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르카 잠수함의 식당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우선 자세한 관찰을 위해 멸망전 유행했던 모 탐사대마냥 24시간 카메라가 상주할 예정이며, 이는 주방장인 소완의 허락하에 촬영된 것임을 명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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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30


 병영식당의 주방의 불이 켜진다. 하품을 하며 나른하다는 듯이 들어오는 건 오늘의 아침당번인 아우로라다. 다행히 오늘 병영식단의 아침은 떡만둣국과 소세지케챱볶음, 씨리얼과 우유이다. 떡만둣국에 들어가는 떡과 만두들은 이미 전날 식당이 마감하기 전 해동작업을 끝내놓았으며, 씨리얼은 포츈이 만들어준 정량배식기계에 셋팅을 완료, 우유는 한 시간 전, 퇴역하거나 상이 바이오로이드들을 위해 사령관이 마련해놓은 한반도의 강원도와 제주도라는 지역에서 기르고 있는 젖소들을 통해 만들어진 엘븐밀크을 배식대에 올려둔다. 

 얼마지나지 않아 아우로라와 달리 떳떳하게 주방에 들어오는 소완. 아침배식의 상태의 여부를 확인한다.


 [아우로라 양. 엘븐밀크의 바나나맛은 어떻게 됐사옵니까?]

 [오늘 새벽까지는 할당량이 안되서 기본 우유로 올라왔고, 내일 들어올 우유대신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흐음... 그럼 오늘은 일반우유로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소완의 칼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유와 함께 들어온 고급 쇠고기를 순식간에 손질해가며 대형솥에 넣는 그녀다. 이미 대형솥에는 꿩고기와 손질된 멸치, 다시마를 사용해 만들어 놓은 육수가 담겨져있다. 쇠고기가 들어간 걸 확인한 아우로라도 찜기에 올려놨던 만두를 솥에 붓고 만두의 열기를 통해 살짝 물렁해진 떡도 같이 투입한다.


 [그러고보니 아우로라 양. 오늘 전우사랑조는 어떻게 되옵니까?]

 [오늘 전우사랑조는 몽구스 팀 2명, 호라이즌 2명, 하운드 팀 1명, 가디언 1명입니다.]


 말을 하자마자 병영식당에 들어오는 홍련과 미호, 그리고 하운드 팀의 장화. 왜 아침부터 이렇게 만나냐는 혼잣말을 하는 장화와 하품을 하면서 들어오는 미호,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오는 홍련이였다.


 [호라이즌과 가디언팀은...]

 [방금 전 해상과 육지에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몽구스 팀은 오늘 단체비번이라서 휴식중입니다.]

 [그럼 어쩔수가 없군요. 상황이 끝나면 바로 복귀할거같으니 바로 일을 시작해 주시지요.]


 전우사랑조는 흔히 말하는 주방보조일을 한다. 아까전 기록된 만두를 해동하거나 멸치를 손질하고, 야채손질, 배식작업 등 식당의 잡일을 하는 거라고 보면 된다.


 [결국 잡일이잖아!]

 [...그래서 안하시겠단 말씀이신지요?]


 소리지른 장화를 본 소완의 분위기가 마치 전투 후 얼음을 손질한 그때마냥 차가워졌다.


 [자, 자. 여러분. 슬슬 아침식사 할 시간이지 않을까요~? 슬슬 육지로 나간 팀도 들어올 거 같은데 이제 배식 준비 해야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장화도 잡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일해보자구. 사령관이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까지 했잖아, 안 그래?]

 [......]

 [어머나.]


 의외의 반응을 봤다는 소완.


 [시, 시끄러워! 오늘 사령관도 아침은 여기서 먹을거라고 했으니까!]


 툴툴거리면서 탈의실에 들어가 주방보조복으로 갈아입은 장화와 그걸 본 홍련의 얼굴에는 미소가 띄워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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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15


 작전을 끝낸 바이오로이드들과 아침구보를 끝낸 스틸라인부대 등 여러 부대들이 식당으로 모여 배식을 받고 있다. 시리얼의 배식은 기계로 하기에 안심이지만 떡만둣국의 경우엔 누군가 퍼줘야하는 일이다.


 [에에, 좀만 더 주시면 안됩니까?]

 [브라우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에요! 몽구스 팀의 작전관님이시라구요!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오늘 아침 맛있게 드세요.]


 오늘의 아침 배식은 홍련이 시작했다. 작전관이 직접 퍼주는 떡만둣국이라니, 이런 호사가 다 있을까, 라고 생각한 몽구스 팀.


 [엄마, 좋은 아침!]


 핀토가 배식판을 들고 손을 흔들면서 나타났다.


 [핀토! 공개자리에선 그 말 쓰지 말라고 했잖아요.]

 [뭐 어때~. 만두 좀 많이 주면 안될까, 엄마?]

 [이번의 만두는 커서 두 개가 정량이에요.]


 확실히 만두의 양이 배식판의 국자리에 넘칠만큼의 크기인지라 핀토도 그걸 보고선 헛웃음을 지으면서 얌전히 자리로 착석했다.


 [안녕, 홍련.]

 [어머나, 사령관님.]

 [오늘 아침이 맛있는거라고 해서 와봤어,]


 사령관의 주변엔 마치 여고생들이 연예인들을 보는거마냥 시끄러웠지만 이미 적응한 듯이 배식을 받고 있었다.


 [아, 난 만두 하나만 부탁할께.]

 [네? 어머나....]


 사령관의 옆에는 예쁜 옷을 입은 더치걸과 LRL이 기다리고 있었다.


 [흠, 흠. 진조의 앞에선 이 불길한 강의 제물도 무리가 없을것이다!]

 [저기, 조금 작은 만두로 부탁드릴게요...]

 [내 만두 한 개. 얘들에게 부탁할께. 자르는건 더치걸이 할꺼야.]


 웃으면서 사령관과 그녀들에게 배식을 하는 홍련, 뒤에서 양파를 까면서 보는 장화의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븅~신. 와서 양파랑 마늘까고 있네.]

 [시끄러워! 아오, 진짜 내가 왜 그 내기를 해서.]


 이미 아침식사를 끝낸 천아는 배식대 뒤 조리장의 유리문으로 장화를 보고 있었다.


 [시작한건 너였수다?]

 [닥쳐!!]


 파악! 티이이잉-------


 양파를 던질려다가 소완의 작은 나이프가 벽에 박히는걸 본 그녀들은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사람은 저에게 혼날 것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