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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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텀과 레이스는 굳은 표정으로 라붕이가 지휘한 전투 결과를 바라보고 있었다.


"......."


라붕이 또한 마찬가지로 말 한마디 없이 화면에 띄워진 결과물을 바라만 볼뿐, 딱히 입을 열지는 않았다.


여~ 퇴원하자마자 모의전이라니, 어지간히도 심심했나보다?



그런 정적을 불쑥 찾아온 호드의 활발한 목소리가 깨부수자 레이스는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아. 호드인가.


설마 외출하자마자 여기로 올줄은 몰랐는데, 설마 진짜로 모의전 하고 있었던거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라붕이의 어깨에 팔을 얹은 워울프는 킥킥거리며 입을 열었다.


짜식~ 부사령관 같은거 흥미없다더니, 관심 정도는 있었나봐~?



"...어? 아... 하하. 그냥 한번 해본거야. 이전에 약속한 것도 있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쓱하게 대답하는 라붕이의 너머로, 모의전의 결과가 드러나있는 전광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헤에... 엄청 많이 했네.


거의 하루종일 여기에 있었구나. 10판 넘게 한거 보니까.


그래서, 결과는 어때?! 몇판 이긴거 있어?!



"......."



슬며시 입을 열려던 찰나, 입구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또 한번 들려오기 시작했다.


닥터가 김라붕 여기있다고 해서 왔는데, 걔 아직도 여기 있어?


허이구... 환자 되시는 분이 지휘를 하고 계시네?

사실상 이미 다 나은거아냐?


확실히, 갑자기 여기로 오리라고는 나도 생각못했는데. 그래서, 모의전 결과는 나왔나? 나도 은근 궁금하군



모두의 호기심 가득찬 시선이 승패 결과가 드러난 모니터 액정 화면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싹다 털렸네?


........



어느새 구석탱이쪽의 의자에 조용히 앉아 모두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라붕이는 그저 말 없이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푸훕..! 야! 14판 해서 싹다 털렸네?ㅋㅋㅋ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뿜어버린 천아는 라붕이의 머리를 툭툭 찌르며 잔뜩 놀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김라붕 대장님~? 저희 본진이 하루만에 14개나 날아갔는데요~ 이제 저희는 어떻게 살아가나요오~ ㅋㅋ


.......



금세 얼굴이 시뻘개진 라붕이는 무안한 표정으로 천아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나 이거 처음이야 임마. 게다가 살면서 이런걸 해본적이 없는데, 당연히 지지. 그럼 뭐 퍼펙트라도 딸것 같았냐...


그, 그래 라붕씨! 어차피 이렇게 될거 다 알고 한거 아니냐! 너무 마음 쓸것 없다!



그 말이 맞다 라붕씨! 애초에 라붕씨는 이런 경험이 처음일테니까 처음부터 기대 하나도 안했다!

그러니 너무 기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


...그거 위로해주는거 맞니?



위로 받으면 받을수록, 점점더 창피함이 밀려오는 감각이 진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싹다 패배하다니...


.......



특히 자신을 위해서 오퍼레이터를 자처해준 쉐이드에게 고개를 들 면목이 없었다. 사실상 쉐이드가 부관 역할 까지 맡아줬건만.


에이~ 너무 기죽을거 없어! 넌 애초에 이런거랑 거리 먼 일반인인데, 잘하면 그게 이상한거지. 안그래?


맞아요 라붕씨. 이런일로 너무 침울해 하실필요 없어요! 그리고 라붕씨는 지금 환자시니까요. 혹시 모르죠? 건강해진 상태에서 재도전하면 결과가 바뀔지.


그래도 정 미련이 남는다면, 다음에 우리도 옆에서 같이 도와줄게. 넌 아직 우리들의 전투력이나 특성에 대해 잘 모를 수밖에 없을테니까.


다음엔 제가 부관을 도맡아 드릴수도 있어요! 이래뵈도 호드의 참모랍니다?!


옆에서 차근차근 도와줄테니까, 서서히 해나가자고.


짜식! 남자가 이런걸로 기죽는거 아냐 임마~!

다음에 잘하면 되는거지.


...담배 한까치 필래?


.......

아니, 나 비흡연자야...



뭐... 확실히 얘네 말대로, 난 이런것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이니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을것이다.

내가 현장 지휘 할 일도 없을뿐더러, 애초부터 난 그런 쪽은 관심도 없고 원하지도 않으니까.

