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바이오로이드에 의해 인간이 발견되었다. 외견으로는 조금씩 2차 성징이 두드러지는 동시에 아직은 중성적인 신체. 게다가 얼굴도 미형에 여성을 대하는 태도도 신사적이었다. 


연하에게는 듬직한 오빠, 비슷한 나이대에는 좋은 친구, 연상에게는 귀여운 동생같은 포지션이 되어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사령관이 된 소년이 오르카호 최고의 인기인이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어차피 인간은 그 1명뿐이니 틀린말은 아니다.)

그는 연상의 바이오로이드들, 특히 신체나이뿐만이 아니라 생존기한도 여타 자매들을 뛰어넘는, 이른바 멸망 전 개체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오르카호 최고의 지능 중 하나인 아르망 추기경은 이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멸망 전 개체분들은 기본적으로 100년 이상의 세월동안 생존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전쟁에 투입되면서 인간님들의 추악한 본성과 끔찍한 참상들을 직접 경험한 전쟁세대이기도 합니다. 


아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경험했던 기성세대의 상관보다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소년에게 더 마음이 이끌리는 게 아닐런지요?"



또한, 이런 설명을 덧붙이자니 소름이 돋지만 그는 꽤 귀여운 편이었다. 그것도 여성적인 면으로. 그게 어느 정도였느냐. 때는 작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드리 드림위버 양은 자신이 임시로 만들어놓은 의상이 입혀진 마네킹들에 둘러쌓여 연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오, 지저스.. 이걸 어쩌면 좋을까요.."

어린이날 기념으로 여아용 의상을 디자인하느라 며칠째 밤을 샜는데도 그럴싸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화이트도, 병아리같은 옐로우도, 공주님같은 핑크도 이미 그녀가 지나온 길. 

특별한 날인만큼 특별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패션이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감 전까지 수십벌을 만들어내도 도저히 차오르지 않는 욕구가 그녀를 번아웃으로 몰기 직전, 영감이 그녀를 찾아왔다.



"오드리 누나~, 식사하고 작업하세요."

"아, 사령관. 식사 때문에 여기까지 찾아와주다니 정말 고마워요."



"와, 옷이 엄청 많네요. 하나같이 엄청 예뻐요!"



"후후, 칭찬해줘서 고맙지만, 아직 이 컬렉션들은 자매분들께는 내보일 수 없는 퀄리티랍니다."



"으음..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주세요. 우선 식사부터. 알았죠? 누나가 열심히 하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긴장을 풀고 저에게 기대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후후후, 사령관에게는 항상 받기만 하네요. 마치 어머니같은.."

"하하, 어머니라는 말은 조금 부끄럽네요.."



"아아.."



"..누나? 왜 그래요?"



"마망! 바로 그거예요! 사령관! 이런 영감덩어리!



"우웁, 누나 숨막혀요!"



"자, 이럴 때가 아니예요! 이리오세요, 사령관! 치수부터 재야겠어요!"


그날 정해진 의상의 테마는 아이러니하게도 마망, 즉 어머니가 되었다. 또한, 광고에 낼 모델도 사령관을 그대로 사용했다. 새댁 차림을 한 사령관이 부끄러워하며 요리하는 모습이 실린 '이달의 오르카' 5월호는 "소년, 그리고 어머니"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발매부수 4만부(당시 오르카호 인원의 4배)를 기록하며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는 전설로 남아있다. 


그렇지만 이런 사령관에게도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사실 그의 문제이면서도 그가 만들어낸 문제는 아니기에 그로서는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 문제는 바로..






[신체 나이 20세 이상 바이오로이드의 비밀의 방 출입 건의]

[결과: 각하]



"하다못해 검토라도!!!"


바로 그의 신체나이였다. 신체스캔 결과 사령관의 나이는 14세. 사령관이 아니었다면 한창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였다. 아무리 말법적인 상황이라지만 그런 그에게 인류 재건의 첫걸음인 성관계를 권유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짓이라는 결론에 도달.


보호자 역할의 바이오로이드(주로 배틀메이드, 특히 콘스탄챠)의 참관하에 비슷한 신체나이대에 바이오로이드와 성교육을 겸한 예비 실습만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 잘 부탁해.. 사령관님..."



"으응.. 이프리트..."



"그럼 우선 옷을 벗고 서로의 몸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
.



"하, 하하.. 아무리 그래도 이런 빈약한 몸은 좀 그렇지.. 미안한데.."



"아, 아니야.. 어, 엄청 예뻐.."



"으, 응? 앗. 어.. 그... 고마워.."



"자, 이제.."


상대는 대부분 이프리트였다. 우선 나이부터가 사령관과 거의 같았고, 인원도 넉넉했으며, 무엇보다 나이에 맞는 신체를 가져 사령관에게 왜곡된 성지식을 주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었다. 다만..


사령관 합류 이후로 그가 보여주는 여러 매력들로 인해 나날이 성욕이 들끓어가지만 차마 해소할 곳이 없는 이들도 존재해 가끔씩, 아니 꽤 자주 위와 같은 내용의 건의 사항이 건의함을 채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도 예상못한, 아니 예상은 했지만 설마 진짜 누군가가 하리라고는 생각 못 할 사건이 터졌다.



"각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응, 마리 누나도 수고 많았어요. 오늘 훈련하느라 많이 힘들었죠? 커피 한 잔 하고 갈래요?"


(두근)



"크윽.. 오늘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누나 입술에서 피나요! 괜찮아요?"



"큽.. 괜찮습니다.. 이정도는 평소에 참는 것에 비하면.."



"평소에도 이런 걸 참고 있다구요!? 역시 너무 무리하시잖아요! 안되겠어요. 오늘은 여기서 쉬세요! 사령관으로서의 명령이니까 절대 나가시면 안돼요!"


(두근두근)



"안됩니다.. 각하.. 제가 여기에 있어도 각하께는 해밖에.."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누나는 언제까지나 내 든든한 버팀목이니까요. 자, 약 가져왔으니까 입술 대세요."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약을 바른 사령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마리의 입술에 닿는 순간,



"와아아악!"


사건이 터졌다.



"마, 마리 누나! 왜 그러세요!"



"항상.. 항상! 항상! 항상 그런 식이시니 제가 이렇게 된겁니다!"



"그, 그게 무슨 소리.."



"조용히!"



"네, 넷!"



"이것 보십시오. 또 이렇게나 귀여운 표정으로.. 항상 참으려고 하는데 참을 수 없게 말씀하시고..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아십니까!"



"죄송해요.. 누나.."



"아니요.. 이제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런.. 각하의 입술에도 상처가 났군요. 사죄의 의미로 제가 직접 약을 발라드리겠습니다."



"앗.."







(삐비비빅)


[긴급 메일 / 정찰지역에서 대대규모의 철충이 발견됐습니다. 지금 즉시..]



"분위기 깨지 말라고!! 씨발새끼가!!!"



"에?"



"아."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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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뭐 14살이면 알 거 다 알 나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