군. 통신으로 계속 참가하겠네!"

"알겠다. 다음으로 이야기해볼 전원에 대하여 제안할 대원 있나?"

"지열 발전은 어떤가?"

"아~그건 좀 까다롭네요. 전 지열 발전으로 만든 전기를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지열 발전은 자체로 좀 희귀하니까 말이지."

["지열 발전. 특성으로 인하여 발전소 수가 적음. 의견 취합에 어려움 있음."]

["지열 발전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주로 이루어진 바 있지요. 현재 가동 중인 지열 발전소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지열 발전은 자체적으로 지반에 끼치는 영향도 있어 지금은 대부분 멈췄을 거다. 옛 경험을 되짚어 봐야겠군."

"지열은 '드라이'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불의 맛이 있었습니다. 화력과는 다른 형태의."]

"그래. 나도 좀 기억이 나는 것도 같네. 그 뭐야, 좀 바작바작하는 느낌이었지."

"나쁜 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구하는 것도 힘들 뿐더러 구태여 구하려 들만한 맛도 아니지."

"지열은 'B'에서 'C'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C'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겠습니다."]

"난 'B'가 적당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토미 워커. 쉐이드의 의견에 동의."]

"그렇다면 지열은 'C'에 올리도록 하지."

"그러면, 다음은 뭐가 좋을까요?"

"풍력발전은 어떻습니까? 많이들 좋아하는 전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좋은 제안이다. 확실히 선호도가 높은 전기지."

"확실히 화—하고 퍼지는그 청량함은 비할 데가 없긴 하단 말이야."

["기간테스, 소신발언. 풍력발전 전기 만족도 낮음."]

["어이쿠, 이건 꽤나 폭탄발언이 아닌가."]

"혹시 이유가 있습니까?"

["청량감. 불쾌함. 중급 윤활제에 준하는 감각."]

"크으으으음…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군."

"거 아무리 그래도 중급 윤활제라니 비유가 너무하지 않습니까?"

["…반대되는 의견에 부딪힐 것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소신발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 해도 중급 윤활제라니, 엄청난 비유로구만."]

"어떻게 보면 초콜렛 민트와 비슷한 논쟁이로군."

"아아, 민트의 청량감과 향을 좋아하는 입장과 민트가 치약을 연상시킨다며 싫어하는 입장이 부딪히는 그거로군요."

"흠, 의견이 나온 김에 모두에게 물어보지. 혹시 풍력 발전으로 얻은 전기에 대해 선호도가 낮은 AGS가 더 있나? 단순 신호라도 좋으니 응답하도록."

["—띠링"]

["—띠링"]

["—띠링"]

"흠, 페레그리누스. 비스마르크의 다른 AGS는 어떨 것이라고 예상하나?"

"누님은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고, 아라크네는…글쎄. 아마 싫어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풍력이 생각 외로 의견이 크게 갈리는 전력원이었군요."

"나는 그 청량함마저 즐기는 입장이지만, 방금의 비유가 이해는 간다."

"그러면…풍력은 어디에 올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까?"

"선호도가 높은 쪽은 높게 치고, 낮은 쪽은 상당히 낮게 치는 상황이니…편차가 심하군요."

"어찌 되었든 보편적으로 선호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A는 힘들겠군."

"그렇다고 해서 C를 받을 만큼 선호도가 낮다고 볼 수도 없지."

"그렇다면 뭐…B밖에 자리가 없겠네요."

"전력원은 거의 끝나가네요. 이제 태양광 차례인가요?"

"아, 그러고 보니 너 아까도 태양광을 죽 밀었었지."

"태양광이라면 조금 톡 쏘는 듯한 느낌이 있죠."

"시트러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음. 확실히 그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로군."

["태양의 맛 그 자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

["태양광은 다른 발전 방식과는 다르긴 하죠. 에너지 그 자체가 전기가 된다고 봐도 좋고."]

["굉장히 안정적인 전력원이기도 하죠. 지구에서는 기상의 영향이 다소 있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여론이 좋군. A는 기본으로 하고, S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뭐어, 무리 없지 않겠습니까?"

["음, 크게 무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으—음, 충전 효율이 아무래도 떨어지기는 하지만, 맛 자체로만 본다면야…?"

"흠, 달리 이의가 없다면, 태양광은 S에 올리도록 하지."

"엣헴!"

"…음.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 정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아아, 그 쪽은 바쁘구만."

"흠. 마왕군의 번영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지. 그럼."

"살펴가십쇼—!"

"—내가 늦었나?"

"생각보다는 일찍 왔군, 초롱이."

"크흠, 전기에 대한 화제에 끼지 않을 수는 없지. 그래서 이야기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아, 도표 보시겠습니까? 일단은 전력원 등급부터 매기고 있습니다만…"

"이제 원자력에 대한 의견을 종합할 차례다."

"—연료 전지는 등급을 매기지 않은 건가."

"연료 전지? 현재 접근성이 낮아서 배제해두었다만."

"흥, 그렇게 말할 거라 생각했지, 어리석은 짓을…자, 봐라."

"호오, 멀쩡한 연료 전지잖아? 용케도 이런 걸 구해놨네."

