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머-!! 진짜에요?"


"응, 실제로 있는 그룹이야. 내가 걔들 프로듀서도 맡았었고."


"우와~ 대박-!!


주말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실내 정원 안에서, 사령관이 델타의 메이드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은 비록 펙스의 인원들이었지만 진영만 다를 뿐, 여타 다른 오르카 대원들과 다를 바 없는 순수한 소녀들이었다.


"저희들 프로젝트 오르카 완전 좋아하거든요! 다음 신곡은 언제 나오나요?"


"뭐... 내가 여기 있는 한, 더이상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아... 그렇겠네요..."


그녀들의 표정엔 아쉬움과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으나, 곧 이내 밝게 웃으며 사령관에게 다시 질문공세를 펼쳤다.


"그럼 라비아타님! 라비아타님도 실제로 보셨나요?"


"응, 거의 매일 보지."


"저희들은 기록으로만 봤거든요. 실제로 보면 엄청 위풍당당하고 멋지시겠죠?"


"위풍당당한 건 잘 모르겠고, 일단 덩치가 엄청 커. 뱃살도... 아, 본인 앞에서 말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꺄하하하-!! 그게 뭐에요 진짜..."


"정말로. 전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배에다 대고 손가락을 꾸욱 해봤는데..."


"해봤는데...?


"어디 안보이는 곳으로 끌려가서 뒤지기 직전까지 얻어맞았어."


"꺄하하하하하-!! 사령관님, 진짜 개웃겨-!!! 그럴리가 없잖아요~♪"


"니들이 그 모습을 직접 봐야 이런 말을 안하지."


사령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지러지 듯 웃는 메이드들. 

아무래도 세간에서 알려진 사령관의 이미지는 최후의 인간이자, 저항군의 총책임자, 완벽한 지휘력을 갖춘 전설적인 전략가라는 모습이 강하다 보니, 그녀들은 사령관이 오르카에서 얼마나 편한 존재인지 모르는 거 같았다.

하물며 사소한 물자 하나라도 맘대로 건드리면, 10살 채 되지 않는 꼬맹이한테 바가지 긁히는 그였기에 남들이 사령관에 대해 품은 환상과 현실의 괴리는 실로 상당했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우리 오르카에 있는 바닐라랑 상당히 다르네. 특히, 성격적인 면에서 말이지."


"아, 오르카에도 저희같은 바닐라 모델들이 있나요?"


"응, 걔한테 욕을 제일 많이 먹어."


"요... 욕을 한다고요...?"


"방 안치우면 욕먹고, 늦게 자면 욕먹고, 편식하면 욕먹고, 면도 안하면 욕먹고, 옷 대충 입으면 욕먹고... 또..."


"와... 대박..."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딱히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아마 오르카 안에서 제일 만만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풉! ㅋㅋㅋㅋㅋㅋ"


"너무 노골적으로 웃으면,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는다고."


사령관의 말에 또 다시 배꼽을 잡고 웃는 메이드들. 

그녀들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가 편한 동네 오빠에 한량같은 남자였다는 사실에 놀라우면서도 즐거웠다.


"그래도, 다들 나한텐 너무 소중한 인연들이야. 오르카에 있는 식구들 전부."


"아..."


"너희들도 오르카에 있으면 잘 적응 할 거 같은데."


"그... 그러면, 혹시 돌아가실 생각인가요...?"


.............................


"그냥 계시면 안될까요... 사령관님이 온 이후로, 델타님도 유해지셔서 저희들도 엄청 행복하거든요."


.............................


"그리고, 저희들도 사령관님하고 계속 같이 있고 싶기도 하고요...///"


"애들아... 그게..."


"응? 응? 여기에 남아주시면 안되요?""


사령관은 눈망울을 반짝이는 그녀들의 얼굴을 애써 외면하며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내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지금 당장은 돌아갈 생각 없어. 일단은 이걸로 참아달라고."


"네! 지금 그 말씀만으로도, 저희는 만족해요 헤헤..."


"그래, 웃으니까 보기 좋네. 요즘 같은 세상엔 웃는 게 미덕이야."


"맞아요, 인간님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저희들은... 아, 죄송해요-!!"


"아냐... 거기에 대해선 솔직히 별 생각없어. 내 과거조차 하나도 기억 안나고."


"충격이 크셨겠어요.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걸 아셨을 때..."


"그래, 솔직히 내가 꿈을 꾸고 있나 했지. 세상에 여자들 밖에 안남은 천국이라니."


"꺄아아 사령관님 완전 변태~!!"


"딱히 부정은 안할게."


"아 맞다, 야 야 그거 물어본다고 했잖아!"


"아 그치, 저기... 사령관님...?"


"응?"


소녀들은 키득대며 질문하는 메이드 등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면, 델타님이랑... 정식으로 사귀시는건가요?"


