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 세계에 전이된 라붕이. 그런데 자신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철남충이 아닌 두 번째 인간이었다.


사령관 곁엔 무용도 있고 알파도 있는 상황. 현 시점은 최소 8지 이후. 

사령관은 이미 주변 섹돌들에게 호감도 만땅인 울트라슈퍼 알파메일 상태였다.


일단 두 번째 인간으로서 오르카호에 눌러앉기는 했으나 의심병 걸린 지휘관들이 매일같이 도끼눈으로 쏘아보는 통에 위장에 빵꾸날 것 같던 라붕이는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후방기지, 요안나 아일랜드로 가게 된다.


섬의 총책임자인 요안나보다 실권이 적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막 의심하고 노려보지 않았기에 밥은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한껏 편해진 삶에 라붕이는 긴장이 풀려 중요한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8지 이후엔 9지가 온다는 사실을, 9지에서 요안나 아일랜드가 개같이 유기당한다는 사실을.


사령관이 북미 대륙 가서 싱글벙글 펙스 난민 빼오기 대작전 벌이는 동안 요안나 아일랜드는 철충의 침공을 받게 된다. 지들끼리 내전 벌이는거랑 바다는 더럽게 싫어하는 놈들이 애꿏은 섬에 가서 깽판치는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철충의 강세에 밀려 결국 요안나는 섬을 포기하고 그곳의 섹돌들과 함께 철수해서 오르카호에 재합류한다.


면목없군. 미래를 위해 가꾸어놓았던 텃밭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으니.


그런 소리 마. 다 버려도 괜찮으니 무사하기만 해달라고 했잖아. 후방기지에서 일하던 바이오로이드와 AGS 모두 무사히 데려와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어 고맙네. 주군.


그나저나 라붕씨는 어디있어? 오랜만에 인사나 나눠볼까 하는데.


음?


?


...아뿔사!


...!?


***


다들 어디갔어 씨바아아아아알!!!


스땁 롸잇 데열 유 크리미널 스껌!



갸아악! 그만 좀 쫓아오라고!!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살던 라붕이는 공습경보가 울리자 사전에 안내받은 대로 패닉룸에 가서 숨었었다. 좀 조용해진 듯 하자 밖으로 나온 라붕이는 자신을 제외하곤 사람은 단 한명도 없고 철충만 어슬렁거리는 풍경을 보게 된다. 그제서야 9지 스토리를 기억해내고, 자신이 섬과 함께 유기됐다는 사실을 깨닫고야 말았다! 


라붕이는 사령관 휘하 섹돌이 아니었기에 요안나의 일꾼 명단에도 없었고, 지휘관들이 라붕이 견제 목적으로 라붕이를 따를 섹돌을 한명도 붙여주지 않은 탓에 아무도 그를 챙겨주지 않게 된 것이었다!


한 박자 늦게 라붕이를 잊어먹었다는 걸 깨달은 오르카호가 부랴부랴 유턴했지만 라붕이쪽 상황은 녹록치가 않았다!


이곳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여 도망칠 곳도 없는 섬! 라붕이는 수많은 철충 무리와 함께 고립된 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힘내라 라붕이! 달려라 라붕이!


오르카호 구조대가 도착할 그 날까지.


요안나한테 진심 도게자를 받을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