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소리 가득한 잡설이니까 그런 거 거북하면 안 읽은 걸 추천함






고등학교 때는 공부가 고민의 전부였지.

부모님이 물려주신 머리는 있었는지 성적은 올랐다.

밑바닥 78등급에서 서울대 입구에서 사진을 찍을 때까지 딱 3년이 걸렸다.

뼈를 깎는 노력을 했고 주말도 휴일도 없이 매일매일 10분씩만 쉬어가면서 공부에 매달렸다. 정말 죽을만큼 고달팠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었다. 하면 되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렇게 대학에 왔다. 


공부는 정말 지긋지긋하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건 좋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그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이것도 하면 되겠지 하면서.

그러나 고등학교 때 죽어라 노력할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열정은 내가 좋아한다는 일을 하면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수학을 풀면서는 5시간도 앉아있었지만 왜 지금은 1시간도 계속하지 못하는 건지. 1년을 허비하고 번아웃이 온 거라고 자신을 위로하며 군대에 왔다. 좋은 부대를 갔고 시간은 넘친다. 

 

여전히 열정을 되살릴 수가 없다. 시간을 다시 허비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하기 싫은 공부 대신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나는 죽어라 미대 입시를 위해 달려가는 사람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낀다. 나는 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열정을 다하지 못할까. 중간 이정표인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그렇게 이를 악물었는데 인생의 목표를 잡고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동안 나는 노력하는 것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무것에도 노력을 쏟을 수가 없다. 내가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게 맞는지 누가 확답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뭐 하나라도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게 다시 생기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종종 고등학교 생활이 그립다고까지 느낀다. 나는 의지박약일까, 아니면 하기 싫은 것에 그렇게 매달렸던 내 자존심의 반작용을 아직도 받고 있는 중일까. 


길고 거북한 글 다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