"어...?"


"킥킥킥 사령관님 당황하시는 거 봐~! 귀여워~///"


"크흠, 그게 그러니까..."


그녀들은 한 곳에 눈을 반짝이며 사령관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글쎄 이런 얘기는 좀 재미없을 거 같은데... 우리 다른 소재라도..."


"그래서, 사귀는 거 맞죠? 그쵸? 그쵸? 밤마다 델타님 방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리던데...///"


(왜 애들한테 오렌지에이드가 겹쳐보이는 걸까...)


"그... 그게..."


"자기~ 여기서 뭐해요?"


!!!!!!!!!!!!!!!!!!!!!!!!!!!!!!!!


사령관이 앉아있는 벤치 뒷 쪽에는 어느새 델타가 서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아... 데, 델타 왔어? 뒤에 온 줄도 몰랐네 하하..."


"방금 왔어요. 우리 자기가 밑에 것들하고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이 보여서 말이죠."


(어쩌지...! 이 여자가 이런 모습을 보면, 저 애들을...)


하지만 사령관의 우려와는 다르게, 메이드들의 표정은 매우 차분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곧, 준비한 대본이라도 읊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델타 앞에서 연극을 펼쳤다.


"델타님 너무 부러워요~!!!"


"뭣... 뭐...?!"


"사령관님처럼 멋진 분이 델타님만 바라봐주시는데,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흐... 흠 흠.../// 뭐, 그거야 그렇지...///"


(와... 쟤들도 장난 아니구나...)


사령관은 천하의 델타마저도 당황시키는 그녀들의 언변능력에 감탄하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델타의 표정을 보니, 그녀는 쑥쓰러워 하면서도 딱히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표정엔 알 수 없는 뿌듯함 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사령관님도 델타님말곤, 다른 여자는 더이상 생각 할 수 없다고 말하셨어요 그쵸?"


"어... 어...?"


당찬 메이드는 사령관을 쳐다보며, 델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윙크를 했다.


"뭐... 그래, 그... 그렇게 말했지! 하하..."


그는 메이드들의 임기응변에 혀를 내두르면서 호응해줬다.

생각해보면 그 까다로운 델타 밑에서 몇 십년을 근무하고도 무사한 그녀들이었기에, 델타의 특징은 전부 꿰고 있는 게 당연했다.


"자기... 정말로 그렇게 말했어요?"


"응, 나한텐 이제 당신 뿐이라고 했지."


"어머나.../// 우리 자기 그렇게까지..."


델타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자연스럽게 사령관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눈치 빠른 그녀들은, 두 사람에게 꾸벅 인사하며 다른 장소로 얼른 피신(?)을 떠났다.


"부끄럽게~ 그런 말을 막 흘리고 다니면 어쩌자는 거에요 호호...♪"


"뭐 어때, 딱히 숨길만한 것도 아닌데."


"아잉~! 난 몰라요...///♡"


그녀는 부끄러워 하면서도 내심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사령관의 그런 그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그녀의 턱을 바치며 입을 맞추었다.


"하 으음... 음..."


"하아... 하아.."


"아침부터 너무 적극적인 거 아니에요~?"


"배고파서 그래. 같이 아침이나 먹으러 갈까?"


"후후... 좋아요~♡"


그 이후로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일일히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북극 정찰지역 분지 위)


"우하하-!! 이것 좀 봐라 칸!"


"아스널인가... 도대체 뭘, 오...///"


"어떠냐? 내 작품이-!!"


아스널은 자신이 직접 만든 눈사람을 칸에게 선보였다. 물론 모양은 일반적인 눈사람이 아닌, 사령관의 물건을 본 따 만든 눈 동상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정말 쓸데없이 잘 재현했군. 귀두 모양과 음경의 비율 모든 게 그이 거랑 똑같아..."


"당연한 거 아니겠나?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갖고 놀았으니까 말이다!"


"주방장 앞에선 그런 말 하지 않는 게 좋을거다."


"그거야 당연..."


"와~ 역시 아스널 대장님! 정말 대단해요-!!!"


그녀들이 고개를 돌린 방향엔 탈론 페더가 눈에 하트를 띄우며 다리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자신의 음부 쪽으로 향하려는 찰나...


"안된다 페더! 여기선 하지마라!"


"하지만 대장님... 탈론허브 최고의 샤이닝 스타가 만든 예술작품이 눈 앞에 있다고요?"


"사진을 찍어가서 나중에 혼자 해결하든 해라!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부대들도 있잖나!"


"히이잉...ㅠ"


칸의 호통에 페더는 눈물을 삼키며, 다시 공중에서 정찰을 시작했다.


"나중에, 칸 자네 몸에는 사리가 잔뜩 나올지도 모르겠군. 좀 가져가도 되겠나?"


