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난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느닷없이 이 라오 세계에 뚝 떨어진 나는 얼마 안있어 오르카호에 발견될 수 있었다. 

오르카 저항군. 최후의 인간인 사령관을 위시로 한, 인류재건을 위해 창설된 집단. 바로 그 오르카호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령관이 아니라 두번째 인간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크게 상관없었다. 멸망해버린 세상 한가운데서 살아남는 대신 오르카호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생체재건장치로 휩노스 병의 마수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 오르카호 안에 있는 이상 내가 조심하기만 하면 위험요소는 없을 거라고 믿었었다.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


이 세상은 내가 아는 라오 세상과는 뭔가 달랐다. 사령관이 특히나 그랬다. 그가 구인류같은 좆간이라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빛간도 아니었다. 자신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내가 또다른 인간인 이상 그의 왕권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사실만으로 그는 나를 의심하고, 경계하고, 시험했다. 바이오로이드에겐 부드럽게 나오지만 인간은 그의 자애 대상에서 제외되는 모양이었다.


결국 그는 내게 시덥잖은 누명을 씌우고, 하루아침에 죄인의 신분으로 추락시켰다. 라비아타, 마리, 레오나, 메이, 칸, 용, 알파. 오르카호의 간부 중 그 누구도 이 결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며칠 뒤 오르카호가 어느 섬에 정박하고, 나는 오르카호 바이오로이드들의 손에 의해 바깥으로 이송되었다.


추방된 거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휩노스 병에 면역인 몸을 가지고 바깥을 칠렐레 팔렐레 돌아다니다 펙스에 생포당하기라도 하면 레모네이드한테 좋은 일 시켜주는 꼴 밖에 안된다는 이유로 추방이 아닌 다른 처분을 내렸다. 내가 도착한 곳은 바로 요안나 아일랜드에 세워진 교도소였다. 오르카호는 날 감옥에 가두는 걸로 그치지 않고 한가지 더 특별한 조치를 취해뒀다.


기본적으로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는 뇌파로 인간을 인식하고, 구분한다. 바이오로이드 교도관이 인간 죄수를 통제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그들은 내 목에 어떤 구속구를 채워놨다. 방패전파를 내뿜어 주변의 바이오로이드가 내 뇌파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한다. 바이오로이드에게 걸린 선천적인 제약을 풀 수가 없으니 대신 인간 쪽에 핸디캡을 준 셈이다. 안그래도 거지같았던 기분이 한층 더 좆같아지는 것 같았다.


형식적인 절차를 걸치고 남색 죄수복으로 환복한 뒤 교도관들이 앞으로 내가 쓸 감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문이 닫히고 이 작고 썰렁한 방 안에는 나 혼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쇠창살이 쳐진 창문 너머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에는 이곳에서 떠나는 오르카호가 보였다. 복잡한 심정으로 창 밖을 쳐다보다가 오르카호가 바닷속으로 몸을 숨기는 걸 확인하고선 창에서 몸을 떼어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씨1발 좆같은 사령관 새끼, 내가 반드시 탈옥하고야 만다. 


그리고 나만의 세력을 구축할 테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별달리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탈옥은 커녕 어떻게 탈옥해야 할 지 갈피조차 못잡은 채 감옥 안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다. 스피커에서 거지같은 기상나팔이 울리고나서 조금 지나자 바깥이 소란스러워진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철창 건너편에서 교도관인 미스 세이프티가 와서 내가 갇혀있는 감방 문 앞에 섰다. 


"점호 시작하겠습니다. 79번 방!"


"...뭐 어쩌라고?"


"...거기 계시면 열외없음, 이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첫 날이니 넘어가겠습니다."


세이프티가 무전기에 대고 열어주십시오 라고 말하자 지이잉 하는 불쾌한 전자음과 함께 감옥문이 옆으로 열렸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문턱을 넘어서 복도에 발을 내딛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어제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주변 풍경을 봤다. 다른 감방은 죄다 텅텅 비어있었다. 어쩐이 옆방에서 아무 소리도 안들리더니.


"여기 갇힌 건 나 하나 뿐이야?"


"이곳은 독방 구역입니다. 일반 수감자들이 갇힌 구역은 따로 있죠. 식당에선 다른 수감자 분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세이프티가 질문을 씹는다거나 죄수주제에 입 열지 말라며 구타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방으로 밥 가져다주는 식일 줄 알았는데."


"징벌 목적으로 독방에 가둔 경우엔 그렇습니다만, 당신은 다른 경우니까요."


