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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금란: ..................................


나: 차라리 코로나라고 해줘.


금란: ....코로나 아니에요...


나: 코로나라고 해줘 제발.


금란: 정력왕 등극했네요 자기.


나: 아니 어떻게 피임 안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생기는게 말이 되냐고?!?!?!


금란: 그날 밤 제 뱃속에 들이부은 양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지쳐서 잘 때도 자기 똘똘이를 제 뱃속에 계속 껴놓고 잤잖아요. 아기씨들이 어디 빠져나갈 곳이 없으니 갈 곳이 어디뿐이겠어요.... 


나: 오 세상에 맙소사...!!!





어쩐지 잠결에 금란이 어딘가 급히 나갔다 돌아오는 소리를 들은거 같았는데 알고보니 임테기를 사갖고 온 것이었다. 

오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더니 한동안 나올 생각을 안하길래 나도 화장실이 급해서 재촉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푹 숙이도 나오더라.


그리고 내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 이내 나에게 살며시 보여준 게 바로 저 임테기.


처음엔 금란이 코로나에 걸린 줄 알고 순간 당황했지만 자세히 보니 그보다 훨씬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임신이라니... 내가 아빠라니!!!!!! 







금란: .....세환씨.....


나: 으..응?


금란: 기쁘지 않아요? 기뻐할 줄 알았는데....


나: 아니아니 기쁘지 당연히. 그런데 이게 참... 마냥 기쁜게 아니라 굉장히 여러 감정이 섞여있네.... 확실한 건 싫다는 감정은 없어.


금란: 그럼 어떤 감정이 있어요?


나: 기쁨, 책임감, 고마움, 사랑스러움, 놀라움, 앞으로 어떻게 식구들을 먹여살릴지 걱정...


금란: 지금처럼만 하면 괜찮을꺼에요.


나: 나...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금란: 저에게도 좋은 애인이었으니 분명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거에요.




금란은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안아주었다.

나는 살며시 내 손을 금란의 아랫배에 가져다 대보았다.




나: 어때요 금란양. 인류재건의 첫 단추를 맨 감상은?



나는 일부러 여기가 라오세계관인냥 농담을 해봤다.




금란: 비밀의 방에서 인류재건한게 아니라서 쪼~끔 아쉽네요~ 사령관은 그곳이 옥수수라던데~~~


나: ....................음.........................


금란: 어머. 충격받았어요? 삐진거에요?


나: 뭐지.... 나도 모르게 질투가 나버렸어.


금란: 후훗, 애도 아니고 질투 할 상대가 따로 있지 어찌 자기의 분신한테서 질투를 해요.


나: 그러게.... 아, 그런데 자기야.


금란: 네 왜요?


나: 자기는 그....... 사령관이랑 해봤어? 인류재건.......


금란: ............................................


나: 미....미안..... 이상한 소리를 했네...


금란: ...................흠~~ 왜요. 걱정되요? 아내 될 사람이 다른 남자와 했으면 어쩌나 하고?


나: 아니, 그 보다는... 그... 그냥... 그.....아 있잖아... 아 몰라....


금란: 풋.....


나: 그래.... 웃어라... 에휴.....쪽팔려.


금란: 자기, 요즘 통 라오 안해서 스토리 까먹었죠?


나: 엥? 스토리? 


금란: 분명 스토리 상에서 저는 사령관과 잤던 적이 있죠. 그런데 그땐 정말 잠만 잔 거였어요. 그것도 어깨에 기댄채로만. 그 이후로는 줄곧 배틀메이드 숙소에서만 잤답니다.


나: 아....아..아! 그랬었나?!


금란: 그러니까 자기도 다시 복귀하세요.


나: 복귀하고 싶어도 지금 내 계정 자기가 쓰고 있잖아.


금란: 아, 그러네? 그럼 옆에서 하는거 봐요 후훗~


나: 자기 점점 능글능글해지는거 알지?


금란: 원래 사람은 환경이 변하면 성격도 변한다잖아요.


나: 예예. 대~단하십니다. 하하.


