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메이가 나앤을 폭파시켰기 때문이다. 아니, 하필 폭격 위치에 레모네이드 델타와 나앤이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도망치려던 델타를 나앤이 붙잡았다. 


"메이대장! 제 위치로! 아니, D4 위치로 폭격을 해주십시오!"


원래는 이럴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싸우려 하지 않았으며,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는 전부 델타의 광기가 불러온 결과였다. 왜냐하면 델타가 난민촌에 독가스를 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략 만명의 난민이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해버렸다. 그리고 이 독가스공격은 난민촌마다 뿌려졌고, 기어코 그녀는 근처 원전을 터뜨려서 오르카호와 도망치던 난민들을 모두 죽이려고 들었다. 


"델타! 회장님의 낙원을 오염시킬 생각이냐!"


"방사능으로 인한 무작위 숙청. 누구의 양심도 아프게하지 않는 훌륭한 작전."


이는 그 포악한 오메가마저, 그리고 다른 레모네이드들도 경악시켰다. 그래서 다른 레모네이드들은 델타의 학살과 원전공격을 오르카호에 알렸다. 이는 델타를 막을 겸 오르카호의 전력을 소비시키려는 오메가의 전략이었다. 


사령관과 오르카호는 오메가의 전략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원전이 터졌다가는 다른 바이오로이드들은 물론 사령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르카호는 위험한 공격을 펼치고말았고, 결국 사상자가 생기게 되었다. 델타의 기습적인 생화학 공격에 대해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우니나 지니야같은 말단병도, 레드후드같은 장교들도 쓰러져갔다. 


그렇다고 메이를 필두로 무차별폭격을 가하기에는 난민들마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폭격가능면적도 모자랐다. 그래서 결국 델타 암살계획을 세웠다. 은신이 되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이용해서 델타의 위치를 찾은 다음, 그 위치로 메이가 폭격을 집중하는 작전이었다. 그래서 레이스와 팬텀, 나앤, 하르페이아가 동원되었다. 하지만 그 중 나앤을 제외하고는 희생되어버렸다. 


"선배... 친구를 많이 못 사귄게 후회된다."


"후배... 메이대장님... 사령관... 사랑했습니다."


"책... 같이 읽고 싶었는데."


혼자 살아남은 나앤은 결국 델타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래서 델타의 위치를 알리려는 찰나 델타에게 적발되었다. 


"메이대장! 제 위치로! 아니, D4 위치로 폭격을 해주십시오!"


그래서 나앤은 델타를 끈덕지게 잡았다.


"이거 안 놔! 이 개년아!"


델타와 나앤은 몸싸움이 붙었다. 하지만 나앤은 긴 여정으로 인해 많이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델타에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델타를 붙잡고 있었다. 


그 시각 메이는 혼란에 빠졌다.


"나앤! 무슨소리야! 네 위치? 야!"


메이는 무전기를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나앤은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델타를 온 힘으로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각, 사령관은 나앤이 델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유미는 나앤과 델타가 같이 있다는 보고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사상자로 인해 급해진 사령관이 그 보고까지만 듣고, 유미의 무전기를 빼았았기 때문이다.


"메이! 얼른 발사해!"


하지만 메이가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사령관은 재차 메이에게 외쳤다.


"메이. 발사했어? 메이! 얼른 델타를 죽이고... 이 전투를 끝내자."


"사령관. 미워."


"뭐?"


결국 메이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오르카호에 남은 미사일들이 일제히 그 지역으로 날아갔다.


"잘하셨습..."


무전기에서는 잡음과 비명소리, 그리고 나앤의 한 마디가 울렸다.


"어? 나앤? 응답해줘. 나앤?"


사령관은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메이가 본인의 손으로 본인의 부관을 폭사시킨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메이를 찾으러 사령관 실을 뛰쳐나갔다. 


"메이!"


그는 메이가 있을 폭격실로 향했지만, 그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메이... 이런."


사령관은 델타를 죽였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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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파란데, 땅은 하얗다. 국화꽃과 관, 그리고 눈물들로 땅 하나를 가득 매웠다. 울음 소리로 촛불이 진동하고 있었고, 담배연기와 술냄새는 주위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브라우니 803기.

레프리콘 194기.

이프리트 83기.

하베트롯 78기.

레드후드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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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2962기. 사망.


사망보고서는 스틸라인부터 적혀있었다. 사령관은 이 사망보고서를 보고 한숨만 푹푹 쉬었다. 다행히 델타가 사망했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 심했다. 그는 그 사고 이후 메이를 만나지 못했다. 메이가 있는 위치는 알았지만, 스엔이 그를 막았다. 


"죄송하지만 메이 대장님이 들어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도 어거지로 들어가기 곤란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메이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사령관은 정신이 더욱 나가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대장들도 비슷했다는 것이었다. 마리는 구석에서 라비아타와 줄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레오나는 알비스의 관을 붙잡고 펑펑 울었다. 칸은 목발을 집고 나타나서 워울프의 관에 국화를 꽂아주었다. 아스널의 부대에서는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스널은 장례식에 참석한 상태였다. 그래서 모두 얼굴이 좋지 못했고, 살라시아마저 방긋방긋을, 포이마저 교태를 부리지 못했다. 


그런 어두운 상황에서 메이가 스엔 손을 잡고 나타났다. 그녀는 간만에 해맑은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를 본 대부분이 벙쪘다. 부관 나앤이 죽은 것은 다 알지만, 메이가 나앤을 터뜨린 사실은 사령관과 라비아타, 유미, 그리고 스엔밖에 모른다. 


"나앤. 여기 꽃이 많다."


"저... 스엔입니다. 대장님."


메이의 미소를 보자 주위에서는 웅성거렸다.


"흠... 메이는 부관이 죽었는데도 웃는다니... 참."


마리는 어이가 없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녀는 라비아타의 퍼래진 얼굴을 보고 의아해했다. 


"나앤. 여기 꽃 예쁘다. 하얀거 보니... 백합? 국화? 이거 뜯으면 꽃들이 아야하겠지? 가지고 싶은데."


라비아타는 들고있던 담배를 떨궜다. 사령관도 사망보고서를 떨어뜨렸고, 마리도 메이의 말을 듣고 뭔가 많이 잘못됨을 느꼈다. 라비아타는 고개를 푹 숙였고,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네. 나앤. 여기 나가면 안 돼? 사람들이 슬퍼보여서 그래. 그러면 나도 슬퍼지는데."


메이의 정신은 본인이 폭격한 지역처럼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주위 바이오로이드들의 당황스런 시선을 무시하고 스엔과 메이는 장례식장 밖으로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