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대가 도착하면, 그 길로 즉시 제 방으로 돌아오세요! 알겠어요?!"


팟-!


사령관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통신을 끊어버리는 델타. 

그녀는 입술을 지긋이 다문 채, 창 밖에서 일렁이는 오로라를 쳐다봤다.


"흠... 그렇단 말이지..."


.......................


"감히...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단 말이지..."


꾸깆...


델타는 주먹을 꽉 쥐고 부들거렸다. 그녀의 손이 점점 격하게 떨리더니, 곧 몸 전체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부들거리며 기쁜 표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광기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꺄하하하~!!! 사령관님, 그대는 정말인지... 언제나 저를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정말인지... 정말인지... 세상에 이런 남자가 존재하다니!"


그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 알면 알수록, 그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남자야.)


(겉보기엔, 한 없이 가벼워보이는 색정남일 뿐인데...)


(나같은 절세미녀와 세상 모든 부귀영화를 모아둔 유토피아까지 마다하다니.)


(이렇게까지 심지가 굳은 사람이 또 있을까...)


"절대로 놔주지 않아... 당신은 영원히 내꺼야."






---------------------------(4년 전, 해변 근처 스틸라인 주둔지)


"내가 명령하기 전까지 절대 나서지 말도록."


"델타님... 하지만..."


짜악-!!


"내 말에 토 달지마."


"네... 델타님."


"내가 신호하면 그 때, 다 죽여버려. 알겠어?"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시길..."


델타는 은폐장치를 활성화시키고 혼자 주둔지 쪽으로 걸어갔다.

감마의 케스토스히마스를 해킹한 덕분에, 그녀는 자유롭게 주둔지를 활보 할 수 있었다.

물론, 해킹하는 도중에 500TB 상당의 무적의 용 사진과 영상들을 걸러야 하는 수고가 있었지만 말이다.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그래도 최후의 인간이라니까...)


(죽여버리기 전에 얼굴 한번 쯤은 봐둬도 괜찮잖아?)


감마의 은폐성능은 실로 굉장했다. 보초를 서고 있는 브라우니 바로 옆을 지나가도,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엄청난 기술력이로군... 감마년, 이걸로 저번에 무적의 용을 만나러 갔다지?)


"하암~"


"졸지마요 브라우니."


"히이잉... 어젯밤도 야간훈련 때문에 한숨도 못잤지 말임다..."


"어쩌겠어요. 마리 대장님이 직접 참가하시는 훈련인데."


"설마 오늘도... 밤샘 훈련을..."


"워-!"


"우왁! 깜짝이야!! 사령관님...?!"


"안뇽~♪ 안뇽~♪"


놀라 자빠진 브라우니가 뒤를 돌아보자, 사령관이 싱글벙글 웃으며 서있었다.

델타는 자신 바로 앞에 서있는 남자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이렇게 새파랗게 젊은 남자가... 사령관...?)


아직 24살 근처로 밖에 안보이는 그의 모습은, 훨친한 키와 건장한 근육에도 불구하고 파릇파릇한 소년의 냄새가 묻어나있었다.

델타는 장난기 어린 그의 표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흠... 생긴 건 그럭저럭 꽤 봐줄만하군. 못생기면 바로 죽이려고 했는데 말야...)


"브라우니, 너 표정이 왜그래?"


"으으... 별 거 아님다..."


"이 다크서클 좀 봐! 또 몰래 스팸 까먹다 걸린거야?"


"그건 아님다. 그저... 5일 동안 잠 한숨을 못자서..."


"뭐? 5일...?!"


사령관은 브라우니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아니... 아무리 철야 훈련이라고 해도, 5일 동안 애들 잠도 안재우면 어쩌자는거야."


"아무래도 최근에 별의 아이 때문에 더 군기를 잡으시는 거 같슴다..."


"별의 아이든, 별의 커비든 간에 잠은 재우면서 훈련시켜야 할 거 아냐."


"헤헤 저흰 괜찮슴다... 어차피 사령관님도 밤 새고 오시는 길 아님까?"


"응? 아닌데?"


"잘못들었슴다...?"


"어제도 9시간 개꿀잠 잤는데? 밤 자주 새면 근육 상해."


"으으... 9시간... 완전 부럽슴다..."


"하... 저희들 놀리려고 오신거면, 이만 가보시죠."


레프리콘의 일침에 사령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너희들 상태 점검 겸 해서 온 거 뿐이야. 그리고 마리한테는 내가 잘 말해둘테니까..."