금란: (싱긋)


나: 그나저나, 산부인과는 가봐야 하지 않을까? 임테기만으로 다 알 수는 없으니까.


금란: 그렇지 않아도 가봐야 할거 같아요. 지금 가볼래요?


나: 그래. 가서 검사 받아보자.










///잠시 뒤 산부인과/// 



















의사: 산모님. 이거 보이시죠?


금란: 저게.......


의사: 네에~ 이게 아기집이에요. 착상이 아주 잘 되었네요.


금란: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나요?


의사: 네, 아직은 분간 할 수 없어요. 몇 주 지나야 알 수 있고 그때쯤 되면 아이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근데 다시 봐도 이렇게 완벽하고 강하게 착상된 경우는 드문데...


금란: 남편 될 사람이 힘이 좋았나봐요~


의사: 어머? 아직 결혼 안하셨어요?


금란: 네.. 아직. 동거중이긴 하지만요.


의사: 그럼... 애인 분은 뭐라셔요?


금란: 기뻐했어요. 앞으로 저랑 아이랑 같이 어떻게 먹여살릴지 진지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이 참에 결혼하자고 할 정도로.. 후훗.


의사: 좋은 예비남편분이시에요. 요즘엔 찾기 드문 책임감 강한 남자를 남편감으로 맞이했다니 대단해요.


금란: 제가 복이 많나봐요. 예전에 어려웠을 때도 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 그이였으니까...


의사: 제가 다 부럽네요. 좋은 엄마와 좋은 아빠 밑에서 태어날 아이도 복받은거 같고.


금란: 부디 뱃속에서 나올 때까지 잘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의사: 걱정은 그리 안하셔도 될거에요. 첫스타트가 너무 잘 되었거든요. 이 정도면 안정기고 뭐고 없이 막달까지 쑥쑥 자랄거에요.


금란: 정말 착상이 잘 되었나요? 


의사: 어우~ 잘 됐고말고요. 완전 엄마 자궁에 딱 붙었네요.


금란: 그럼.... 저기.....


의사: 네 산모님. 말씀하세요.


금란: 그럼... 그이랑 밤에 해도.. 돼나요?


의사: 네? 아...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소 3주는 삽입금지에요.


금란: 아....네....


의사: 정 성욕을 못참겠다면 애인분에게 부탁해서 삽입을 제외한 다른걸로 푸셔야 해요. 예를 들면 애무라던가.


금란: 그건 평소에도 하는데...


의사: 최소 3주 지나기 전에는 항상 위험하단 생각으로 각별히 조심하셔야 해요.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아셨죠?


금란: 네 선생님.


의사: 좋아요~ 오늘 검사는 끝났고, 이따가 가실 때 초음파 사진 드릴테니까 애인분이랑 같이 보세요~


금란: 네 감사합니다.










진료실 앞 의자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나는 이윽고 금란이 저만치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나는 즉시 금란에게로 다가갔다.



나: 어땠어? 진찰은 괜찮았어?


금란: 네 의사선생님께서 괜찮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시작이 너무 좋대요.


나: 정말? 착상이 잘되었대?


금란: 자, 보세요.



금란은 나에게 아까 전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다.

콩알만한, 아니 진짜 콩처럼 생긴 뭔가가 금란의 자궁 안에 있었다.

우리 아이의 첫 모습이다. 우리의 사랑의 결실이다. 

우리의 새로운 행복이 지금 그녀의 안에서 자라고 있다.




금란: 아버님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겠죠?


나: 그래야지. 얼마나 기뻐하실까.


금란: 아마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나: 그러면 기왕 선물을 드릴 겸 조금 꾸며봐야지.


금란: 꾸민다구요? 


나: 나쁜건 아니니까 걱정마. 소박한거야.




그러고는 나는 금란을 이끌고 근처 문구점에 가서 뭔가를 사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엄마: 어머나 이게 웬일이니? 갑자기 저녁을 같이 먹자고 그러고?


금란: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엄마: 어서와 우리 새아기~


아빠: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 자, 여기 않아라.


