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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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러니까...... 또 다른 너가 너를 게임속으로 데려가려 했다고?


금란: 네.... 정확히는 이곳에서 지내는게 행복하냔 식으로 조롱한거지만요....





금란의 악몽으로 인해 휴일이지만 조금 일찍 하루를 시작한 우리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커피와 함께 금란이 꿨던 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금란: 또 다른 저는 스스로를 저의 바이오로이드로서의 정체성 중 마지막으로 남은 조각이라고 했어요...


나: 바이오로이드로서의 정체성 중 마지막 조각......


금란: 저의 무의식에선 제가 아직 바이오로이드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나: 어쩌면 행복한 나날을 보냄에도 당신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왔다는 사실이 뭔가 알게 모르게 위화감을 준다던가 무의식의 불편함을 주는 걸지도 모르겠네...


금란: 그런..건가요...?


나: 미안해... 내가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


금란: 네?! 아..아니 세환씨가 미안해 할게 어딨어요. 그러니 말아요. 세환씨는 이미 저에게 분에 넘치는 걸 해줬어요. 처음 제가 이 세상에 왔을 때 내치지 않고 받아준 것만 해도...


나: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하지만 나는 너의 반려가 될 사람임에도 너의 가장 깊숙한 곳의 어둠을 보지 못한거같아서...


금란: 저도 제 마음 속 깊은 곳을 몰랐는데 세환씨가 어찌 알겠어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네? 미안해할 것도 아니구요.




금란은 살며시 내 옆으로 와 나를 부드럽게 안아줬다. 

이건 무슨 상담받는 쪽이 바뀐 것 같다. 내가 금란을 위로해줘야 하는게 맞는데 말이다.



나: 자기야. 하나만 물어봐도 되?


금란: 네. 얼마든지요.


나: 만일 게임세계로 돌아가는 문이 다시 나타난다면, 돌아갈꺼야?


금란: 확실하게 말할께요. 안.돌.아.가.요.


금란은 양 손으로 내 얼굴을 딱 고정시킨 후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금란: 그럼 저도 하나만 물어볼께요.


나: 응. 물어봐.


금란: 제가 만일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게임세상으로 끌려간다면 세환씨는 어떻게 할 거에요?


나: 절대 안끌려가게 꽉 붙잡아야지. 그럼에도 여의치 않다면...


금란: 여의치 않다면?


나: 금란이 나를 꽉 붙들어줘. 끌려가도 같이 끌려가는거야. 어려운 일도 함께하기로 했잖아.


금란: ........끔찍한 소리 마세요..... 


나: 뭐 어때. 가면 자기랑 같이 철충이나 때려잡지 뭐.


금란: 행여나 그러지 마세요! 당신 다치는거 죽기보다 싫으니까.


나: 그러니까 어디 다른데로 안가게 내가 꽉 붙잡고 있을테니 걱정마~


금란: ...진짜죠...? 


나: 다음번에도 그 나쁜 금란이 나오면 당당하게 한 소리 해버려. 임자있는 몸 건들지 말고 갈길 가라고.


금란: 차라리 그렇게 해서 말을 들어주면 좋겠네요....


나: 아니면 꿈에서 나를 불러줘. 내가 바로 가서 쫒아내줄테니까.


금란: 말이라도 고마워요... 후훗





그렇게 서로간에 위로를 해주고 시작한 주말은 그저 평범하게 흘러갔다. 청소, 쓰레기 버리기, 그리고 같이 뒹굴면서 휴식을 취하기...

그냥 여느 커플이 보내는 주말이나 다름었었고 그렇게 또 다시 며칠이 지났다.


금란은 매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끔씩 또다른 금란이 자신을 괴롭히는 꿈을 꾼다고 했다. 나는 진지하게 심리상담을 받아보길 권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그 정도까지의 일은 아니라며 거절했다. 신경은 쓰이지만 자기 자신의 문제이니 마음을 다잡으면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난 어느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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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돌아갈 마음이 생겼습니까?



금란: 전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돌아가지 않을꺼에요.




여전히 헛된 꿈을 꾸시는군요. 주인님의 종으로서 있을 수 없는...



금란: 당신에겐 그저 헛된 꿈으로 보이겠지만 저에겐 세상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소중한 꿈이에요.



당신은 그런 행복을 가질 수 없어요.