(저항군 총사령관이라는 사람이, 이런 일개 병사들 따위랑 허울없이 지낸다고?)


델타는 눈 앞에서 자신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놀라워하며 멍하니 서있었다.


"맙소사! 레후야, 브라우니 피부 좀 봐봐! 완전 푸석푸석 해져서 거의 레아줌마 급이잖아?"


"으아... 조심하시지 말임다. 그러다가 레아님이 들으시면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죽슴다."


"여자는 피부가 생명이라는데... 내가 안드바리한테 마스크팩 지급하라고 말해둘게."


"사령관님, 최근에 타이런트 하나 더 만들었다가 혼나는 중이잖습니까."


"큭...! 레후 너..."


(일반 병사가 사령관한테 저런식으로 말해도 돼? 아니면, 내가 이상한거야?!)


델타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령관과 편하게 대화하는 그녀들을 보며 혼란스러워했다.


"걱정마, 내가 어떻게든 잘 말할게. 근데, 저 멀리서 달려오는 건 누구...?"


"마리 대장님 같습니다. 브라우니, 자세 똑바로 해요."


사령관이 왔다는 소식에, 마리는 마시던 커피도 내팽게치고 한달음에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레프리콘과 브라우니는 경례 자세를 취했다.


"헉... 헉.... 사령관 각하? 갑자기 말씀도 없이, 여긴 무슨 일로..."


(그 유명한 불굴의 마리인가... 저런 역전의 영웅이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다니...)


"아 별 건 아니고, 그냥 애들 상태나 좀 보러 왔지."


"저희 스틸라인은 만반의 준비를 끝내놨습니다! 각하의 명령이라면, 언제든지!"


"아 제발... 그런 태도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크흠! 알겠습니다... 각하, 식사는 하셨습니까? 괜찮으시다면... 제 개인 막사에서 같이...////"


(지금 저 여자, 얼굴 붉힌거야?)


펙스쪽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그 불굴의 마리가 소녀처럼 쑥쓰러워하자, 델타는 어이가 없었다.


"그거 좋지... 아, 근데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네! 각하의 명령이라면 무엇이든지!"


마리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사령관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지금 애들 상태가 많이 심각한 거 같은데, 잠 좀 푹 재워주면 안될까? 적어도 오늘밤만이라도 좋으니..."


"죄송하지만, 그건 좀 힘들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저희 스틸라인의 기강을 확실히 잡아야 합니다!"


(역시, 지휘관 개체답군. 부하가 부탁을 거부했다...  자, 사령관 당신은 어떻게 나올거지?)


"하..."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각하!"


"히이잉... 그치만, 마리 눈나..."


!!!!!!!!!!!!!!!!!!!!!!


(내가 방금... 잘못 본 건 아니겠지...?)


"사령관은 오늘밤 마리 누나 껴안으면서 코코넨네하고 싶어여~"


"크... 크윽...!!♥"


"후에엥... 안될까여...?"


사령관의 작렬하는 애교에 점점 마음이 무너지는 마리.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당장 껴안고 싶은 마음을 애써 버티고 있었다.


"가... 각하... 자꾸 이러시면...////"


"우우웅~~!! 해듀셰여><"


"큭...! 제발... 그만..!!"


"흥! 마리누나는 심슐댕이! 훈련밖에 모르는 바부~!!♪"


"오... 오고곡...곡곡...////♥♥"


마리는 눈이 뒤집혀진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그녀에게 훈련따윈 안중에도 없었고, 사령관을 껴안고 수유하고 싶은 욕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가... 각하의... 뜻이... 정 그러시다면...////"


"와! 고마워 누나~!!"


"흐으으읏~!!!////// 저는... 잠시... 화장실에 가보겠습니다..."


마리는 피가 줄줄 흐르는 코를 부여잡으며 힘없이 자리를 빠져나갔다.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은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 드디어 잘 수 있게됐지 말입니다!"


"사령관님... 진짜 감사하긴 한데, 진심으로 토할 뻔했습니다."


사령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러게... 나도 항마력 딸려서 죽는 줄 알았다 야."


"그래도 덕분에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네요."


"진짜 사령관님 덕분에 살았슴다!"


"그래, 너희들 나한테 빚 하나 진거다? 나중에 쩔이나 좀 해주라."


"헤헤 그건 저희만 믿으시지 말임다!"


사령관은 둘에게 인사하며 막사 안으로 걸어갔다. 그가 사라지고, 델타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어 나왔다.

주둔지에서 빠져나오자마자, 그녀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푸흡-!! 꺄하하하하!!!"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남자로군.)


