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전편 모음 https://arca.live/b/lastorigin/59461966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는 칸을 발견하고 그 곁으로 뛰쳐나가 몰려드는 요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자연스레 칸이 지상에 뛰어다니는 놈들을 내가 공중에 날아다니는 놈들을 맡는 형태가 이루어져 계속해서 주의를 우리에게 향하게 하는 와중 탄이 떨어져 가는 나를 확인한 칸이 엄폐할 수 있는 위치로 활로를 뚫었다.


칸을 쫓아 벽을 뛰어넘고 장전을 시작하니 옆에 같이 앉아 몸을 숨긴 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대, 라붕이인가?"


"뭐야, 어떻게 알았어?"


"이런 미친 짓을 하면서 호드가 아닌 사람이면 그쪽 뿐이지 않나?"


"하하핫, 그렇네"


"계획은 있나?"


"아스널이랑 메리라고 하는 녀석이 이곳에서 모두 강제로 나가게 할 수 있는 마스터키를 찾으러 올라갔어"


"그때까지 버티는 거군"


"맞아"


내가 답하며 장전을 끝내자 칸이 튀어나갔다


나 또한 칸을 따라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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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도 영 편한 역할은 아니었군!"


"아스널씨 저쪽에도-!"


"알고 있다!"


쿠-웅


아스널의 총이 만들어내는 폭압에 의한 폭풍에 의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이 이곳 저곳으로 흩날린다


"꺄악"


"예상 가는 곳은 있나 메리?!"


"최상층이에요! 아직 저희가 엇나가기 전에는 마키나는 그곳의 사장실을 모델로 했던 방을 자기 방으로 썼었어요!"


"그렇다면 거의 다 왔군!"


건물 이곳 저곳에서 튀어나오는 포탑을 아스널이 파괴해 나가고 그 사이에 메리가 만들어내는 환상들은 먼저 앞서 뛰어나가 계속해서 건물의 방어장치를 교란했다


"저쪽이에요!"


메리의 인도에 따라 최상층으로 도착한 두 사람은 마키나의 개인실의 문 앞에 도착했다


"여기에요!"


문을 연 메리의 모습 너머로 보이는 황금빛 방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어디에... 분명히...!"


"메리, 빨리 찾아!"


아스널이 문 너머로 달려드는 요원들을 저지하며 메리를 독촉했다.


"아...! 찾았어요!"


"그럼...!"


"으앗...!!!..."


메리가 마스터키를 찾는 것과 동시에 두사람이 무언가 큰 충격을 받은듯 몸을 움츠렸다.


"이건 대체...?!"


"바깥 일이 성공했나...!"


"그럼 빨리 모두 내보내야 하는 거 잖아요!"


"괜찮아, 내가 보기에는 더 이상의 방해는 없을 것 같군"


"...어?"


아스널이 가리키는 손 끝을 따라 메리가 시선을 옮기니 그곳에는 마치 에러가 난 것 처럼 공중에 멈춰 반쯤 투명해진 요원들이 있었다.


"후... 그쪽 말 대로면 아직 시간은 좀 있을 거야, 마스터 키를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겠지?"


"네... 지금 시작할게요..."


하늘 위에서 빛이 하나씩 천천히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키나가 조작한 감각이나 감정들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다시 되돌린 뒤 나갈 수 있게 할게요"


"아, 메리. 혹시 이곳 수습을 할 인원 정도는 남겨줄 수 있을까?"


"수습이요?"


"일단 가면서 이야기 하자고"


"...네"


아스널이 부숴져 너덜거리는 문을 발로 정리하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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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요원들이 고장난 것처럼 작동을 멈춰 서둘러 비스마르크 건물에 들어온 우리는 서둘러 먼저 올라간 두 사람을 찾으러 가려 했었다.


-띵-


"...뭐야, 엘리베이터?"


"..."


나와 칸이 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총을 겨눈 체 엘리베이터를 겨누고 있자 그 안에서는 익숙한 두 얼굴이 보였다.


"아스널인가"


"응, 저쪽 은발 애는 메리"


칸과 내가 총을 거두고 숨어있던 장소에서 나오자 아스널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라붕이랑, 칸 아닌가? 하하 그쪽도 깨어있을 줄이야"


"깨어있어?"


"이상한 환각이랑 세뇌된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에요"


"흠... 그렇지, 중간에 깨어났었다."


"그런데 어떻게 온 거야 칸?"


"폭발음이 들리고 나니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더군, 몸에 익어서 그런지"


"아, 그때구나"


"확실히 화끈한 한방이긴 했지"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자 하늘에서 무언가 둥근 물체가 내려왔다.


"이봐!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건 뭐고 이 상황은 다 뭐고?!"


어느새 옥좌에서 나온 메이가 나를 가리키며 과장된 몸짓으로 당황한 모양새를 보였다.


"보시다싶이 상황 종료일세 한발 늦었군"


"그나저나 사령관은 어떻게 되었나? 혹시 아는 것이 있나 메이?"


"사령관은 나이트앤젤이 데려 올 거야, 이쪽으로 오라고 지금 연락할게"


"그냥 모두 여기로 집결하라고 하는 건 어때?"


"아, 그 연락은 내가 넣지 라붕이"


"뭐? 라붕이?!"


당황한 메이를 뒤로 한 아스널은 그렇게 말하고 허리춤에 있던 패널을 꺼내 이것 저것 만졌다.


"끝났네"


"후..."


나는 아스널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괜찮은가?"


