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프오 이벤트 스탭롤에 나왔던 조합들을 잘 써먹었네. 등장 횟수 적은 애들에게 기회도 많이 준 것 같고, 사령관이랑 많이 안 얽히고 캐릭터들끼리 얽히는 스토리 좋아해서 난 만족스러웠음. 


엄청 빵빵 터지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애들끼리 친해져서 다음 이야기에 등장할 새로운 조합 만들기에도 좋고, 오르카의 인원들이 그냥 사령관한테 다리벌리는 섹돌이 아니라 자기들 나름의 삶이 있다는 느낌을 줘서 캐릭터의 생동감을 좀 더 북돋워주는 기분이 듬. 앞으로도 이런 느낌의 스토리 많이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하나씩 짤막하게 감상 적어보겠음.



아우로라 베이커리


프오 메인 중에서 잠깐 나왔던 티아맷 간식 만들기 배우는 썰의 알맹이에 해당함. 소소하게 와닿았던 건 초코여왕 때 인연이 있던 티아맷과 에밀리가 같이 나와서 이쪽의 콤비도 나중에 기대해볼 수 있겠다는 점, 지고 때부터 은근히 요리를 못하지는 않는 더치걸의 감초같은 등장.


하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주방 멤버 3인의 유대가 아닐까 싶음. 소완이 하다가 된 이후로 주방의 이미지는 엄격하기는 해도 자상한 면도 있는 상사인 소완 아래에서 아우로라와 포티아가 만족스럽게 따라가는 느낌이라고 보는데 지난 번에 있었던 소완 휴가 스토리랑 이번 스토리가 합쳐지면 평소의 주방 풍경이 어떨지 꽤 잘 보이는 느낌임. 점점 쿨한 츤데레가 되어가는 소완도 매력적이고 아우로라가 어떻게 그걸 받아들이는지 보는 장면도 좋았음. 



팬텀&레이스


이건 좀 복합적인 떡밥을 합쳐서 우려보려고 한 것 같은데 나쁘지는 않지만 엄청 좋지도 않은 적당한 결과물로 보임. 나중에 진짜로 스킨 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있던 마법소녀 팬텀 떡밥이랑 아싸 팬텀&레이스를 합쳐서 하나의 이야기로 뽑아냈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건 단순한 아싸개그로 끝낸 게 아니라 팬텀과 레이스가 가진 커뮤니케이션 포텐셜을 보여줬다는 점임. 팬텀은 그렘린이랑 쉐이드, 레이스는 둠 브링어 팀이랑 어느 정도 유대가 있다는 설정을 보여줘서 아싸가 아닌 무언가로 변해갈 수 있는 밑밥도 깔아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음. 찐텀 밈이 오랫동안 살아남았기는 하지만 밈 하나에만 매달려서는 캐릭터의 확장성이 너무 안습임.


어차피 선천적 아싸밈은 인싸가 되어버린 아싸라는 변화구 상황에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 이번 이야기를 발판으로 나중에는 팬텀&레이스도 자기들 둘만 노는게 아니라 다른 캐릭들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음.



산불조심


엘븐이랑 이그니스의 설정에 있던 이야기를 토대로 뽑아낸 짧은 이야기. 소재와 이야기 사이즈를 고려할 때 고점이 높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잔잔한 매력이 있을 것 같은 이야기였고 실제로도 꽤 매력있는 이야기였음. 개인적으로는 설령 고점이 낮더라도 이런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져서 바닥을 다져주는 게 나중에 진짜 고점이 하늘을 뚫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밑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함.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내 기억으로는 이그니스 상세설정이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풀린 설정을 서사로 풀어냈다는 점에 가산점을 주고 싶음. 지금껏 설정은 있는데 공식에 반영이 안 돼서 아쉬웠던 게 너무 많은데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메꿔가는 거 너무 좋음. 이그니스는 말 수가 적고 남의 말을 잘 들어줘서 다가오는 사람은 쉽게 품어주지만 멀어지려는 사람은 잡지 못하는 모습이 설득력있었고, 엘븐은 장난끼 있지만 근본은 착하다는 설정으로 확정한 것 같은데 장난끼보다는 틱틱대는 성격 위주로 보여줬지만 동시에 선한 인성을 보여줘서 좋았음. 그 외에 소소한 거는 엘븐이랑 세레스티아의 대화하는 모습이 공식에서 풀려서 엘븐 시리즈들이 어떻게 지낼지 좀 더 상상하기 좋아져서 마음에 들었음.