금란: 대체 왜 그러시는 거죠? 대체 뭐가 문제길래 저를 괴롭히는거냐구요?



저는 당신의 바이오로이드로서의 정체성, 그것의 마지막 조각. 희미해져가 곧 사라질 당신의 본연의 모습입니다. 당신 스스로 정체성을 버리는거나 마찬가지인데 가만히 있겠습니까?



금란: 또다른 나...금란양... 저는 스스로를 버리지 않았어요.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버리지 않았다뇨.



금란: 오히려 이곳에서 인간으로 살면서 정체성을 찾은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정말로... 행복해요. 이곳에서 비로소... 삶을 제대로 살게 되었어요. 





...누구 마음대로......



금란: 네? 




 

난 이제 곧 사라지는데 네 맘대로 행복을 누릴려고?



금란: 그...금란양...




인정못해. 그럼 나는 지금껏 뭐였던거야.



금란: 당신은 사라지지 않아요. 언제나 항상 제 안에 있어왔잖아요. 모습이, 조금 변했을지언정 같은 금란이었잖아요. 




 

아니, 그건 너야. 너가 그 남자와 희희덕 거릴때마다 난 네 마음 속 깊은 곳에 갇혀서 그걸 모두 지켜봐야만 했어. 




 

그러니 이제 끝내야지. 



금란: .....미안해요...




.......뭐?



금란: 미안해요. 당신을 잊혀진 존재로 만들어서. 



 

그럼 이제 그만 원래 있던 곳으로....



금란: 아니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거에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하지만....


금란: 하지만 제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좀 봐주실 순 없을까요?


금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셔도 돼요. 저는 그이와 함께하면서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와는 많이 다른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금란:  처음엔 그저 원래 있던 곳에서 쫒겨났다는 절망, 어떻게든 돌아가야한다는 절박함만이 있었는데 그이와 함께 살면서 현실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보니 어렵고 힘든 것도 많지만 함께 해쳐나가며 서로를 의지하다보니 어느덧 저 또한 한사람의 인간으로 설 수 있게 되었어요.


금란: 이 모든게 그이의 덕분이에요. 그 사람의 따스함,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포근하게 감싸주는 마음, 유약한것 같지만 실은 굉장히 단단해서 언제나 저를 지켜주는 모습. 그 사람의 가족분들, 그 사람이 사는 세상. 전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해요. 이젠 이것들을 포기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지독한 것...... 



금란: 금란양 당신도 정말로 고마웠어요. 비록 허구의 세계였지만 그 속에서 저를 어엿한 저항군의 구성원으로서 살게 해줬고, 저항군 안에서 경험한 것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 또한 없었을 거에요. 이건 진심이에요. 죽을 때까지 마음에 품고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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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미안해요. 이기적인 선택을 해서.





.........................................................




금란: 저기.... 금란양?





........애초부터 내가 당신을 끌고갈 수 있다고 생각한게 바보같았네.




금란: 미안해요 제 선택이 당신을 괴롭게 했군요....




 

아니...당신의 선택도 선택이지만 그보다.... 당신 옆에.....





금란: 네?? 제 옆에???




???: 나쁜 금란!!!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그만 가!




금란: 이 꼬마는 누...누구..????





훗....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군요. 저는 곧 당신이니... 저 존재가 누구인지는 아주 잘 느껴집니다.




금란: 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둔감하신거 보니 시일이 좀 걸릴 수도...? 하지만 조만간 입니다.




금란: 아니 저기... 제가 이해를 할 수 있게 설명을...




 

아직 당신을 완전히 용서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떠나야지요. 부디 행복하시길....



금란: 어...어 금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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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란: 으.....음...... 


나: Zzzzzzz.............


금란: 또 꿈이었구나..... 이번엔 좀 더 괴상한 꿈이었네...


나: (잠꼬대)음...금란...전방에 나이트칙......


금란: 푸훗...자기는 이미 신나게 저항군 활동을 하는군요... 후훗.....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겠지.... 그런데 대체 그 아이는....... 당당하게 맞선게 마치 당신을 닮은 것 같기도....


금란: ..............


금란: .........................


금란: ...............................................!!!!!!!!!!!!!!!


금란: 오늘이 며칠이지?! 설마 한방에 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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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소 5천자 넘겨보려다가 평일에 무리하는거 같아서 중간에 끊어버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