(최후의 인간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괴짜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생긴 것도 나름 내 스타일이고... 왠지 흥미가 생긴단 말이지.)


(정말 재밌는 남자야. 일단은 살려둘까...)


그때, 그녀의 비서 카밀라에게 무전이 걸려왔다.


치지직-!


"델타님, 포격준비 완료됐습니다. 공격할까요?"


"아니, 그냥 철수한다."


"네? 하지만..."


"감히 내 명령을 거스르겠다는거야?!"


"알겠습니다..."


델타는 주둔지에서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사령관... 또 만나러 가주겠어..."





---------------------------(3년 전, 알터리움 광산 근처)


콰쾅-!! 쾅-!!!


"정말 대단하군..."


델타는 절벽 위에서 자신의 주둔지가 불타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오합지졸들로 펙스 정예병들을 이기다니.)


(분명히 병력의 질이나 양적인 측면에서도 우리가 훨씬 유리했을 터인데...)


(지리적으로도 철저히 요새화된 곳인데, 어떻게 이긴거지...?)


그녀가 입가에 손을 올리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찰나, 절벽 아래로 사령관의 모습이 보였다.

델타는 즉시 소형드론의 홀로그램 화면을 확대했다.


"제길! 제길! 안돼... 조금만 더 버텨!!"


(뭐야, 대승을 거두고도 표정이 왜 저렇게 심각해?)


"제발... 이대로 쓰러지면 안돼!"


(음? 저 남자, 손에 뭔가를 들고있군.)


사령관의 품 안에는 더치걸 한명이 안겨져 있었다.

그는 피와 먼지로 범벅된 그녀를 안은 채, 필사적으로 뛰었다.


(지저분한 더치걸 개체잖아? 뭐하러 저딴 걸...)


"다프네-! 빨리 이 아이를 좀-!!"


"주인님? 세상에... 어서, 이 들것에 눕혀요!"


다프네는 서둘러 더치걸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우고 지혈대를 묶었다.

사령관은 옆에서 무릎을 꿇고, 그녀의 가녀린 손을 잡으며 기도했다.


"제발... 제발... 이 아이를 부디...!"


(도대체 왜 저러는거지? 그냥 썩어넘치는 일개미 중 하나일 뿐이잖아.)


(누가보면 자기 친딸이라도 다친 줄 알겠군.)


"다프네... 상태는 어떤 거 같애?"


"심각해요. 혈압, 맥박, 호흡수까지 전부... 정상치보다 훨씬 낮아요..."


"수혈은? 혈액팩 남은 거 없어?!"


"생산된지 너무 오래된 모델이라, 저희가 갖고 있는 것 중에 이 아이와 호환되는 게 없어요..."


"산소수치는 또 왜 이렇게 낮은거야..."


"평생을 광산 안에서 고된 노동만 해서 그런지, 호흡기가 심하게 손상됐어요. 폐도 석탄가루와 먼지로 가득 찼고..."


"빌어먹을...! 내가 좀만 더 서둘렀다면...!! 내가 좀만 더 빨리 찾았다면...!!"


사령관은 주먹으로 땅을 내려치며 울먹였고, 다프네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줬다.


"너무 자책하지마세요... 주인님은 최선을 다 했어요..."


"아니, 아직이야..."


"네?"


"전에 나한테 주입한 특수 오리진 더스트... 그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오로이드랑도 호환되지?"


"사령관님, 설마..."


"내 혈액을 저 아이한테 줘."


"주인님!"


"빨리, 시간이 없어!"


평소엔 항상 고분고분하던 그녀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다프네는 잔뜩 화난 얼굴로 사령관에게 따졌다.


"이정도 출혈량이면, 주인님도 위험해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난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러니까 부탁이야... 제발 저 아이를 살려줘..."


"주인님... 정말...!"


다프네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령관의 간절한 얼굴을 쳐다봤다.

항상 자기보다 남들의 안위를 중요시한 사람... 남들이 다치면 자기가 다친 것보다 더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사람...

그런 남자가 자신을 간절하게 쳐다보며 부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더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하... 주인님이 그렇게까지 말하시면, 제가 거절 할 수 있을리 없잖아요... 알겠어요, 손목 이리 줘보세요."


"고마워 다프네..."


다프네는 그의 손목에 수혈 바늘을 꽂고 더치걸과 연결했다.

곧, 사령관의 혈액이 줄을 타고 그녀의 몸 속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디... 제발..."


"이젠 경과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요..."