독방 구역을 나서 복도를 조금 걷자 수감자용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안에는 나랑 똑같은 남색 죄수복을 입은 수감자가 잔뜩 모여있었다. 교도관도 수감자도 당연히 전부 바이오로이드, 즉 여자였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있는 모든 여자들의 시선이 내게 꽃혔다. 조용히 눈동자를 위아래로 굴리며 나를 훑어보더니 금방 수근거리는 소리로 식당을 메웠다. 이제서야 내가 여자 교도소에 들어온 단 한명의 남자라는 사실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아니, 남자인 것도 그렇지만 다른 수감자들은 아무도 수갑이나 족쇄 따위를 달고있지 않은데 오직 나 한 명만이 목에 두꺼운 구속구를 차고있으니 눈에 띄일 수 밖에 없긴 하다.


"조용!! 입 다물고 밥이나 쳐먹지 못해!"


분위기가 과열되는 도중 윗층 난간에 선 사디어스가 호통치자 식당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수감자들은 도로 고개를 돌리는 척 하며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작은 소리로 수근거리게 되었다. 


"이것들이 진짜..."


"워, 워. 진정하라고 버디. 아까보단 조용해졌잖아?"


사디어스가 한마디 더 하려다 뒤에서 소니아가 어깨를 잡고 만류하자 그녀는 한숨 한번 내쉬고 난간에서 손을 뗐다.


미스 세이프티는 나를 배식 받으러 줄 선 수감자들의 맨 뒤에 세워두고선 자기 일 하러 떠났다. 대충 둘러보니 수감자 수는 어림잡아 백명 채 안되지만 생각보다는 많았다. 이만한 크기의 교도소 건물을 세울 정도면 수감자는 수십명이 아니라 더 많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긴 하지만, 그보다 여기 사령관은 뭐가 불만이여서 지 좋다는 여자들을 이리 많이 감옥에 쳐넣은거지. 내 앞에 서있던 죄수복을 입은 브라우니가 세이프티가 멀리 떨어진 걸 확인하자마자 뒤돌아서서 나를 마주보았다.


"저기저기! 혹시 당신이 바로 그 두번째 인간님이심까?"


"그런데?"


"이야, 역시! TV에서 두번째 인간님이 여기로 온다고 뉴스에서 봤지 말임다! 근데 오늘 오는 거일 줄은 몰랐슴다."


줄이 앞으로 이동하자 브라우니는 따라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입을 제잘거렸다.


"난 어제 왔어. 근데 여기 TV에선 뉴스 틀어줘?"


"인간님 방에도 TV 있지 않슴까?"


"어젠 정신이 없어서 안틀었어."


"그렇슴까? 여기 TV에선 흑백으로 된 오르카호 선전방송 아니면 뉴스밖에 안틀어줌다. 전 선전방송만 보고 싶은데 방장 언니가 꼭 뉴스시간만 되면 리모컨 가져가서 뉴스 틀지 말임다."


"감옥 밖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당연하지."


브라우니 앞에 선 누군가가 말했다. 상체를 옆으로 살짝 숙여서 보니 노란 분홍색의 풍성한 머리를 지닌 여자가 가볍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만나서 반가워. 스프리건이라고 해."


"아차, 자기소개를 깜박했지 말임다! 반갑슴다! 전 브라우니 3417번임다. 인간님은 이름이 뭠까?"


둘이 나란히 통성명을 시작하자 나도 떨떠름하게 이름을 알려줬다. 어느덧 우리가 선 줄이 배식 창구 앞까지 오자 브라우니와 스프리건은 식판과 식기를 챙겼고 나 또한 그녀들을 따라했다. 식판도 식기도 전부 플라스틱제. 쇠숟가락으로 벽을 파서 탈옥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원천봉쇄됐군.


배식창구의 포티아가 식판 위에 밥을 담아줬다. 메뉴는 빵과 감자, 물, 스프, 그리고 병아리콩 요리. 다행히 빵하고 물만 주진 않는구만. 식탁에 식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자 양옆에 브라우니와 스프리건이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오르카 교도소가 창립된 이래 처음으로 들어온 인간 수감자인데, 잠깐 인터뷰 괜찮을까?"


스프리건이 플라스틱 숟가락을 마이크마냥 들이댔다. 


"인터뷰? 그 숟가락 마이크만 갖고?"


"카메라도 메모장도 없지만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기사로 쓰면 돼!"


"...내용 날조되기 되게 쉬운 조건이잖냐."


"에이, 그러지말고! 재미삼아서라도 응해줘! 응?"


따분한 감옥 생활 도중에 찾은 새로운 가십거리를 놓치지 싫다는 듯 끈질기게 묻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궁금한거 빨리 해결해주고 흥미 떨어지게 많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해봐."


"네, 스프리건 기자입니다! 먼저! 두번째 인간님은 무슨 죄로 여기 들어오시게 된 건가요?"