"아, 그냥 힘이 빠져서 말이야"


"이상하네, 꼴은 그래도 로봇이잖아"


"가상세계는 정신적인 부분이 많이 반영되거든, 나는 뭐 일반적인 뇌랑 비교해서 많이 달라서 그런지 이런 이상한 꼴이고"


"으으... 이상해..."


"저쪽에 있었을 때는 리앤이랑 닥터가 신경 써 주었으니까, 저번에 시티가드 작전때도 비슷한 모양새였다 그쪽에서 핫픽스 해줬으니 망정이지 들어가서 괜히 문제만 더 커질뻔 했었어"


"그러면 뭐, 괜찮은 건가?"


"그건, 제가 알려드리죠"


"...!"


"마...마키나?!"


갑자기 나타난 마키나를 향해 메이와 메리를 제외한 모두가 총구를 돌려 그녀를 겨누었다


"됐어요, 이제와서 더이상 이곳을 유지할 수단도 없는걸요"


"성공했나보군"


"그래요, 당신의 난장질에 놀아나서 제가 모두를 위해 준비했던 낙원이 덕분에 이 모양이죠... 만족하시나요?! 그렇게! 모두를! 다시!... 흑... 왜..."


잠시 감정에 북받친 모양인지 잠시 눈물을 보인 마키나였지만 그새 진정한 그녀는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바깥에 있던 나랑은 이야기 안 했나 봐? 사람들을 전부 그 관짝 안에 집어넣고 환상이나 보여주며 죽을 때까지 가둬 놓는다니, 그게 휩노스 병이랑 다를게 뭐야? 신이라도 된 기분을 느끼고 싶었냐?! 이상한 거 아니야?!"


"그래요, 그쪽의 당신도 그렇게 이야기 했죠. 이제는 없지만"


"..."


"그러는 당신은 뭐죠? 돌아갈 곳은 있어요? 몸도 잃은 그쪽이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뭔 수작을 부렸나 보네"


"수작 부릴 것도 없죠, 제가 봤을 땐 이미 그쪽도 이곳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저기... 진짜에요... 라붕씨랑 마키나의 이름이..."


"그런 겁니다, 당신이랑 저는 이제 곧 전력이 떨어지면 영원히 사라지겠죠"


"그런가"


"뭐야, 그 태도는? 뭘 그리 쉽게 납득하는 건데?!"


"그런 미친 짓을 죽을 각오 없이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그대는 만족하나?"


"...일단은..."


그 대답에 칸은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키나라고 했던가? 그쪽이 보여준 세계는 확실히 매력적이었지"


"그렇죠? 모두 당신들을 위해 만든 세계니까요, 이젠 더 이상 없겠지만"


"잠시 죽었던 동료를 만났을 때에는 분명 좋았었다, 그러던 중 폭발음에 깨어났지. 처음 정신을 차리고 난 생각이 뭐였는지는 아나? 내가 설마 죽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


"1차, 2차 연합전쟁, 아나톨리아 전쟁, 멸망전쟁과 거의 100년간 이어진 끝없는 싸움들, 셀 수도 없는 자매들이 내 품에 안겨 죽었다. 그리고 그 배가 넘는 다른 이들의 자매들을 내 손으로 죽였다. 그런 저주 받은 내가 이렇게 평온하게 살 수 있을까?"


"...그게 당신의 바람이라면요"


"그건 그저 도망치는 것에 불과해, 멸망전쟁이 발발하고 나는 내 손에 닿는 한 모두를 구하며 속죄했다, 앞으로도 그런 걸 그만둘 생각도 없고. 그리고, 지금은... 꿈이 있다. 사령관과 함께 더이상 모두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런데 그런 잠시의 꿈을 위해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라고 한다면 나는 뭐가 되는거지?"


"그... 그건..."


"분명히 나는 후회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머리 속을 만져 후회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저는...!"


"그걸 이자도 알기에 너의 꿈을 무너트린 것 뿐이야, 별다른 이유랄 건 없다. 행복한 환상과 함께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역경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봐야 현실에서 도망친 그쪽은 이해할 수 없겠지"


"......"


"그렇게 멋드러진 생각으로 한 짓은 아닌데 말이야 칸."


"꿈보다는 해몽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게"


이야기가 끝나자 빌딩이 점차 가루가 되듯 사라져 간다.


"여기도... 이제 끝났네요"


"네? 이렇게 빨리요?!"


"보조 전원으로 쓸 수 있었을 AGS들도 끌고 나가버렸으니 이 정도면 오래 버틴 거에요 메리..."


"확실히 계산 밖이네, 바깥에 있던 나를 죽였다는 소리도 허튼소리는 아니었나봐"


"...당신에게는 정말 씼지 못할 죄를 지었네요 미안해요"


"...막상 진짜 간다 싶으니까 아무런 느낌도 안나, 신경 꺼둬"


"......"


"대장! 사령관님 모시고 왔어요!"


"나...앤...?"


거대한 흉부를 자랑하며 날아온 나앤과 그 위에 업힌 사령관을 보며 잠시 벙쪘다가 다시 정신을 잡는다.


"그..쪽은 라붕씨"


"여"


"그리고 거기 있는 니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구나"


"네, 마키나입니다."


"저... 저는 메리에요, 아스널씨 한테서 이야기 들었어요"


쪼그려 앉아서 마스터키를 조작하고 있던 메리도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다시 조작에 집중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설명해 주지 사령관"


그렇게 아스널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