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관, 나 궁금한게 있어. 물어봐도 돼?"

사령관실에서 간단한 업무를 보던 중, 나를 빤히 쳐다보던 에밀리가 말했다.


"내가 대답할 수 있는거라면 뭐든지."

에밀리와의 대화는 즐겁다. 처음에는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서로 여러모로 고생했지만. 이제는 적절한 상식과 특유의 순수함 모두를 갖춘 그녀가 카엔과 네오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이다.


"사령관은 혹시 야한걸 당하는걸 좋아해?"

에밀리는 아무런 악의없이, 순수한 표정으로 폭탄을 던졌다.

"음. 그렇지 이쪽에서 주도적으로 하는것도 좋지만 역시 가끔씩은 당하는쪽도...로망...이...?"

...아직 갈길이 먼 것 같다. 카엔, 네오딤.


"...왜 그렇게 생각하니 에밀리?"

이건 중대한 문제다. 이 오해를 풀지 못하면 에밀리에게 난 여자들 엉덩이에 깔려사는 한심한 남자로 인식될 수 있다.


"옛날에 사령관이 이상한 짓 하면 누르라고 콘스탄챠가 이걸 줬어."

예전에 가끔 보았던 방범용 부저를 품속에서 꺼내며 말했다.

초면에 보여준다며 실수로 작동시켰을 때 부저소리와 함께 들어온 바닐라의 차가운 시선과 콘스탄챠의 미묘한 표정은 지금까지 가끔 꿈에 나올 정도다.


"이상한 짓은. 음. 마음대로 몸을 만지는거. 그러니까 야한거야. 근데 아스널 대장이 사령관한테 이상한 짓하는걸 봤는데 사령관은 가만히 있었어 그러니까 사령관은..."

질서정연한 논리에,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여러모로 눈물이 나려던 중 사령관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렇습니다 폐하, 모두를 위해서. 이 오르카의 문란해진 풍기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아르망?"

그곳엔 멸망 전의 교복을 입은 아르망이 있었다.





"주인님~~그 꼬마 위원장님의 말을 들으실건가요~?"

포이가 내 와이셔츠를 걸친채로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글쎄, 하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 오르카에는 정신적으로 어린 아이들도 있으니까."

LRL과 같은 정신, 신체적으로 모두 어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너무 노골적인 어필을 공개적으로 하는건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짐의 권속이여! 이 진조의 공주에게도 스카이나이츠 8...P? 뒷풀이를 보여주거라!'

다행히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었기에 적당히 얼버무렸지만 또 그런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두통이 인다.


"냐핫! 저렇게 풍기가 어쩌구~하는 애들일수록 사실은 더 밝힌다구요~? 저런 빈약한 몸으로 주인님을 유혹할 수 없으니 샘나서 저러는것 같은데 귀여워라♡"

"그런말하면 못써. 포이, 사이좋게 지내야지."

네~라고 적당히 말하며 갸르릉 거리는 포이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초기의 오르카호는 이러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어느정도 안정되고 모두와의 신뢰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남녀간의 사이가 됐고, 일부 대원들의 적극적인 어프로치를 거부하지 않다보니 스킨십의 인플레이션이 시작돼 어느샌가 성추행을 인사 수준으로 당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의상에도 영향을 끼쳐 보석 비키니(보석없음), 역바니세트(패치없음)이 펜리르 의상(옷없음)이 베스트셀러인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감각이 마비된 나머지 고전 창작물을 보다 무심코 '아 왜 야스 안하냐고!' 를 외치는 지경인 나로써는 적절한 기준을 잡기 어려웠고, 그렇기에 아르망에게도 생각해 본다며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상황이다.


"음. 그래도 역시 조금은 자제하는게 좋지 않을... 응? 포이?"

포이가 어느새 내 이불 아래쪽에 숨어들어왔다.

"아하핫♡ 이렇게 해놓고 그런말 해봐야 설득력이 없다구요~그럼 이제...♡"


그리고 그 순간.


"우효오옷~www 어쩐지 엣☆찌한 냄새가 잠수한 전체에 진동하더니www 초☆에로이한 몸뚱이의 사령관 G☆E☆T DAZE☆"

"아르...망?"

아?르망이 방에 난입했다.

저번에 보여준 옷을 흉측하게 마개조한 나머지 원형이 남아있지 않은, 의복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는 천쪼?가리에 가까운 무언가를 걸치고 피부를 검게 태운, 이제는 고대의 유산으로 남은 금태양이 된 아르망의 그 모습은 광인을 보는듯한 공포를 주었다.


"어이어이ww 이런 엣☆치한 몸으로 사령관이라니www 처음부터 무리였다구www"

"끼야아아아악!!!!!"