"그럼 자네 부관한테서 나오는 것과 같이 교환 하도록 하지."


"크하하하! 그래 그래, 비스트헌터가 나 때문에 속 썩는 게 하루이틀은 아니지..."


옆에서 둘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있는 비스트헌터는 에밀리가 보기 전에 서둘러 아스널의 눈 조각상을 밟아 부셨다.


"그나저나 아무런 진전이 안보이는군... 하다못해, 철충 한마리조차도 발견 못했으니..."


"너무 걱정마라 칸. 애초에 이번 임무는 전투가 아니라 수색이잖나? 음.. 수색 발음이 꼭... 섹..."


"하지마라."


"우하하하하-!!"


두 지휘관이 웃음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우르가 땅에 누운 채 배꼽을 잡고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질어질하군..."


"아마 배가 고파서 그럴거다. 시간 좀 미리 땅겨서 식사라도 하겠나?"


"그래... 일단 우리 애들부터 집결시켜야겠군."


칸은 허리춤에 찬 무전기를 꺼내, 흩어져 있는 호드 대원들을 집결시켰다.


치지직-


"여기는 칸. 다들 집결지로 모이도록. 밥 먹을 시간이다."


칸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멀리서부터 기동 장치를 장착한 호드 대원들이 눈밭을 쓸어 버리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호드의 악동들은 집결 때만큼은, 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군."


"휴... 식사시간 때만 그렇다..."


"그렇군... 힘내라."


치지직- 


아스널 대장님-!!


"레이븐인가. 무슨 일이지?"


"북동쪽 정찰지역에서 뭔가를 발견했어요!"


"뭐?"


"부서진 운송용 트럭 같은데... 분석해보니, 펙스 사 모델인 게 확인 됐어요."


"역시, 배후에 펙스년들이 있는 게 분명했군! 수고했다 레이븐."


"네! 저희는 일단, 이 곳 주변을 확보 해놓을게요."


"알겠다. 부대 식사 후, 바로 합류 하도록 하지."


아스널은 무전기를 내려 놓으며 미소 지었다.


"알겠나 칸? 초조해 할 필요없이, 차근히 시작하면 되는거다."


"그래, 것보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뭐지?"


"너희 캐노니어 막내... 에밀리랑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되겠나?"


"뭐? 하하하하-!! 물론이다! 너도 역시, 우리 귀염둥이의 치명적인 매력에 푹 빠져버렸군!"


"크흠! 솔직히... 너무 귀엽잖나...///"


칸은 헛기침을 하며, 에밀리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하늘색 패딩을 입은 에밀리는 아기 고양이마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두 손으로 잡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벅... 서벅...


"저기... 에밀리...?"


"응? 칸 대장 안녕."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같이 사진 좀 찍을 수 있겠니?"


칸은 답지않게, 지독히 상냥한 톤으로 말하며 사진기를 꺼내 보였다.


"음... 그건 좀..."


"왜 그러니 에밀리? 사진 찍는 게 별로니...?"


"그건 아닌데... 칸 대장은 무섭게 생겨서 싫어..."


"뭐? 큭...! 잠시만 기다리렴...///"


칸은 땅에 쌓인 눈을 한 움큼 집어서 자신의 눈가에 문질렀다.

이윽고, 그녀는 전투화장을 말끔하게 지우고 다시 에밀리를 내려다 봤다.


"자 어때? 이제 언니랑 같이 사진 찍을 마음이 좀 생기니?"


...........................................


"응, 이제 좋아..."


칸은 에밀리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녀의 말랑한 볼따구에 자신의 볼을 비비며 카메라를 켰다.

호드 대원들한테 썩힌 멘탈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힐링 하려는 그녀였다.


"하악하악대장님이힐링하는모습평소에는무뚝뚝하셔도사실은마음만큼은누구보다도귀여운걸더좋아하시는모습을보여버리시면제가랑이는이미아마존강겐지스강나일강보다도더넘쳐흘러버리...♡/////"


어느샌가 다시 땅에 내려와서 관음하고 있는 페더를 보자, 아스널이 눈살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나라도, 역시 네년은 이해못하겠군."


"흐으윽-!! 아스널 대장님! 방금 그 쓰레기 쳐다보듯 혐오하는 매도의 표정!! 너무 좋아요~!!///"


"도대체 칸은 전생에 무슨 잘못을... 아 그건 그렇고, 할 말이 있다 페더."


"헤으응... 어떤 말씀을...///"


"이번달 프리미엄 구독은 취소해줬으면 좋겠군."


"네?! 저희 탈론허브 VVVVIP 고객님이신 대장님이 왜...?"


"어차피 사령관도 없으니까, 새로운 영상도 별로 없잖나. 그리고 네가 혼자 하는 영상은 그만 좀 올려줬으면 좋겠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