다만...


'...그래도 한판 정도는 이길줄 알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심 속으로는 라스트 오리진 하드고인물 로서의 자존심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자신의 머릿속의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어느정도는, 1~2할 정도는 가능성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까, 현실은 턴제가 아니잖아...'



워낙 상식적인 점이라 오히려 잊고있었던 당연한 사실. 현실은 니차례 내차례 주고받는 턴제 RPG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괜히 나댔네.



....오늘따라...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는구만...



......



......



......



.......



넌 원래 초라했잖아 븅신ㅇ...




(따아악!)



커헉..!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천아와 바르그의 슬랩샷이 장화의 주둥이를 후려치는것에 성공했다.


이 썅년들이..! 왜 갑자기 사람 아가리를 후려치고 지랄이야!! 뒤지고 싶냐?!


너야말로 눈치좀 챙기지 그러냐. 


야! 안그래도 초상집 차리고 있는 애 앞에서 꼭 그렇게 갈궈야겠냐!


아이 씨..! 난 뭐 농담도 못하냐! 게다가 지도 존나게 놀려놓고선!


...그게 농담이었나...


니가 하는거랑 내가 하는게 같냐 이 븅신아!


.......







옆에서 소란이 일어나든 말든 말 없이 캔커피나 조용히 들이키는 라붕이에게 쉐이드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김라붕.



말 없이 라붕이를 바라보던 쉐이드는 라붕이에게 다가와 이름을 불렀다.



"응?"


이번에 처음으로 모의전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그에 대한 감상을 요구합니다.



"아... 확실히, 엄청 새로운 경험이긴 하더라. 결과가 시원치 않아서 그렇지. 미안해 쉐이드. 니가 옆에서 많이 힘써줬는데, 많이 답답했겠네."


누구나 처음은 실수하는 법입니다. 김라붕이 이상한 것이 아니니, 사과는 필요 없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고. 암튼 너도 수고 많았어."



위로 덕분에 그나마 표정이 풀린 라붕이는 웃어보이며 쉐이드에게 감사를 건넸다.




......김라붕.



잠시 텀을 두고서 라붕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라붕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쉐이드 니가 나한테?"



그 쉐이드가 먼저 질문을 하다니 무엇이 궁금한걸까.





....당신은, 혹시...



야야!



쉐이드와 라붕이 사이에 불쑥 천아가 끼어들었다.



"어?"


야. 너 나랑 한번 1대1 떠보자! 누가 이기나 내기 걸고. 어때?



"좀 봐줘라 제발... 오늘 하루종일 이거만 해서 피곤해 죽겠어."


벌써 해 떨어진지 오래다. 이제 무리하지말고 병실로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넌 아직 환자라는걸 잊으면 안돼는 몸이니까.


...칫. 하긴, 시간도 늦었으니 오늘은 들어가 봐야겠네.


우리 차기 대장님이 쓰러지면 쓰나. 어서 들어가서 엿이나 마저 까먹어 새꺄.



"대장은 개뿔. 니가 이거 한번 해봐. 얼마나 정신없는데. 그나저나..."



오늘 하루종일 신세졌던 모의전 기기를 둘러보던 라붕이는 신기한 느낌으로 중얼거렸다.



"사령관님은 이보다 더한 실전을... 사상자 없이 해쳐나왔다는 거잖아? 여전히 믿기지가 않네..."



게임속에선 그러려니 했었던 것이지만, 이 말도 안돼는 업적을 눈앞에서 실감하니, 안그래도 엄청난 그 사람이 점점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사령관님은 타고난 재능도 겸비하셨지만, 노력도 게을리 하지않는 분이니까요!


그런 사령관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거니까.



"...그러게. 참 대단한 사람이야."


라붕씨도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할 수있다! 우리가 옆에서 도와줄테니까 다음에도 또 같이 모의전하자!


선배가 말한대로다. 실제로 라붕씨는 처음치고는 엄청 느낌이 좋았으니까. 아, 이건 빈말이 아니고 진심이니 오해없길 바란다.



"어, 그...래. 하하.."


.......



쉐이드는 먼 곳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은 라붕이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맞다. 쉐이드 너 나한테 물어볼거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질문이었습니다. 잊어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쉐이드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김라붕.



움직이던 다리를 잠시 멈추고서 그대로 라붕이를 바라보았다.