진실은 가슴 아픈 법


아마 이게 레나 대사에 있던 떡밥이던가? 뗑컨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는 설정을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여튼 이 설정을 다시 꺼내줘서 좋았음. 프오 때 이 떡밥으로 레나가 스토리에 등장할 줄 알았는데 제대로 안 나와서 좀 아쉬웠거든.


하지만 단순히 뗑컨의 깨는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레나와 뗑컨의 심리적인 동질감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이가 되어가는 전개가 아주 좋았음. 레나도 마찬가지로 엔터테이너다보니까 아이돌 뗑컨이랑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컨셉인데 이걸 잘 잡아서 이야기로 굳혀줬음.


그리고 의외로 트루 리더인 뗑컨의 모습도 보기 좋았고, 마지막으로 뗑컨의 팬 선언하는 레나의 모습이 뭔가 마음에 와닿았음. 뻔한 이야기와 전형적인 엔딩이지만 오타쿠는 뻔한 이야기에 약하다...!



너스 오브 네이쳐


사실 다른 애들도 그렇지만 맨 처음 프오 엔딩롤에서 의료지원에 다프네+와쳐 오브 네이쳐라서 특이한 조합이네 싶은 마음이 있었음. 이번 스토리를 보니 기본 설정상으로도 그렇고 그림상으로도 그렇고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고 생각함.


이것도 잔잔한 이야기인데 늘 활기차고 잘 노는(?) 느낌인 엠프리스 포함한 멤버들이 진지하게 교육을 받고 훌륭한 간호사가 되는 이야기가 꽤 의외였음. 난 맨 처음에는 뭐랄까...보면서 힐링이 되는 느낌? 그런 계열일 거라고 생각했거든. 마침 동물들도 데리고 있고. 근데 생각보다는 훨씬 진지하게 간호사 교육을 시켜줬고 세 사람도 능력적으로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음. 능력의 성장과 발상의 귀여움의 밸런스...이것이...젊음인가...!


다프네도 귀여운 학생들을 교육하는 선생님이라는 입장은 꽤나 신선했음. 간호사 스킨으로 스토리에 나온 것도 처음이고, 조연 역할이었지만 보기 좋았다. 일단은 다프네-리제가 의무실 담당이라는 느낌으로 가려고 엔딩에서 엠프리스, 세띠, 엘라의 의무보조원 역할을 해산시켜줬지만 언젠가 다시 의료 관련 조합으로 뭉칠 수 있는 인연이 생겨서 좋다고 생각함.



전반적으로 '스토리 하나하나가 씹상타치다!' 같은 느낌은 아니고 캐릭터들끼리 물밑에서 서로 어떻게 친해져가는지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함. 앞에서도 말했듯이 난 이런 이야기가 생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많이 나와서 캐릭터 사이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나무뿌리처럼 깊고 넓게 퍼져야 한다고 생각함. 


그래서 난 이번 서브스토리를 되게 좋게 평가하고, 내용적으로도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기존에 무의미하게 흩뿌려두기만 한 정보들을 취합해서 무언가 모습을 취할 수 있도록 하면서 모순이나 오류는 생기지 않도록 신경쓰는 모습을 높게 평가하고 싶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기존의 아쌉이나 캐릭터 상세설정은 구슬을 뿌리기만 하지 제대로 써먹지를 못했는데 요새는 추가로 구슬 만드는 것 보다는 기존에 뿌려둔 구슬을 회수해서 목걸이가 됐든 팔찌가 됐든 무언가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쁨.


라오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5년차 이후까지 살아남는 걸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면 지금의 이런 작업들은 당장 빵빵 터지지는 않더라도 미래를 위한 훌륭한 양식이 될 거라고 생각함. 난 이 정도 퀄리티면 충분히 만족하고 앞으로도 비슷한 수준 이상으로만 유지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