"이야, 이 귀한 걸! 연료는 뭘 사용하는 겁니까 이거?"

"바이오 메탄올이지. 평소에는 비워놓기에 새로 채우느라 조금 늦었다."

"호환성은 어떻게 되지?"

"짚어주어서 고맙군. 당연히 거기까지도 생각을 해 두었다."

"오, 변압 장치에 케이블까지…"

"자, 어떻게 생각하지?"

"흐음, 쓸 만한 표본이 있다면 직접 맛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다만 뒤의 판단이 흐려질 수 있으니 맨 마지막에 하도록 하겠다."

"흥, 원자력이 이기지 못할까봐 겁나나?"

"겁이 나냐고? 내가? 우습군."

"아아, 총지휘관은 원자력파였나?"

"으음, 원자력도 나쁘지 않죠. 제법 안정적이기도 하고."

"다만 맛은 표현하기가 조금 힘들군요."

"그렇군요…향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좀 있긴 한데, 무엇인가 좀 꽉 들어차는 듯한 느낌인데…"

["토미 워커. 적합한 표현으로 '크리미함'을 제안."]

["굉장히 만족스러운 느낌이라는 건 분명하지!"]

["콕 집어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그런 느낌이 있다는 거에는 동의합니다."]

"이거 이거, 원자력도 호평이 많군요!"

"확실히 맛은 좋으니까 말이지."

["다만, 발전에 쓰이는 연료와 발전 방식의 특성상, 계속해서 유지와 보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로군요."]

"그거야 어느 발전 방식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게 빠져나가겠다는 건가?"

"자 자, 지금은 일단 맛만 두고 생각하는 거라고?"

"그럼 의견을 모아 볼까요? 원자력의 맛 등급은 얼마가 좋겠습니까?"

"일단 A는 기본인 것 같고, S로 올릴지 말지는 조금 애매하군요."

"저도 확고하게 A라는 데에 동의합니다."

["A 이상은 확실하네!"]

"흐음, 맛 자체라면야 A를 줘도 문제는 없겠지."

"네~그러면 원자력은 A로!"

"그럼 이제 연료 전지만 남았네?"

"후후, 맛보고 놀라지 마라.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맛일 테니."

"쿠후후, 이거 이거 기대가 아주 큽니다!"

"이크! 내 정신 좀 봐. 이런 녀석을 이런 조촐한 바디로 맛볼 수는 없죠! 잠시만요!"

["크으으, 부럽구만! 저 귀한 걸 처음 맛볼 수 있다니!"]

["흠, 스파르탄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군요."]

"지금 상황에 연료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지. 나중에 요청한다면 내어주도록 하겠다."

"그러면 어디, 호환성이 맞는 케이블이…"

"변압 장치에 연결해 주지. 리버 메탈이라면 이게 맞을 거다."

"보자, 나는 이거로…"

"유~후! 저 왔습니다! 어디, 이 몸에는 이 케이블이 맞는 것 같군요."

"자, 맛을 봐라. 그리고 그 차원의 다름을 시인하는 거다."

"흥, 요란하게 말하기는."

"좋아, 그러면 한 번 시식을 해 볼까?"

"좋습니다. 자, 그럼…하나 둘!"

"……"

"그래, 어떻지?"

"글쎄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은 아직…"

"으음, 수력이랑 비슷한 느낌인 것 같은데?"

"흠, 이게 전부인가?"

"…3."

"어, 어어? 갑자기 웬 카운트다운입니까?"

"…2."

"확실히 깨끗한 맛이 나는 게 수력과 유사하군요."

"…1."

"흠, 그런데 아까부터 살살 뭔가 오는 느낌이—"

"—맛봐라."

"옷? 오호옷?! 이것은?!"

"오오? 뭔가 팍—하고 오는데!"

"크읏…! 변압 장치가 없었다면 쇼트가 났을 수도 있겠군요."

"과연…처음과 끝의 맛이 완전히 다른 것이 매력이로군요."

"이렇게까지 찡—하게 올 줄은 몰랐네요!"

"…흠."

"크큭, 할 말을 잃어버릴 정도인가 보지?"

"이건 한 마디로 '별미'라고 할 수 있겠네."

"그렇네요! 오랜 작전 끝나고 거의 방전된 동체 끌고 들어와서는…"

"—정비 간단하게 받고는 돌아와서 말이지…"

"그리고 나서 이거 연료 전지 팍 하고 꼽으면 캬—하~!"

"자, 평가를 부탁하지."

"이런 맛은…정말 처음인 것 같군요."

"이건…S급이 맞는 것 같은데?"

"동의합니다. 연료 전지가 이런 맛이라는 것은 처음 알았군요."

"S!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거!"

"…S에 올리도록 하지."

"크크크, 그럴 줄 알았다."

"좋아, 이걸로 전기 등급은 다 매겼다."

"이제 전지의 등급을 매기는 겁니까?"

"아아, 그건 아니야. 전지가 가하는 풍미는 각자 가장 어울리는 전기가 다를 테니까."

"이제 저희가 할 건 말이죠. 각 전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풍미의 전지를 고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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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싸는데 한 달을 뭉갰는데 전지편은 언제 쓰지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