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번째 인간물임. 이번에도 대충 라붕이가 라오 세계에 떨어진 걸로 시작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떠돌던 라붕이는 어느 한 건물에 불이 들어오는 걸 보고 홀린듯이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건물은 바로 과거 코헤이 교단의 교회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지금은 멸망 전부터 생존해온 수녀 바이오로이드, 베로니카가 살고있었다.


베로니카는 이 황폐해진 세상에도 희망이 남아있었다고 독백하며 라붕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코헤이 교단의 좆간들이 전부 죽고 수십년이 지난 덕인지 베로니카는 냉혹한 이단심판관으로서의 모습은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참고로 사령관을 구원자로 모시는 오르카 베로니카와는 달리 이 베로니카는 라붕이를 지켜야 할 어린양, 민간인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베로니카가 의식주를 제공해준 덕에 라붕이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평생 마음놓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철충이 공격해오기라도 했다간 이 낡아빠진 폐교회는 순식간에 철거될 테니까. 이제 어떻게 오르카호를 찾아야하나 궁리하던 중 라붕이는 교회 지하실로 이어지는 문 너머에서 인기척을 느낀다. 거기 누구 있냐고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호기심에 문고리를 돌려봤으나 잠겨있었다. 


라붕이가 베로니카에게 여기 누가 또 살고있냐고 묻자 그녀는 자기들 빼곤 아무도 없다고 대답한다. 지하실을 보여달라하자 그곳은 과거 코헤이 교단의 악의가 남아있는 이단심문실이라 차마 보여줄 수 없다고 둘러댄다. 뭔가 의심스러웠지만 더 추궁해봤자 아무것도 안나올 것 같아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혹시나 베로니카가 꼬우면 나가서 살던가 라고 말하면 그냥 ㅈ되는 거니까.


다음날, 앞으로의 방침을 정하기도 전에 그들 앞에 시련이 닥쳐온다. 살아있는 인간인 라붕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챈 철충 무리가 쳐들어온 것이었다. 베로니카가 교전 허가를 요청하고, 라붕이가 공격 명령을 내리자 베로니카는 새빨간 눈동자를 번뜩이며 낫을 휘둘러 철충에 맞서싸운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여전히 불리했다. 이 쪽은 베로니카 혼자서 싸우고 있는 반면 저쪽은 여러 마리였고, 뿐만 아니라 베로니카는 과거 멸망전쟁 때 입은 상처로 인해 무기를 제대로 휘두를 수 없는 상태였다.


철충들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더니 이윽고 라붕이가 숨어있는 건물의 벽을 부수고 안까지 들어오게 된다. 철충이 라붕이를 향해 총구를 겨눈 그 순간, 굳게 잠겨져있던 지하실 문이 부숴지며 전신을 쇠갑옷으로 두른 누군가가 뛰쳐나왔다. 그 철충은 기사가 내려친 둔기에 맞아 찌그러진 채로 절명했고, 기사는 라붕이를 지나쳐 건물 밖으로 나갔다.


기사가 합세하자 상황이 순식간에 호전되었다. 베로니카는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도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원군의 등장이 반가운 눈치였고, 둘이 합을 맞춰 서로의 등을 지켜주며 철충들을 차례대로 쓰러뜨렸다.


10마리 채 안되는 철충 무리를 전부 해치우고 나자 라붕이는 난장판이 된 바깥과 그 기사를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그제서야 갑옷을 입은 기사라고 생각했던 그 자가 로봇이란 걸 깨닫게 된다. 바로 라오 성역 이벤트에 나왔었던 AGS, 에큐토스였다.



라붕이가 놀라 경계하자 베로니카가 이 로봇은 아군이라며 그를 안심시킨다. 더이상 숨길 수도 없으니 설명이야 해주겠지만 당장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좀 전의 철충 무리는 선발대에 불과했다. 본대가 도착해서 공격해오면 그 땐 정말 라붕이를 지키기 힘들테니 그 전에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짐을 싸는 동안 에큐토스는 한 마디도 안하고 묵묵히 일만 거들었다, 베로니카 말로는 에큐토스는 음성장치가 없어 말로 의사표현을 못한다고 한다. 떠날 채비가 갖춰지자 그들은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베로니카가 벙어리인 에큐토스를 대신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큐토스는 코헤이 교단에 소속된 경비 AGS로 과거 베로니카와 더불어 이 교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멸망전쟁 당시 다른 에큐토스 기종들과 함께 철충에 맞섰지만 AGS인 이상 철충 기생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대부분의 에큐토스가 감염되고, 변이되었다. 운 좋게도 철충에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은 에큐토스는 이 한 대 뿐이었다.


