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령관이 아니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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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일단 먼저 말해 두지만.

나는 정말 순수하게 오르카폰의 수리를 목적으로 아자즈를 찾은 거다.

 

왜 있잖아, 아자즈는 뭐든지 척척 고치고 만드는 그런 이미지니까.

그런 그녀라면 이 정돈 금방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조금 4차원적인 부분은 있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 이쪽에 집중해주세요. 아래쪽에 구멍 보이시죠. 그쪽으로 들어가셔서... 흐음, 잘하시네요. 이런 거에 능숙한 사람?”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

 

“항상 혼자서 하다가 이렇게 둘이서 하니 뭔가 새로운 기분이네요. 아, 버섯은 제가 먹을게요.”

 

그리 말한 아자즈는 빠르게 달려 나가 벽돌을 치고 튀어나온 붉은 버섯을 먹고 커졌다.

 

응? 무슨 소리냐고?

당연히 게임 이야기지.
솔직히 처음엔 나도 좀 당황스러웠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오르카폰을 보여주었을 때 내 예상과는 달리 고치는 것보단 그냥 새로 하나 꺼내 쓰는 게 효율이 좋다고 말하더니 어딘가에서 오르카폰을 꺼내 내게 쥐여 주는 게 아닌가.

 

그녀가 말하기론 남는 오르카폰들 중 하나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그렇게 조금은 실망하고 있을 때 아자즈는 내게 경어를 쓰지 말 것을 요구 했다.

뭐, 나도 너무 딱딱하게 비춰지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가볍게 받아들였고.

 

이왕 이렇게 찾아온 김에 시간도 남겠다. 친목을 다지자고 다짜고짜 컨트롤러를 들이민 아자즈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억양의 배관공이 세상 곳곳을 설치고 다니는 게임을 하게 되었다 이 말이다.

 

...뭔가 휘둘려진 것 같은데.

아무튼 나야 아자즈와 친해져서 나쁠 건 없고 게임도 재밌으니 만족한다.

 

뿅뿅-

 

오랜만에 전자오락을 즐기고 완만하게 헤어진다. 라면 완벽할 텐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바로 아자즈의 행동에 있다.

 

“저기? 왜 굳이 넓은 공간을 내 버려두고 내 옆에 바짝 붙는 거야?”

 

“글쎄요. 일단은 협동 플레이의 능률 상승을 위한 행동이라 답하죠.”

 

그렇구나.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아자즈는 그리 말하고 나서도 여전히 내 옆으로 붙었고.

그 결과 서로의 엉덩이가 맞닿을 만큼 밀착하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능률상승은 핑계지?”

 

내 물음에 아자즈는 게임화면에서 눈을 떼고 가만히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무심해 보이는 눈매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도저히 무슨 생각인지 읽을 수가 없다.

 

“으음... 뭐 그렇죠.”

 

시원하게 인정하는 아자즈.

 

“혹시 몰라요? 더 나아가서 사실은 게임도 핑계이고 제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이렇게 당신에게 접근했을 수도 있죠. 가령 이렇게...”

 

스윽- 하고 새하얀 손가락이 내 가슴팍을 천천히 훑는다.

미묘하게 나의 섬세하고 가련한 부분을 톡톡 자극하면서.

 

“아앗! 아자즈는 변태!”

 

나는 급히 거리를 벌리고 두 손으로 가슴께를 가렸다.

마치 치부를 보인 히로인처럼 표독스러운 눈길로 째려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여기에 눈가에 눈물도 맺혀있다면 완벽하겠지만.

 

남자인 난 울지 않아!

 

“변태요?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도 그럴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은 남녀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누구나 조금은 엉큼한 상상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상상에서 안 그치고 실행까지 했잖아!”

 

나는 수치심을 느꼈다는 듯이 일부러 과장되게 파들파들 떨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아자즈는 마이웨이 식으로 기껏 벌려 놓았던 거리를 단숨에 좁혀왔다.

 

“으흐흐, 이정도면 귀여운 정도죠.”

 

“뭐 확실히 그렇긴 해.”