"응."


.....다음 방문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부디 다음 모의전도 참석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그 때에도, 본 기체가 옆에서 서포트 하겠습니다.



"어... 그래. 근데 답답하거나 그러진 않았어? 10판 넘게 해서 한판도 못이기고 참패해버렸는데. 하하..."


.......



"뭐, 나도 너희랑 모의전이라는걸 함께 해서 즐겁긴 했으니까. 그러니까 다음에 시간나면 또 찾아올게. 그때도 잘 좀 부탁한다~?"


...본 기체에게 맡겨 주십시오.



그렇게 다음 약속 또한 기약할 수 있었던 쉐이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쉐이드는 라붕이와 함께 합을 맞추어 진행했던 모의전의 결과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었다.


.......



전적은 0승 14패. 말 그대로 초심자의 모습.

고등AGS인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이미 예측하였던 결과.


.......



아까 전, 라붕에게 줄곧 걸렸던 무언가를 질문하려 했으나, 뜻밖의 불청객에 의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쉐이드는 단념하고서 자리로 복귀했다.


...김라붕.



모의전이 끝을 맺고난 후, 그저 조용히 그와 함께 했던 기록들을 말 없이 되새기던 쉐이드는 그가 다음에 도전할 모의전을 위한 맵과 양측의 병력 배치를 커스터마이징 하기 시작했다.


.....오늘 거쳤던 난이도는, 다시 재도전 해봐야 의미 없을것으로 판단. 사유는...



16%의 확률로 김라붕의 승리가 예측되었기에, 현재의 난이도를 유지하는 것보다 높이는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다.


...초심자.



처음 지휘봉을 잡은 자가, 약소하나마 승률이 예측되고 있다. 오퍼레이터로서 그를 서포트하며 그의 행동양식과 시선을 차분히 분석하고서 내린 결론.


그 남자는 적을, 철충을 이해하고 있었다.

딱 한번... 약식으로 기초 교육을 받은것에 불과할 뿐인 일반인이, 본능적으로 해야 할 행동을 인식하고서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쉐이드는 순간, 그의 모습에서 단 한순간이었지만 오르카 호의 총사령관의 편린을 엿보았다.


....어쩌면, 가능할 것입니다.



조용히 읊조린 쉐이드는 보다 더욱 촘촘하고 세밀한 전장맵을 구현하기 위해 보다 더 넓은 맵과 많은 병력의 수를 설정하였다.


다음 난이도는, 티나지 않게 한단계 더 높여 설정하고서.






















"음? 뭘 그렇게 유심히 보고 있어?"



회의실의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의 자료를 보고 있던 칸과 마리가 눈에 띄었던 사령관은 맞은편 의자를 집어당겨 자리에 합석했다.


아, 각하. 안녕하십니까. 다른건 아니고, 시뮬레이션 워게임의 결과 보고서를 잠시 보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바라보니, 함 내에 설치되어있는 모의전 실행 결과 보고서 여러장이 테이블위에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워게임 결과? 갑자기 그건 왜? 특이사항이라도 생긴거야?"


아니, 딱히 이상할건 없다. 특이사항 이랄것도 없고.

하나... 를 제외하면 말이지.



칸은 말을 마무리 짓고서 종이 한장을 사령관에게 내밀었다.



".....라붕씨?"



결과지의 최상단. 시행자의 이름은 최근 합류하게된 두 번째 인간, 김라붕의 이름이 박혀있었다.



"라붕씨가, 모의전을 했다고? 그것도 14판이나?"



각 서류들을 확인해본 결과, 약 14번 정도 되는 횟수의 모의전 결과지가 테이블위에 흩어져 있는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듣기로는 닥터가 외출 허가를 내준뒤 바로 시뮬레이션 룸으로 갔다고 하더군. 쉐이드와 약속을 했다고 들었다.



"아... 그래서 뜬금없이 모의전을 하러간거구나. 그래서, 결과는 어때?"


...여기 이것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묻는 사령관에게, 마리는 말 대신 종합결과가 나타난 총합평가지를 사령관에게 내밀었다.



"..........."


14전 0승 14패. 딱히 놀랄건 아니지. 애초에 라붕이는 군대 지휘와는 거리가 먼 일반인이니까.



전패.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무리 모의전 이라고는 하나 일반인인 라붕이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지휘라는 경험을 한 것일테니, 딱히 이상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결과는 그럴 것이다.