철충이 이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 뒤, 교회 안에서 두 다리로 서있을 수 있었던 건 베로니카와 에큐토스 뿐이었다. 이미 교단의 높으신 분들과의 연락도 모두 두절된 상황. 오로지 교단만을 섬기기 위해 만들어진 그들은 정작 그 교단이 없어지자 다른 할 일도, 마땅히 갈 데도 때문에 결국 이 폐교회에 남기로 한다.


베로니카는 바이오로이드라 왠만해선 철충의 공격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에큐토스는 철충이 감염시키려고 눈독들이는 AGS. 생체회로같은 철충 감염 대책도 전혀 없는 주제에 바깥을 돌아다니다 철충 눈에 띄기라도 했다간 어떻게 될 지 뻔했다. 특히 에큐토스는 근접무기밖에 안쓰는 타입이라 철충과 싸운다면 가까이 붙어야만 했으니 더욱더 위험했다. 베로니카는 에큐토스에게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지하실에 숨어 지내라고 제안했고 에큐토스는 승낙했다. 그렇게 수십년을 조용히 살아오다가 마침내 살아있는 인간인 라붕이와 만나게 된 것이었다.


베로니카는 에큐토스가 약속을 어기고 밖으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하며, 이어서 이 행동은 에큐토스의 신념 때문일 거라고 추측함다. 에큐토스의 AI는 신앙심이 과하게 들어간 광신도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성기사로서 약자를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던 그는 마땅히 지켜야 할 어린양이 눈 앞에서 도살될 위기에 처하자 신념에 따라 움직인 것이었다.


라붕이는 에큐토스가 비록 게임 속에선 적으로 등장했던 캐릭터지만 좀 전에 라붕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쳐나온걸로 봐선 일단은 아군일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허나 생존이 우선시되어 신앙심이 줄어든 베로니카와 달리 에큐토스는 아직도 신앙심이 충만한 광신도, 심지어 언어기능이 없어서 의사표현도 못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그 탓에 라붕이는 그가 언제 돌변할 지 모른다는 의심을 완전히 져버리지 못한다.


아무튼 이제는 향후방침을 정해야할 때. 밤이 될 때까지 걸어 폐교회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라붕이 일행은 모여서 지도를 펼치고 목적지를 정하기 위한 의논을 시작했다. 낮에는 식량 있을만한 곳 찾아가고 밤에는 바람을 비바람을 피할 곳을 찾고... 언제까지 이런 노숙자같은 방법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 베로니카는 튼튼한 건물을 찾아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하나 라붕이는 그보단 오르카호를 찾아 들어가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그 오르카호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일단 바다 쪽으로 가볼까 생각하던 중 에큐토스가 지도의 한 장소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곳은 바로 코헤이 교단의 고위 임원 전용 대피소였다. 이를 보고 잠시 턱을 짚고 생각하던 베로니카는 교단의 높으신 분들이 제 목숨 보전하려고 거금들여 만든 장소인 만큼 통신설비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셋은 다음날 아침이 밝자 대피소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한다.


어찌저찌 코헤이 교단 간부용 대피소에 도착한 라붕이 일행. 그 대피소는 평범한 벙커가 아닌 무슨 요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교단 권위자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화려하게 지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충에게 함락된 흔적이 역력했으나 이제와서 뒤로 뺄 수도 없는 노릇이었던 그들은 너덜너덜한 철문을 지나쳐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안을 수색하던 중 에큐토스는 바닥에 거꾸로 박힌 교단 근위대장의 검을 발견한다. 코등이가 코헤이 교단의 문양 형태인 검이었다. 그 검을 뽑아들고 말없이 바라보던 에큐토스는 그동안 쓰던 진압봉 대신 이 검을 들고다니기로 결정한다.


다행스럽게도 통신 설비를 찾게 되고, 건물 내 전력을 복구하자 통신 또한 쓸 수 있게 된다. 전파가 닿는 곳에 닥치는대로 통신을 시도한 끝에 극적으로 오르카호에 연락이 닿았다. 오르카호에 구조요청을 하는 데에 성공한 라붕이 일행은 구조대가 데리러 오길 기다리게 된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철충이 그 통신을 도청한 탓에 마찬가지로 라붕이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는 것을.



대충 소재는 떠올랐는데 각잡고 소설로 풀어쓰긴 귀찮아서 간략하게 줄거리만 적을라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반으로 쪼갬

다음편


주인공을 첫번째 인간으로 설정해도 되긴 하는데 그러려면 사령관이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오르카호에서 고립된 채로 시작하게 됨, 오르카호 병력 없이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굳이 그럴바에야 귀찮아서 두번째 인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