 

힘으로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니까.

오르카의 여성진이 못된 마음만 먹으면 장르는 펨돔물이 될 테니.

그러지 않아 주어서 정말 다행이랄까.

 

“그래서. 나를 가지고 뭘 하려고?”

 

“음... 별건 아니고요. 개인적인 호기심. 그러니까, 남성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고 할 수 있죠.”

 

“그럼, 사령관한테 가면 되잖아.”

 

“사령관 보다... 더 맘에 드는 게 보였거든요. 맞아요. 그냥 취향이죠.”

 

뱀처럼 혀를 늘어뜨린 아자즈는 가볍게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마침 이렇게 찾아와 주시니. 이왕 만난 거 유혹이라고 할까 해서.”

 

과연. 그런 거군.

 

내 치명적인 매력에 당했다는 거잖아.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건 아스널 이후로 처음인가.

 

그래도 아스널은 어떻게든 따먹겠다는 의지가 보였는데.

으음... 역시 표정을 읽기가 힘들다.

 

“대충 알겠어. 나를 상대로 성욕이 뿜뿜이라는 거지?”

 

“성욕 뿜뿜이라,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네. 맞아요. 당신을 상대로 성적인 끌림을 느끼고 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아자즈는 재밌다는 듯 옅게 미소를 보였다.

 

“헤헷. 욕심 좀 부리자면 더 나아가 교제를 한번 해보고 싶네요.”

 

교제인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자즈는 5번째로 합류하게 되는 건가.

벌써 한손을 다 채울 정도구나...

 

난리 나겠는걸.

 

“생각 좀 해봐야겠는 걸. 일단 조금 더 신뢰와 호감을 쌓은 뒤에 이미 날 쥐고 흔드는 여자들한테 교제 허가도 받아야하고 으음... 길게 잡아도 1주일 정도는 걸릴걸.”

 

내 여자들 중에 이런 쪽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는 애들이 좀 있어서.

여기서 더 여자를 늘렸다고 말했을 때 안 맞으면 다행이다.

 

물론 하렘을 지향하는 아스널도 있고.

흐붕이도 아마 내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문제라면 역시.

레오나랑 베로니카다.

 

레오나는 지금 혼쭐을 내고 있으니 아마 잘 비비면 해결될 것 같고...

베로니카는... 음... 언제 한번 진득한 대화를 나눠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런 머리 아파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내 하반신을 더듬는 하얀 손.

거기에 놀라 폴짝 뛰어 오른 난 이런 사악할 정도로 응큼한 손길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약간의 경멸을 담아.

히로인이라면 매도가 취미에다가 양 갈래머리가 어울리는 미소녀 급으로다가 “무슨 짓이야!”라고 새침하게 물었다.

 

“실물의 남성기가 보고 싶었거든요. 아니, 여기선 좆이나 자지라고 불러야겠죠. 낭만이란 그런 거니까. 흠흠, 좋네요. 자지 좀 보여주세요.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어... 음.

닳는 것도 아니니 그냥 보여 달라고?

둔감한 소꿉친구 정도면 봐줄만 했는데 갑자기 금태양이 나와 버렸다.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여기선 뭐라 말해줘야 하는 거지?

 

어쩔 수 없었다면서 속으로 되뇌면서 부끄러움과 수치심 그리고 묘한 흥분으로 복잡 미묘한 감정을 티내지 않으면서도 붉게 물든 얼굴로 아랫입술을 깨물며 “크읏... 정말 보기만 하는 거다! 만지면 죽여 버린다...!” 라고 말해야 하는 건가?

 

그러면 결국 사진도 찍히고 이런저런 협박과 강압적인 폭력에 결국 내 여자들을 떠올리다가도 현실에 마주쳐 점점 조교되는 몸과 마음에 따라 나도 한 마리의 암컷으로,,,

 

아니, 내가 암타를 할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남자인데.

 

박는 입장이라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요상한 소리로 날 멍청하게 만든 아자즈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좆이랑 쥬지라니! 천박해! 전혀 낭만적이지 않아!”