"첫 질문부터 묵직한데... 그보다, 내가 유죄판결 받고 여기 올거라는 걸 뉴스에서 봤다며? 그럼 무슨 죄목으로 온 건지도 봤을 거 아냐?"


"아, 그게 말이지... 뉴스에선 무슨 죄로 들어온 건지는 생략됐더라고. 오르카호에 남은 스프리건들이 일을 대충 한 모양이야."


하여간 기자로서의 프로정신이 없다니까! 스프리건이 중얼거렸다. 아마 입막음당한 거겠지.


"나도 말하기 싫은데."


"왜이러시나~ 인터뷰 응하기로 해놓고선! 나 입 무거우니까 걱정말고!"


기사로 쓸 게 예정된 시점에서 입이 무겁다는 전제는 성사되지가 않는데.


"무슨 잘못이든 간에 쪽팔려할거 없지 말임다! 당장 여기만 해도 별별 잘못으로 들어온 애들이 한가득이지 말임다! 저부터 말하자면 저는 소위님이 자리비운 사이 소위님 차 몰고 운전하다가 전봇대에 꼴아박아서 여기 왔지 말임다."


그리고 저기 워울프는 술 퍼먹고 뭐 뽀사먹었고, 저기 샐러맨더는 도박판에서 사기쳐서 돈 거하게 뜯어먹었고 등등 브라우니가 입에 모터를 달고 다른 수감자들의 죄목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여기 수감자들은 대부분 스틸라인이나 호드의 사고뭉치인듯 하다.


그럼 스프리건은 무슨 죄로 들어왔냐고 묻자 스프리건이 너무 솔직한 죄라며 얼버무리려던걸 브라우니가 적어선 안될 정보까지 뉴스기사에 실어서 왔다고 알려줬다. 그러자 스프리건은 기자로서의 프로정신이 어쩌구저쩌구 하며 변명했다.


남들이 무슨 사정으로 들어왔던 간에, 난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았기에 빵을 반으로 찢어 입에 물면서 질문을 패스하려 했지만 빵을 씹다보니 주변이 조용해진걸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앉은 다른 수감자들이 은근슬쩍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듣기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스프리건이 총대매고 좆간인지 아닌지 판명안된 인간에게 말을 걸고있는 거구만. 입안에 넣은 빵조각을 씹어삼킨 나는 좀 전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도로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오르카호 안에는 미녀 바이오로이드가 잔뜩 있잖아."


"으흠, 그렇죠."


"그녀들을 보고 예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


"네, 네. 그리고, 그 다음은...?"


"그게 끝이야."


"...에?"


스프리건은 예상못한 답변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황해서 기자 모드도 풀고 평소의 말투로 돌아왔다.


"아니, 그게 다야? 그게 무슨 죄로 이어진다는 건데?"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엔젤이 날 유심히 지켜보더니 내가 오르카호 바이오로이드들한테 음란한 마음을 품었다고 상부에 꼰질렀고, 오르카 사법부는 나를 '예비 성범죄자'라고 부르며 유죄 판결을 내렸지."


내가 말을 마치자 주변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트집이라느니, 혹시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는 거냐느니 등등. 옆에 앉은 브라우니도 이해가 안간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선 중얼거렸다


"으... 잘 이해하기가 힘들지 말임다."


"정치란 게 원래 그래."


***


아침식사 이후엔 출역 시간이다. 수감자들은 작업장으로 이동해 부품 영양 전력 따위의 자원을 생산하는 일을 한다. 감옥 밖의 바이오로이드들도 자원 생상하는 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차이점은 이곳에선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일하러 가려 했으나 세이프티가 내 앞을 가로막더니 나는 노역에서 제외된다며 도로 독방에 쳐넣고선 점심때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가버렸다. 더럽게 따분하구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식당에서 브라우니, 스프리건과 만날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었다. 둘 다 입이 가볍고 소문이나 가십거리 모으기를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둘과 얘기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아침동안 들은 내용을 머릿속에서 정리해보았다.


오르카 교도소, 큰 죄를 저지른 바이오로이드들을 징벌하기 위해 요안나 아일랜드 위에 세워진 시설. 라오 원작에선 요안나 아일랜드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도, 사령관이 섹돌들을 감옥에 가두어 처벌한다는 내용도 들어본 적 없다. 6지 이후 라비아타가 한동안 스스로 근신했다고는 하나 이런 외부의 교도소가 아닌 오르카호 안이었었고. 역시 이곳은 내가 알던 라오 세계와는 살짝 다른 모양이다.