사령관은 자신의 주먹을 끊임없이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10분... 15분... 30분... 40분... 수혈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


"주인님, 이제 그만! 거의 2L 가까이 피가 빠져나갔어요!!"


"아냐... 조금만 더..."


"죄송해요, 이 이상은 안돼요!"


다프네가 바늘을 뽑기 위해 손을 갖다 대자, 사령관이 그녀를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다프네..."


"주인님...!!"


다프네는 울먹이며 사령관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쳐다봤다.


"하아... 하아..."


"이제, 진짜 안돼요! 이미 치사량 수준으로 빠져나갔다고요!!"


그녀는 서둘러 그의 손목에 꽂힌 바늘을 거칠게 뽑아버렸다. 

바늘이 뽑히자, 사령관은 휘청이며 그대로 더치걸 옆에 쓰러졌다.


풀썩-!


"주인님,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 것보다... 애 상태는 어때...?"


"정말인지 주인님은...!"


다프네는 눈물을 삼키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 죄송해요..."


"안돼... 안돼... 이럴 순 없어..."


.....................................


사령관은 떨리는 두 팔로 더치걸을 껴안으며 흐느꼈다.


"크흡...! 크흑흑... 흑...미안해.... 진짜로 미안해..."


.....................................


"드디어... 그 지옥같은 곳을 벗어났는데...! 평생... 행복함도 모른 채 가버릴 순 없어..."


"주인님..."


"어째서...! 끄윽... 이렇게 끝날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삐빅- 


그 순간, 의료용 모니터에서 신호가 들려왔다.


"주... 주인님? 이것 좀 보세요!"


"어... 어...?"


사령관은 자신의 피부로 그녀의 미세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안고 있는 더치걸을 쳐다봤다.


"흐으... 흐으..."


"다프네, 이것 봐봐! 다시 숨 쉬는 거 같은데?"


"네! 호흡, 맥박도 다시 돌아왔어요!"


그때, 사령관의 품에 안긴 더치걸이 기침을 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콜록! 콜록! 으... 여긴 어디..."


"됐다! 됐어!! 해냈다고!! 우하하하하!!!"


"주인님...!"


사령관은 눈물을 쏟으며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끄흑흑..."


"콜록..! 이... 인간... 님...?"


인류멸망 전부터 지금까지 평생을 광산 안에만 갇혀 있던 그녀는, 눈이 부셔서 얼굴을 찡그렸다.

다만 그게 처음 보는 햇빛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을 안고 있는 남자에게 뿜어져 나오는 광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저... 저는... 죽은 건가요...?"


"아니, 멀쩡히 살아있어. 이제 나랑 같이 새 집으로 가자."


"새... 집이요...?"


"그래, 앞으론 일 걱정없이 평생 행복하게 살면 된단다..."


사령관은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 다프네와 같이 차량에 탑승했다.

절벽 위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델타는 큰 충격에 빠져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살... 살려냈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어가던 걸...!)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정말인지... 여태까지 이런 인간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어...!)


(이상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점점 뜨거워져...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이 감정은 설마... 회장님한테도 이런 감정은 느껴본 적 없어...)


델타는 식은 땀을 흘린 채, 뛰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어쩌면... 어쩌면... 나에게도...///"


그녀는 갑자기 차오르는 행복감에 미소지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사령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치직-!


"카밀라."


"네, 델타님."


"내 전용기 대기시켜놔."


"알겠습니다. 행선지는 어디로 설정할까요."


"지금 당장, 제타의 공장으로 간다."


"네? 하지만 오늘밤에 있을 패션 위크는..."


"필요없어. 지금은 더 중요한 목표가 생겼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제타님께 미리 연락해두겠습니다."


델타는 신호기를 끄고 사령관의 차량이 떠나는 걸 지켜봤다.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배시시 웃었다.


"기다려요 사령관님...//// 반드시 그대를 내 것으로 만들어줄게요...❤"


이후로도, 델타는 사령관을 집요하게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그의 행적, 발자취 등 그녀가 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델타는 자신과 사령관이 미래에 같이 살게 될 보금자리 역시,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현재)


"흠...♪ 이렇게 나한테 잘 어울리는 남자는 아마 당신밖에 없을거야."


델타는 다락에서 와인잔을 꺼내며 미소지었다.


똑- 똑-


"들어와."


"델타님, 사령관님을 다시 잡아왔습니다."


"좋아, 내 침소에 던져 놓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녀의 비서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델타는 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래도... 편지조차 안쓰고 가버린 건 괘씸하니까..."


쪼르르륵~


"조금은... 벌을 줘야겠지?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