 

“하지만 꼴렸죠.”

 

“하! 정말... 고건 인정.”

 

뭐.

솔직히 꼴리는 거 맞잖아.

단어자체가 야한 느낌이 폴폴나서 그걸 여자가 말해준다면 꼴리는 게 당연.

 

난 스스로에게 솔직해서 떳떳한 게 장점인 사람이라고.

 

후우-

 

잠시 숨을 고르고 어떻게든 내 바지를 벗기려는 아자즈의 손길을 화려한 무-빙으로 피한 나는 적절한 타협안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고것은 바로.

 

“게임이다! 게임으로 내기를 하는 거야!”

 

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아자즈의 음탕한 손길로 멈췄다.

 

“내기 게임인가요?”

 

아자즈는 잠시 “으음...” 소리를 내면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승낙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는 빠르게 진행 되었다.

아까 하던 게임을 빠르게 종료하고 실행한 것은 레이싱 게임.

좀 전의 그 배관공이 이번엔 레이서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룰은 간단.

먼저 3승을 채운 쪽이 승리.

 

게임 시작 직전.

긴장으로 한층 예민해진 내게 아자즈는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별건 아니었고 대충 요약하자면.

 

“한 라운드 마다 진 사람이 옷을 벗는다고?”

 

“맞아요. 이 기회에 그냥 제가 이기면 교제해주는 걸로 바꾸죠.”

 

아자즈의 제안.

상당히 지능적으로 접근 했군.

 

나는 아자즈를 바라보았다.

대충 입은 하얀색 박스티에 돌핀팬츠.

레오나도 자주 저렇게 입고 있어서 내겐 익숙하다면 익숙한 세트이다.

 

그래서 따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자즈 너는 옷으로 분류할 만한 걸 4장이나 걸쳤잖아.”

 

이쪽은 상하의에 속옷까지 합쳐서 3장이라고. 

 

“네...? 아, 너무 걱정 하지마세요. 저 위에 속옷은 안 입었어요.”

 

“그게 무슨?”

 

위에를 안 입었다니...?

그럼 노브라로 있었다는 거야?

여태껏?

 

“그냥... 조금 답답해서요. 원래 잘 안 입기도 하고요.”

 

순간 적으로 멍해진 내게 아자즈는 “땀도 잘 차고요.”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이 노브라임을 밝혔다.

 

그 잔혹한 현실을 알게 되니 왜인지 자꾸 그녀의 박스티에 눈이 가게 된다.

확실히 의식하고 나니 보이는 여성 특유의 굴곡.

그리고... 흐음- 과연 그렇군.

 

새롭게 갱신된 아자즈의 신체정보를 뒤로하고.

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해 보았다.

 

아자즈가 만약 이 잔혹한 게임에서 승리를 거머쥔다면.

그녀는 나의 나신과 쥬지라는 본목적과 더불어 나와의 교제라는 장기적인 목표 또한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머리를 잘 굴렸군. 그럼 내가 이기면?”

 

“그렇네요. 뭔가 원하시는 거라도?”

 

원하는 거라... 딱히 없는데.

 

“이렇다 할 만한 게 없다면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고요.”

 

“그러지 뭐.”

 

일단은 보류인 걸로.

아마 소원권의 형태로 쓰이지 않을까 싶네.

 

“그럼 시작할까요?”

 

“어.”

 

나는 긴장한 채 컨트롤러를 집었다.

방금 전 협동게임으로 평가하자면 아자즈의 게임 실력은 `잘함`의 위치에 있다.

물론 나는 `개잘함`이지만 레이싱 게임은 또 다를 수도 있지.

 

“반드시 이겨주마.”

 

“헤헷. 그렇게 제 몸이 보고 싶었던 걸까요. 아쉽게 됐네요... 그런 일은 없을 테니. 해체자의 이름에 걸맞게 당신의 옷을 하나하나 천천히 벗겨드리죠.”

 

아. 씁.

그렇게 말하니까 괜히 쫄리는데.

 

...괜히 한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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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사실마리오카트안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