여동생: 어?! 언니 왔어요?


금란: 아가씨도 잘 계셨죠?


여동생: 그럼여~ 요즘 첫직장에 일하느라 조금 바쁜거 빼고는여 헤헤.


아빠: 근데 세환아, 갑자기 왠 저녁을 같이 먹자는거냐? 집에 먹을거 떨어졌냐?


나: 에이 그런거 아니야. 그냥 가끔 이런 자리 만들어보고 싶어서 그렇지. 요즘 통 못 모였잖아.


아빠: 그래~ 잘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 종종 만들면 좋을거같아.


나: 세영이는 첫 직장은 어때?


여동생(세영): 아직은 잘 모르겠어. 적응중이라서 그런가? 나도 빨리 오빠처럼 경력쌓아서 연봉도 많이 오르고 싶고 독립도 하고 싶고..


엄마: 얘는... 독립이 뭐 쉬운줄 아니? 돈 나가는게 어디 한두푼 나가는줄 아니?


세영: 그래도! 자유롭고 좋잖아~


나: 엄마. 냅둬. 나중에 스스로 깨닫게 될 때가 와 ㅎㅎ


세영: 아 뭐야. 응원해줘야지.


엄마: 그 전에 너도 오빠처럼 남편감 데려오는거부터 하자꾸나.


세영: 아 진짜!!!


아빠: 허허허허허. 근데 세환아. 그 옆에 잇는 건 뭐냐?


나: 아, 이거? 빈손으로 오기에는 좀 그래서 선물 하나 준비해왔어.


엄마: 응? 선물? 하나밖에 없니?


나: 하나밖에 없어야 되는 선물이야. 열어봐.





엄마와 아빠는 선물 포장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그리고 두 분께서 본 것은....















엄마: 어머 이게 뭐야?! 새아가... 이거 진짜니?! 진짜야?!


금란: 네 어머니. 오늘 검사받은거에요.


엄마: 아이고 우리 새아가 장하다~!! 


아빠: 이눔아~! 이럴려고 같이 저녁먹자고 한거냐? 허허 참.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할아버지라니 하하하하하


세영: 뭐야? 언니 진짜 임신이에요?! 그럼 나  이제 고모야?! 엄마 내가 고모래~!!!!




엄마는 벌써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금란을 연신 안고 토닥이셨고 아버지는 친척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이 기쁨을 널리 퍼뜨리셨다.




나: 금란이 배가 더 나오기 전에 결혼식 올릴려고.


엄마: 그래그래 할려면 빨리 해야지. 


나: 이미 같이 살면서 집이랑 가전같은건 있으니까. 결혼식이랑 혼인신고만 하면 될거같아.


엄마: 식장이랑 웨딩촬영할 곳은 알아보고 있니?


나: 이제 찾아봐야지.


엄마: 요즘은 애가 혼수라던데 정말로 애가 생기니까 속전속결이다야.


나: 그러게 후훗. 내 인생에서 이렇게 빠르게 뭔가가 진행된 적은 없었단 말이지.




그날 저녁은 부모님의 무한반복 초음파사진 감상 이 이어졌고 중간중간 여동생에 대한 결혼 압박(?)을 곁들인 아주 화목한 시간이 흘렀다. 


살면서 나에게 이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매번 회사와 집을 오가는 도시속 말라가는 삶에서 인생의 미래를 함께하는 행복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도 그 날이 오네. 그리고 그 행복을 함께할 사람이 다른이도 아니고 내가 상상으로만 꿈꿨던 그녀였으니.


신이 있다면 정말로 묻고 싶다. 내가 무슨 좋은 일을 했길래 이런 선물을 주신거냐고.


만일 이것이 달달함을 좋아하는 신의 기분좋은 장난이라면 그 장난에 진심으로 맞춰줘야 하는걸까.


라는 행복한 걱정을 해본다.


결혼준비라....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우면서도 행복한 것이라는데 과연 우리는 잘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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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끝난거 아니야. ㅎㅎㅎㅎ 아직 좀 더 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