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누르면 전 회차 감상 가능)


밥상 뒤집기를 시전한 이후, 델타는 수 일 동안 나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관리 감독했다.


식사, 잠자리, 복식 하나하나에 신경썼고, 심지어는 화장실을 가거나 목욕을 할 때도 나를 병아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며 대놓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매번 항의를 했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반응은 이러했다.


"회장님을 케어하는 게 비서의 일이잖아? 거기다 동생이니까 특별히 더 관리해 주는 거고."


"그러니까, 나는 회장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까드득)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야?"


"엗."


"계속 이렇게 할거면, 또 코 자게 만들 거란다?"


"아...아니야. 네 마음대로 해."


 

"정말? 그래, 그럼 앞으로도 쭉 잘 부탁해, 회.장.님?"


회장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델타는 광기에 휩싸인 나머지 누구든지 자신을 인정해준 상대만을 갈구하는 상태였고, 지금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델타는 온갖 산해진미와 고급진 옷, 그리고 갖가지 유흥거리를 가져왔고 그 때마다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나만의 회장님.. 내가 아주 많이 사랑해줄게..♥"


세 명의 얀데레들에게 노려지는 사령관님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잡혀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나는 델타가 세력 방비를 위해 나간 후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출을 계획했다.


우선 내 무기는 불철주야 3중 보안 장치가 가동되어 있어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080기관 소속 대원들에게서 다중 암호를 해제하는 방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시간은 촉박했고, 2단까지 푸는 것은 성공했으나 그 때마다 경보장치가 울려 델타에게 발각되곤 했다.


결국 무기를 되찾는 것은 포기하고 다른 방안을 찾던 중, 지하 선착장에서 쾌속정과 소형 잠수정 한 대씩을 발견했고 무기고에서는 마리오네트용으로 개조한 신형 제트팩 몇 대를 발견했다.


'이전에 감마에게서 제공받은 건가.' 


나는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로고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바로 그 때, 밖에서 델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미하일은 어디에 있지?"


"그, 그게... 시설 이곳저곳을 돌아보시는 것 같.."


이건 오드리 씨의 자매이자 델타의 비서 중 하나인 올리비아 스타수어의 목소리.


"짝!!"


뺨을 갈기는 소리가 철문을 넘어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제대로 대답해. 우리 회장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이 이상 델타가 무고한 이를 다치게 할 수는 없어 나는 문 밖으로 뛰어나갔다.


"여기 있으니까, 이제 그만해."


"어머 회장님, 시찰하고 있었구나? 그럴 거면 말을 하지~"


방금 전의 표독스러운 태도는 마치 환영이었다는 듯, 나를 보자마자 델타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한 사람은 왜 때리는 거야."


"엄한..사람?"


또 다시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자 또 다시 등골이 섬뜩해졌지만 델타는 곧바로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그래 뭐, 우리 회장님이 하지 말라면 하지 말아야지. 올리비아, 자료 정리해서 좀 있다 내 방으로 와."


"네.." 


올리비아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부여잡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해가 저물고, 올리비아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훌쩍."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델타의 히스테리와 광기에 오늘도 완전히 기력을 빼앗긴 채로.


그리고 나는 그녀의 방문 앞에 구급상자 하나를 들고 기척을 감춘 채 서 있었다.


"당신은.."


"잠깐 괜찮으세요?"


방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녀의 뺨에 새겨진 상흔을 알코올로 소독하고 덧나지 않도록 거즈를 붙여 주었다.


"다 됐습니다."


"...고마워요."


그 눈은 이전에 테일러 씨를 만났을 때처럼 생기가 사라져 있는 죽은 물고기의 그것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석고대죄했다.


"잠시만요, 왜 당신이 무릎을.."


"제 누이들의 죄는 제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이렇게 한다 해서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과는 받지 않아도 돼요. 어차피 전 이렇게 살다가 죽을 테니까.."


그 말에 나는 퉁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릴 겁니다."


"네?"


"당신을 살려서 오르카로 데려갈 거에요. 거기에 자매 분들도 계십니다. 다시 만나게 해드릴게요."


"왜 나 같은 걸 위해 이렇게까지.."


"제가 오르카 호의 모두에게, 그리고 소중한 사람에게 구원받았으니까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도 구해야죠."


소중한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나는 자매인 알파를,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리앤을 떠올렸다.


"...훗."


올리비아 씨는 웃었다.


"왜 웃으시나요?"


"펙스 회장의 아들이라 해서 멸망 전 인간들처럼 추악할 줄 알았는데, 너무 달라서요."


테일러 씨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이에 그녀는 "그러면 탈출, 도와드릴게요." 하고 대답했다.


"정말이세요?"


"어차피 파리 목숨인 거, 한번 도박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귀 좀 대보세요."


나는 올리비아 씨로부터 탈출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들었고, 이후 내 머릿속에는 계획이 바삐 굴러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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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플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