사실 큰 죄라고 해봤자 멸망 전 기준으로 따지면 하나같이 경범죄다. 수감자 수는 백 명을 넘기지 못하며 수감기간도 적게는 일주일이고 길어봐야 한두달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다. 전시상황에 군인을 너무 오랫동안 전선에서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난 징역 석 달 선고받았지만 말이지. 씹새기들.


징역 일주일이라고 옥살이 끝나고 바로 오르카호로 돌아갈 수 있는것도 아니다. 오르카호가 일주일 단위로 요안나 아일랜드에 찾아오는 것도 아니라서 형량이 끝나고 오르카호가 돌아올 때 까지의 기간 동안은 요안나 아일랜드에서 일을 도우며 머문다고 한다. 참고로 다음으로 오르카호가 다시 이 섬에 방문하는 건 석 달 후라고 한다. 내가 자유롭게 요안나 아일랜드를 돌아다닐 날은 오지 않는다는 뜻이지.


자잘한 잘못은 근신처분이나 오르카호 내의 유치장에 며칠 가두는 걸로 끝난다. 좌우좌나 알비스가 종종 부식을 훔치고는 하지만 어린애들이라 사령관이 유치장 정도로 봐준다고 한다.


일반 수감자들은 방 하나를 서너명이서 같이 쓰지만 나는 독방을 쓴다. 작업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식사시간과 운동시간 외엔 다른 섹돌들을 볼 수도 없다. 사령관 입장에선 내가 지 섹돌이랑 한 방에서 자는 건 막고싶은 모양이지.


식사 시간, 출역 시간 말고도 운동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은 교도소 내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다. 그 외에 갱생 프로그램이나 종교 행사 정도가 있다. 일과가 끝나고 저녁식사도 마친 후엔 소등하기 전까지 감방 안에서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프리건 말로는 브라우니만 네 명 있는 방의 경우엔 자유시간 내내 TV에서 틀어주는 오르카호 선전방송만 멍하니 본다고 한다. 자신들이 있을 자격을 박탈당한 곳에서 행복하게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 소외감을 느끼며 우울해지지만 그러면서도 소등할 때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고. 이 교도소 안에는 브라우니를 전담마크할 레프리콘도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섞인 감방의 경우엔 방장이 뉴스를 틀거나 TV 끄고 다른 일로 시선을 돌려서 브라우니같은 애들이 바보상자에 빠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라고 한다.


밥도 먹을 만 하고, 난방도 잘 되고, 화장실에선 뜨거운 물은 안나와도 미지근한 물은 나오고, 교도관도 수감자가 사고치지 않는 이상 괴롭히긴 커녕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대해준다. 어차피 금방 풀려날 거, 나중에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 이유도 없으니까. 이름에 돌고래가 들어간 교도소 주제에 그럭저럭 살만하다. 죄수라고 한들 결국은 오르카호 식구들이라 사령관이 그리 강도높은 징벌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감자들도 딱히 사고치지 않고 하루빨리 사령관 곁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으며 얌전히 시간을 보낸다. 그런 이유 탓에 교도관들의 군기가 많이 빠진 모양이다. 이곳 교도관들은 전부 시티가드 부대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말단인 세이프티는 그나마 성실하게 근무하지만 켈베로스는 운동 시간에 아예 대놓고 수감자들이랑 같이 놀고, 소니아는 대낮부터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으며 사디어스는 그런 그녀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도 별다른 제지는 안하다가 저녁이 되면 은근슬쩍 캔맥주 건네받고 같이 홀짝이는 게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프리건이 이건 비밀인데 하는 말과 함께 알려준 특별한 정보가 있다. 이 교도소 안에는 펙스에서 숨어들어왔던 첩자가 구금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철의 왕자의 유적에서 오메가와 싸우고 알파와 그녀 휘하 세력을 받아들인 이후 알게모르게 펙스에서 오르카로 귀순한 바이오로이드가 늘어났는데, 그 중 오메가가 심어놓은 첩자가 한 명 있었다고 한다. 


허나 그녀는 얼마 못가 들켜버렸고, 사령관이 전향을 권유했으나 거절해서 결국 이곳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스프리건 말로는 그녀 또한 독방에 갇혀 있다고 했으나 내가 독방 구역에선 나 이외엔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하자 그녀는 곧장 당황했다. 자세히 파고들어보니 스프리건도 브라우니도 그 펙첩을 직접 본 적은 없고 그냥 수감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주워 엮은 것 뿐이었다. 어쩌면 그 펙첩은 정말로 존재하는 게 아닌 단순한 괴담이나 헛소문일지도 모르겠다.



헛소문 아니지 말임다~


두번째 인간을 너무 심하게 견제하는 사령관에 의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된 라붕이! 

ㅈ같아서 탈옥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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