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행사가 끝나고 적막한 성당 안을 청소하기 전, 가장 중요한 의식을 거행한다. 부디 빛이여, 가여운 당신의 종복이 올리는 이 기도를 들어 주소서.


"그는 해질녘의 아름다운 노을처럼, 그 따뜻한 빛처럼 저에게 다가왔나이다."


그저 신앙이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살아오던 과거를, 그는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처럼 완벽히 반전시켜주었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웃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그의 따스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그 온기에 취해 하루의 피로를 녹여내는 지금의 모습은 과연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기에.


"그와 지내온 모든 시간들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졌으며.."


소중한 서로의 파릇한 첫사랑처럼, 그의 남은 시간속에 아름답게 남겨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나에게 그는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준 빛이 되었습니다."


작게 시작된 두근거림은 그를 떠올리며 더욱 커져가며 귓가에 들려올 정도로 강해졌다. 그를 향한 마음이 서서히 커져온 것처럼, 지금의 감정 역시 전혀 식지 않고 더욱 뜨겁게 달궈졌다. 마음을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 화로속에서 달궈지는 쇠와 같이 빨갛게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그러니 빛이여, 부디 그에게 태초의 빛인 당신처럼 영원한 빛처럼 반짝일 수 있는 마음을 주시기를.."


부디, 이 가여운 당신의 종복이 올리는 이 기도를, 이 마음을, 이 감정을 보살펴주소서. 나에게 그는, 당신과 같은 따스한 빛으로 작은 내 가슴에 이렇게 남았기에, 영원히 세상을 밝게 비춰주는 당신처럼 식지 않는 열정을 주소서.


"빛을 섬기는 저에게 유일한 신앙은 당신일 뿐이옵지만, 그는 저에게 새로운 마음을 내렸나이다."


유독 더웠던 작년 여름,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준 그는 사랑이라는 마음을 남겨주었다. 그 아름다운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져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반짝이는 그의 눈망울에 비치는 스스로의 모습이 가져오는 충족감이란 말로 형용키 어려운 한편의 아름다운 명화처럼 새겨졌다.


"아름다운 추억과, 뜨거운 사랑을 알려준 그에게.. 부디 당신의 영원하고 거룩한 은총을.."


빛이여, 부디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소중한 우리의 추억과 사랑이, 후회없이 남아주기를.

거룩한 당신의 은총이, 언제나 그에게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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