성큼성큼 다가와 누워있는 내 몸을 음탕한 손놀림으로 만지자 나는 여자애처럼 비명을 질렀다.

'광인짓을 하면 실제 광인' 이라는 코토와자가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였던 나는 옆에 있던 포이의 '코이츠...완전 맛이 가버린www' 이라는 말을 듣고 약간 정신을 차렸다.


"정신차려 아르망! 풍기위원 시절의 너는 좀 더 빛나고 있었어! 원래대로 돌아와!"

"오○□~오○□~~"

내 필사적인 외침도 아르망에겐 닿지 않는지 아르망은 내 앞에서 무언가 기묘한 몸짓과 함께 상스러운 단어를 외치고 있었다.


그건 구애라 하기엔 너무나 천박했다. 엄청나게 천박하고, 가볍고, 야하고, 그리고 조잡했다. 그것은 그야말로 치욕의...댄스였다.


"냐...냐핫...?"

옆에서 지켜보던 포이와 내가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틈을 타 아르망은 두번째 수를 두었다.

'탈심 프리미엄 정기구독 100호 기념 리미티드 사령관의 분신(물리) 1/1 사이즈'를 어딘가에서 꺼낸후 입가로 가져갔다.


"그...그만둬...'그 표정' 만은 제발..."

과거 브라우니가 '사령관님! 좋은걸 발견했지 말입니다!'하며 준 일본의 성인만화잡지. 거기서 본 기괴한 표정을 잊지 못한다. 마치 문어와도 같이 입을 내밀고 눈을 가운데로 모은 천박한 그 얼굴을...


"으아아아악!"

아르망이 추잡한 소리를 내며 눈을 까뒤집고 빨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차마 묘사할 수 없음은 나에게 있어 축복인가 불행인가 생각하던 순간.


"오빠! 저번에 부탁한거 완성 했...?"

최악의 타이밍에 닥터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부의 이물이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도와줘! 닥터에몽!


"와...개씹에바다..."

닥터의 차가운 말과 시선.

닫히는 문의 소음이 나를 강제로 현실로 끌고왔다.

이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방법은 바로 하나뿐이다.

아르망이 이렇게 된건 그녀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원인을 해결한다면!


"알겠어 아르망...내가 다 잘못했어...신체연령 18세 이하의 애들 앞에서는 지나친 성적 행위를 자제시키고 평상복의 지나친 노출도를 감소시키는 안건을 회의에 올릴테니 이제 돌아와줘..."

"13세."

"응?"

아르망이 갑자기 평소의 말투로 말했다.


"13세 이하로 해주시죠 폐하. 이 이외의 분들은 신체적으로는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충분히 성숙한것 같습니다."

"아니 그건 네 신체연령이 14세니까 그..."

"오○□..."

"럴리가없지역시아르망은현명하다니까하하하"

거의 협박에 가까웠지만 결국 아르망과의 협상을 성공했다.


"후후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폐하, 오늘도 좋은밤 보내시길."

다시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온 아르망은 '후후. 피부는 특수화장이랍니다. 놀라셨다면 성공이군요.' 라고 말한 뒤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망연자실한 나와 포이만이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주인님, 저 변태위원장은 대체 뭐에요? 겨우 저런것 때문에 이런 연기를 한거에요?"

"연기라...연기가 아닐수도 있어..."

"네?"


물론 아르망은 연극을 위해 태어났기에 누구보다 연기에 뛰어나다. 이 모든게 전부 나를 일깨우기 위한 연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르망의 눈에서 보았다.

단순한 연기가 아닌, 그 행위를 함으로써 얻는 수치심을 넘는 쾌락을.

어쩌면 저것이 아르망의 본모습이고, 평소에는 이를 초월적인 인내심으로 덮어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접어두고 우선 회의에 제시할 안건을 더 상세하게 다듬었다.

다시 '그것'이 나왔다간 이번에는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르망이 있던 자리에 남은 기묘한 물 웅덩이.

땀...이겠지?

확인은 하지 않고 가슴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결과, 회의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통과됐고 덤으로 탈론허브의 무분별한 광고와 비승인 영상 규제에도 성공했지만 일부 바이오로이드들이 사령관 소년 신체를 일부라도 가리는것은 정당한 권리의 위배라는 반발과 함께 탈청법 논란을 만들었으나 그 인원은 소수에 그쳤고 이는 켈베로스와 시티가드 일동, 에밀리와 아르망의 협조로 무사히 진압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 스릴을 즐기는 바바리리스우먼과 퍼리쇼타사령관자공자수커미션빌런 같은 자들이 탄생했기에 이를 쫓는 에밀리와 켈베로스 경찰 또한 등장했으나 이 또한 미래의 일이다.








난...슬플땐 괴문서를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