......



"...마리."


네. 각하.



"이거, 14판 전부 라붕씨가 혼자 한거야?"


정확히는 팬텀과 레이스, 그리고 쉐이드의 보조와 함께 했습니다. 역시 처음 기기를 조작하는 입장일테니 혼자 해나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셋의 주도하에, 워게임의 시설과 사용법에 대한 교육, 그리고 동시에 철충들의 특성과 힘, 약점 등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도 진행했다고 들었다.



"......."



전패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셋이 주목하는 포인트는 결과가 아니다. 탁월한 견식과 안목을 지닌 세 사람에게 유독 눈에 띄는것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루어진 "과정"이었다.



"..음... 급박한 현장의 속도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것 같네. 모든 움직임이 적에 비해 몇 수 뒤쳐지는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령관은 턱에 손가락을 괸 채 진지한 표정으로 과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굳이 따지자면, 워게임의 환경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탓에 순발력이 따라가지 못했고, 그로 인해서 행동력이 뒤쳐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3명이 라붕씨에게 철충의 특성과 약점에 대한 교육을 해주었다고 했었지?"


네. 하지만 워게임 도중에 틈틈히 이루어진 교육이라 약식에 불과합니다.



종합결과만 본다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공격 타이밍은 죄다 어긋나 적에게 모든 선수를 빼앗기고, 다양한 전투소대의 특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이른바 멀티태스킹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즉, 지시를 내리는 속도가 현저히 느리기에 급박한 전투 현장과 어긋나 패배로 이어진다.



"......."



하지만 그가 행동한 기록이 세세히 나열된 타임라인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도저히 무시하기 힘든 요소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라붕씨의 지휘는 박자가 많이 느리지만, 상황에 걸맞는 '답'을 잘 알고 있어. 다만 현장의 속도를 제때제때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것 뿐."



공중을 지배하는 적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특수한 장갑을 두른 강자에게는 어떤 공격수단을 써야 하는가.

언제 돌격하고, 언제 방어하고, 언제 공세를 퍼붓는가. 그것에 대해 정확한 답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착실히 시도했다. 그저 느렸기에 실패했을 뿐.



"그 모든게, 그저 몸이 따라가지 못해서 전부 격파당한 것 뿐, 라붕씨는 옳은 '정석'을 따르고 있어. 그 3명이 알려준 내용을, 라붕씨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거야."



만약, 라붕이의 순발력이 조금 더 향상된다면,

어쩌면 이 14번의 싸움에서... 한 두판은 정도는 승리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지휘를 시작한 사람이, 승산을 거머쥘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사령관, 눈여겨볼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응?"


...각하께서도 아마 무의식적으로 깨달으셨을 겁니다.



"......."


라붕씨의 지휘 성향, 그리고 전쟁에서 부하들을 움직이는 스타일... 마치 각하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면이라면..."


성과나 실적보다는, 아군의 희생과 사상자 발생을 극도로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라붕씨 본인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자각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만...



마리가 기기를 조작하자 태블릿에 라붕이의 모의전 영상자료가 화면에 그대로 재생되었다.



"......."



반격의 기회는 있었으나 병사들이 위험에 처할 확률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행동을 주저하고 병력을 물리는 시가전의 양상.

최대한 수비적인 대열로 적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확실한 승리가 보장된 적에게만 공격을 명령하는 모습.


........



냉정하게 따지자면, 이런 무른 행동은 결과적으로 패배를 불러올 뿐인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지휘가 따로 없을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전술을 고집한 덕에 전패라는 결과가 나왔으니.

어쩌면 희생을 감수하고서 좀 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칸. 그러고보니 라붕씨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는데, 어땠어?"


아, 그게... 라붕이는 최대한 잡일만 하고싶다고 하더군.



"어..? 잡일? 예를 들면?"


창고 관리나 간단한 사무업무같은, 본인이 실수해도 모두에게 부담이 최대한 덜 미치는 일을 원한다고 한다. 본인에게는 그게 딱 적당하다면서 의견을 굽히지 않더군.

안그래도 나도 라붕이의 교육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본인의 주장이 워낙 완고했으니까.

그래서 나도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



"...그래."



간단히 대답한 사령관은 라붕이의 모의전 종합평가 결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안타깝게도 전패! 하지만...

















재밌게 보셨으면 개추랑 댓글좀 주십쇼!!!